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월드 업데이트로 재도약, 이범준 ‘니드포스피드 엣지’ PD 인터뷰

EA 스피어헤드가 개발하고 넥슨이 서비스를 맡은 ‘니드포스피드 엣지’는 변변한 레이싱게임 하나 없던 온라인게임 시장에 가뭄의 단비와 같았다. 전세계 유명 자동차들의 라이선스를 바탕으로 실제 슈퍼카들을 구현해낸 이 전무후무한 온라인 레이싱게임은 출시 전부터 레이싱 마니아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다. 넥슨은 지난해 12월 ‘니드포스피드 엣지’ 한국 서비스를 시작했고, 게임은 출시 초반 PC방 순위 12위(더 로그 기준)까지 오르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그러나 슈퍼카들의 질주는 오래 가지 못했다. 최적화 문제, 버그, 그래픽 옵션 및 프레임 제한 논란 등이 연이어 불거졌고, 쏟아지는 피드백에 비해 수정은 굼뜨게 이루어졌다. 원작 ‘니드포스피드 라이벌’ 팬들은 원작과 다르다고 불평했으며, 신규 유저들은 고인물 유저들에게 학살당하다 지쳐 게임을 떠났다. 유저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가면서 ‘니드포스피드 엣지’는 일생일대의 위기에 봉착했다.

결국 개발사 EA 스피어헤드는 용단을 내렸다. ‘니드포스피드 엣지’ 총괄PD를 교체하고, 게임에 대대적인 변화를 선언했다. 먼저 8월 2일에는 유저들이 그토록 바라던 오픈월드 콘텐츠가 업데이트된다. 이를 통해 기존 유저들에게는 커뮤니티 활동 공간을 제공하고, 신규 유저들에게는 게임에 익숙해지기까지 튜토리얼을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오픈월드 업데이트 이후에는 데칼(랩핑), 클랜전, 추격전 등 유저들이 요구했던 사항들을 차근차근 추가해 나갈 예정이다.

오픈월드 업데이트를 앞두고 서울 삼성동 스피어헤드 사옥에서 이범준 PD를 만나 소감을 들어봤다. 스피어헤드에 입사한지 이제 반년이 지났다는 이 PD는 엔씨소프트에서 ‘리니지2’, ‘블레이드앤소울’ 등 다수의 온라인 MMORPG를 맡았던 베테랑 개발자다. 그는 “니드포스피드 엣지가 내 생애 첫번째 레이싱게임”이라며 “오픈월드 업데이트를 통해 많은 유저가 유입되기를 바란다”고 웃었다.

그가 ‘니드포스피드 엣지’에서 받은 첫인상은 ‘너무 하드코어하고 PvP 위주인 게임’이었다. 충분히 재미있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시장에서는 일부 마니아층의 전유물처럼 여겨지고 있었다. 그는 넓은 공간에서 다른 사람들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급선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게 바로 오픈월드다. 그는 “원래 온라인게임에서는 채팅만 해도 재미있지 않냐”며 “다른 사람과 만날 공간이 없다는 것이 너무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15평방킬로미터로 구성되는 오픈월드에서는 한 채널당 최대 50명의 유저가 만나 이야기꽃을 피울 수 있다. 심리스 형태로 구성된 굉장히 넓은 지역으로, 곳곳에 순간이동할 수 있는 포탈이 마련되어 있다. 이 PD는 “실제로는 굉장히 큰 지역이지만, 자동차로 달리는 것을 감안하면 생각보다 좁게 느낄 수도 있다”며 “향후에 업데이트 안정화가 되면 다른 맵을 이어 붙여서 오픈월드를 더 확장시키는 것도 고려중”이라고 말했다.

MMORPG로 치면 마을과 같은 역할을 하는 ‘캠프’에서는 드리프트를 연습하거나 점프타워에서 점프하면서 놀 수 있다. MMORPG에서의 캐릭터가 유저의 아바타라면, ‘니드포스피드 엣지’에서는 자동차가 유저의 아바타가 되는 셈이다.

MMORPG의 퀘스트와 비슷한 콘텐츠도 있다. 오픈월드에서는 인공지능 차량과 대결을 펼치거나 정해진 시간 안에 목적지에 도착해야 하는 미션들을 수행하게 된다. 이 미션을 수행하면 특정 아이템을 확정적으로 얻을 수 있다. 기존 콘텐츠 보상이 대부분 확률성 아이템인 것과 대조되는 부분이다. 특히 순서대로 미션을 수행했을 때 최종 미션의 보상으로 S등급 슈퍼카를 지급할 예정이다. 이 PD는 “신규 유저들을 위해 허들을 낮추겠다는 의미”라며 “S등급 슈퍼카 중에서도 꽤 상급에 해당하는 차를 보상으로 주겠다”고 귀띔했다.

이 외에도 곳곳에 스피드 카메라나 구간의 평균 속도를 측정하는 카메라 존과 같은 소소한 즐길거리를 배치해두었다. PvP에 자신이 없는 초보자들이 게임에 적응하기까지 이것저것 해보라는 배려다. MMORPG에서는 초반에 메인퀘스트를 따라가면서 하나씩 게임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이 존재하는데, ‘니드포스피드 엣지’에는 그런 부분이 부족했다는 설명이다. 이 PD는 “지금의 니드포스피드 엣지는 초보자들이 버티기에 지나치게 가혹한 게임”이라며 “스트레스 높고 PvP가 전부인 게임에서 스트레스가 적고 콘텐츠가 풍부한 게임으로 바꿔나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오픈월드 업데이트 이후에는 ‘니드포스피드’ 시리즈의 장점 중 하나인 차량 데칼이 업데이트될 예정이다. 그동안은 정해진 곳에 정해진 그림을 붙이는 게 고작이었지만, 앞으로는 유저가 원하는 그림으로 바꿀 수 있게 된다. 이 PD는 “유저들의 상상력이 너무 뛰어나서 어떤 데칼이 등장할지 예상할 수가 없다”고 웃으며 “저작권에 위반되거나 선정적인 데칼은 사후에라도 제재를 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 법무팀은 데칼을 어디까지 허용할지 검토중이다.

유저들의 불만이 불거졌던 강화 시스템도 손볼 계획이다. 다만 어떻게 바꿀지는 확정되지 않았다. 이 PD는 “강화를 아예 없애겠다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새로운 유저들이 적응하도록 도와줘야 하는 것은 분명하지만, 기존 유저들이 쌓아온 자산을 무시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화 시스템의 개선사항은 오픈월드 업데이트 이후 차근차근 정리해나갈 생각이다.

이 PD는 앞으로 ‘니드포스피드 엣지’가 좀 더 대중성을 띤 게임이 되도록 바꾸고 싶다고 말했다. 레이싱게임은 전체 시장에서 니치 시장으로 분류되는데다가, 그 중에서도 ‘니드포스피드 엣지’가 PvP에만 초점을 맞추다보니 흥행에 어려움을 겪었다는 것. 그는 “제 목표 중 가장 우선 순위는 더 많은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온라인 레이싱게임을 만드는 것”이라며 “제대로 된 온라인 레이싱게임은 니드포스피드 엣지가 유일한만큼, 게임의 장점은 그대로 살려나가겠다”고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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