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타리를 인수했지만 아타리에 동화된 비운의 회사

[ATARI]
이미지 – 구글검색 ‘아타리’

인포그램즈 엔터테인먼트(Infogrames Entertainment)는 게임회사 중에 비교적 많이 알려진 이름은 아닌데 설립년도는 1983년으로 꽤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20년 뒤인 2003년에 ‘아타리’로 사명을 개명했는데 인포그램즈코리아㈜도 사명을 아타리코리아㈜로 변경했다.

인포그램즈 얘기를 하면서 뜬금없이 아타리 얘기를 하는 이유는 이 두 회사가 아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검색엔진에서 아타리 회사 정보를 검색해보면 미국의 비디오 게임회사라고 소개하고 있으면서 본사는 프랑스 파리에 있다고 되어있다. 미국에 있는 회사가 굳이 본사를 외국에 두는 경우는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만 아타리는 미국에서 시작한 회사였다가 현재는 프랑스의 회사이기 때문에 그렇게 일반적이지 않은 모양새가 된 것이다. 모기업에는 모기업: Ker Venture, LLC, 아타리 SA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서 ‘아타리 SA’가 바로 인포그램즈와 관련이 매우 많다.

[인포그램즈]
이미지 – https://www.incruit.com/company/1040782/

아타리는 익히 아시다시피 ‘아타리 쇼크’ 사건으로 몰락 한 뒤 인포그램즈가 IP(지적 재산권)을 사들이면서 인포그램즈에 인수 된 적이 있다. 이 때 회사 이름도 인포그램즈에서 ‘아타리 SA’로 변경했었는데 정확히는 ‘인포그램즈 엔터테인먼트, SA(Infogrames Entertainment, SA)’ 줄여서 ‘IESA’가 ‘아타리 SA’로 이름을 변경한 것이다. 두 회사 모두 회사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있는 SA라는 말은 프랑스어로 ‘Société Anonyme’라는 의미로 우리말로 하면 ‘유한회사’라는 뜻이다.

아타리는 1972년 창업자 놀란 부쉬넬이 미국에서 창업한 회사로 비디오게임 업체 중에서는 가장 역사가 오래 되었고 1세대게임업체 중에서도 대선배격인 회사이다.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기록되어 있는 ‘퐁(PONG)’의 인기로 전세계적으로 유명해지면서 회사 이름도 아타리 주식회사에서 아타리 코퍼레이션으로 변경했다가 인포그램즈에게 회사의 경영권이 넘어가면서 회사 이름이 ‘아타리 SA’가 되고 국적도 미국에서 모회사인 인포그램즈의 국적인 프랑스로 변경되었다.

[IESA가 ATARI가 되기까지]
이미지 – https://www.atari.com/

즉, 지금의 아타리는 1972년 창업한 아타리가 그대로 이어져 온 것이 아니라 중간에 여기저기 인수합병 되면서 이름뿐인 껍데기만 남고 결국 2001년 인포그램즈에 의해 인수되면서 인포그램즈 그룹 산하에 인포그램즈와 인포그램즈 인터랙티브가 2003년 회사 이름을 아타리와 아타리 인터랙티브로 변경한 이후 2009년 본사의 이름까지 아타리(ATARI, SA)라는 현재의 이름으로 바꾼것이다.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면 주인공이 불의의 사고를 당한 누군가의 사고 소식을 감추고 남의 신분증을 훔쳐 이름을 대신 쓰면서 마치 그 사람인 듯 살아가는 그런 모습이다.

아타리는 아타리 게임즈라는 이름으로 2003년까지 미국의 국적으로 존립하다가 2003년 인포그램즈에 회사가 인수되면서 프랑스 국적의 인포그램즈라는 회사 소속이 되었고 인포그램즈는 미국의 아타리 회사를 인수한 이후 자신들의 회사 이름이나 로고보다 더 많이 알려져 있는 유명한 아타리의 이름과 로고를 사용하게 되었던 것이다.

[인포그램즈코리아㈜]
이미지 – https://www.incruit.com/company/1040782/

인포그램즈의 한국 지사인 인포그램즈코라이㈜ 역시 아타리코리아㈜로 이름을 변경하기 전까지 아타리의 로고를 사용했었다. (꽤나 복잡한 사정이다). 그리고 이 인포그램즈코리아㈜역시 나중에 사명이 반다이남코 파트너즈 코리아로 변경되게 된다. (더 복잡한 사정이다).

[초창기 로고]

인포그램즈의 초창기 시절에는 컬러풀한 로고를 사용했었는데 세월이 흐르면서 몸통의 색도 빠지고 살도 빠져서 선으로만 간결하게 그려진 로고를 사용했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마치 살을 발라내고 뼈만 남았다고 했다). 로고에 그려져 있는 동물은 ‘아르마딜로’라고 하는데 청각과 후각이 매우 뛰어나 땅 속의 먹이를 냄새만으로도 찾아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인포그램즈라는 회사는 수 없이 많은 회사를 인수합병하면서 지적재산권이나 회사의 경영권을 사들이면서 자체 개발보다는 유통과 판권확보롤 통해 사업을 영위했는데 회사의 업무와 딱 맞는 동물 캐릭터가 아닌가 싶다.

앞서 말한 것처럼 현재의 아타리는 인포그램즈가 이름을 바꾼 것이다. 원래의 아타리는 1972년 미국에서 창업 후 ‘퐁’ 이라는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히트를 했고 1976년 워너 미디어의 전신인 워너 커뮤니케이션즈에 의해 2,800만달러에 인수 된 이후 아타리 2600을 출시하고 게임산업을 미국의 새로운 산업의 분야로 확장하고 성장 시키는데 큰 공헌을 했다.

아타리라는 회사로 인해 미국에서는 게임산업이라는 것이 하나의 산업으로 인정받고 막대한 자본과 거대한 시장으로 헐리웃 영화에 버금가는 강력한 엔터테인먼트 산업매체로 군림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1983년 아타리 쇼크라는 전대미문의 재앙으로 인해 게임산업 자체가 뿌리째 뽑혀 나갈 위기의 순간을 맞이하면서 아타리의 가세는 급속도로 기울게 되었고 게임산업 전체가 고사 직전에 놓일 뻔한 적이 있었다. (아타리편에서 자세히 기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타리는 끝까지 파산하지 않고 굳건하게 버텨냈다. 그래도 간신히 숨만 쉴 뿐 살아있다고 하기에는 이미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고 경영악화와 사업부진의 이유로 그 뒤로 회사의 주인이 여러 차례 바뀌면서 경영주체나 사업 분야가 수시로 변경 되는 등 고된 길을 걷게 되었다.

1982년 연말에 시작된 조악한 품질과 과열된 판매경쟁으로 시작 된 아타리 쇼크는 결국 1983년 인류 대재앙처럼 전 세계를 강타했고 전년도 30억 달러에 달했던 비디오 게임 시장이 불과 1년도 안 되 1억 달러 까지 규모가 쪼그라들면서 공룡멸종 이상의 충격을 안겨주었다. 이미 엉망진창이 되버린 회사를 되살릴 길은 보이지 않았다.

[Atari - Jack Tramiel]
이미지 – https://www.thetimes.co.uk/article/jack-tramiel-3z5s2tsjrlx

그렇게 망가진 회사를 1984년 7월 Tramel Technology, Ltd.(줄여서 TTL)라는 회사에서 아타리의 모기업이었던 워너 커뮤니테이션으로부터 사들이게 된다. Tramel Technology, Ltd.는 창업자 ‘Jack Tramiel’의 이름을 따서 만든 회사로 Jack Tramiel은 코모도어의 창업 멤버이기도 하다. 공동 창업자였던 Irving Gould와의 불화로 코모도어를 떠나 자신의 이름을 딴 새로운 회사를 창업한 것이 Tramel Technology, Ltd.이다. 새로운 회사를 만들고 시작한 일은 Atari Inc.의 하드웨어 사업부 부문을 인수하는 일이었다. Jack Tramiel은 당시 아타리의 하드웨어 부문을 인수하여 코모도어에 대항할 새로운 컴퓨터를 만들기를 원했다.

그렇게 회사를 매수하고 TTL이라는 회사이름도 Atari Corporation으로 변경했다. ‘THE NEW ATARI’라는 슬로건 아래 Motorola의 MC68000 CPU를 기반으로 한 16/32 비트 Atari ST 컴퓨터를 생산하여 전문 음악시장에서 인정받으며 승승장구 했지만 이 때 아타리의 하드웨어 사업부문과 소비자부문을 인수하면서 TTL은 900명의 직원 중 거의 전원에 달하는 800명을 해고해 버렸다. Jack Tramiel에게 필요했던 것은 아타리의 게임 사업이 아니라 컴퓨터 하드웨어 사업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시 아타리의 게임 소프트웨어 사업 부문은 일본의 남코(NAMCO)가 가져갔다. 남코는 이미 1974년에 이미 ‘아타리 재팬’을 인수한 상태였고 1985년에 인수한 것은 아타리의 아케이드 게임 사업부였다. 하지만, 남코에 인수 된 아타리 게임사업부는 1986년 남코의 지분들 매입하여 독립회사로 출범하게된다. 이것이 아타리 게임즈(ATARI Games Corp.)의 시작이다. 아타리 게임즈는 다시 1993년 타임 워너 그룹에 인수되어 타임 워너 인터랙티브의 자회사가 되었지만 1996년 타임 워너가 게임 사업에서 손을 떼면서 미드웨이의 모기업인 ‘WMS 인더스트리’에 매각했다.

아타리의 하드웨서 사업부문을 인수했던 Tramel Technology의 Atari ST는 초기 좋은 성과를 냈지만 결국 IBM PC에 밀리면서 시장에서 사라지고 회사의 재정이 위태로워진 TTL은 결국 1996년 JTS에 회사를 매각하게 된다. JTS는 아타리를 매수한 이후에 인수에 필요한 소수의 인력만을 남기고 남은 인원 전원을 정리해고해버렸다. (이미 TTL에서 한 번 대량으로 정리했는데..) 때문에 현재의 아타리는 이름만 아타리일뿐 그 내용은 새롭게 채워진 전혀 다른것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불과 2년 뒤인 1998년 JTS 마저 자금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해즈브로에게 500만 달러라는 가격으로 ATARI의 브랜드와 IP(지적재산권)를 매각해버리고 1999년 2월 28일 파산해버리고 만다. (아타리 가진자 파산하리라) JTS는 ‘Jugi Tandon Storage’라는 이름의 회사로 JTS Corporation 또는 JTS Corp 및 JTS 라고도 하는데 미국 캘리포니아 산호세에 본사를 둔 하드웨어 회사이다. JTS는 회사 이름에 Storage(스토리지)라는 단어가 들어가는 것처럼 주로 PC용 하드 드라이브를 제조하는 업체였는데 현금흐름이 거의 없던 JTS는 아타리를 인수한 이후에도 아타리의 악성재고 ‘재규어’ 게임기를 처분하지 못하고 결국 얼마 남지 않는 돈마저 모두 소비하면서 회사의 운이 다하게 된다.

해즈브로는 아타리의 권리를 자회사였던 해즈브로 인터랙티브에 맡겼다. 하지만, 이것도 오래가지 못하고 2001년 1월 드디어 프랑스의 인포그램즈에 해즈브로 인터랙티브가 매각되면서 지금의 아타리가 되었다. 해즈브로는 미국의 장난감회사이자 보드 게임 개발 회사이다. 익히 알만한 모노폴리나 인생게임, 클루(CLUE), 젠가, 배틀쉽 등 유명한 게임들을 많이 만들었다. 또한 ‘트랜스포머’완구 제작사로도 유명한 회사이다.

이 인수합병으로 인포그램즈는 당시 아타리에 소속 되어 있던 게임들의 판권까지 함께 사들였는데 이 때 판권을 획득한 것이 ‘롤러코스터 타이쿤’이다. 그 이후 롤러코스트 타이쿤 시리즈는 ‘인포그램즈’의 이름으로 유통되었다가 현재는 아타리라는 이름으로 유통되고 있는 중이다. 보통 회사를 인수하게 되면 이전 회사의 이름은 사라지거나 사업부 정도로 남아 있거나 별개의 브랜드를 사용한다고 해도 모기업의 이름은 그대로 존속하기 마련인데 인포그램즈는 자신들의 이름을 버리고 ‘아타리 SA’라는 이름으로 사명을 변경했다. (마치 TTL이 Atari Corporation으로 변경한 것처럼)

반면에 2009년 아타리의 유럽 지사와 아시아 지사를 매입한 반다이남코 게임즈는 아타리라는 이름을 전부 지워버렸다. 이전 아타리/인포그램즈코리아를 인수하면서 ‘반다이남코 파트너즈 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회사 이름을 변경했다. 인수하기 이전 이미 2008년 10월부터 아타리 그룹의 전체 지분 중 34%를 반다이남코 게임즈가 사들였고 이 때의 지분 인수건으로 아타리는 반다이남코 게임즈와 전략적인 제휴를 맺게 된다. 아타리는 이 제휴로 아시아 전 지역의 반다이남코 게임 타이틀에 대한 유통/판매권을 확보하게 되었다.

하지만 1년 뒤 2009년 7월 반다이남코 게임즈는 아타리 그룹의 나머지 전체 지분 66%를 모두 인수해 버리고 이로써 아타리 그룹은 미국의 본사를 제외하고 유럽과 아시아 전 세계의 아타리 지사가 반다이남코 게임즈에 손에 쥐어진 것이다. 그리고 이 때 아타리코리아㈜, 인포그램즈코리아㈜ 모두 반다이남코에 인수되어 회사 이름도 ‘반다이남코 파트너즈 코리아’로 변경되었다.

[남코 – OUR HISTORY]
이미지 – http://www.namcoentertainment.com/about/our-history

반다이남코도 꽤나 복잡한 집안인데 한국에는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주식회사'와 '반다이남코코리아 주식회사'의 두 개의 회사가 존재하고 있다. 이 중 반다이남코 엔터테인먼트 코리아 주식회사가 아타리와 관련이 깊은데 일본의 아타리 재팬을 인수한 것이 바로 남코였다. 그 당시 세가가 제안했던 5만 달러라는 인수금액보다 무려 16배가 많은 80만 달러를 제시했던 남코는 주변에서 모두 미쳤다고 했지만 결국 50만 달러로 인수에 성공하여 남코가 본격적으로 비디오 게임 시장에 진출하는 계기가 되었고 현재 남코의 위상을 본다면 당시 무리한 자금을 동원가면서까지 추진했던 아타리 재팬의 인수는 남코에 있어 신의 한 수였다고 볼 수 밖에 없다. 지금도 남코의 역사 박물관 페이지에 보면 자신들의 히스토리 내용에 1974년 아타리 재팬(ATARI JAPAN)을 사들인 것에 굉장히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 같다. 반다이남코의 세상 복잡하고 어지러운 이야기는 게임별곡 남코편(https://www.hankyung.com/it/article/201708086676v)을 보면 자세히 나와 있다.

[ATARI]
이미지 – https://www.atari.com/

당시 게임별곡 남코 편을 쓸 때만 해도 아타리 홈페이지는 공사중(‘Coming Soon’)이라는 화면만 떠 있었는데 현재는 아타리(구 인포그램즈)의 홈페이지가 오픈되어 있다. 홈페이지에 보면 ‘롤러코스터 타이쿤’ 시리즈를 주력으로 다양한 게임들을 소개 하고 있다.

인프로그램즈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 되는데 정작 본 이름인 인포그램즈 보다는 워너 커뮤니케이션즈(타임 워너 그룹), TTL, 남코, 반다이, 아타리 같은 다른 회사들의 이야기가 더 많을 만큼 이들의 관계는 얽히고 설켜 복잡하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있다.

[ATARI & BANDAI]
이미지 – https://www.atari.com/

아타리와 반다이 두 회사의 로고만 보아도 비슷한 부분을 발견할 수 있는데 원래 처음 시작했을 당시의 로고가 변형되면서 두 회사의 로고는 누가 봐도 딱 같은 계열사 같은 느낌을 주기에 충분하다. 빨간 귀퉁이 라운드 네모 박스 안에 하얀색 글자로 써 있는 회사이름을 보면 안에 글자만 다를 뿐이지 디자인 도용을 했다고 의심 할 수 있을 정도로 두 회사의 로고는 닮아있다. 어차피 그 회사가 그 회사고 그 사람들이 그 사람들인 동네라서 새삼스럽게 놀랄 것도 없지만 미국의 아타리와 일본 업체 반다이, 남코와의 긴밀했던 과거 지난날들의 영광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아타리는 미국의 회사였지만 회사 이름부터가 바둑 용어인 'アタリ(아타리 - 단수, 적중)'로부터 따왔을 만큼 일본 색이 짙은 회사인데 창업자였던 놀란 부쉬넬이 바둑광이었기 때문에 회사 이름도 ‘아타리’라고 지었다고 한다. 한국에서는 무언가 일이 딱딱 들어맞을 때 ‘아다리가 맞다’ 라고 할 때 쓰는 그 아다리가 바로 아타리이다. (아름다운 우리말, 고운말을 씁시다).

아타리의 창업자인 놀란 부쉬넬(Nolan Kay Bushnell)은 1943년 2월 5일생으로 전기 공학 겸 컴퓨터 소프트웨어 개발자이다. 1972년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 회사인 아타리를 설립하여 세계최초라는 타이틀을 거머쥐고 나서 또 한 번 세계 최초의 타이틀을 거머쥐게 되는데 바로 세계 최초의 비디오 게임인 퐁이다. 퐁 게임을 만들어 아타리라는 회사를 일약 세계적인 스타로 성장시켰는데 그 화려한 과거도 온데간데 없고 지금은 ‘척 E. 치즈’라는 피자 체인점을 운영하고 있다. 자신이 세운 회사였음에도 불구하고 현재는 아타리의 어떤 것과도 연관이 없는데 한 때 세상을 정복했던 시절을 추억으로 남겨놓고 피자 체인점을 운영하는 것을 보면 인생무상의 한 단면을 볼 수 있다.

이렇게 아타리는 전임 창업자도 전혀 다른 일을 하고 있고 주요 인사들도 일찌감치 회사를 떠나 다른 곳으로 이동했고 회사의 직원들 역시 여러 번 주인이 바뀌는 동안 정리해고 되면서 결국 현재 남아 있는 것은 ‘아타리’라는 회사의 이름뿐이다. 이런 아타리를 인수한 인포그램즈는 많은 회사들을 사들이고 자회사로 편입시키면서 게임의 유통과 판권확보에 공을 들였는데 그렇다고 남의 게임을 사다 팔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인포그램즈 자체 개발 게임 중에는 ‘어둠 속에 나 홀로(Alone in the Dark)’와 같은 숨은 명작 게임도 있다. 어둠 속에 나 홀로는 시리즈 작품으로 그 시작은 199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로고가 3D로 돌아간다]
이미지 – 유투브(/watch?v=HgZsGNF4kas)

인프로그램즈가 자체 개발하고 유통까지 맡은 3D 게임으로 로고도 기존의 2D 화면이 아닌 3D로 만들어진 아르마딜로가 회전한다. 국내 유통은 ‘동서게임채널’에서 맡았다.

게임 장르 중 서바이벌 호러 게임을 얘기하면 많은 분들이 캡콤의 ‘바이오하자드(레지던트 이블)’를 생각하겠지만 1996년 출시한 바이오하자드에 이전에 출시되어 바이오하자드를 개발하는데 많은 영향을 준 게임이 바로 1992년 출시한 어둠 속에 나 홀로이다.

어둠속에 나 홀로 게임은 최근까지도 시리즈 작품이 계속 출시되고 있을 만큼 유명한 게임인데, 어둠속에 나 홀로(1992)를 시작으로 잭 인 더 다크, 어둠속에 나 홀로 2 (1993), 어둠속에 나홀로 3(1994), 어둠속에 나 홀로: 더 뉴 나이트메어(2001), 어둠속에 나 홀로 (2008), 어둠속에 나 홀로: 일루미네이션(2015) 등 현재도 판매중인 게임이다. 다만, 초기 작품만 인포그램즈가 개발하고 그 이후에는 회사의 운영방침이 자체개발보다는 유통과 판권확보로 변경되면서 외부 개발사에게 외주를 맡겼는데 가장 최근 편인 ‘어둠 속에 나 홀로: 일루미네이션’은 ‘퓨어 FPS’라는 회사에서 개발하고 아타리(인포그램즈가 이름 바꾼 회사)가 유통을 맡고 있다. 아쉬운 점이라면 시리즈를 거듭해갈수록 평점이 떨어지는 비운의 게임이기도 한데 아무리 호불호가 갈린다고는 하지만 대체적인 평가는 상당히 부정적이다.

[ALONE IN THE DARK, 1992]
이미지 – 유투브(/watch?v=HgZsGNF4kas)

어둠속에 나홀로가 처음 나왔을 당시에는 3D 기술력의 한계를 여실히 느낄 수 있는 그래픽이었지만 (4D 복싱 수준) 3D 공포게임 이라는 특성 하나만으로도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고 많은 사람들이 밤을 지내며 어둠 속에 나 홀로 공포와 맞서 싸웠다. (급할 땐 막 발로 차기도 했다). 초기 시리즈는 나름대로 인정 받으며 평점도 높고 반응도 좋았지만 시리즈가 이어지면서 평가는 곤두박질 쳤다. 아마도 나홀로 시리즈를 얘기하면 대부분의 사람이 1, 2 정도만 기억하고 3이후로는 많이 해보지 않았을 듯 하다. 어둠속에 나홀로 시리즈 게임을 해보면 인포그램즈는 게임 개발에 집중하지 말고 차라리 유통과 판권에 집중했던 것이 참 잘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어둠속에 나홀로는 동명의 영화로도 나왔는데 Alone In The Dark (2005)와 Alone In The Dark 2 (2008)이다. (영화의 흥행실적도 좋지 않았다).

[ATARI GAMES]
이미지 – https://www.atari.com/atari-games-2/

아타리 홈페이지에 가보면 아타리 그룹이 관리하는 게임들이 소개되어 있다. 하지만, 킬러 소프트라 불릴만한 정도의 AAA급 대작은 잘 안 보이지 않고 그나마 유력한 게임을 꼽는다면 롤러코스트 타이쿤이나 롤러코스트 타이쿤이나 롤러코스터 타이쿤 정도.. (롤러코스터 타이쿤 밖에 없네..) 다양한 게임들이 있긴 하지만 대작 게임들은 찾아 보기 쉽지 않다. 한참 전성기 때 1,000여개의 게임 타이틀 판권과 60개국의 지사를 두고 있다는 과거 게임 잡지의 문구가 ‘화무십일홍’같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아타리는 이미 여러 갈래로 찢겨져 아타리 SA, 아타리 코퍼레이션, 아타리 게임즈 모두 제 각각 모기업이나 IP(지적재산권)관리 주체가 다르고 사업 분야도 서로 다르지만 어쨌든 1972년 창업 이후 현재까지 ‘ATARI’라는 이름을 지켜가고 있다. 물론 그 중 하나의 이름 뒤에는 인포그램즈라는 회사가 존재하고 있지만..

프랑스의 대표적인 게임회사인 UbiSoft나 Gameloft와 더불어 프랑스를 대표하는 게임 회사로 ATARI(인포그램즈)를 꼽는 사람들이 많지 않은 것을 보면 아마도 지금까지의 ATARI의 행보와 인포그램즈의 변형 과정에 기인한 것이 아닌가 싶다. 미국에서 시작했지만 일본과 유럽에도 많은 관련이 있고 수 많은 회사를 전전하며 조직과 구성원들이 분리되고 회사 역시 갈라지면서 정작 인포그램즈라는 회사는 분명 프랑스 회사이기는 한데 ATARI라는 브랜드 자체가 워낙 덩치가 크고 전 세계적인데다가 그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고 어지럽게 널려 있다 보니 명확하지 않은 구석이 많다.

그래서 딱히 현재의 아타리를 프랑스 회사라 칭하기에도 뭔가 개운하지 않은 점이 많기에 프랑스 게임 회사를 논할 때 ATARI는 일단 제쳐두는 듯 하다. 하지만, 국적도 구성원도 모두 바뀌고 전혀 새로운 회사임에도 불구하고 그 이름은 아직까지 남아 있는 것을 보면 대단하다고 생각된다. ‘ATARI’는 한 때 제국을 꿈꿔왔고 그 간절한 소망만은 이루어진 것 같다. 왕이 바뀌어도 제국의 이름만큼은 지켜오고 있는 것을 보면 아타리는 단순히 하나의 회사 이름으로 끝나지 않고 하나의 제국처럼 영원불멸 한 거대한 플랫폼이 되어 가는 중이 아닌가 싶다.

인포그램즈 얘기를 써야 되는데 아타리 얘기가 되어 버린 필자의 글처럼 인포그램즈라는 회사는 아타리를 인수한 것이 아니라 반대로 아타리에 동화되어 그 형체가 지금은 남아있질 않은데 아마도 ATARI는 다시 한 번 새로운 주인을 찾고 있는 것은 아닐까? (지금의 아타리는 인포그램즈이기 때문에 인포그램즈 얘기가 맞습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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