게임톡이 벌써 창간 10주년의 기쁜 소식을 알려왔습니다. 처음 시작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게임 산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 온 게임톡의 10주년을 지면을 통해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개인적으로는 우리나라의 게임을 포함한 소프트웨어와 콘텐츠 업계 전반에 대해 생각하는 계기를 갖게 됩니다.
■ MS-IBM 등 글로벌 테크기업과 패션 샤넬 등 인도인 CEO 승승장구 왜?
몇 해 전 미국 실리콘밸리 출장을 통해 현지의 소프트웨어 기업을 자세히 살펴볼 기회가 있었습니다.
기업 인수를 위해 구성원들을 대상으로 하는 심층 인터뷰를 했던 것입니다. 특징적인 것은 당시 핵심 인력들이 인도계였고, 개발 프로젝트의 상당 부분을 인도 현지의 IT 용역 회사를 통해 진행하고 있던 것이 기억납니다.
제 생각보다 훨씬 견고하게 뿌리내린 미국 현지 IT업계에서의 인도계들의 약진을 실제 목격하고 부러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최근에는 글로벌 IT 기업의 수장이 인도계로 선임되는 것은 더 이상 화젯거리가 안 될 정도로 많은 기업들의 CEO가 인도계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사티아 나델라를 비롯, 알파벳의 순다르 피차이가 잘 알려져 있는 인도계 CEO입니다. 그 외에도 트위터의 퍼라고 아그라왈, IBM의 아르빈드 크리슈나, 어도비의 샨티누 나라옌 등 미국에 본사를 둔 주요 글로벌 테크기업이 인도계를 CEO로 선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최근에는 프랑스 명품 브랜드까지 인도계를 최고경영자급으로 선임하며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프랑스의 명품 브랜드 샤넬은 유니레버에서 30여 년간 근무한 인사 최고 책임자(CHRO)를 리나 나이르를 자사의 글로벌 최고경영자로 선임하는 파격적인 인사를 진행한 것입니다.
■ 인도계 인력을 선호하는 이유는 교육체계와 개방성
이처럼 다수의 글로벌 기업들이 인도계 인력을 선호하는 이유가 궁금해졌습니다. 저는 우선 그들의 교육체계와 개방성을 그 이유로 떠올렸습니다.
이와 관련해서 먼저 떠오른 것은 영국의 인도계 이민사회의 위상과 관련한 이야기입니다. 우리와 같이 교육열이 매우 높고 영어의 구사가 자유로운 인도계는, 영국에서 다른 이민 사회에 비해 월등하게 높은 성과를 이루고 있습니다.
인도 주변 국가들의 종교인 이슬람교와는 달리 힌두교는 생활규범에 가까운 성격과 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종교이기에, 현지 사회에 녹아드는 데에 그 자체가 큰 제약이 되는 경우가 없다고 합니다.
인도인들의 성향과 종교의 개방성, 영어권과 호환되는 교육체계의 힘이 더해진 결과 주류사회로의 진출이 빈번해지고 오랜 네트워크가 자연스레 만들어진 것이 인도계 이민사회의 강점이 된 것입니다.
심지어 2차 세계대전에 영국군의 일원으로 적극적인 참전을 하는 등, 현지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역할을 통해 깊은 융화력을 보였습니다.
영국 식민지였던 우간다에서 1971년 이디 아민이 쿠데타로 정권을 찬탈하자, 상위계층을 차지하던 인도인들이 축출되는 위기에서 영국이 그들을 대거 유입하는 결정을 내리게 된 것도 영국인들이 가진 인도계 이민사회에 대한 우호적인 마음이 작용한 결과입니다.
영국에서 보였던 인도인들의 현지 주류사회로의 연착륙 사례는 미국의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인도인들에게도 공통적으로 보입니다.
원활한 언어 소통과 교육과정에서 습득하게 되는 수학과 과학에 강점을 둔 학업 성과, 그리고 토론과 협업을 강조하는 교육 문화를 통해 길러진 인도계들의 활약이 오랜 세월 현지에서 뿌리를 내린 것입니다.
수평조직의 팀플레이를 통해 이루는 성과를 지향하고 그에 따르는 보상 체계를 잘 갖춘 실리콘밸리 테크 기업으로의 진출에는 이러한 성향이 큰 강점을 가지게 됩니다.
■ 토론과 협업 팀워크+문화적 코드 탑재 한국 차세대 해외서 성공사례 만들어라
여기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를 찾을 수 있을 듯합니다.
미국에서 열리는 게임쇼 E3나 CES(국제전자제품박람회)와 같이 해외에서 열리는 전시회 출장을 통해 얻은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의외로 국내에서는 이런저런 이유로 서로 못 만나고 지내던 국내 기업들끼리의 네트워크를 떠올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해외 출장을 통해 국내 기업의 네트워크를 도모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것입니다.
반대로 현지 기업들과의 교류 기회를 최대한 만들어 보려고 노력한 기업들은 큰 보람으로 이어지는 멋진 계기를 만들기도 합니다.
우리나라 게임산업은 국내 시장에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고객을 사로잡으며 콘텐츠와 소프트웨어가 중심을 이루는 독자적인 산업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특히 청년층의 고용 확대를 통해 중요한 사회적 기여를 하고 있고, 대외 수출도 비중 있게 진행해 왔습니다.
다만 위에 언급한 인도계 CEO들의 사례처럼, 글로벌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우리나라 인물을 떠올리기가 쉽지 않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습니다.
국내 기업이 스스로 세계적인 기업으로 성장하는 것도 가능한 방법이 되겠지만, 우리나라의 우수한 인력들이 전세계 게임업계로 진출하여 현지 기업을 통해 중요한 역할과 기여를 하는 것도 기대해 볼만 하겠습니다.
이미 글로벌 게임 기업에서 활약하는 분들이 많다고 듣고 있기에, 더욱 그러한 기대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더 많은 성공사례를 만들기 위해서는 교육의 개선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이 고립되어 성취하는 무한 경쟁을 위주로 하는 과거의 진부한 입시 위주 교육방식 틀에서 벗어나, 토론과 협업을 통해 팀워크가 이루는 성과로 평가 받는 새로운 교육 과정으로의 개혁이 절실합니다.
그런 개선된 교육과정을 통해 현지와 자연스레 융합하고 소통하며 우리가 강점으로 갖고 있는 문화적 코드를 탑재한 우수한 차세대 인력들이 해외 무대로 진출해서 인상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글쓴이=최종신 우리넷 대표 choigoda@naver.com
최종신은?
(주)우리넷(KOSDAQ115440) 대표이사이다. 전 위더스필름과 바른손크리에이티브(구 스튜디오나인) 대표를 역임했다.
삼성물산에서는 해외사업팀과 신규사업기획팀에서 근무했고, 게임백서 집필위원, 문화체육관광부 콘텐츠진흥전략추진단으로 활약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