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간 사랑받고 있는 전투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팰콘 4.0’

■ 길이 남은 명작 전투 비행시뮬레이션의 바이블

비록 수상한 대표가 있는 회사이기는 하지만, 스펙트럼 홀로바이트가 남긴 업적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들은 자신들이 내놓은 제품 이전의 것과 이후의 것으로 나누는 비행 시뮬레이션게임의 기준점을 만들었다.

[팰콘 4.0]
(이미지 – https://www.amazon.co.jp/Atari-51847-Falcon-4-0)

수십 년 전에 ‘팰콘 3.0’으로 세상을 놀라게 했으며, 뒤이어 내놓은 ‘팰콘 4.0’은 그 이상의 것이 나올 수 있을지 의심될 정도로 확고한 기준이 됐다. 

 

[(위) 게임 화면 / (아래) 실제 F-16 계기판]

(이미지 – https://excalibur-games.com/products/falcon-4-0, https://imgur.com/gallery/ULfBK)

물론 여러 가지 패치를 거쳐야 하지만, 패치 후에는 보다 더 사실적이고 정확한 F-16 FALCON 전투기의 묘사가 가능해진다. 예전에는 ‘오픈 팰콘(Open Falcon)’ 패치와 ‘프리 팰콘(Free Flacon)’ 패치가 가장 유명했었고 그 중에서도 BMS(https://www.benchmarksims.org/forum/content.php) 버전의 패치를 많이 사용했다. 벌써 20년 전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팰콘 4.0’은 아직까지 많은 유저들이 즐겨 하는 전투 비행시뮬레이션 게임 중에 하나다. 현재도 전 세계는 물론 한국에도 많은 가상전투 비행대가 존재하고 있다.

[어디서 많이 보던 지도]
(이미지 – http://www.mobygames.com/game/windows/falcon-40-allied-force/screenshots/gameShotId,225019/)

하지만 한국에서는 정식 판매하는 회사도 폐업하고 공식적인 지원을 하지 않는 상태다. 게다가 여기저기서 실력 좀 있다고 자처하는 사람들이 만든 패치가 어지럽게 퍼져있어, 무엇이 제대로 된 것인지 알기가 힘들다.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한 동안 어리둥절하다가 높은 진입장벽에 비행기 한 번 띄워보지도 못하고 게임을 포기하는 것도 문제다.

‘팰콘 4.0’을 국내에서는 좀 더 늦게 접할 수 있었는데, 초기 버전의 경우 게임 내용의 문제로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국내에서 정식 출시하지 못했던 사연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남한과 북한이 있는 한반도를 전쟁의 배경으로 등장시킨 게임 내용이 문제였다.

국내에서 정품이 출시되기까지는 많은 시련이 있었지만, 결국 정품으로 판매됐고 국내의 많은 전투 비행시뮬레이션 마니아들에게 환영을 받았다.

[각종 계기 조작 메뉴얼]
(이미지 – https://docs.google.com/viewer?a=v&pid=sites&srcid=ZGVmYXVsdGRvbWFpbnxmYWxjb240aGlzdG9yeXxneDo2MzQ1ZDhkODkxNGFkOWY5)

이 게임에 어설프게 도전하는 사람들은 두 종류의 패턴으로 나뉜다. 생전 처음 듣고 보는 용어와 계기판의 각종 버튼, 스위치들의 작동 방법을 공부하다가 자포자기 심정으로 다시는 ‘팰콘’을 쳐다보지도 않거나, 몇 년에 걸쳐 깔았다 지웠다를 반복하며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는 다짐으로 굳은 결의와 의지를 내보이다가도 대충 움직임과 버튼 몇 개면 눈칫밥으로 할 수 있던 게임과는 확연히 다르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하는 경우다.

■ 만인에게 시뮬레이터를 제공하라
워낙 고증을 따르고 충실히 재현하고자 하는 개발팀의 노력이 있었기에 명작이 탄생할 수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 뛰어난 현실감을 따라가기 벅찬 일반 소시민들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팰콘 4.0’은 한 때 잘난 양반들이나 하는 게임으로 여겨지는 경우도 종종 있어왔고 실제로도 웬만한 지식과 열정으로는 재미를 느끼기 어려운 게임이기도 하다.

하지만 마니아들만이 즐기는 하드코어의 게임으로는 이보다 뛰어난 게임이 없다. 비록 ‘게임’이라는 단어적 표현을 사용하지만 실상은 컴퓨터 상에서 구현되는 시뮬레이터에 가깝다고 인정받는다.

[전투 비행 시뮬레이터]
(이미지 – https://gizmodo.com/5285690/5285690/ultra-hd-military-f-16-flight-simulators)

시뮬레이터(Simulator)란 우주선, 전투기, 탱크와 같은 기체를 사용하기 전에 조종사들에게 훈련을 위해 실제와 같은 환경을 구현하는 전문적인 장비/장치를 뜻한다. 영화에서 종종 훈련 장면을 위해 탑승하던 것을 보았을 것이다. 필시 하드코어 유저라면 누구나 한 대 정도 장만하고픈 꿈이 있지만 그 가격도 문제이거니와 기밀에 해당하는 각종 장비의 데이터들이 외부에 노출되어서는 곤란한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일반인이 구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가끔 군대에서 큰 마음 먹고 일반인들에게 공개하는 은혜를 주는 경우에나 체험해 볼 수 있는 정도였다.

그러던 세상에서 아쉬움을 달래고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비슷한 환경을 구축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등장했으니 그것이 바로 ‘팰콘’ 시리즈다.

[비교적 저렴하게 구축한 전투 비행 시뮬레이터]
(이미지 – https://www.spytechrecords.com/cockpit-computer-desk/cockpit-computer-desk-obutto-r3volution-gaming-cockpit-simhq-small-computer-desk/)

하드웨어적인 부분이야 어떻게든 극복할 수 있다고 해도 결국 중요한 것은 화면 상에 구현되는 가상의 세계다. 때문에 ‘팰콘’ 시리즈의 등장은 많은 전투 비행시뮬레이션 마니아들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귀중한 존재였다. PC에 연결 가능해서 실제로 작동이 가능한 각종 계기판이나 패널, 스위치 등의 부속품들은 지금도 인터넷에서 어렵지 않게 구입할 수 있다.

열성 마니아들은 전투기의 조종석 부분도 목재로 직접 틀을 짜거나 해외에서 수입하는 고가의 FRP재질의 조종석을 구입해서 방 한 칸을 장식하기도 하지만, 보통은 책상에 각종 계기판 등을 연결해서 느낌을 최대한 살리는 것으로 현실과 타협한다.

[조종장치(Flight Stick)]
(이미지 – http://www.thrustmaster.com/products/hotas-cougar)

PC에 연결하는 전투 비행 시뮬레이션 게임의 경우 가장 많은 환경적 만족을 느끼게 해주는 장치는 조종 장치(Flight Stick)이다. 물론 이것도 저렴한 것부터 고가의 장치까지 다양한 계층이 존재하는데, 사진에 보이는 트러스트 마스터社의 HOTAS CUGAR와 같은 비행 스틱은 일반인이 구입하기에는 꽤 버거운 금액대의 장치이다. 그나마도 단종 되어 구하기 어려운 것들도 많고 국내에서 A/S의 문제 등으로 가볍게 구입하기는 어려움이 많지만, 열성적인 마니아들에게는 그 모든 것의 고민 보다 실제와 같은 환경적인 느낌을 제공할 수 있는 것을 더 중요시한다.

필자의 경우 그 정도 열성은 없지만, ‘팰콘 4.0’과 같은 전투 비행시뮬레이션게임을 단순히 키보드와 마우스만으로 조종 하는 것은 진짜 아닌 것 같다고 느꼈다. 그래서 거금의 스틱을 장만하기도 했었다.

비슷한 경우로 자동차 레이싱 게임이 있다. 이 경우도 휠(핸들)을 구입해서 하는 것과 키보드로 하는 것과는 상당한 현실감의 차이를 체감할 수 있다.
 
■ 게임에서 현실로

[한국의 F16 편대]
(이미지 – http://afbase.com/ac2_comm/264268)

‘팰콘 4.0’은 이렇게 소프트웨어 세팅부터 하드웨어 구성까지 뭐 하나 속편하고 쉽게 되는 게 없는 게임임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뿐만 아니라 유독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다. 그 이유는 한국의 경우 너무나도 쉽게 접할 수 있는 환경적인 요인도 한 몫 하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F-16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이 팔린 전투기중에 하나이고 전 세계 가장 많은 국가에서 현재도 사용중인 기체이며, 한국은 그 중에서도 상위 국가에 속한다. 한 때 서방국가와 공산권 진영으로 전 세계가 양분하여 대립하고 있을 때 가장 효율적이고 즉각적인 대응 태세를 준비할 수 있는 방공 전투기의 역할로 당시 F15와 같은 고비용을 감당하기 힘든 국가에서는 차선책으로 F16을 도입하기도 하였다. 

한국은 유례없는 전쟁을 경험한 국가이자 현재도 첨예한 대립으로 남과 북이 군사 경계선을 두고 대립하고 있으며, 주변의 강대국들의 정치행보에 따라 국가적 차원에서 대응이 달라져야 하는 입장에 처해 있다. 비록 최근 남과 북의 관계나 북한과 미국의 관계가 예전과 다르게 긴장이 완화되어 가는 훈풍이 불긴 하지만, 언제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국제 정세 속에서 F16은 든든한 방공 지킴이로 F15와 더불어 한국 영공을 수호하는 일에 사명을 다하고 있는 중이다.

이런 환경적인 요인으로 인해 미래 공군사관학교를 꿈꾸는 청소년들이나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전투기 파일럿의 꿈을 접어야 했던 필자와 같은 사람들에게 ‘팰콘 4.0’과 같은 게임은 단순히 게임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끝내 이룰 수 없었던 삶의 중요한 부분을 대신해 주는 보물과 같은 존재다. 누군가에게는 단순히 복잡하고 어려운 게임 소프트웨어에 불과할지 모르지만, 또 누군가에게는 못다 이룬 꿈을 대신해 주는 애착이 갈 수 밖에 없는 게임 이상의 것이 되어버렸다. 그렇지만 ‘팰콘’ 시리즈 개발사는 폐업했고, 정식 버전의 차기작은 등장하기 힘들어 보인다.

[팰콘 4.0 게임 메뉴얼]
(이미지 – https://forums.obsidian.net/topic/60587-the-game-manual/)

그래도 아직 ‘팰콘 4.0’은 할만한 게임이니 아직 접해보지 못한 분들은 일단 매뉴얼 정독부터 시작하시고 게임을 설치하기 전에 진지하게 한번 고민해 보시기 바란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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