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변호사협회가 관련 법령 정비 촉구 국회서 성명...“ICO금지 국부 유출”

블록체인 산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대한변호사협회(이하 대한변협)가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8일 대한변협은 국회 정론관에서 블록체인 제도화하는 촉구문을 발표했다. 대한변협은 올해 8월부터 블록체인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했다.

정부가 어떤 제도도 마련하지 않고 부정적인 입장만을 견지하면서 관련 사업자들이 법적 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는 상황을 법령 정비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TF 구성의 이유였다.

김태림 법무법인 비전 변호사는 “블록체인산업을 발전시키되 그에 따른 부작용을 적절히 규제하기 위하여 적절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대한변협 차원에서의 입법촉구 입장문을 발표했다”고 성명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정부는 현재 부작용을 억제하는 것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고 있다. 그 내용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황이다. 블록체인 산업의 역량은 세계적인 수준임에도 법제도상의 한계로 시대적 흐름에서 뒤처질 우려가 있어 이를 시급히 보완할 필요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가상화폐거래소 코인이즈((주)웨이브스트링)가 NH농협은행을 상대로 입금정지조치금지가처분을 신청한 사건을 법원에서 2018년 10월 29일 인용 결정한 것도 이 같은 법제도의 한계를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국회 제 4차혁명특별위원장인 이혜훈 의원도 “정부가 규제를 안할 수 없다. 사기나 손해를 본 사람이 있다. 그렇지만 이 처리는 규제 틀 안에 넣어야 한다. 빨리 규제안을 만들어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물론 규제는 최소로 줄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제도화는 법조계뿐만 아니라 금융권에서도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7일 한국금융연구원과 한국증권학회가 공동으로 연 정책심포지엄에서는 ICO를 실시하면 현행 사모펀드와 유사한 형태로 규제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홍기훈 홍익대 교수는 이날 ICO의 형태가 기업공개(IPO)나 크라우드펀딩보다는 사모펀드 투자와 유사하다며 이같은 의견을 제시했다.

김태림 변호사는 “암호화폐 시장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부처마다 혼선이 있고 제도는 마련되지 않은 게 사실이다. 실무적으로 기업가들을 만나는 IT 전문 변호사들이 자문과 송무과정에서 경험한 제도적 미비점을 언급하여 구체적인 입법안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며 촉구문의 의미를 강조했다.

아래는 대한변호사협회협회의 ‘블록체인 제도화’ 촉구 성명 전문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화를 위한 법령 정비를 촉구한다

블록체인 기술은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이끌어갈 핵심 기반 기술로서 이를 육성, 발전시켜 나가야 할 필요성이 크다. 한편 탈중앙화된 블록체인 생태계에서 참여자들이 플랫폼에 참여하여 가치를 생산하게 하는 유인을 제공하는 암호화폐는 그 존재의 필요성이 있음은 분명하나, 암호화폐가 가지는 심한 가격변동성 및 사기, 유사수신행위 등 범죄행위에 악용될 위험성 등의 부작용 요소를 고려할 때, 일반 국민들에게 피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하여 암호화폐의 거래에 대하여 적정 수준의 규제를 가하여야 할 필요성 또한 명백하다. 

이에 세계 각국은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는 한편 암호화폐에 관한 부작용이 발생하는 것을 막고자 앞다투어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법령을 입법하고 블록체인 산업을 기존 제도권에 편입시키고 있다. (i) 일본, 에스토니아, 몰타는 이미 관련 입법이 완료되어 어느 정도 법제도가 정비된 상태이며, (ii) 프랑스, 러시아, 지브롤터 또한 관련 입법 절차가 진행 중이다. (iii) 미국, 싱가포르, 스위스의 경우에는 입법을 한 것은 아니지만 각국의 금융 감독기관이 정한 가이드라인에 따라 정부의 승인을 받게 하거나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행위에 대하여 증권거래법, 자금세탁방지법 등 기존 법령의 적용을 받게 하는 방법을 통해 블록체인 산업의 실질적인 법제도화를 이미 시작한 상황이다. 

이상과 같이 다른 나라들이 블록체인 산업을 육성하여 4차 산업혁명에 있어서의 주도권을 잡기 위해 애쓰고 있는 것과 달리, 우리 정부는 2017. 법적 근거를 명확히 밝히지 않은 채 ICO 전면 금지 방침을 발표한 이후, 『가상통화 관련 자금세탁방지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것 외에 암호화폐 거래소의 설립 및 운영, ICO(Initial Coin Offering) 등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와 관련한 실질적인 사항에 대하여 그 부작용에만 지나치게 초점을 맞추어 규제를 하고 있고 그 내용 또한 모호하고 불분명한 상황이다. 이에 국내의 도전적인 창업자들은 적지 않은 비용과 불편함을 감수하고 해외에 법인을 설립하여 블록체인 사업을 영위하는 한편, 다수의 국내 창업자들은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를 가지고도 불법을 우려하여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포기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계속될 경우, 우리나라가 기술, 시장, 문화 등에 있어 다른 국가들보다 블록체인 산업을 발전시키기 유리한 요건을 갖추고 있음에도 법제도상의 한계 때문에 시대의 흐름에서 뒤처지게 될 것이 심히 우려된다. 

블록체인 산업의 제도화가 암호화폐 발행, 판매 등의 전면적 허용을 의미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세계 각국은 암호화폐의 거래를 허용하되, 암호화폐의 부작용을 막기 위해 일정 수준의 규제 또는 가이드라인을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 또한 기본적으로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 관련 행위를 적법한 것으로 허용하되, 피해자의 발생이 우려되는 등 규제가 필요한 부분에 대하여는 구체적인 제한을 통해 규제의 목적을 달성하고 블록체인 산업이 올바른 방향으로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함이 바람직하다. 특히 실무상 문제가 되고 있는 아래의 사항과 관련하여서는, 빠른 입법 등 법제도화를 통해 적정한 수준의 규제를 적용하고 현재의 불확실성을 조기에 해소할 필요성이 크다. 

1) 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 ①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추어야 거래소를 운영할 수 있도록 인적, 물적 자격요건의 설정이 필요하다. ② 자전거래, 내부자거래, 자금세탁 등을 막기 위하여 거래소 내 내부거래에 대한 규제가 필요하다. ③ 해킹, 운영자에 의한 암호화폐 임의 처분 등으로부터 거래소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반면, 정부는 현재 은행을 통해 암호화폐 취급업소 및 그 이용자들의 거래를 막는 간접 규제 방식을 취하고 있는데, 이러한 방식은 명확한 법적 근거가 존재하지 않는 점에서 바람직하다고 할 수 없다. 최근 하급심 판결에서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라 거래소 계좌에 대해 입금정지조치를 취한 은행의 행위에 대하여 입금정지조치금지가처분신청이 인용된 것은 이러한 법적 판단에 의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도 하루속히 암호화폐 거래소와 관련한 구체적인 입법이 요구된다. 

2) ICO의 경우, 이른바 증권형(지분형) 토큰에 관하여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등 기존의 증권 관련 법령을 적용함으로써 규제 목적의 상당 부분을 달성하는 것이 가능하다. 또한 해외법인에 의하여 이루어지는 ICO의 경우에도 한국인이 참여하여 피해를 입을 수 있으므로, 이를 막기 위해 한국인을 대상으로 ICO를 진행하고자 하는 해외법인에 대하여는 자본시장법상 증권신고서 제출 의무와 유사하게 금융 감독기관에 백서(White Paper) 등 프로젝트 관련 일정 서류를 사전 제출할 의무를 규정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자본시장법의 적용 범위를 명확히 인식할 수 있도록 증권형 토큰의 기준에 대하여도 명확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 

3) 외국환거래법에 따른 신고 등 절차를 마치는 것을 전제로, 국내-국외 간 암호화폐 등 거래를 적법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하여야 한다. 현재 한국은행 및 시중 외국환은행들은 정부 정책에 따라 암호화폐를 매개로 이루어지는 거래는 물론 블록체인 관련 사업을 하는 해외법인에 대한 투자금 등 송금 건까지도 외국환 신고의 수리를 일절 거부하고 있는데, 이는 법률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것으로서 부당할뿐더러 바람직하지도 않다. 암호화폐 거래에 대한 외국환거래법의 적용 범위가 어디까지인지에 대한 정부의 명확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 

4) 미인가 무등록 암호화폐 펀드 운용에 집합투자 등 자본시장법상의 규제가 적용될 수 있다는 점은 차치하더라도 인가받은 자산운용사가 펀드 자산으로 암호화폐를 편입할 수 있는지, 암호화폐를 기초 자산으로 하는 파생상품을 운용할 수 있는지 등 여러 쟁점 사안과 관련하여 자본시장법의 적용 여부 및 인허가 가능 여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나 해석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자체를 전면 금지하기보다는, 전문투자형 PEF와 같이 일정한 전문성과 자격요건을 갖춘 투자기구에 대하여는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 여부를 자율적인 판단에 따라 결정하도록 허용할 필요가 있다. 증권에 관한 규제가 엄격한 미국의 경우에도 이미 암호화폐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펀드 운용 및 대표적인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선물 거래까지도 법률상 허용하고 있는 점을 보더라도 알 수 있듯, 암호화폐에 대한 투자를 막는 것은 오히려 우리 투자자들의 경쟁력을 해하는 결과를 야기할 것이다. 

대한변호사협회는 블록체인TF를 통해 이상과 같이 블록체인 산업의 발전을 위한 제도화가 시급하다는 점을 분명하게 인식하여, 블록체인 및 암호화폐에 대한 그동안의 부정적인 인식과 유보적인 입장에서 벗어나 블록체인 산업의 육성, 발전과 암호화폐 관련 부작용 예방을 위해 법령의 제·개정 등 제도화에 필요한 절차에 서둘러 착수할 것을 촉구한다.

 2018. 11. 8. 대한변호사협회협회장  김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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