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작가 정하섭 칼럼 [책나무숲2] 초등학교 ‘한 한기 한 권 읽기’ 수업 환영

동화작가 정하섭 칼럼 [책나무숲2] 우리에겐 여전히 독서가 절실하다

올해부터 초등학교에서 ‘한 한기 한 권 읽기’ 수업이 시행되었다. 말 그대로 한 학기에 한 권의 책의 정해 꼼꼼하게 읽고 활동을 하는 수업이다.

학교에 따라 교사에 따라 학년에 따라 조금씩 다르게 운영되는데, 딱 한 권만 정해 한 학기 내내 진행하기도 하고 한 한기에 여러 권을 읽기도 한다. 어쨌든 다독을 권장해 왔던 학교에서 독서의 질을 높이는 수업을 하니 환영할 일이다.

나는 이 수업의 일반적 취지에 동의하거니와 내 독서 취향과도 맞아서 더욱 반갑다. 나는 다독보다는 정독을 선호하고 권하는 편이다. 어떤 이론적 근거보다는 순전히 내가 책을 그렇게 읽어 왔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다독이 가치 없다는 뜻은 아니다. 우리(사회와 개인 모두)에겐 다독과 정독, 두 가지 다 절실하다.

일찍이 작가 지망생들에겐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라’는 말이 격언처럼 전해져 왔다. 이 말은 우리 사회 전체에도 통용될 수 있다. 사람들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면 사회의 눈이 밝아진다고 나는 생각한다.

우리 사회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들이 매우 적다. 문맹률로만 보면 대한민국은 세계에서 가장 앞선 나라 중 하나다. 자랑거리다. 그러나 우리 국민들의 독서량은 선진국에 못 미치며, 글을 이해하는 능력인 문해력도 떨어진다. 글을 읽을 줄은 알지만, 많이 읽지도 않고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것이다.

더 많이 읽고 제대로 읽는 것은 대한민국이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과제 중 하나다. 왜냐하면 책을 읽는다는 것은 단지 ‘읽는’ 문제만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 전제는 책이 종이로 된 어떤 물건 그 이상이라는 점이다.

책은 나 자신이며 타인이며 세계다. 독서는 자신과 타인과 사회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 세계와 삶에 대한 태도까지 결부된다. 독서 과정에서 형성된 생각과 태도가 삶 전체에 미친다. 그러니 읽는 것은 살아가는 것이다. 따라서 ‘읽기’ 과제를 풀어 가는 과정에서 우리 사회의 다양한 문제도 더불어 풀릴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선 상투적으로 독서를 장려해 왔다. 그러나 독서량은 좀처럼 늘지 않는다. 출판계에선 단군 이래 최대의 불황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 왜 우리는 책을 많이 읽지 않고 제대로 읽지도 못하는 걸까?

그 이유를 한마디로 잘라 말할 수는 없지만, 한 가지는 지적할 수 있겠다. 우리 사회가 책이라는 것의 본질적 가치를 보지 않고 당장 써먹을 수 있는 실용적 쓸모에 지나치게 집착했다는 것. 그렇게 조장해 왔기에 책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을 잃어버린 게 아닐까?

여기 ‘책’이 있다. 이 책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우리의 삶은 달라지고, 우리는 다른 세계에 살게 될 것이다. 자신과 세계를 들여다보고 둘러보자. 좀 더 이성적이고 합리적으로 사회를 구성하고 한편으론 더 섬세하고 풍부한 감수성으로 관계를 맺고 자유로운 창의성으로 세계를 확장해 가며 서로 어우러지는 상상을 해보자. 책과 함께 말이다. 책을 읽는 기쁨과 즐거움이 사라진 사회에 무슨 희망이 있겠는가.

글쓴이=정하섭 동화작가 woojunamup@naver.com

정하섭 프로필

성균관대학교 국문학과 졸업
어린이책 작가
도서출판 우주나무 대표
세 아이의 아빠.

40여 종의 어린이책 출간
세 편의 작품이 초등학교 국어교과서에 실리고,
다수의 책이 해외에서 번역 출간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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