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의 사내 도서관 운영 살펴보기

“종이책은 죽었다.”

2010년 니콜라스 네그로폰테 메사추세츠공대 미디어랩 교수는 전자책의 대중화로 인해 5년 안에 종이책이 사라질 것이라고 예언했다. 그러나 그 예언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비록 시장이 많이 축소된 것은 사실이지만, 8년이 지난 지금도 종이책의 영역은 건재하다.

책을 통해 지식만 얻는 시대는 지났다. 오늘날 도서관과 북카페는 현대인의 힐링 공간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많은 사람들이 정서적 위안을 얻기 위해 이 곳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런 점에서 회사 건물 안에 도서관이나 북카페가 있다는 것은 굉장히 큰 행운이 아닐 수 없다. 회사가 직원들의 정서에도 큰 관심을 갖고 있다는 증거이기 때문이다. 게임회사 중에도 이러한 복지를 제공하는 곳이 있는데, 아쉽게도 수가 많지는 않다. 소위 3N이라고 불리는 규모가 큰 회사들에서만 누릴 수 있는 혜택이다.

게임사 임직원들은 이 곳에서 어떤 책을 읽을까. 게임톡 창간 6주년을 맞이해 넷마블게임즈(넷마블), 엔씨소프트, 넥슨이 운영하는 도서관 및 북카페의 운영 현황에 대해 알아봤다.

양심으로 운영되는 넷마블 무인 북카페 ‘ㅋㅋ책방’

서울 구로구 디지털단지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넷마블 사옥 20층에는 사내 북카페가 있다. 북카페 이름인 ‘ㅋㅋ책방’은 넷마블의 마스코트인 공룡캐릭터 ‘ㅋㅋ(keke)’의 이름에서 따왔다. 같은 층에 위치한 ‘ㅋㅋ다방’, ‘ㅋㅋ수다방(회의실)’과 짝을 이룬다.

북카페에 비치된 도서는 2월 기준 1320권으로, 임직원들로부터 기부받은 책들과 직원들이 회사에 신청한 도서로 이루어져 있다. 직원들이 홈페이지를 통해 읽고 싶은 도서를 신청하면 다음달 둘째주 수요일에 해당 도서가 북카페에 입고되는 구조다. 책장에는 매달 추가되는 70권의 신규 도서가 빼곡하다.

집에 책을 가져가서 읽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첨단 무인 시스템(?)이 동원됐다. ‘ㅋㅋ책방’에 놓인 노트북에서 도서를 선택한 후 책 앞면의 바코드를 스캔해서 대여하거나 반납한다. 1인당 최대 2권을 대여할 수 있으며, 대여 기간은 2주다. 넷마블 관계자는 “ㅋㅋ책방은 넷마블 직원들의 높은 질서의식을 기반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최신 서적뿐만 아니라 업무에 도움이 되고 힐링을 주는 책 등 다양한 분야의 책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ㅋㅋ책방’이 제공한 자료를 통해 넷마블 직원들의 독서 취향을 살펴봤다. 그 결과 넷마블에는 문학청년과 문학중년(?)들이 제일 많았다. 장르별 선호도에서 문학 장르가 30.2%로 1위를 차지했다. 그 뒤로 자기계발 20%, 경제 및 경영 18.4%, 인문, 역사, 사회 16.1%, 기타 15.3% 순이다.

최근 넷마블 직원들에게 가장 많은 선택을 받았던 베스트셀러는 여행안내서인 ‘무작정 따라하기 오사카 교토’다. 오사카, 칸사이 지역의 다양한 볼거리와 음식 등을 소개한 테마북과 현지 교통과 길찾기 정보를 담은 코스북으로 구성됐다. 일본여행을 떠나는 대신 책을 읽으며 대리 만족을 느낀 넷마블 직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짐작된다.

2위는 ‘마션’의 작가 앤디 위어의 따끈따끈한 SF 스릴러 신작 ‘아르테미스’가 차지했다. 이 작품은 출간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20세기폭스를 통해 영화화가 확정된 기대작이다. 3위는 주호민 작가의 만화책 ‘신과함께 신화편’이다. 최근 극장가를 휩쓴 영화 ‘신과함께’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게임업계 최대 규모의 자료가 숨쉬는 ‘엔씨라이브러리’

엔씨소프트 판교 R&D센터 12층 N타워와 C타워를 연결하는 통로에 오픈형으로 자리잡은 사내도서관 ‘엔씨라이브러리’는 자연채광과 전망이 가장 좋은 공간이다. 특히 라이브러리 중앙에는 작은 시냇물이 흐르는 ‘하늘정원’이 있어 힐링 장소로 적합하다.

엔씨라이브러리는 2005년 임직원들의 게임 개발 업무를 지원하기 위한 목적으로 시작됐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업무 관련 도서뿐만 아니라 여행, 인테리어, 취미 활동 등 다양한 분야의 도서도 갖추기 시작했다. 지금은 엔씨소프트의 대표적인 복리후생 중 하나로 자리잡았다.

엔씨라이브러리의 가장 큰 특징은 게임 개발에 특화된 장서를 상당수 구비했다는 점이다. 게임 프로그래밍, 그래픽, 게임 산업 등 게임을 깊이 다룬 전문 자료와 캐릭터, 몬스터, 전쟁 장비 등 콘텐츠 디자인 작업에 활용되는 사진 자료를 보유하고 있다. 또 소설, 에세이, 만화책, 영화 DVD 등 게임 개발에 영감을 줄 수 있는 자료도 소장중이다.

엔씨소프트에 따르면 2월 기준 엔씨라이브러리에는 총 3만7000여종의 국내외 도서와 정기간행물, 멀티미디어가 구비돼 있다. 특히 사진 자료는 업계 최고 수준의 방대한 양을 자랑한다. 엔씨소프트는 월 평균 370권의 도서(전자책 포함)를 추가하고 있다.

자료 대출 가능 시간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다. 다만 도서 열람은 이외의 시간에도 자유롭게 할 수 있다. 주말(토요일, 일요일)과 공휴일은 휴관한다.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가장 선호하는 도서는 직무에 도움이 되는 자료들이다. 엔씨소프트 관계자에 따르면 기획자들은 기획 이론 및 스토리텔링 관련 도서를, 그래픽 디자이너는 게임과 애니메이션의 콘셉트 아트와 화보집을, 프로그래머는 게임 엔진이나 언어 등 프로그래밍 도서를 주로 찾는다. 물론 문학과 만화책도 인기 있다.

최근 엔씨소프트 직원들이 가장 많이 본 책 1위는 ‘랩걸: 나무, 과학 그리고 사랑’이다. 2016년 출간돼 베스트셀러에 한차례 올랐던 이 책은 최근 예능 프로그램에서 유시민 작가가 딸에게 선물하고 싶은 책으로 추천하면서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미국의 여성 지구물리학자 호프 자런이 식물과 자신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냈다.

2위는 자기계발서 ‘신경 끄기의 기술’이다. 미국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파워블로거인 마크 맨슨은 이 책에서 때론 내려놓고 포기할 줄 알아야 인생에서 중요한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3위는 넷마블에서도 2위를 차지한 바 있는 ‘아르테미스’다.

방문객에게도 열려 있는 넥슨 ‘이미지 라이브러리’

판교 넥슨 사옥 1층에는 ‘이미지 라이브러리’가 있다. 넥슨은 2005년부터 문화적, 지역적으로 소외된 어린이들이 책 속에서 꿈과 희망을 키워나갈 수 있도록 ‘넥슨작은책방’ 사업을 전개해오고 있는데, 그 중 ‘이미지 라이브러리’가 2014년 2월 넥슨작은책방 91호점으로 선정되어 문을 열었다.

이 곳에는 게임 비주얼 작업에 영감을 주는 그림, 디자인,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화보 등이 있다. 또한 아이들을 위한 그림동화와 해외 유명 팝업북 등도 구비했다. 같은 층에 위치한 넥슨 사내 어린이집 아동들도 즐길 수 있도록 배려한 구성이다.

넥슨은 넥슨 임직원뿐만 아니라 넥슨 사옥을 방문하는 모든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이미지 라이브러리’를 개방했다. 게임 디자이너를 꿈꾸는 대학생, 인근 지역 주민, 어린이들도 자유롭게 이용 가능하다. 다만 외부로 도서 반출은 허용되지 않는다.

도서는 2월 기준 총 1362권이 비치되어 있다. 정기적으로 도서를 추가하지는 않는다. 장르별로는 게임, 애니메이션, 일러스트 화보, 일본만화 잡지 등이 37%를 차지한다. 그 뒤를 이어 그림동화와 팝업북이 26%, 디자인 서적이 20%, 마블코믹스와 유럽만화가 17%다.

넥슨 관계자는 “아트, 그래픽 분야의 해외 서적과 고가 서적들의 인기가 높은 편”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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