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은 교육현장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전혀 준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교사와 학생 모두 언택트 교육환경으로 던져져 버렸다. 21세기까지 지속되어 온 교육의 중심공간인 ‘교실’은 한 순간 없어졌다.
사각의 스크린 안으로 모든 교육환경이 빨려 들어왔다. 교사와 학생은 익숙하지 않은 화상카메라를 응시하며 서로의 영상과 음성을 통해 소통해야만 했다. 환경의 변화는 기존의 교육방식도 모두 재구성하게 만들었다.
원격교육이 부각되었고 모든 교사들은 자신의 교육 콘텐츠를 영상에 담아내는 작업을 해야만 했다. 모든 것이 순식간에 뒤죽박죽 되어버렸다.
교실이 없어지는 시대에 대한 예측은 사실 오래 전부터 전문가들을 통해 언급되었다. ‘존 카우치(Jhon Couch)‘ 와 ‘제이슨 타운(Jason Towne)’ 이 집필한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 교실이 없는 시대가 온다'(디지털 시대,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 존카우치, 제이슨 타운/임영선 역, 어크로스, 2020.04.08)’라는 책에서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교육환경 구축의 중요성과 교육방식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디지털 네이티브라는 학습자의 특징과 디지털 교육환경의 변화에 따른 교육의 본질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그들은 학습자의 본질인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학습자가 더 이상 정보의 소비자가 아닌 적극적인 콘텐츠 창작자의 역할을 할 것이라는 부분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정보전달자의 역할이 아닌 목적지 가이드의 역할을 교사들에게 요구하고 있다. 무엇보다 눈부시게 발전된 실감미디어와 통신기술을 기반으로 학습효과를 증대하기 위해 ‘어떻게 가르치고 배워야 하는가’의 문제를 크게 다루고 있다.
■ 메타버스 교육의 태동
초기 언택트 교육에서 등장한 화상회의 솔루션(Zoom, Google Meet, Microsoft Teams등)은 새로운 해법을 제시하는 효과적 방법으로 받아들여졌다. 대학을 포함한 초,중,고교의 교사들이 이를 활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존의 사전 제작된 동영상을 기초로 진행되는 원격교육형식의 언택트 교육은 학생들이 수업에 집중하기 어려웠고 자연스럽게 학습효과도 만족스럽지 못했다.
특히, 줌피로(Zoom Fatigue)에 대한 연구결과가 발표되기 이전부터 많은 교사들이 화상회의 플랫폼을 기반으로 진행되는 언택트 수업에서 기존의 교실에서 이뤄지던 대면 수업에 비해 몇 배의 에너지 소모가 발생하고 학생들의 학습효과에 대한 측정이 불분명하다는 문제점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스탠퍼드 대학의 제레미 베일런슨(Jeremy Bailenson) 교수의 연구에 의하면 '주밍(Zooming)'이라는 신조어로 대변되는 화상회의 플랫폼을 장시간 이용하는 행위는 사용자에게 심신의 피로감을 증가시킨다고 한다.
여러 사람과의 동시다발적 ‘눈 마주침’과 대상 인물과의 ‘물리적 공간의 협소함’으로 인한 심리적으로 불편함을 느끼게 되고 제한된 상황에서 상대방의 ‘비언어적 소통정보’를 얻기 위해 더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게 된다는 것이다.
코로나 상황이 지속되며 비대면 교육환경을 유지할 수밖에 없었고 줌피로에 대한 연구결과는 실제 교육환경에서 증명되었다. 그로 인해 교사들은 조금 덜 경직되고 유연한 새로운 대안을 찾기 시작했고 게더타운(Gather Town, 메타버스 기반의 가상 오피스 겸 화상회의 웹 플랫폼)이라는 초기 메타버스 교육을 태동 시켰다.
■ 메타버스와 교육의 필연적 결합
메타버스의 개념이 교육계에 등장한 것은 교육자체에 활용한다는 측면이 아닌 입학식이나 축제와 같은 행사를 가상공간에서 개최하는 측면이었다. 대표적으로 순천향대학교의 메타버스 입학식이나 건국대학교의 메타버스 축제를 들 수 있다.
비록 진정한 의미에서의 메타버스와 교육의 결합은 아니었지만 교육계에도 메타버스 열풍이 번지고 있다는 것을 잘 알 수 있는 사건이었다. 또한 최근 대학을 중심으로 메타버스 학과들이 생겨나면서 그 인기를 실감할 수가 있다. 하지만 그와는 별개로 메타버스를 교육에 접목한 의미 있는 움직임은 초등교육 분야에서 찾아볼 수 있다.
현실적으로 화상회의 툴을 활용한 수업으로 아이들의 집중력을 유지한다는 것은 너무나 어려운 문제다. 특히, 다양한 상호작용이 요구되는 초등교육에서 화상회의 중심의 일방적 정보전달형 온라인 수업운영은 그 한계가 분명하게 드러났다. 때문에 대안으로 등장한 게더타운과 같은 상호작용형 화상회의 플랫폼은 아이들의 집중력 향상과 학습효과를 높일 수 있는 아주 훌륭한 방법이었다.
학습자 스스로가 생성한 자신의 아바타를 가상공간에서 이동하고 소통하는 등 마치 온라인게임을 즐기는 것과 유사한 행위를 바탕으로 수업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은 매우 매력적으로 작용했다. 가상세계 내 교육환경을 구축하고 온라인 교육을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는 측면에서 협의의 메타버스 교육이라고 할 수 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확산과 비례해서 메타버스의 가능성과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성장했고 책에서나 볼 수 있었던 미래교육의 구체적 방법론을 실현해볼 수 있는 훌륭한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다. 비대면 언택트 교육을 반복하면서 필연적으로 메타버스 환경이 효과적인 언택트 교육을 시행하기에 찰떡궁합이라는 것을 경험할 수 있었다. 게임개발 기술의 발전과 통신인프라의 발전을 바탕으로 시공간을 초월할 수 있는 메타버스 교육이라는 개념이 자연스럽게 등장한 것이다.
■ 왜 메타버스 교육환경인가?
초기 언택트 교육환경으로 활용된 화상회의 기반의 방법론은 몇 가지 문제점을 낳았다. 이미 언급한 줌피로를 제외한 가장 큰 이슈는 수업에 대한 학습자의 집중도 유지를 위한 교사와의 원활한 피드백 시스템과 학습효과 측정방법에 대한 것이고 교실내에서 학습자 자신의 존재감 확보에 대한 문제였다.
우리가 가르치는 디지털 네이티브에게 온라인 동영상 학습은 결코 낯설지 않다. 오히려 기존의 실시간 대면 교육에 비해 더 익숙하다. 유튜브(YouTube)는 오프라인 교실에서 배우는 것보다 훨씬 많은 것을 즐겁게 배우는 온라인 교실이 되었다.
학습의지와 동기가 뚜렷한 학습자에게는 유튜브가 이미 충분히 효과적인 온라인 교실 역할을 하고 있다. 마스터클래스(MasterClass, Yanka Industries, Inc, 가 서비스하는 온라인 교육서비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가 사전 녹음 한 튜토리얼 및 강의에 액세스 할 수 있는 미국 온라인 교육 구독 플랫폼)가 대표적인 사례다.
하지만 학습자의 연령대가 낮아질수록, 학습의 목표나 동기가 옅을수록 온라인 동영상교육 방식은 효과적인 온라인 교실역할을 감당하지 못한다. 단순한 언어적 소통만으로 학습자와의 원활한 피드백과정을 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학습의 동기를 부여하기 위한 다양한 상호작용을 구현하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다.
또한, 학습자의 세컨스크린(2nd Screen) 이슈는 교사가 학습자의 학습상태에 대한 정확한 모니터링이 불가하기 때문에 학습효과 측정이 불분명하다는 단점도 발생한다. 게다가 학습자간 관계를 구축하는 과정에서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학습자 개인의 존재감 확보와 원활한 소통방식의 만족스럽지 못한 부분도 존재한다.
이런 문제점들을 해결해줄 수 있는 요소들이 메타버스에 존재한다. 존재하지 않지만 존재하는 가상의 공간에서 자신과 동일시되는 아바타를 스스로의 의지에 의해 움직이고 표현한다.
현실보다 더 편리하고 효율적인 소통방식과 상호작용 방식 그리고 본질적으로 시공간을 초월하는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메타버스는 어쩌면 미래교육의 유일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교육분야가 메타버스를 대환영하는 점이 바로 이 때문이다.
■ 대한민국 교육계는 메타버스 열풍으로 뜨겁다.
사교육계에서는 발빠르게 메타버스를 활용한 교육을 시작하였다. 특히, 온라인교육의 강자로 군림한 메가스터디와 청담러닝 같은 회사들이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새로운 교육사업을 진행할 것이라는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했다.
온오프라인 대입교육업체인 이투스교육의 경우 ‘엘리펀(ELIFUN)’을 선보였고, 웅진씽크빅은 인공지능 학습 플랫폼인 ‘스마트올’에 메타버스 도서관을 오픈하였다.
공교육 부분에서도 정부주도로 통합 메타버스 교육플랫폼을 구축을 준비하고 있다. 대학에서는 메타버스 관련 학과들이 개설되기 시작했다.
서강대학교에서 ‘메타버스대학원’을 올해 초 개설하여 학생을 모집하였고 중앙대학교는 메타버스 기반 ‘다빈치가상대학’을 신설하였다. 실상 메타버스 학과를 개설하는 움직임은 기존의 게임개발관련 학과와 교육과정에 차이점이 없다는 비판이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교육계의 메타버스관련 트렌드를 적극적으로 반영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지난해 말 48개 전문대학들이 모여서 메타버스 교육생태계 구축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하고 관련 기술 및 교육방향성 모색에 대한 논의를 진행했고 ‘K-meta Edu48 zone’을 구축한다는 구상을 발표하기도 했다.
서울시도 지난 2월 ‘질 높은 공교육’을 향한 서울미래교육의 3가지 방향을 조희연 교육감이 전격 발표하였다.
‘격차 없는 공교육의 시작’과 ‘지속가능한 자율적 교육생태계 조성’ 그리고 ‘개별 맞춤형 미래교육 실현’이라는 3가지 과제를 내걸었다. 개별 맞춤형 미래교육 실현을 위해 메타버스 에듀테크 연구소를 운영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관련 세부전략을 언급하였다.
■ 무엇이 필요한가?
사례들과 같이 대한민국 교육계에는 메타버스 열풍이 불고 있으며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미래교육 환경으로 발전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메타버스와 결합된 형태의 교육환경을 구축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이견은 없다. 새로운 교육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것을 피부로 느낄 수 있지만 모든 것이 메타버스로 귀결되는 현 시점에서 과연 그것이 정답인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사회 전 분야에 불고 있는 메타버스 열풍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부정적 견해를 갖고 있는 전문가들도 많이 있다. 온라인 게임 분야에서 이미 오래전에 구축되고 활용되었던 개념이 최근 VR(가상현실)산업의 정체기를 대체할 수 있는 새로운 기술이라는 포장아래 자본을 유입시키기 위한 이슈몰이 현상이라는 비판적 시각도 존재한다.
기술적으로도 우리가 꿈꾸는 메타버스의 세상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0년 이상의 다양한 기반기술 개발의 과정이 필요하다. 긍정적인 측면만을 강조해서 자칫 본질적인 가치를 간과하는 시행착오를 겪어서는 안된다.
현시점에서 메타버스 교육환경을 효과적으로 운영하기 위해 과연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하게 검토해야한다. 메타버스 교육환경의 기초 플랫폼은 이미 게임업계에서 운영해온 MMORPG라는 기술적노하우가 충분히 축적되어 있다. 교실공간을 그 플랫폼에 옮기는 과정은 전혀 문제가 없다.
하지만 VR산업이 초창기에 콘텐츠 자체의 핵심가치를 담지 못하고 기술적 이슈들만 보여주기에 급급했던 시행착오를 메타버스 교육환경 구축분야에서 답습해서는 절대 안된다.
비대면 교육환경에 대한 경험이 풍부한 교육계 전문가들의 요구를 적극 플랫폼에 담아야 한다. 가상의 학교에서 학습자들의 아바타가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스트리밍 기술을 활용한 동영상 교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학생 개개인에 최적화된 교육을 실현하기 위해 ‘초개인화 교육(Hyper-personalized Education)’ 개념을 적극 반영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bigdata) 기반의 학습자관리시스템(LMS)을 연동해야 하고 무엇보다 교사들이 자신의 교육 콘텐츠를 가상의 학습환경내에서 어렵지 않게 구현할 수 있는 최적의 접근성을 제공해야 한다.
학습자의 집중력을 유지하고 몰입도를 향상시킬 수 있는 게임 기반의 피드백 시스템을 구축해야 하고 학습자간 원활한 소통을 위한 기존의 SNS(소셜네트워크)를 포함한 다양한 소통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기존의 오프라인 교육과도 자연스럽게 결합될 수 있는 적절한 접점을 마련해야 하며 무엇보다 콘텐츠를 생산하는 크리에이터의 역할을 선호하는 디지털 네이티브의 성향을 반영할 수 있어야 한다. 학습자 및 교사들이 생성해내는 다양한 콘텐츠의 지적재산권을 확보할 수 있도록 블록체인 기반의 가상화폐 기술을 포함해야 한다.
겨우 2년의 경력이 우리가 갖고 있는 비대면 교육환경에 대한 전부이다. 무엇이 필요한지 꼼꼼히 검토하고 단계적으로 구현할 수 있는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 메타버스는 결코 모든 것을 해결해주는 도깨비방망이가 아니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된다.
글쓴이=최삼하 숭실대학교 교수 choi.3ha@ssu.ac.kr
최삼하 교수 프로필
- 현) 숭실대학교 특임교수
- 전) 서강대학교 게임교육원 교수
- 현) 경기e스포츠 전용경기장 운영위원회 부위원장
- 현) 한국장애인e스포츠연맹 자문위원
- 현)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재분류, 기준정비위원
- 현) 게임문화포럼 위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