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책도서관’ 제주 관광지 새 여행콘텐츠...한국은행과 화성시 2만 여권 책 배달

[헌책도서관 노자서원. 사진=이재정]

올해는 25년 만에 다시 찾아온 ‘책의 해’다. 책의 해를 맞아 ‘보물섬’ 제주에서도 반짝반짝 문화운동이 일고 있다. 5월 25일부터 한림읍 탐나라 공화국(대표 강우현)에서 한 달 동안 공개될 ‘헌책도서관’이 주인공이다.

헌책도서관은 지식 자산의 효율적 활용방안을 모색하고 다양한 형태의 독서공간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관광지 제주도의 새 여행콘텐츠 ‘명물 공간’으로 떠오를 것 같다. 위축된 독서문화를 되살리고, 촉촉한 생활 환경을 회복하는 ‘1석 2조’의 문화운동이기 때문이다.

■ “탐나라공화국을 견학하려면 반드시 헌책을 가져가야 한다”

‘헌책도서관’은 헌책페어에서 완전히 선보인다. ‘헌책페어’는 공짜로 들어갈 수 없다. 누구나 책과 여권을 교환해서 비자를 받아야 입장할 수 있다. 헌책 5권이면 1년, 100권 이상이면 3년 여권을 발부해 준다. 빈손으로 찾은 방문객은 3만원의 수수료를 내야한다.   

헌책페어는 한 달간 열리지만 여권 소지자는 유효기간 중에 언제든지 재방문이 가능하다. 재방문 때도 뭔가를 가져가는 것이 좋다. 책이나 꽃씨, 묘목은 대환영, 아깝지만 보관할 수 없는 물건까지 받는다. 이유는 간단하다. ‘여행자가 가꾸는 여행지’를 만들겠다는 소신 때문이다.

[제주 탐나라공화국 비자]

‘헌책도서관’은 날로 인기 상승 중이다. 벌써 한국은행과 화성시만 2만 여권, 경남 창원시, 충남 서산시, 서울 한성대와 숙명여대 등 지자체는 물론 대학, 개인 방문객을 포함해 헌책들이 매일 제주로 배달되고 있다. 제주에서는 제주대를 비롯해 고산, 토산, 애월초등학교와 도서관, 자원봉사센터, 서귀포교육청, 새마을문고와 일반주민 등 참여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

이렇게 한 권 한 권 책탑이 쌓아졌다. 그리고 1만 2000여 권이 빼곡하게 소장된 ‘노자서원’이 만들어졌다. 숙박시설로 조성될 건물도 도서관과 미술관으로 용도 변경을 추진 중이라니 절로 귀가 쫑긋해진다. 

■ “100년 이후에도 남아있을 제주 문화유산 중 하나가 될 것”

‘헌책도서관’의 수십만 권의 책은 그 자체만으로 제주의 품격을 높이는 새 관광자원이다. “100년 이후에도 남아있을 제주 문화유산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강우현 탐나라 공화국 대표의 말이 울림이 크다.

이와 함께 제주에는 책과 관련 행사가 이어진다. 강은미 낭독의자 ‘우물쭈물 우물 특강’에서는 지혜 한 모금으로 목을 축인다. 지역주민협의회(회장 설완수)는 28일 서귀진성터에서 ‘우물 밖 학교’ 4월 프로그램 ‘낭독의자’를 진행했다.
   

[우물 밖 학교 프로그램 현장사진. 클레이로 서귀진성 만들기. 사진=이재정]
[우물 밖 학교 프로그램 현장사진. 열두 마당 체험놀이]

서귀진성은 조선시대부터 서귀포 방어의 중심지였던 공간이었다. 이제는 무엇을 지켜야 하나라는 질문으로 시작된 캠페인이 서귀포의 대표적 어린이 문화예술 놀이 체험공간으로 자리잡을 것 같다.

‘우물 밖 학교’ 프로그램이 맑은 생각과 깨끗한 생산을 함께 나누는 공간으로 또 어린이와 마음이 닿는 어른들이 함께 모여 태평양을 닮은 넓은 마음과 상상력으로 공동창작을 하는 들판이 된다는 상상만으로 행복하다.

‘우물쭈물 우물 특강’ 역시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듣는 어린이 동화와 관련된 프로그램으로 4월에는 강은미 인문숲이다 대표가 ’지혜 한 모금‘이라는 제목으로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이어서 인문숲이다에서 추천하는 100권의 책 전시와 낭독의자에서 책 낭독하기가 진행된다.

■ ‘서귀포바다와 춤을 추는 남방 큰 돌고래’ 책오름 관광 기대

‘서귀포바다와 춤을 추는 남방 큰 돌고래’라는 공동창작 프로그램 이름이 재미있다. 그뿐만이 아니다. ‘내가 만든 기린바지’, ‘내가 만든 하마 드레스’도 정겹다.

모든 창작물은 7월 서귀포 원도심 어린이 골목 퍼레이드로 완성된다. 원도심 어린이 골목 퍼레이드는 재활용품으로 만든 최첨단 패션쇼로 기발하다. 어린이 상상력을 활용해 퍼레이드에 등장시키는 작은 거리축제 동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귀포 원도심 동시단이 함께하는 ‘시창작 티셔츠 전시’에는 지역 아동들의 동시가 프린팅 되어 전시된다.

설완수 지역주민협의회장은 “생활 예술을 통해 어린이 예술 교육적 역할은 물론 '문화 대안 공간'의 발굴에 기여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서귀포 원도심 활성화의 주역이었던 서귀포관광극장, 작가의 산책길에 이어 서귀진성이 ‘우물 밖 학교’ 프로그램은 문화도시 서귀포의 새로운 브랜드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책이 수백, 수천만 권이 모이면? 책으로 산을 만들면 된다. 산더미처럼 쌓인다면 그건 아마도 세계에 하나뿐인 제주만의 책오름 관광 콘텐츠가 될 것이다.
   

[노자예술관]

매일 탄생하는 새로운 창작 출판의 그늘에서 소외되는 혹은 지식과 지혜가 담긴 생활교양의 상징이 도태되는 시대다. 이런 점에서 책을 주제로 제주 여행객들의 유혹하는 기획들은 더욱 반갑다.

글쓴이=이재정 add61@naver.com

이재정은?
1964년생. 중앙대 졸. 미술세계, SK상사, 경향게임스, 마크앤리스팩트 등 20년차 직장인 졸업.

2012년 제주 이주 후 제주기획자로 '괜찮은삼춘네트워크'를 만들어 제주소비에 관한 프로젝트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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