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게임들 무더기 퇴출 이후 인도 현지 게임산업 활기

최근 인도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비롯한 중국 모바일게임들을 대거 차단한 사건이 전세계 게임업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인도 모바일게임 시장을 지배하고 있던 중국 게임들이 나가떨어지자 인도는 하루아침에 무주공산이 됐다. 좋아하던 게임을 할 수 없게 된 인도 유저들은 공황 상태에 빠졌고, 중국 게임의 기세에 밀려 힘을 못쓰던 다른 나라 게임사들은 절호의 기회를 잡은 모양새다. 이번 사건의 최대 수혜자는 배틀로얄게임 ‘프리파이어’를 서비스하는 동남아 게임사 가레나(Garena)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인도가 중국 게임을 자국 시장에서 퇴출시키게 된 표면적인 이유는 이용자 개인정보 보호다. 그러나 실제로는 지난 6월부터 이어져온 인도와 중국의 국경 분쟁에 대한 경제 보복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분쟁이 시작된 이후 인도에서는 중국산 제품 불매운동이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중국 관광객에 대한 자발적인 보이콧 선언도 잇따랐다. 인도 정부가 중국에서 만든 모바일 앱 수백개를 퇴출한 데에는 이러한 여론이 반영됐다.

그런데 인도가 감춰놓은 속내가 하나 더 있다. 현재 인도 게임시장은 외산 게임들의 격전지다. 인도 개발사들도 게임을 드문드문 출시하고는 있지만 자국 유저들에게 철저히 외면받고 있다. 자국 콘텐츠가 지배하고 있는 TV, 영화, 음악 등 다른 콘텐츠 산업에서는 보기 드문 현상이다. “할리우드가 현지 영화 산업을 파괴하지 못한 유일한 국가”라며 자부심을 갖고 있는 인도로서는 자존심에 금이 갈만도 하다.

최근 인도는 국가 차원에서 자국 게임산업을 육성하려는 움직임에 나섰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8월 장관들과의 회의 자리에서 “인도는 빠르게 성장하는 게임 분야의 잠재력을 활용하고, 인도 문화에서 영감을 받은 게임을 개발해 전세계 게임 산업을 주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에 중국 게임들을 무더기로 금지한 것도 사실은 자국 개발사들에게 기회를 주려는 정책은 아니었을지 모를 일이다.

[인도 전통 문화를 다룬 인도산 게임 라지: 앤션트 에픽]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이번 사건 이후 인도에서는 게임업계에 투자하려는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지 펀드들은 앞으로 몇 달 안에 20여개의 게임 스타트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왕자영요’를 대체할 수 있는 게임이 있다면 지금이 출시 적기라는 게 펀드들의 설명이다.

인도에서 금지되는 모바일게임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에서 끝나지 않을 전망이다. 중국 텐센트가 인수한 슈퍼셀도 금지 목록 검토 대상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슈퍼셀마저 인도 게임 시장에서 쫓겨나게 된다면 인도산 게임들은 시장에 무혈 입성하게 된다. 과연 인도가 게임산업에서 ‘발리우드’ 신화를 재현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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