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투 비행 시뮬레이션은 ‘팰콘 3.0’이전과 이후로 나뉜다

■ 비행 시뮬레이션의 명가 - 스펙트럼 홀로바이트

[스펙트럼 홀로바이트 로고]
(이미지 – https://apptractor.ru/info/articles/)

회사의 이름이나 로고만 봐도 그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무엇을 하는 회사인지 그에 따른 회사의 가치를 알 수 있는 곳들이 많이 있다. 이를테면 코카콜라, 맥도날드, 버거킹 같은 곳들이다. 음료나 패스트푸드뿐만 아니라 게임업계에서도 그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알 수 있을만한 유명한 회사들이 많이 있다. 블리자드나 EA와 같은 회사들이 그렇다. 그런데 게임의 유명세에 비해 회사 이름이 낯선 회사가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스펙트럼 홀로바이트’라는 뭔가 디자인 아트적인 색채감의 이름을 가진 회사다.

이 회사는 회사의 이름보다 회사의 평생에 걸친 역작인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인 ‘팰콘(FALCON)’ 시리즈로 유명한 회사이다. 이 회사는 F-16 ‘FALCON’ 전투기를 모델로 수십년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을 만들어온 F-16 해바라기 같은 회사다.

[FALCON 3.0]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kf4oaUZMpFw)

현재는 다른 회사에 합병되고 개발팀도 정리될만큼 회사의 매출이 게임의 유명세만큼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지만 언제나 F-16 시뮬레이션 만들기를 포기하지 않았던 은근과 끈기의 회사다. 필자도 이 회사만큼은 열정에 감탄을 했었다. 

PC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지금까지 수백가지 이상이 출시됐었지만, 전 세계의 많은 비행 시뮬레이션 매니아들이 그 중에 가장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게임으로 ‘팰콘 3.0’을 꼽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그 정도로 이 회사에서 만든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큰 영향력을 행사했다.

[FALCON 3.0]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kf4oaUZMpFw)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은 ‘팰콘 3.0’ 전과 후로 나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스펙트럼 홀로바이트에서 출시한 ‘팰콘 3.0’은 당시 큰 화제가 됐다. 실제로 그 뒤로 출시된 많은 게임이 ‘팰콘 3.0’의 아성을 뛰어 넘고자 애를 썼지만 쓰디 쓴 패배의 잔을 마시며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아무리 잘 만들어도 ‘팰콘 3.0’의 기준을 뛰어 넘지 못하면 그냥 그래픽만 좀 더 좋은 게임 정도로 치부되곤 했다. 

1991년 출시된 ‘팰콘 3.0’은 이제 3년만 지나면 30주년을 맞는 게임이 된다. 국내 판매는 SKC에서 담당했었는데, 당시 가격이 2만9000원이었다. 한국에서 유독 인기를 얻었던 이유 중에 하나는 한국의 차세대 전투기 사업에 F16 Falcon이 주력 기종으로 선정됐던 것도 한 몫 하지 않았나 생각된다. 1980년대에 노후화되는 F-4를 대체하고 전투력이 열세인 F-5를 상회하는 기준을 만족하는 기체로 F-16 Falcon이 선정됐다. 한국 공군의 주력 기종이 된 F-16 Falcon은 당시 TV 뉴스에도 자주 등장하던 기체였고, 한국인에게 낯설지 않은 전투기인만큼 게임을 즐기는 한국의 게이머들에게 큰 이질감 없이 다가설 수 있었을 것이다.

[Art of the Kill]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

‘팰콘 3.0’을 즐기던 분들이 한 번쯤 봤음직한 비디오 중에 ‘Art of the Kill’이라는 다소 살벌한 이름의 공중전술 비디오와 책이 있었다. 국내 PC통신망에서도 공동구매를 하는 등 당시 하드코어 비행시뮬레이션 마니아들에게는 필수 교보재였다.

게임을 즐기기 위해 책은 물론이고 비디오 교재까지 봐야 한다니 지금 기준으로도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지만 이 게임은 그럴만한 가치가 있다. 대부분 이 게임을 시작했고 계속 즐기는 분들 중에는 장래 파일럿이라는 직업을 꿈꾸고 있는 분들이 많았고, 실제로 공군에서도 이 게임을 훈련용 교재로 사용한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였다. 사실적인 묘사로 달리 대안이 없던 상황이다 보니 필요에 의해 가치가 결정되었다기 보다는 가치에 의해 필요가 생겼다고 보여진다.

[FALCON 3.0]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kf4oaUZMpFw)

현재 기준으로 보는 ‘팰콘 3.0’의 그래픽 수준은 참담한 수준이지만, 솔직히 말해서 당시에도 그렇게 봐줄만한 그래픽은 아니었다. 필자가 이 게임을 출시하자마자 거금을 주고 샀지만, 그래픽적인 부분에서는 다소 실망을 했다. 일단 지형 지물을 제대로 알아보기 힘들었고 단순히 곡선이나 직선으로 네모 깍두기 같은 폴리곤 모델들이 날아다니고 있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 게임이 유명해진 것은 시각적인 그래픽 때문이 아니라 정교한 비행 모델(프로그래밍적인 부분)과 실제를 반영한 무기 시스템과 다양한 미션 제공 때문이었다.

3.0 이후로 4.0이 등장하고 여러 가지 패치가 등장하고 나서야 실제에 근접한 시각적 정보를 제공 할 수 있었다. 그러나 ‘팰콘 4.0’ 조차도 이미 출시한지 거의 20년이 다 되어가는 고전 게임이다. 다음 편에서는 비행시뮬레이션 게임의 전설이자 기준이 된 ‘팰콘’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써볼까 한다.

■ 필자의 잡소리

[FALCON 3.0]
(이미지 – https://www.youtube.com/watch?v=kf4oaUZMpFw)

이미 초등학교 때 필자는 여름방학 숙제로 국내 유명한 프라모델 전문 회사의 F-16 FALCON을 만들었던 적이 있다. 당시 숙제는 ‘만들기 과제’였다. 그 때가 1980년대였으니 벌써 30년이 지난 이야기지만 초등학교 때 프라모델로 팰콘을 접하고 중학교 때는 비행시뮬레이션으로 팰콘을 접했다. 사실 필자가 제일 좋아하는 기체는 F-14 톰캣이지만 팰콘 3.0을 출시했을 때쯤에 F-14를 영혼을 담아 만든 게임이 없어서 한동안 ‘팰콘 3.0’을 했었다.

F-16를 소재로 한 게임이 다른 기체를 소재로 한 게임보다 조금이라도 더 친숙한 이유는 전 세계에 총 4400대가 넘는 팰콘이 아직도 현존하고 있고 어렵지 않게 구경할 수 있는 친숙한 환경 때문이 아닌가 싶다. 한국은 그 중에서도 최대 군사력 강국인 미국의 1003대와 바로 그 뒤를 이은 이스라엘 382대에 이어 168~170여대를 운용하는 F-16 보유 상위 국가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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