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 4월 1일...세상을 깜짝 놀라게 한 만우절 장난 아닌 탁월한 선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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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만우절에 거짓말 같은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2003년 4월 1일 게임 ‘파이널판타지’로 유명한 ‘스퀘어’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로 유명한 ‘에닉스’가 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합병 발표가 하필 ‘만우절’이었다. 마케팅의 하나였나 했는데 아니었다. 거짓말이 아니었다.

합병하는 회사의 이름은 두 회사의 이름을 나란히 붙여 ‘스퀘어에닉스’. 지난 세월 몇 십년에 걸쳐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숙명의 라이벌과 같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왔던 회사들인지라 합병 소식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그저 단순한 만우절 장난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애초에 서로의 영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경쟁하던 두 회사가 합병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 ‘만우절’ 범죄 등 문제도 있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훌륭한 마케팅 요소 활용 “과연?”

매년 4월 1일. 이날 하루는 모두가 거짓말을 해도 용서해준다는 만우절(April Fool's Day, 萬愚節)이다. 만우절의 유래에 대한 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 가장 많이 알려져 있는 것이 프랑스의 샤를 9세에 대한 것이다.

프랑스는 중세시대 1년의 시작으로 부활절 날짜를 사용했는데 부활절의 날짜는 확정된 날짜가 아니라 우리나라로 치면 추석날짜처럼 매년 달력을 봐야 추석이 언제인지 알 수 있는 것처럼 매년 3월 25일~4월 20일까지 들쭉날쭉했다.

이런 행정상의 불편함으로 인해 매년 1월 1일을 새해의 첫날로 선포하게 된 것에서 유래된 것이 만우절 장난인데 그 당시 세상은 전국적인 통신망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대였기 때문에 아직까지 이 선포령이 전달되지 못한 곳도 있었고 전통을 고수하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도 생겨났다.

그래서 4월 1일이 되면 새해가 시작되었다고 거짓말로 유인해서 신년 파티에 초대하는 장난을 하는 등의 일이 벌어졌고 이것이 만우절의 기원으로 알려져 있다.

만우절은 현재 전 세계에 퍼져나가 이날 하루는 바짝 긴장을 해야 하는데 악의 없는 장난부터 너무 심한 장난까지 자칫하면 범죄에 이를 정도로 심각한 문제도 발생하지만 기업 입장에서는 훌륭한 마케팅 요소로 활용하기도 한다.

검색엔진 메인 페이지도 만우절에는 깜짝 놀랄 정도로 애교스러운 장난을 보여주기도 하는 것이 전통이 된 지 오래다. 다만, 2020년과 같은 경우 전 세계적인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으로 인해 만우절 장난을 내년으로 미뤄둔 업체가 많았다.

■ 숙명의 라이벌 두 회사 합병 ‘스퀘어에닉스’...블랙스완으로 불린 이유

이런 만우절의 특성에 따라 보통 진중하고 무게있는 공식적인 자리나 중요한 발표는 의례적으로 4월 1일 만우절을 피해 하는 것이 업계의 관례 중에 하나가 될 정도로 만우절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이벤트가 되었는데 2003년 4월 1일 ‘파이널판타지’로 유명한 ‘스퀘어’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로 유명한 ‘에닉스’가 합병한다는 발표가 있었다.

합병하는 회사의 이름은 두 회사의 이름을 나란히 붙여 ‘스퀘어에닉스’라는 이름으로 선택했다. 지난 세월 몇십 년에 걸쳐 서로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숙명의 라이벌과 같이 피 터지는 경쟁을 해왔던 회사들인지라 합병 소식을 들은 사람들 중에는 그저 단순한 만우절 장난으로 여기는 사람도 많았다. 애초에 서로의 영역을 두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경쟁하던 두 회사가 합병을 할 이유가 전혀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영미권에서는 블랙스완(Black Swan)이라고 표현하기도 하는 실제로 일어나기 어려운 일이 일어난 것이다.

블랙스완은 레바논 출신의 ‘나심 니컬러스 탈레브’라고 하는 경영학자가 만든 말로 실제로 일어날 가능성이 매우 낮거나 예측하기 어려운 사건이 일어나는 경우를 말한다. 단순히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끝나지 않고 사회, 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을 경우 쓰는 말인데 스퀘어와 에닉스가 합병한다는 것은 그야말로 블랙스완 같은 일이었다.

[Dragon Quest V]유튜브(/watch?v=mu40lvlXY3A)

2003년 4월 1일. 갑자기 발표된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 소식은 처음엔 웃어 넘겼다가 아니 아무리 그래도 좀 억지스럽게 엮은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두 회사의 합병은 생각지도 못한 일이었다.

하지만, 이것은 어느 날 갑자기 발표한 소식이 아니라 이미 그 이전에 2002년 11월 26일에 스퀘어와 에닉스의 합병 선언이 있었다.

스퀘어와 에닉스는 가정용 게임기(콘솔 게임기)의 기능 향상과 소프트웨어의 개발비 부담이 가중되는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보급확대로 콘솔 게임의 판로가 위축되어가는 현 시점에서 이와 같은 결정을 했다는 발표를 이미 진작에 했었다.

이때도 사람들은 단순한 해프닝으로 끝나겠거니 하고 말았던 이유가 실제 경쟁업체의 합병 소식은 돼봐야 아는 것이고 대부분 이런저런 이유로 협상이 결렬되어 다시 원복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발생했기 때문이다.

게다가 두 회사는 이미 자신들만의 탄탄한 주력 콘텐츠로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에닉스의 ‘드래곤 퀘스트’ 시리즈는 각각 3000만개에 이를 정도로 강력한 콘텐츠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였기 때문이다.

그 중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1억 4400만개에 이르는 위대한 업적을 달성한 게임이었다. ‘드래곤퀘스트’ 시리즈 역시 7800만개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한 게임이다.

[SQURE ENIX]

■ 스퀘어:에닉스 각각 1 대 0.85 비율 주식교환...현재 시총 7조 대기업

평생을 걸쳐 경쟁을 펼쳐왔던 두 업체가 합병하여 두 회사의 이름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 ‘스퀘어 에닉스(SQUARE ENIX)’의 탄생이다. 스퀘어 에닉스는 2020년 4월 기준 시가총액 6조 9395억원으로 시총 7조에 이르는 대기업이다.

4600명에 이르는 직원과 3조 원에 이르는 자산, 2조 7000억의 매출을 일으키는 게임업계에서도 큰 손으로 두 회사가 합병할 당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핵심 개발자들과 ‘드래곤 퀘스트’ 시리지의 핵심 개발자들은 일본 내에서도 이미 유명 개발자로 이름을 알리고 있었는데 두 회사의 합병으로 일으킬 시너지에 대한 기대가 엄청났다.

두 회사의 합병 당시 스퀘어와 에닉스는 각각 1 대 0.85의 비율로 주식교환을 하는 방식의 합병이 이루어졌고, 에닉스 직원의 약 80%는 이전에 스퀘어의 직원이었다.

합병 이후 새로운 법인의 사장으로 전 스퀘어의 사장 와다 요이치가 사장에 내정되었고 에닉스의 사장 혼다 케이지는 부사장으로 임명되었다.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이자 에닉스의 설립자였던 후쿠시마 야스히로는 그룹 전체 회장이 되었다.

에닉스의 창업자인 후쿠시마 야스히로 회장은 현재 스퀘어 에닉스의 18.80%를 소유하고 있는 대주주다. 그에 비해 스퀘어의 창업자인 미야모토 마사시의 지분은 1.50%로 비교적 낮은 편이다.

[SQURE ENIX 지분율]https://www.hd.square-enix.com/jpn/ir/stock/shareholder.html

2019년 3월 31일 결산 기준 후쿠시마 야스히로 회장은 현재 25.41%였지만 현재 19.80%로 지분률이 낮아졌고 미야모토 마사시의 지분 역시 1.69%에서 1.50%로 낮아졌다. 이는 추가 투자로 인한 지분희석이나 장내매각 등의 사유가 발생된 것으로 실제로는 2019년에 비해 2020년에 외국 법인 등의 지분투자가 전체 41.18%에서 42.51%로 늘어나면서 자연히 후쿠시마 야스히로와 미야모토 마사시의 지분율이 낮아지게 되었다. 외국 법인 등의 스퀘어 에닉스 지분투자는 2004년 4.5%를 시작으로 2005년 12.0%에서 매년 증가하여 현재는 전체 회사의 절반 가량인 42.51%를 소유하고 있다.

‘버블보블’ 게임으로 유명한 ‘TAITO’ 인수...유럽으로 글로벌 확장 기세

2008년 10월 스퀘어 에닉스는 기업 비지니스와 비디오 게임 운영 부문을 분할하여 ‘스퀘어 에닉스’는 지주 회사인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가 되었고 비디오 게임 사업부는 ‘스퀘어 에닉스’라는 새로운 자회사가 되었다.

이름은 같지만 이전 이름의 회사는 지주사로 변경되어 이름도 뒤에 ‘홀딩스’가 붙었고 같은 이름의 새로운 회사는 자회사로 게임 사업 부문을 담당하게 된 것이다.

현재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의 대표이사 사장은 ‘마츠다 요스케(松田 洋祐)’가 맡고 있다. 마츠다 요스케는 이전 대표이사 사장인 요이치 와다의 후임으로 요이치 와다가 실적 부진의 책임으로 사임한 이후 새로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출된 인물이다.

[마츠다 요스케(松田 洋祐)]https://www.hd.square-enix.com/jpn/company/message/index.html

2000년에 스퀘어 에닉스에 이사로 입사하여 2001년부터 대표직을 맡아 수행하던 요이치 와다는 ‘파이널판타지’ 14 이후 악화된 경영 실적으로 스퀘어 에닉스를 떠나고 그 빈 자리는 스퀘어 에닉스 재무부장(CFO)겸 수석 부사장이었던 마츠다 요스케가 맡게 되었다.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는 설립일이 1975년 9월 22일로 표기되어 있는데 이것은 합병 이전 에닉스의 창업일이다. 스퀘어는 에닉스보다 조금 늦은 1983년 10월 창업한 회사인데 두 회사의 합병으로 새로운 합병법인의 설립일은 에닉스의 것을 따른 것이다.

실제로도 에닉스의 지분율이 더 높았고 주요 임원 자리는 에닉스에서 차지하는 등 주식평가 가치나 법인 승계 부분에서 본다면 에닉스가 스퀘어를 흡수합병하는 방식이었는데 회사 이름을 ‘에닉스 스퀘어’라 하지 않고 ‘스퀘어 에닉스’라고 한 이유는 스퀘어 에닉스가 뭔가 발음하기나 어감이 좀 더 좋았고 인수합병되는 스퀘어의 사기를 고려하여 스퀘어를 앞에 두었다고 한다.

[버블보블 (Bubble Bobble)]

스퀘어 에닉스는 합병 이후 내부 조직을 정비하고 바로 2005년 8월 21일 ‘버블보블(Bubble Bobble)’ 게임으로 유명한 ‘TAITO’를 4500억원에 인수했다. 2008년에는 ‘테크모’도 인수하려고 했지만 테크모 쪽에서 거부해서 인수가 실패했고 2009년에는 ‘툼 레이더’ 시리즈로 유명한 ‘eidos interactive’를 인수했다. eidos interactive는 영국의 ‘eidos’와 두마크, 시미스, 빅 레드 소프트웨어가 합쳐져 ‘eidos interactive’가 된 것인데 2005년 3월 22일 SCi 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되었던 회사를 2009년 11월 9일 스퀘어 에닉스가 인수한 것이다. 인수와 동시에 회사 이름을 ‘스퀘어 에닉스 유럽’으로 변경하여 일본과 북미 위주의 시장 공략에서 유럽으로 글로벌 확장의 기세를 올렸다.

■ 스퀘어와 에닉스, 평생 라이벌처럼 보이지만 영역달라 큰 마찰없이 합병

여기까지만 보면 마치 경영난에 시달리던 스퀘어가 한때 잘 나가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의 무리한 시세 확장과 영화 사업의 실패로 경영난에 시달리다 결국 백기투항하고 일생의 라이벌인 에닉스에 흡수합병되어 그 처지가 참으로 비참하게 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회사 이름에도 버젓이 ‘스퀘어 에닉스’와 같이 스퀘어가 살아있고 에닉스의 직원 중에는 스퀘어의 직원도 많았다.

스퀘어와 에닉스는 익히 소문이 있던 것만큼 악화된 사이가 아니었다. 스퀘어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애초에 에닉스의 ‘드래곤퀘스트’와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어서 만들게 된 게임인 만큼 스퀘어가 에닉스를 동경하거나 협력하면 했지 비아냥거리거나 비난하는 일은 사실 거의 없었다.

두 회사는 평생에 라이벌처럼 서로 비교되는 국민 RPG라 불리던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와 ‘드래곤퀘스트’ 시리즈를 두고 경쟁했지만 두 회사가 협력하여 게임을 개발한 적도 많았다. ‘사가’ 시리즈나 ‘크로노 트리거’ 등 몇몇 게임은 두 회사의 개발진들이 서로 왕래하며 기술 교류도 활발하게 했었다.

결국 그렇게 서로 친하게 되면서 후에 있을 인수 합병에서도 비교적 큰 마찰이나 갈등없이 진행될 수 있는 요인이 되었고 초기 주식교환 비율이 스퀘어의 창업자 미야모토 마사시의 강력한 건의로 스퀘어 대 에닉스의 비율 0.81에서 0.85로 변경되는 과정에서의 문제만 있었지만 그조차도 큰 문제없이 진행되었다.

2018년 10월 1일 스퀘어 에닉스는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Square Enix Holdings)로 이름을 변경하고 지주사 체계로 전환되었다. 내부 조직으로는 2019년 기준 총 11개의 사업 부서가 존재하며 이 중 스퀘어의 개발부서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 중 그룹 전체에서 핵심으로 꼽는 콘텐츠는 판매량이나 시장 진출 등의 여러 면에서 수익성이 보장된 ‘파이널판타지’ 시리즈이고 ‘파이널판타지’ 시리즈는 제 1제작부(第1制作部)에서 담당하고 있다. 내부에 개발부서 조직이 스퀘어쪽에 많은 이유는 원래 에닉스는 게임 개발을 전문으로 하던 스퀘어와 달리 출판과 유통업 위주의 퍼블리셔 회사였기 때문이다.

에닉스의 대표 간판 게임인 ‘드래곤 퀘스트’조차도 에닉스 내부에 별도의 개발팀이 존재했던 것이 아니라 총괄 기획만 에닉스에서 진행하고 실제 게임 개발은 외주 작업을 맡기는 식으로 진행하는 등 두 회사의 업무 영역은 판이하게 달랐기 때문이다.

[SQUARE ENIX 사옥]

결국 이런 부분에서도 서로 보완될 수 있는 영역에 대한 합의점으로 인수합병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재 스퀘어 에닉스는 ㈜스퀘어 에닉스 홀딩스를 지주사로 두고 ㈜스퀘어 에닉스, ㈜타이토, ㈜Tokyo RPG Factory, ㈜Luminous Productions, ㈜스퀘어 에닉스 AI & 아트 연금술, ㈜스퀘어 에닉스 비즈니스 지원, 史克威 尓艾 尼克斯 (중국) 互動 과학 기술 유한 회사, SQUARE ENIX PVT. LTD., SQUARE ENIX, INC., Crystal Dynamics, Eidos-Montréal, Square Enix Montréal, SQUARE ENIX LTD.등의 10여개의 자회사를 거느리고 있다.

최근 2020년 8월 6일 개최한 제 1분기 결산 설명회에서 전 세계적인 감염병 코로나 사태로 인한 위락 시설 등의 휴업 등에 따른 22억 2600만엔 (한화 약 250억)을 특별 손실로 계상한 것으로 매출액은 870억엔(한화 약 9,735억원), 영업이익 245억엔, 경상이익 241억엔 등 비교적 괜찮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파이널판타지 7’ 리메이크를 필두로 다시 한 번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자 하는 스퀘어 에닉스 그룹에 행보를 지켜보며 많은 사람들이 즐겁게 할 수 있는 좋은 게임들을 많이 만들어 주기를 바란다.

다음 편에 에닉스 편이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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