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문학 등 평생 문학열정...독보적인 미문과 통찰 '우리시대의 지성' 우뚝

[사진=네이버캐스트 인생스토리 황현산 네이버TV캡처]

평생 문학에 대한 열정을 놓치지 않아 ‘우리 시대의 지성’으로 불렸던 문학평론가 황현산(73)이 8일 새벽 타계했다. 전 한국문화예술위원장이었던 고인은 암이 재발해 그동안 투병생활 중이었다.

고인은 문학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 대한 관심과 애정으로 ‘밤이 선생이다’ 등 수많은 저작으로 독자를 사로잡았다. 특히 유학을 다녀오지 않았으면서도 정확하고 유려한 번역 작업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고인은 1945년 전남 목포에서 태어났다. 고려대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에서 석사-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남대와 강원대 불문과 교수를 거쳐 모교 불문과에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그는 프랑스 문학을 연구하며 문학비평가로 활동했다. 2010년 학교를 퇴임한 후에는 한국번역비평학회 명예회장을 지냈다. 그의 평론은 독보적인 미문과 정교한 분석 능력, 문학과 세계를 아우르는 깊은 통찰력을 자랑했다. 그는 공로를 인정받아 팔봉비평문학상, 대산문학상, 아름다운작가상을 받았다.

그가 비평을 시작한 것은 45세이던 1990년, 문예진흥원 잡지 ‘문화예술’에 번역론을 발표한 것이 출발이었다. 신춘문예나 문예지를 통해 등단하지 않은 채 늦은 나이에 평론 활동을 시작한 것. 그는 ‘말과 시간의 깊이’(2002)와 ‘잘 표현된 불행’(2012) 두 평론집을 펴냈다.

그의 평론뿐이 아니라 그의 산문은 수많은 마니아를 거느렸다. 특히 젊은 문인들의 팬덤을 형성했다. 그의 책 중에서 가장 유명한 것은 2013년 발표한 ‘밤이 선생이다’이다. 고인이 일간지 등에 기고한 칼럼을 모은 것이다.

 36만 명이 넘는 SNS 팔로어가 힘을 발휘한 것이겠지만 산문집으론 이례적으로 5만 부 넘게 팔려 시선을 집중시켰다. 중독성이 강한 문체로 문인들은 물론 지식인들 사이에서 ‘필독서’로 불렸다. 그의 지적이면서도 다정한 언어는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는 문학적 낭만과 엄격한 비평 사이를 오가는 산문가이자 평론가였다.

지난해 11월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위원장에 취임했다. 하지만 지난 2월 암이 재발하면서 취임 3개월만에 스스로 자리에서 물러났다. 투병 중에도 책과 씨름하기를 멈추지 않았다.

지난 6월에는 신작 산문집 ‘사소한 부탁’을 펴내 귀감이 됐다. 책에는 사사로운 감정보다 냉철한 사유를 앞세운 현실 비판적인 글이 많다. 빈소는 서울 고려대 안암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됐다. 발인은 10일 오전 10시

고 황현산 평론가 프로필

고려대학교 불어불문학과 졸업
고려대학교 불문학 석사
고려대학교 불문학 박사

주요경력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명예교수(2010.9~현재)
고려대학교 문과대학 교수(1993.3~2010.8)
강원대학교 문과대학 교수(1985.3~1993.2)
경남대학교 문과대학 조교수(1980.3~1985.2)
문학평론가, 한국번역비평학회 회장

주요저서 및 번역, 논문활동

저서 '얼굴없는 희망', '말과 시간의 깊이', '밤이 선생이다', '우물에서 하늘 보기', '아폴리네르: 알코올의 시 세계' 등, 번역 '아뽈리네르', '어린왕자', '라모의 조카', '말라르메 시집', '파리의 우울', '악의 꽃' 등

논문 및 연구로는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집 ‘알콜’ 연구', '서정주 시세계', '관념시에서의 구체성의 자리', '상형시의 번역'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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