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콥터’, ‘심시티 3000’의 실패로 EA에 매각

[Raid On Bungeling Bay (1985 Brøderbund/Nintendo)]
유투브(/watch?v=iw-luCojZdc)

심시티 2000은 출시하자마자 윌 라이트가 기대한 것 이상으로 세간의 주목을 이끌며 다시 한 번 심시티의 신화를 써나가기 시작했다. 이전 심시티에 비해 확실히 세련된 그래픽으로 한 눈에 보기에도 많은 부분들이 혁신적으로 변화 된 심시티 2000 게임은 불티나게 팔려나갔다. 역시 사람들은 땅 속에 사는 개미 보다는 한 도시를 호령하는 시장이 되고 싶어했다. 심시티 2000의 대성공으로 한껏 자신감에 부푼 윌 라이트는 자꾸만 욕심이 들기 시작했다. 심시티는 부정할 수 없는 성공의 아이콘이었고 윌 라이트에게는 자신감의 원천이자 MAXIS 입장에서도 회사 성장의 핵심 동력원이었지만 그런 윌 라이트에게도 풀지 못한 숙제처럼 늘 가슴 한 켠을 무겁게 짓누르는 지난날의 흑역사가 있었다.

바로 반 겔링만의 습격이라는 게임이었다. 지금은 심시티 시리즈로 승승장구하며 게임 개발자로서의 위상과 명예 그리고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모든 것을 얻었지만 윌 라이트가 평소 자주 하고 다니던 말이 본인 스스로에게 빠져나올 수 없는 덫이 되었다. ‘게임은 단순한 놀이문화가 아니다.’ 라는 말을 입증하며 심시티 시리즈를 통해 기존의 게임들이 지녔던 단순한 폭력성과 선정성 등에서 한참 멀리 떨어져 있는 포지션을 취하고 있었지만 그가 처음으로 개발해서 기대 이상의 수익을 거두었던 게임 ‘반 겔링만의 습격’은 자신이 멀리 하던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반 겔링만의 습격은 애초에 지금의 자신이 말하고 다니는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고 자신이 배척하고 멀리 떨어트려 놓은 ‘단순한’ 슈팅 게임에 불과했기 때문에 늘 이 게임이 자신에게 꼬리표처럼 따라다니며 괴롭히고 있었다.

[Raid On Bungeling Bay (1985 Brøderbund/Nintendo)]
유투브(/watch?v=iw-luCojZdc)

윌 라이트에게 그의 첫 작품 ‘반 겔링만의 습격’은 게임 업계 신입이자 무경력자였던 윌 라이트가 게임 업계로 자리 잡을 수 있게 해준 고마운 게임이었지만 반대로 말하면 그가 애초에 만들고자 했던 자신만의 게임세계와는 한참이나 거리가 멀었던 게임이었다.

게임이 단순한 놀이가 아니라 그 이상이 되기를 바랬던 윌 라이트에게 반 겔링만의 습격은 두고두고 후회하는 애증의 대상이기도 했다. 심시티 2000의 성공으로 윌 라이트는 이제 자신 스스로 자초했던 불명예스러운 일을 자신 스스로가 납득할 수 있는 변화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바로 반 겔링만의 습격을 심시티와 결합하는 것이었다. 언뜻 보기에 두 게임은 전혀 다른 성질의 게임이기 때문에 합쳐진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 보이지만 반 겔링만의 습격은 헬리콥터를 타고 도시 위를 날아다니는 게임이었다. 심시티에서도 항공기가 등장하고 공항도 있고 기본 인프라는 구축 되어 있었기 때문에 아예 접점이 없는 것도 아니었기에 윌 라이트는 이 부분에 착안하여 두 게임을 합쳐보고자 했다. 애초에 반 겔링만의 습격이라는 게임을 만들게 된 계기가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을 해보고 충격을 받아 자신도 저런 게임을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시작이었는데 플라이트 시뮬레이터라는 게임은 개인이 그저 마음만 먹는다고 어떻게 만들어 볼 수 있는 수준의 게임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고 비슷하게 항공기를 소재로 하는 간단한 게임이라도 만들어보고자 했던 것이 반 겔링만의 습격이었다.

반 겔링만의 습격은 단순히 도시 위만 헬리콥터로 날아다니는 것으로는 무언가 부족했기 때문에 쏘고 부셔야 할 적 캐릭터를 설정했고 브러더번드에 게임을 소개하러 갔을 때에도 브러더번드에서 단박에 이 게임을 출시하기로 결정한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부분이었다. 쏘고 부숴야 할 대상이 분명하고 명확했기 때문이었다. 그 이후 브러더번드에 심시티를 소개했을 때 출시를 거부한 이유도 마찬가지 이유였다. 심시티에서는 쏘고 부숴야 할 대상이 명확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여러 인터뷰에도 나오지만 윌 라이트에게 반 겔링만의 습격은 결코 자랑스러운 게임이 아니었다. 그리고 이 게임에 대해서도 거의 언급하는 적이 없었다. 비록 경제적으로 성공을 안겨다 주었고 많은 플랫폼으로 이식되어 인기도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도 윌 라이트를 계속 괴롭힌 것은 게임에 ‘쏘고 부숴야 할 대상’이 존재한다는 점이었다. 그것이 게임의 인기비결이었지만 윌 라이트에게 그 인기비결은 바로 자신에게 향하는 비수와도 같았다. 그래서 반 겔링만의 습격 이야기만 나오면 감정이 복잡해지고 자신에게 죽을 때까지 따라붙는 불명예스러운 꼬리표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윌 라이트는 그것을 심시티의 다른 콘텐츠로 확장된 개념을 새롭게 만들면 무거웠던 마음이 한결 나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새로운 게임을 기획하기로 했다. 이것이 바로 ‘심콥터’의 탄생이 되는 계기가 되었고 심콥터 게임은 심시티 2000과 연동되어 심시티 2000으로 만든 도시 위를 자유롭게 비행 할 수 있도록 구성되었다. 윌 라이트 자신 스스로가 져야 했던 굴레의 속박을 스스로 벗어 던질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그리고 불명예스러운 지난 날의 잊고 싶은 기억에서 심시티 세계관에 엮을 수 있는 하나의 주요 콘텐츠로 확장하는 것을 통해 모든 게임이 일관되게 윌 라이트의 신념과 연결될 수 있는 구심점을 갖게 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기 때문에 윌 라이트는 심시티로 만든 도시 위를 헬리콥터를 타고 직접 비행하며 체감한다는 핵심에 집중했다.

[SIMCOPTER]
유투브(/watch?v=FRd3A2BsCxs)

심시티에서는 거시적인 관점에서의 도시 경영과 정치를 하는 정치가로서 시장의 임무를 부여받았지만 심콥터 게임은 보다 구체적이고 세밀한 단계에서 도시를 체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도시 안에 극히 일부분의 영역에 해당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헬리콥터를 조종하는 파일럿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화재나 지진 등의 사고에 직접적으로 대면하는 상황을 만들었다. 심시티에서는 사고가 발생해도 단순히 피해규모나 액수 등에 따른 수치적인 부분만 보여주고 말지만 심콥터에서는 직접 그 현장에 뛰어들어 재난 구조 활동이나 진압 활동 등을 펼치며 도시의 안전과 평화를 위해 힘쓰는 개인의 입장에서 게임을 진행함으로써 직접적인 체감을 통해 보다 더 무게 있고 진중한 도시 생태계의 일원으로서의 생생한 현장감을 느껴볼 수 있었다.

심콥터 게임에서 주인공 파일럿이 해야 하는 일들은 크게 화재진압이나 범죄, 폭동, 구조, 의료, 교통 정리, 운송 등이 있다. 심콥터의 게임상 설정에는 헬리콥터를 모는 파일럿이 ‘시장’으로 되어 있지만 게임 내에 온갖 굳은 일을 도맡아 하다 보면 자신이 시장이라는 사실을 망각하게 된다(무슨 시장이 하루 종일 헬리콥터만 타고 불 끄러 다니고).

[SIMCOPTER]
유투브(/watch?v=FRd3A2BsCxs)

심콥터에는 본격 헬리콥터 게임답게 다양한 종류의 헬리콥터가 등장하는데, 평소에 자주 보던 헬리콥터부터 군용 공격 헬리콥터 AH-64 아파치 까지 준비되어 있다. 심콥터는 사실 제대로만 만들어졌다면 역사에 길이 남을 또 하나의 게임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심콥터는 시작부터가 잘못된 길로 들어선 게임이었다.

윌 라이트 개인에게는 반 겔링만의 습격 이후 헬리콥터를 소재로하는 자신의 신념이 제대로 표현 된 게임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었고 MAXIS 회사 입장에서는 투자자들의 경영 간섭에 의한 무리한 일정으로 진행되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심시티를 처음 개발할 때만 해도 제프 브라운과 함께 그의 아파트에서 숙식을 해결하며 가난하고 고달픈 영세 게임개발자로 지냈지만 어찌 보면 그 때가 더 자유롭고 행복했다.

심시티 2000이 개발되기 전 투자를 해 준 투자자들이 심시티 2000이 대성공을 거두자 IPO(Initial Public Offering, 기업공개)를 통해 주식을 공모하라는 제안을 한다. IPO란 아직 주식 시장에 상장하지 않은 비상장기업의 주식을 증권시장에 공식적인 거래를 할 수 있도록 상장을 하기 전에 외부 투자자가 공개적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있도록 기업이 보유 주식과 경영 상태 등을 시장에 공개하는 것이다. 이를 통해 대규모의 자금 조달이 가능해지며 투자자들의 투자 지분에 따른 자산 증가가 가능하기 때문에 초기 투자자들은 어느 시점에서 기업이 성과를 보이면 기업공개를 요청하기도 한다.

지극히 투자자들의 입장에서만 본다면 IPO는 투자자금 회수라는 측면에서 효과적이고 확실한 방법이지만 반대로 기업의 입장에서는 경영권의 분산이라던가 시장에 따른 회사의 주가변화도 회사 운영에 영향을 주기 때문에 무조건 장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보통의 비상장 주식회사들은 기업공개를 하기 전에 공모주 발행 가격(공모가)을 정할 때 IPO를 주관하는 증권사와 회계법인 등이 주식의 적정 가격을 책정하게 되는데 이 과정을 ‘벨류에이션’이라 한다.

이 때 회사의 기본 자산이나 제품의 가치 등을 평가하게 되는데 투자자들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심시티 2000이 대성공을 거둔 이 때야 말로 기업공개를 할 절호의 기회였던 것이다. (다음 게임이 다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으니..) 쉽게 얘기해서 1주의 주식을 1,000원에 산 투자자가 회사의 실적 향상으로 기업공개를 통해 공모주 청약을 받는다고 할 때 기업의 가치를 평가하여 1주당 가격이 3,000원에 책정되었다면 10억을 투자한 투자자는 30억의 자산가치 증대의 효과가 있는 것이다.

[MAXIS - IPO]
https://executivetechnology.wordpress.com/

물론 여러 복잡 다단한 과정이 있지만 극단적으로 쉽게 얘기하면 그런 과정을 통해 투자자들의 투자금액이 적게는 수 배 많게는 수십 배 이상으로 불어나기 때문에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적정 시점에서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가 상장하여 투자금 회수를 하는 것에 신경을 쓸 수 밖에 없고 MAXIS의 투자자들 역시 심시티 2000이 대성공을 거둔 지금이야 말로 기업공개를 통해 회사를 주식 시장에 상장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물론 투자자들과 협상해 볼 수도 있었지만 애초에 MAXIS의 투자조건에 포함된 내용이었기 때문에 이행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결국 MAXIS는 1995년 5월 24일 기업공개를 했고 4,800만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 지금 환율 기준으로 한화로는 약 562억원 정도의 금액이다. 단 둘이 허름한 아파트에서 시작한 회사치고 몇 년 사이에 이 정도 가치를 평가 받았다는 것은 대단한 일이었다. 문제는 MAXIS가 주식 시장에 상장한 이후로 투자자들의 간섭이 더욱 심해졌다는 점이다. 1년에 무려 4개 이상의 게임을 출시 해야 한다는 강제이행 조항도 투자조건에 포함되어있었기 때문에 MAXSI에서는 어쩔 수 없이 말도 안 되는 무리한 일정을 소화해낼 수 밖에 없었다.

이 때 1년에 4개 이상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때에 만들어진 게임이 심콥터였다. 1996년 1년 동안에만 MAXIS에서는 심콥터, 심파크, 심튜스, 풀 틸트 핀볼 등 약속대로 4개 이상의 게임을 개발하여 출시했지만 하나의 게임을 제대로 만들기도 쉽지 않는 마당에 여러 개의 게임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되다 보니 개별 게임에 투자되는 개발력은 형편없는 수준이었다. MAXIS의 개발자들은 투자자들의 무리한 요구조건에 맞추다 보니 너나 할 것 없이 몸도 마음도 쇠락해져 갔고 이탈자도 급속히 늘어만 가고 있었다. 이래서는 제대로 된 게임을 완성한다는 것 조차 힘든 상황이었지만 어떻게든 출시 약속은 지켜냈다.

하지만, 이 때 개발 된 심콥터는 제대로 된 개발 프로세스와는 한참 모자란 무리한 일정으로 버그 투성이의 반 쪽짜리 게임으로 출시되었다. 게다가 심콥터에는 무리한 개발일정에 분노한 개발자가 심어놓은 이스터 에그가 문제가 되면서 게임의 판매율이 급속도로 하락했다. 당시 MAXIS에서 심콥터 개발팀에 있었던 Jacques Servin이 등장하는 캐릭터들을 모두 게이(동성애자)로 바꿔버리고 서로 키스를 하는 장면을 넣었던 것이다. 특정 날짜(자신의 생일, 13일의 금요일 등)에 이런 이벤트가 진행되도록 게임 안에 몰래 숨겨놓았고 이미 5만장이라는 판매가 된 시점에서 이 문제가 발견되어 Jacques Servin는 MAXIS에서 해고되었고 게임들은 전량 회수되었다. 이런 일은 심각한 범법행위였지만 당시 MAXIS에서는 주당 근무시간이 60시간이 넘는 것은 기본이고 휴일 근무도 진행되고 휴가도 모두 반납해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때의 실패로 MAXIS는 200만 달러의 적자를 기록하고 이 금액은 회사 가치의 절반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회사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놓이고 이 때 만들어진 게임들은 MAXIS 최악의 게임이라는 평가와 함께 시장에서 참패를 거듭하고 있었다. 예전 심어스, 심앤트 시리즈 때와 마찬가지로 MAXIS가 다시 살아날 길은 심시티 밖에 없었다. 이미 심시티 2000으로 심시티 시리즈만은 성공작으로 자리매김 했고 더 이상 다른 류의 게임들은 출시해도 의미가 없었다. MAXIS는 결국 위기의 순간을 극복하기 위해 새로운 버전의 심시티 개발을 진행하기로 했다.

심시티의 3번째 버전은 그렇게 회사가 언제 문을 닫게 될지 모르는 위기의 순간에 시작되었다. 1989년 심시티를 시작으로 1993년 심시티 2000에 이어 후속작은 심시티 3000으로 명명되었다. 심시티 3000은 당시의 시대적인 흐름을 타고 본격 3D 게임으로 출시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보통의 3D 게임과는 달리 심시티의 세계에서는 구현되어야 할 오브젝트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았다. 도로 위에 표지판부터 신호등과 길거리에 간판과 우체통, 전화 부스 등 실제적인 도시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다른 3D 게임과는 그 구성요소의 수량부터가 달랐다.

당시 기준으로 심시티 3000의 풀 3D 구현을 시뮬레이션 해본 결과 메인프레임 급의 슈퍼컴퓨터 정도의 성능이 필요하다는 결과에 심시티 3000의 개발팀이 할 말을 잃었을 정도였다. 일단 개발이 시작된 이상 이제 와서 뒤집어 엎기도 곤란한 상황이었고 결단을 내리지 못 한 상태에서 E3 게임쇼에 나갔지만 결과는 처참한 대실패였다. 사람들의 악평에 따라 투자자들의 투자자본 회수 등 MAXIS의 경영 위기는 날로 더해만 갔다.

[SimCity 3000]
유투브(/watch?v=ll8R1oNNNUE)

회사가 이제 심시티 2000을 마지막으로 작별을 고해야 하는 그 순간 그들이 찾아왔다. 모든 것을 집어 삼킨다는 조롱을 듣기도 하지만 여전히 건재한 Eat All, EA(Electronic Arts)였다. 결국 MAXIS는 백기 투항하는 수 밖에 없었고 EA에 회사를 1억 2,500만 달러에 매각하는 것에 합의했다. 윌 라이트 자신은 이 합병으로 인해 1,500만 달러의 주식가치를 인정받게 되었다. 윌 라이트 개인으로는 나쁘지 않은 거래였지만 MAXIS는 이미 회사를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으로 240여명의 직원 중 40%에 달하는 100여명을 정리 해고한 뒤였다. 그나마 심시티 2000이 아직도 팔리고 있어서 회사는 간신히 연명하고 있는 중이었다.

[EA]

MAXIS의 주가는 날이 갈수록 폭락하고 있었고 이 당시 윌 라이트가 받았던 심적 부담과 스트레스는 엄청난 것이었다. 그 당시 MAXIS는 어느 회사라도 인수하겠다는 제안이 오면 거절 할 여력조차 남아있지 않은 상황이었다. EA는 비록 현재 망해가고 있는 MAXIS지만 자신들의 경영관리로 직접 운영하면 기존에 쌓았던 심시티 시리즈를 기반으로 재성장의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에 1억 2,500만 달러라는 거금으로 회사를 인수했다. 거금을 들여 MAXIS를 인수한 EA에서는 즉각 심시티 3000 프로젝트를 재검토했다. EA의 검토결과 역시 절망적이었고 EA는 심시티 3000 프로젝트를 전면 수정하기로 한다. 기존에 제작되었던 코드를 전량 폐기하고 3D를 버리고 2D로 회귀하는 내용으로 심시티 3000은 처음 계획한 내용과 전혀 다른 새로운 게임으로 바뀌어 있었다.

하지만, 심시티 3000의 개발은 순탄하지 못했다. MAXIS는 경영악화의 위기를 타개하고자 이미 전 직원의 40% 이상이 정리해고 된 상황이었고 회사의 주인도 바뀌어 버리는 등 회사의 상태가 날이 갈수록 엉망이 되어 가고 있었다. 이제는 거의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MAXIS 내부의 분위기는 엉망이었고 EA가 MAXIS를 인수하고 아직 체제가 정비되지도 않은 어수선하고 혼란한 틈을 타 최악의 게임 리스트에 항상 순위를 다투는 MAXIS 최악의 망겜 ‘스트리트 오브 심시티(Streets of Simcity, 1997)’가 출시되었다. 심콥터가 심시티 2000으로 만든 도시 위를 헬리콥터를 타고 비행하는 게임이라면 스트리트 오브 심시티는 심시티 2000으로 만든 도시의 도로를 질주하는 게임이었다.

[Streets Of Simcity]
유투브(/watch?v=S7NypMeyJ-M)

만약에 성공했다면 지금의 GTA가 되었을지도 모를 이 게임은 온갖 버그와 엉망인 게임 시스템으로 MAXIS에서는 내부에서 언급조차 금기시되는 게임이 되었다. 하늘이 차를 날아가는 것은 예사이고 게임 내의 모든 시스템들이 엉망진창이었다. 심콥터와 같은 엔진으로 만들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엉망인 이 게임은 한 때 게임 이름의 약자로 SOS로 불리면서 게임 팀 내부에서 위기의 MAXIS를 구원해 줄 구원투수라 자처했지만 결론적으로 이 게임은 만루 역전 홈런을 허용하며 MAXIS의 위기를 가중화시키는데 큰 역할을 했다. 이제 MAXIS는 막장상태였고 EA는 서둘러 긴급 복원수술을 진행하지 않으면 MAXIS의 호흡은 오늘 당장이라도 멈추게 될 판이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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