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K, 대전액션게임에서 캡콤의 대항마로 자리잡다

최근 새롭게 등장한 말 중에 ‘뉴트로’라는 말이 있다. 새롭다는 뜻의 ‘New’와 오랜 된, 옛날의 것, 복고라는 뜻의 ‘Retro(레트로)’가 합쳐진 신조어이다. 게임업계에도 뉴트로 바람이 불고 있는 중이다. 그 중에 대표적인 게임이 바로 SNK의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라는 게임인데, SNK의 IP를 활용해 국내 대기업에서 출시한 게임이다.

SNK는 한 때 캡콤과 더불어 대전 액션 게임의 명가로 이름을 날린 회사였다. 캡콤에서 내놓은 ‘스트리트 파이터 2’로 대전 액션게임 붐이 일어나자 SNK도 대전 액션 게임을 만들었다. 캡콤에서는 단일 시리즈만 만들었던 것에 비해 SNK는 ‘아랑전설’ 시리즈, ‘용호의 권’ 시리즈, ‘사무라이 스피리츠’ 시리즈,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 등 다양한 시리즈를 개발했다. 

현재 SNK라는 회사는 이미 SNK라는 이름의 회사가 파산한 이후 다시 설립된 회사인데, 2001년 8월 ‘주식회사 플레이모어’라는 이름으로 설립되었다가 2003년 4월 ‘주식회사 SNK 플레이모어’로 상호를 변경하고 2004년 11월에 주식회사 ‘SNK 네오지오’를 흡수합병한 이후 2009년 9월 ‘주식회사 SNK 엔터테인먼트’를 설립하였다. 2016년 12월 드디어 지금의 이름인 ‘주식회사 SNK’로 상호를 변경하고 이전 SNK의 IP를 활용하여 다시 한 번 비상의 날개를 펼치려고 하는 중이다.

구 SNK는 설립초기에는 카페와 건설업을 운영하던 업체였으나 1973년 고베에 있던 전기업체를 인수한 이후 회사 이름을 ‘신일본기획(Shin Nihon Kikaku)’라는 이름으로 변경하여 회사 이름의 앞 글자를 따 SNK라 부르다가 1986년 정식으로 회사 이름을 ‘SNK’로 변경하였다. 

SNK가 국내에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아랑전설(餓狼伝説)’이라는 이름으로 출시 된 대전 액션 게임부터이다. 물론 그 이전에도 1986년 출시한 ‘이카리’라던가 ‘사이코 솔져’ 같은 게임으로도 유명했지만 회사 이름인 SNK보다는 게임 이름인 ‘이카리’가 더 유명했다. 

아케이드 게임을 만들면서 SNK는 새로운 도전을 하게 되었는데, 바로 ‘네오지오’라는 게임기의 개발이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네오지오는 막대한 재정적 손실을 입히며 회사를 휘청거리게 했다. 네오지오 독자적인 문제라기보다는 당시의 환경적인 요인으로 게임 외 사업들이 연이어 실패하면서 부채를 감당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결국 2000년 일본의 파칭코 업체인 ‘아루제’라는 회사에 자회사로 편입되었다. 

하지만 그것도 오래가지 못했다. 아루제에서도 SNK의 당시 기준으로 380억엔이라는 막대한 부채를 감당하지 못하고 결국 2001년 SNK는 도산하게 되었다. 이 시기에 SNK의 IP(지적재산권)을 계승하고 사업권을 전수받은 ‘플레이모어’라는 회사에서 지금의 SNK라는 회사가 되었다.

갖은 시련과 우여곡절 끝에 다시 살아났지만 예전의 명성을 되찾기에는 아직 여러모로 힘에 부치는 듯 하다. 그래도 최근 과거 명작 IP를 살려 새로운 게임들을 출시하고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라는 게임이다.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올스타]
이미지 – (https://www.snk-corp.co.jp/kr/)

게임에 대한 평가는 개개인의 취향에 따른 부분이므로 달리 말할 것이 없지만, 새로운 도전을 하려는 SNK에게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SNK는 최근 한국 증시에 상장하는 행보를 보이면서 한국 게임 시장에 대한 남다른 애정과 관심을 직접적으로 드러냈는데, 회사의 자기자본과 공모자금 유입액을 합산한 수치에 PBR 4배를 적용하여 1조원 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았다(2019년 5월 20일 현재 시총은 7,351억원이고 주당 가격은 34,900원). 다만, 현재의 SNK는 과거 게임 개발 전문 업체로 알려진 SNK와는 달리 IP(지적재산권) 매출 66%, 콘솔 및 PC게임 개발 매출이 20% 정도로 게임 IP 회사에 가깝다. 그래도 ‘아랑전설’을 필두로 ‘용호의권’, ‘킹 오브 파이터즈’, ‘사무라이 스피리츠(쇼다운)’, ‘메탈 슬러그’ 등 유명 게임 IP를 보유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의 행보가 기대되는 회사 중에 하나이다(참고로 필자는 SNK 주식 아직 안 샀음).

[Fatal Fury]
이미지 – (유투브/watch?v=WJb1BOSeEYI)

이번 편에서는 현재의 SNK이 있기 전 과거 SNK라는 회사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SNK라는 회사를 대중에게 널리 각인시킨 게임이라고 하면 ‘아랑전설’을 빼놓을 수 없다. 영문 이름은 ‘Fatal Fury’로 의미 그대로는 ‘치명적인 분노’이지만 이것은 해외판의 이름이었고 사진에 보이는 것처럼 부제가 ‘King Of Fighters’이다(킹오파라는 미래를 예지한 빅 픽처?). 

초기 ‘아랑전설’은 ‘스트리트 파이터 2’의 짝퉁 게임이라는 오명에도 불구하고 의외로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특히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테리와 앤디 형제의 화끈한 액션은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와는 다른 계보를 이어가며 틈새시장을 노렸다. 하지만 ‘아랑전설’의 첫 시작은 캐릭터 선택에 제한이 있고 조작 체계도 뭔가 엉성하다 싶은 느낌이었는데 바로 이런 부분 때문에 ‘스트리트 파이터’와 자주 비교가 되었다. 재미있는 점은 ‘스트리트 파이터’와 자주 비교되던 것이 단순히 같은 대전 액션 게임이라는 장르적 특성도 있었겠지만 ‘아랑전설’을 만든 개발팀이 캡콤에서 ‘스트리트 파이터’를 만들던 개발팀이었다는 점이다. 캡콤의 뭐가 마음에 안 들었는지 아니면 SNK의 뭐가 마음에 들었는지 ‘스트리트 파이터’ 개발팀은 회사를 옮겨 ‘아랑전설’을 만들었다. 시리즈 첫 작품에서는 테리와 앤디 두 형제와 그들의 친구인 ‘죠 히가시’가 주인공이었고 캐릭터 선택도 세 명만 가능했다.

[Fatal Fury – 테리 보가드]
이미지 – (유투브/watch?v=WJb1BOSeEYI)

캐릭터 수에 제한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필자와 필자의 친구들이 이 게임을 많이 했던 이유는 ‘스트리트 파이터2’의 경우 주인공들이 도복을 입거나 군복을 입거나 인간이 아니거나 하는 등의 현실 세계와는 조금 동떨어진 캐릭터들이었던 반면 ‘아랑전설’의 주인공이었던 테리 보가드의 경우 청바지에 빨간 잠바와 모자 등 나도 얼마든지 저렇게 입고 다닐 수 있을 것 같은(어차피 비현실적인 기술을 쓰긴 하지만) 현실성 있는 캐릭터가 마음에 들어서였다. 체육 시간만 되면 너도 나도 운동장에 나가 그 놈의 ‘파워 웨이브’를 외치면서 맨 땅에 얼마나 많은 주먹질을 해댔는지 아마도 비슷한 추억이 있는 분들이 많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신선함에도 불구하고 ‘스트리트 파이터 2’만큼의 열렬한 호응은 없었다. ‘아랑전설’ 첫 작품만 해도 오락실에 가서 ‘스트리트 파이터 2’에 자리가 많아 대기열이 길어지면 잠시 시간 때우기용으로 한다는 느낌이었다. 

‘아랑전설’의 진정한 인기는 2편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시리즈 첫 편이 1991년에 출시되고 불과 1년 뒤인 1992년 12월에 시리즈 2편이 출시되었는데, 이 때 전설의 ‘시라누이 마이’가 등장했다. 시라누이 마이의 등장은 그냥 그거 하나로 게임의 모든 것이 되었다(필자의 주관적인 평가입니다). 최근까지도 코스튬 플레이어 사이에서 인기가 높은 캐릭터로 그 특유의 노출도로 완벽한 재현을 하기에 쉽지 않은 캐릭터이기도 하다. 현재 시점에서도 그러한데 당시 질풍노도 시기의 청소년들에게 엄청나게 많은 영향을 끼친 캐릭터이기도 하다(설정상 1974년 1월 1일 생이므로 올 해 46살의 중년이 되었다). 시라누이 마이는 아랑전설 게임의 주인공 중 한 명인 앤디 보가드의 약혼녀로 등장하기도 하는데 이후 게임에서 각종 애정행각을 보이기도 한다. 단순한 매출 집계만 보았을 때 게임적인 성공은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 시리즈가 압도적이었지만 여성 캐릭터만 놓고 보았을 때는 ‘스트리트 파이터’의 춘리 보다 ‘아랑전설’의 시라누이 마이가 훨씬 더 파급력이 컸다.

(“최대한 건전한 사진을 찾아보려 했으나 실패했습니다.”)

한참 이성에 호기심이 왕성할 나이에 처음 본 시라누이 마이라는 캐릭터는 많은 남학생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고 그렇게 동전이 빨려 들어가는 횟수 또한 늘어갔다. 직접 플레이하지 않아도 누군가 시라누이 마이를 선택하면 다들 그 뒤에 모여서 구경하는 것도 진풍경이었다. ‘아랑전설’ 시리즈 1편의 경우에는 선택 가능한 캐릭터 수도 제한되어 있었고 게임의 배경 스테이지도 한정적이었기 때문에 뭔가 실험작인 듯한 느낌이 강하게 드는데 시리즈 2편에서 본격 여성 캐릭터가 등장하고 무대의 배경도 전 세계로 확장되면서 제대로 된 게임이 되었다. 

그리고 당시 기준으로는 꽤 놀라운 일이었는데 한국인 캐릭터 ‘김갑환’이 게임에 등장한 것이다. 기존의 게임들은 한국에서 개발하지 않는 이상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국인으로 설정되어도 이름까지 한국인 다운 캐릭터는 찾아보기 힘들었는데 일본의 게임회사에서 만든 게임에서 한국인의 이름으로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큰 화제가 되었다(그 뒤 KOF에는 연달아 한국인이 나오지만...). 실제로도 비디오 게임에 등장하는 최초의 순혈 한국인 캐릭터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더 놀라운 점은 게임상에만 등장하는 가상의 캐릭터가 아니라 김갑환이라는 캐릭터는 실존하는 인물이었다는 것이다. 게임상에 등장하는 ‘김갑환’은 한국컴퓨터게임산업중앙회 전 회장이었던 김갑환 회장이 모델이었다. ‘아랑전설 2’의 경우 당시 국내 게임유통을 담당하던 ‘빅콤’이라는 회사의 사장이었던 김갑환 회장을 모델로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아랑전설2 – 김갑환]
이미지 – (유투브/watch?v=pMvRYNQAyvM)

자랑스러운 태극기를 등에 업고 경쾌한 발차기로 악의 무리를 소탕하는 우리의 김갑환 형님은 당시 애국지사 청소년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은 캐릭터였다. ‘아랑전설2’ 개발 초기에는 한국에서는 찾아보기 힘든 ‘김 하이픈’이라는 이름이 될 뻔했지만 NEOGIO를 유통하던 당시 빅콤의 사장이었던 ‘김갑환’ 회장님이 한국에는 ‘하이픈’ 같은 이름 따위는 없다고 강력히 항의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결국 SNK와의 협의 후 태권도를 쓰는 캐릭터는 김갑환으로 결정되었다. 깁갑환은 테리 보가드와 함께 자주 선택되는 캐릭터로 당연히 한국에서 인기가 높았다.

이후 출시된 ‘아랑전설4 – 마크 더 울브즈’라는 게임에서는 김갑환의 아들인 ‘김동환’과 ‘김재훈’이 등장하는데 이 둘 역시 실존 인물이다. 김동환은 김갑환의 실제 동생의 이름이고 김재훈은 김갑환의 실제 아들 이름이다. 게임상에는 둘 다 아들로 등장하지만 어쩃든 실존 인물의 친인척이 게임에 이름 그대로 등장한다는 점이 다른 어떤 게임에서도 볼 수 없는 특이한 점이었다. 김갑환 스스로도 태권도 공인 3단이며 유명한 프로레슬링 선수였던 역도산의 수행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었던 만큼 격투 게임에 대한 애정이 남달랐다고 한다. 

[태극기가 바람에 펄럭입니다!]
이미지 – (유투브/watch?v=WH2pyxNQ4lU)

이렇게 ‘아랑전설’ 시리즈는 캡콤의 ‘스트리트 파이터’와는 다르게 한국을 주요 배경 중에 하나로 채택하고 한국인 캐릭터를 신경 쓰는 등 훗날 ‘철권’의 화랑이라는 캐릭터가 나올 수 있는 기반을 만들어 준 게임이기도 하다. 물론 ‘스트리트 파이터’에도 한국인 캐릭터가 등장하지만 시리즈 4편(슈퍼 스트리트 파이터 4)에 가서야 등장하기도 했고 선의의 캐릭터라기 보다는 악역에 가까운 캐릭터였다. 캐릭터의 영향력을 따져보았을 때도 김갑환에 비해서는 한참 모자라다. 

최근에야 한국 시장에 대한 재평가로 외국에서 제작하는 각종 영화나 드라마, 애니메이션, 게임 등에서 한국 배경이나 한국인 캐릭터를 볼 수 있는 것이 크게 신기한 일이 아니지만 ‘아랑전설2’가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한국인 캐릭터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영악하거나 아니면 어리바리하거나 또는 치졸하거나 돈만 밝히는 등 대표적인 아시아인의 스테레오타입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그런데 당당히 게임의 주인공격으로 등장하고 게다가 한국의 자랑 태권도를 사용하는 캐릭터라니 놀랄만한 일이기도 했다.

[스트리트 파이터 2]
이미지 – (유투브/watch?v=xI284D4y1q4)

비슷한 시기에 등장한 ‘스트리트 파이터 2’는 일본 캐릭터만해도 2명이나 있고 옆에 옆 나라 중국까지도 캐릭터가 있었지만 정작 한국은 철저하게 외면받았는데, ‘아랑전설 2’에서는 당당하게 한국인의 이름으로 한국의 고유 무술인 태권도를 쓰는 캐릭터가 나왔으니 화제가 될 수 밖에 없었다. 그것도 정의를 중시하며 악을 용서하지 않는 정의롭고 진지한 성격의 소유자라고 설정되어 있다.

 실제로도 실존인물 김갑환 회장은 태권도의 달인이며 일찍이 1980년대부터 게임 소프트웨어 수입상으로 활동하면서 국내에 유명 게임들을 다수 유통시킨 업력이 있었으며 ‘왕중왕’이라는 자체 게임 개발에 직접 참여까지 하는 등 한 때 국내 오락실 게임 시장의 대선배로 불리기도 했다. 그렇게 국내 게임 시장의 기반을 닦으며 많은 후배들을 양성하던 김갑환 회장은 2018년 2월 24일 82세의 나이로 타계했다(다시 한 번 국내 게임사업에 대한 공헌에 감사드리며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아랑전설’은 그 이후로도 계속 시리즈화 되면서 한국인 캐릭터를 추가했다. 최번개와 장거한과 함께 코리아팀을 짜기도 했다. ‘아랑전설’은 ‘아랑전설 2’ 이후로도 ‘아랑전설 스페셜’, ‘아랑전설 3’, ‘리얼 바웃 아랑전설’, ‘리얼 바웃 아랑전설 스페셜’, ‘리얼 바웃 아랑전설 도미네이티드 마인드’, ‘리얼 바웃 아랑전설 2’, ‘아랑전설 와일드 앰비션’, ‘가로우 마크 오브 더 울브스(아랑 MOW)’ 등 숱한 시리즈를 거치면서 ‘스트리트 파이터’에 대항하는 유일한 격투 게임으로 추앙받았다. 당시 비슷한 방식의 게임들이 여럿 나왔지만 짧게는 한 달도 안돼 기계가 빠진 게임도 많았고 아무리 오래 버텨도 ‘스트리트 파이터2’와 ‘아랑전설’ 시리즈 앞에서는 당해낼 수가 없었다.

[용호의권]
이미지 – (유투브/watch?v=ZGbYZZGwZVQ)

‘아랑전설’로 톡톡히 재미를 본 SNK는 ‘스트리트 파이터 2’를 ‘아랑전설’ 단독 시리즈만으로는 이기기 힘들었다고 판단했는지 1992년 별외편으로 ‘용호의 권’이라는 게임도 출시한 적이 있는데 이 게임은 시리즈 3부작을 끝으로 조용히 사라졌다. ‘용호의 권’ 이후 1994년 ‘용호의 권2’ 그리고 1996년 ‘용호의 권 외전’을 끝으로 당당히 주역으로 한 자리를 차지하나 싶었으나 결국 현실의 벽을 넘지 못하고 사라진 비운의 게임이 되었다. 

그 이후 ‘용호의 권’에 등장했던 캐릭터들은 여기저기 팔려나가고 SNK의 다른 게임에도 얼굴을 비추기도 하지만 망한 게임의 주인공들이라 그런지 대우가 그렇게 후한 편은 아니다. 그래도 처음 출시할 때는 ‘100메가 쇼크!’라는 당시로서는 대용량의 게임으로 주목을 받으며 화제가 되었다. SNK가 그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와 맞서 싸울 수 있었던 것도 ‘아랑전설’ 단독으로는 힘에 부쳤고 여기에 더해 ‘용호의권’까지 합쳐야 겨우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으니 ‘용호의 권’이 아무런 역할도 하지 못 한 망작 게임이 아닌 것은 확실하다. 

그 당시 ‘스트리트 파이터’ 아류라는 소리를 듣고 사라진 여러 대전 액션 게임에 비해 ‘용호의 권’은 독창적인 시스템을 보여주었는데 액션 연출 자체도 박력이 넘쳤고 특히 줌인/아웃 기능을 활용한 격투 장면은 깊은 인상을 남겨주었다. ‘아랑전설’이 발매 초기에 ‘스트리트 파이터’의 짝퉁 게임이라는 비난을 받기도 했었는데 ‘용호의 권’은 충분히 그에 대한 고민을 역력히 한 흔적이 있는 게임이었다. 누구도 넘보지 못할 것 같았던 ‘스트리트 파이터’의 아성에 정면으로 도전하는 그 패기와 기상은 높이 사지만 결국 ‘용호의 권’은 3부작을 마지막으로 SNK에서는 용호의권 개발팀도 해체시켜버리는 비운의 게임이 되었다.

하지만, ‘아랑전설’과 ‘용호의 권’은 훗날을 위한 멋진 포석이 되었는데..

(다음편에 이어집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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