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열 삼호개발 대표. 
이영열 삼호개발 대표. 

게임톡 창간 10주년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꾸준히 한우물을 파시는 박명기 국장의 헌신에 대해 존경의 뜻을 표합니다.

2007년 제가 게임산업과장으로 근무하던 시절이 떠오릅니다. 당시 박 국장을 문체부 출입기자로서 만나 늘 담백한 소통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친밀하면서도 진지하고 소박한 눈빛은 저로 하여금 “무엇인가 드려야할 것 같다”는 동료의식을 불러일으켰죠. 그런 소명의식과 소통 마인드가 오늘의 게임톡 10년 성장의 뿌리가 된 것 같습니다. 

■ 오락실 풍경과 게임산업팀장 시절 추억 새록...‘뽕나무밭’이 ‘바다’가 되다

불현듯 제 고등학교 시절이 게임과 맺었던 인연이 떠오릅니다. 학업을 마치자마자 학교와 독서실 인근 전자오락실로 뛰어가 ‘인베이더’, ‘갤럭시’, ‘제비우스’ 등 외산 아케이드게임에 기대어 50원짜리로 행복했던 그 기분, 그리고 고3 시절에는 ‘로프맨’이라는 별로 유명하지도 않은 게임의 재미에 빠져서 대학입시에 낙방했던 아픈 기억도 떠오릅니다. 

지금 생각하면 조악한 화면과 음향의 외산 게임, 그리고 담배연기 자욱한 영세한 오락실 풍경으로 남아있습니다만... 

그후 세월이 지나 공직에 입문하여 게임과 또 한번의 끈끈한 인연을 맺었죠. 바로 2007년 문화관광부 게임산업팀장으로 재직하던 시기입니다. 그때는 게임이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기 시작한 전환점이었고, 게임업계와 정부, 게임산업개발원이 영차영차 서로 격려하며 신나게 게임의 미래를 고민하기도 했었죠. 당시 게임빌(대표 송병준)이 모바일 RPG 게임 ‘라피스라줄리’로 ‘이달의 우수게임상’을 수상했던 기억도 납니다. 

그러던 게임이 문자그대로 ‘상전벽해(桑田碧海)’라고나 할까요? ‘뽕나무밭이 푸른 바다가 되었다’는 말처럼 이제 게임은 명실상부한 국가의 최고 성장동력이자 K콘텐츠로 자리잡게 되었습니다. 

우선 주식 시장이 숫자로서 이야기해 줍니다. 시가총액만 봐도 올해 1월 ‘크래프톤’(23조) 대장주를 비롯, ‘엔씨소프트’(12.5조), ‘넷마블’(10.1조) 등 웬만한 수십년 경륜의 제조업 대기업을 능가하는 기업도 많고 시총 1조이상의 기업도 10여개가 넘는 등 선도 콘텐츠산업으로 위상을 확고히 하고 있습니다. 

특히, 메타버스 등 4차산업혁명과 어우려져 또 하나의 새로운 블루오션 시장을 선도적으로 개척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게임은 과거의 중독이나 학습장애로 보려던 시각을 탈피하여, 경제적 가치는 물론 청소년의 건전한 미디어문화로 정착되고 있다는 느낌입니다. 

이제 게임은 국가발전을 선도하는 위상을 갖게 되었습니다. 15년 전이었나 봅니다. 당시 게임업계 리더였던 NC소프트 김택진 대표와 점심자리를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김 대표가 말씀을 했던 기억이 납니다. 중국 시장 진출을 고민하면서 “(엔씨소프트 같은) 아무리 큰 기업도 아무리 작은 정부보다도 못한 경우가 있다. 통상, 외교, 국가간 제도적 교류 등등 정부의 고유기능이다.”

아직도 유효한 이야기지만 이제는 게임산업도 국가의 역할까지도 해주셔야할 만큼 높은 위상을 차지하게 되었다는 점을 비교해서 강조해드리고 싶습니다. 

■ 게임톡 2012년 3월 창간...10년간 게임산업 눈부신 성장 속 사회적 책임 ‘공감’ 

이 같이 눈부신 게임의 성장과정에서 게임톡을 의미를 되새기겨 봅니다. 게임산업 발전의 주축은 게임업계의 기업가 정신이긴 하지만, 게임 역시 기업, 정부, 소비자, 언론 등이 긴밀히 엮여 돌아가는 하나의 생태계입니다. 언론의 역할도 중요하다는 의미죠. 

게임 분야에서도 게임톡은 2012년 3월 창간 이후 게임 업계 주요 오피니언 리더(Opinion Leader)가 구독하는 게임 웹진의 선구자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게임이라는 한 우물을 파오며 게임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고 애로사항을 제기하고 게임의 긍정 이미지와 건전한 게임문화를 널리 확산한 든든한 후원자 역할을 해왔습니다. 

특히, 게임이라는 좁은 영역에만 매몰되는 게 아니라 게임과 인접한 경제, 정치, 사회, 기술, 인문 등 관련 분야까지 아우름으로써 소통의 혈액순환과 함께  탄탄한 지적 토양을 제공해주었죠. 고품질의 칼럼부터, 한눈에 볼 수 있는 카드 뉴스, 센스있는 리뷰 ‘만화로 보는 게임리뷰’ 등 다양하고 신선한 방식으로 메신저 역할을 해왔습니다. 

여기에는 우직하게 오랫동안 게임톡을 운영해온 박명기 대표 및 편집국장이 버티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기업이 늘 그렇듯, 게임산업도 항상 위기가 있어왔고 도전과 응전을 통해 발전하고 있습니다. 최근 역시 극복해야할 과제도 많다는 의미입니다. 높아진 게임산업의 위상만큼 사회적 책임과 요구도 커지고 있습니다. 

국부 창출과 일자리 만들기라는 기업 본래의 사명은 물론, 그만큼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로 대변되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거세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제는 게임업계도 기업지배구조의 투명성이나 주주에 대한 책임, 노동문제나 청소년문화 발전과 같은 사회공헌 등 예전과는 달라진 비재무적 가치에 대해 좀더 많은 관심을 갖고 사회의 리더가 되어야 합니다. 

게이머나 건전한 게임문화를 위한 투자도 많이 하셔야 하고, 울렁증이 생길 정도의 기술발전과 사회변화도 따라잡아 미래를 선점해야 합니다. 그런 노력이 축적될 때 ‘생태계’로 표현되는 게임업계가 더 건강하게 더 넓게 영역을 확장할 수 있을 겁니다. 국민들의 기대감이 높다는 것은 부담도 커지지만 한편으로는 이 얼마나 뿌듯한 상황인가요? 격세지감입니다.

■ 27년 간의 공직생활 명예퇴직, 삼호개발 대표로 인생 2모작 ‘게임업계 고뇌’ 공감

저는 개인적으로 지난해 5월, 27년간의 공직생활을 명예퇴직하고 토목건설 회사인 삼호개발㈜로 이사와 인생2모작을 시작했습니다. 전혀 생소한 분야의 전혀 생소한 기업체에 와보니 많은 걸 느낍니다. 

특히, 대한민국에서 기업을 한다는 게 얼마나 고된 것인가를 절절히 현장 체감하면서 무한 경쟁속에 높아진 사회적 책임, 정부와 법령상 각종 규제, 노동문제, 공사현장의 민원까지 동서남북-전후좌우가 모두 갑(甲)으로 보일 정도로 하루하루 견제의 허들을 빠듯하게 헤쳐나가고 있죠. 

그 과정에서 우리 게임업계의 기업들도 얼마나 잠못 이루는 고뇌가 심했을까, 좀더 구체적으로 공감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동시에 마치 익스트림 스포츠처럼 짜릿한 보람도 느끼면서 기업의 맛이자, 게임업계도 그런 보람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게임은 눈부시게 성장해왔고 엄청난 위상을 확보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또 한번의 도약을 해야할 시점입니다. 역시 우리 앞에 놓인 미래에 있어서도 게임톡은 동반자로서 함께 할 겁니다. 

한때는 게임산업정책을 업으로 삼았던 공무원으로서, 기업인으로서, 박명기 대표를 내외하는  평생지기로서,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하며, 앞으로도 게임톡의 맹활약을 기대합니다. 

글쓴이=이영열 삼호개발 대표 lyy2010@samhodev.co.kr

이영열 대표는?

1966년
고려대학교 행정학과/University of Colorado at Denver(석사)
현직 삼호개발(주) 사장

경력
- 행정고시 38회
- 문화체육관광부 : 게임산업과장, 인사과장, 예술정책관, 체육국장, 국립중앙도서관(디지털자료운영부장), 저작권국장
- 대통령실: 문화체육비서관실 행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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