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대표, 가상현실 디지털 휴먼다큐 MBC ‘너를 만났다’ 화제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사진=박명기]

[핫피플]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가상현실 디지털 휴먼다큐 MBC ‘너를 만났다’ 화제

“VR(가상현실)과 AI(인공지능)가 따뜻한 기술이었구나.”

혈액암으로 딸을 저 세상으로 보낸 엄마가 가상현실로 다시 만났다. 시청자들의 가슴을 적시며 안방극장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지난달 2월 6일 방영된 MBC의 VR(가상현실) 휴먼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가 연일 화제를 뿌렸다. 방송 다음날 내내 실시간 검색어로도 장식됐고, 방송을 보는 내내 펑펑 눈물을 쏟았다는 시청자의 감동 후일담이 이어졌다. 방송 이후 유튜브 영상도 1802만 693회(3월 4일 현재)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영국 국영방송 BBC 본사에서 MBC와 콘텐츠를 기획한 비브스튜디오스를 찾아와 취재해 갔다. 로이터와 싱가포르 국영방송도 취재를 요청했다. 침체돼 있던 가상현실업계도 '이 방송으로 새삼 주목을 받게 되었다'고, 비브스튜디오스에 감사함을 표했다.

[가상현실 디지털 휴먼다큐 MBC ‘너를 만났다’ 한 장면. 사진=MBC 유튜브 캡처]

게임톡이 창간 8주년을 맞아 VR에서 ‘디지털 휴먼’이라는 장르를 열어나가는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를 만났다. 앞으로 과연 인간과 기계가 정서적으로 소통하면서 ‘치유’나 ‘디지털 소통’으로 나아갈 수 있을까?

■ 세상을 떠난 딸을 불러내는 VR...보는 사람마다 울음바다

엄마가 이제는 볼 수 없는 딸 ‘나연’을 헤드셋을 끼고 다시 만났다. 혈액암으로 세상을 떠난 딸을 불러낸 것은 VR이었다. 네 아이의 엄마였던 장지성 씨는 3년 전 가을, 일곱살이 된 셋째 나연이를 떠나보냈다.

김세규 대표는 TV에서 방영될 때 “나연이가 숨어 있다가 ‘엄마’하고 뛰어오고, ‘엄마, 나연이 보고 싶었어?’했을 때 뭉클했다”고 말했다. 기자도 당시 그 장면을 TV를 보고 있었다. 절로 눈물이 나왔다. 시청자들도 너무 슬퍼서 오열했다는 반응이 이어졌다.

방송 끝 무렵 자막을 통해 콘텐츠 제작자가 기자가 취재한 바 있다는 VR, VFX(특수영상) 기술을 가진 김 대표의 비브스튜디오스라는 것을 알고 기뻤다. 다음날 실시간 검색어뿐 아닌 숱한 사람들로부터 이 방송에 대해 하는 이야기를 들었다. 로이터 통신은 ‘한국의 엄마가 세상을 떠난 딸과 가상현실에서 눈물로 재회했다’고 이 다큐멘터리를 전했다.

[가상현실 속에서 딸을 만난 어머니 장지성씨. 사진=MBC 유튜브 캡처]
[가상현실으로 복원된 디지털 휴먼 나연. 사진=MBC 유튜브 캡처]

김 대표도 뜨거운 반응에 놀랐다. 그는 “지난해 여름 MBC 김종우 PD가 사무실로 찾아와 프로젝트를 제안하면서 시작되었다. 저희 스튜디오 베테랑 이현석 VR 제작 감독이 합류했다. 사실 소재가 무거워 걱정했다. 그래서 수백, 수천 가상스토리를 시뮬레이션해봤다”고 회고했다.

비록 예산은 턱없이 적었지만 제작비를 떠나 무조건 하고 싶었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만들었다. ‘인터랙티브(상호교감)’가 부족하다는 비판도 들었지만 ‘디지털 휴먼’이라는 용어도 만들어졌다.   

그는 “그동안 VR을 게임과 오락으로만 생각했던 이들이 많았다. 방송 이후 댓글 80%가 VR과 AI(인공지능)가 ‘따뜻한 기술’이구나였다. 일반인들도 VR을 친근하고 낯선 산업이 아니라고 받아들이게 되어 기쁘다”며 웃었다.

[MBC ‘너를 만났다’ 김종우 PD(왼쪽), 이현석 VR 제작 감독. 사진=MBC 제공]

■ “잊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 하지만 ‘치유’ 필요한 ‘디지털 휴먼’ 모색

하늘에서 열린 나연이의 생일 축하파티, 다시 만난 나연이의 소원은 “우리 엄마 울지 않게 해주세요”였다. 나연의 엄마는 방송 이후 “웃으면서 나를 불러 주는 나연이를 만나 아주 잠시였지만 너무나 행복한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비록 이 방송은 현실 속 사람처럼 디테일 묘사 등에서 그래픽은 떨어졌지만 ‘디지털 휴먼’ 장르로 확장할 가능성을 높였다.

김 대표는 “VR을 막연하게 뭐지 하던 이들에게 이번에 시각화했고, 그동안 있지만 크게 주목을 받지 못한 ‘디지털 휴먼’ 장르를 이슈화하게 되어 기쁘다. 그리고 일반인도 쉽게 이해하게 된 점도 큰 수확이다. 다음에는 심리치료 전문가와 함께 ‘치유’목적의 사람 치유 콘텐츠를 제작하고 싶다”고 말했다.

[엄마와 딸이 생일 축하를 하는 장면. 사진=MBC 유튜브 캡처]

새 장르 개척을 통해 “살면서 지난 일들을 후회하는 경우가 너무 많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다시 만나는 프로젝트이거나, 아니면 헤어진 아들과 엄마 등 사진이 아닌 동영상으로 추모하는 컨셉을 VR로 만들어 가겠다”고 구체적인 구상을 밝혔다.

“최고 제작비로 최고 콘텐츠를 만들고 싶다”는 이번 방송으로 직원들이 “잘될 것 같다”는 자부심이 상승한 것을 최고의 성과로 꼽았다. 방송 이후 신규채용에 실력자들이 많이 지원해 고무적이다. 또한 건축인테리어업계서 ‘협력하자’는 제안도 이어졌다고 귀띔했다.
 
■ ‘VOLT’로 각종 수상 IP 키우고 싶어...게임 ‘배틀그라운드’ 시네마틱 영상도 참여

그는 2003년 29세 첫 창업을 했다. 처음은 건축인테리어 홍보영상 제작이었다. 광고 분야로 넘어와서 한국 최초 CG(컴퓨터 그래픽)를 활용해 자동차 K9 광고를 했다.

그는 “지금 나연이로 인해 VR에서 ‘디지털휴먼’이 주목받는 것처럼, 저희 광고 방영 이후 자동차에서도 CG광고 영상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 시네마틱 영상도 제작중이다. 컴투스에 이어 펍지의 글로벌 인기 게임 ‘배틀 그라운드’ 영상을 처음으로 시네마틱으로 만들었다”고 말했다.     

[비브스튜디오스는 각 영화제에서 VR상을 3연속 수상했다. 사진= ‘VOLT’ 포스터]

VR분야로 진출한 비브스튜디오스는 ‘VOLT’로 시네퀘스트 영화제 BEST SCI-FI VR상 수상 (USA, 2019), 시네퀘스트 영화제 BEST SCI-FI VR 상 수상(USA, 2017), 선댄스 필름 페스티벌(USA, 2017) VR 영화제에서 3번이나 대상을 탔다.

이 같은 실력을 바탕으로 꿈꾸는 것은 ‘VOLT’ IP(지적재산권)로 풀CG 애니메이션을 제작하는 것이다. 물론 ‘DOCTOR X: PALE DAWN’도 VR FEST 애니메이션 부문 최우수상(USA. 2018)도 수상한 바 있다.  

“‘미니언스’나 ‘토이스토리’는 유아나 전체 대상 애니메이션이다. 비브스튜디오스는 ‘VOLT’ IP로 ‘공각기동대’ 같은 느낌의 사이버 펑크 성인물 애니메이션을 만들겠다. 사실 이 장르는 미국에서만 한다. 아카데미 4관왕을 탄 영화 ‘기생충’이나 빌보드 차트 1위에 오른 ‘방탄소년단(BTS)'처럼 한국 애니메이션으로 미국 시장에서 성공신화를 만드는 회사가 되고 싶다.”

■ 음악 꿈 대신 더 큰 애니메이션 IP 꿈 “한국 마블스튜디오 되고 싶다”

김세규 대표는 ‘끼’가 넘치는 사람이다. 밴드를 만들어 25년째 공연을 하고 있는 음악인이다. 너바나의 ‘커트코베인’을 가장 좋아한다.

그는 음악인으로 “시애틀과 LA에서 공연하는 꿈을 줄곧 꾸었다”. 하지만 그 같은 월드투어는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비브스튜디오스를 통해 북미에 진출하고 싶다.

음악으로 꾼 꿈을 애니메이션과 VR로 현실화하고 싶다는 김세규 대표. 그는 “너를 만났다를 기술적으로만 접근했으면 감동이 적었을 것이다.  VR영화로 쌓은 스토리 제작 경험을 녹여냈던 점이 큰 반응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 ‘VOLT’ IP로 북미시장 첫 성공 애니메이션으로 만들고 싶다는 김세규 비브스튜디오스 대표. 사진=박명기]

그의 꿈은 크고 야무지다. 독창적인 스토리텔링과 고퀄리티 CGI 기술을 기반으로 북미 시장에 진출해 디지털 휴먼의 선두주자가 되고 싶다. 그리고 ‘VOLT’ IP로 첫 성공 애니메이션 사례를 만들고 싶다. 넷플릭스와 아마존, 애플플러스 등 글로벌 플랫폼에서 상영하는 것이 목표다.

“키즈용이 아닌 근미래 애니메이션으로 북미시장에서 통하는 회사가 되고 싶다. 비브스튜디오스로 한국의 마블스튜디오를 꿈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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