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질병분류 등재 토론회서 게임업계, 국회, 전문가 토론

[좌로부터 이장주 소장, 강경석 본부장, 강신철 회장, 조승래 의원, 한덕현 교수]

세계보건기구(WHO)가 게임 과몰입을 질병으로 등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게임업계 관계자와 전문가들이 반대의 목소리를 강하게 높였다. 게임 과몰입이 중독이라는 견해는 의학적으로 증명되지 않았고, 사회적으로도 충분히 합의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28일 서울 강남구 롯데엑셀러레이터에서 ‘ICD-11, 게임질병분류 등재,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ICD-11은 WHO가 올해 5월 개최하는 국제질병분류기호 11차 개정으로, WHO는 이를 통해 게임장애(Gaming Disorder)를 정신건강질환으로 포함시키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WHO가 이 개정안을 통과시키면 한국질병분류코드(KCD)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번 토론회에서는 이장주 이락디지털문화연구소 소장이 진행을 맡았으며, 패널로는 강경석 콘텐츠진흥원 게임본부장, 강신철 게임산업협회장,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참여했다.

한덕현 교수는 WHO의 게임질병분류 등재에 대해 “연구와 과학적인 근거가 부족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동안 게임 과몰입을 연구한 사례는 종종 있었지만, 진단 기준이 제각각이라 객관적 자료로서는 모호하다는 것이다. 또 인터넷 과몰입에는 공존질환이 동반할 가능성이 90% 가량 된다는 점도 문제로 꼽았다. 특정 청소년이 36시간 연속으로 게임에 빠졌을 때, 이것이 게임의 문제인지 아니면 우울증이나 자폐 질환 등 다른 공존질환의 문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게 한 교수의 시각이다.

강경석 본부장도 진단 기준이 모호하다는 점에 동의했다. 그는 “동일한 환자를 두고 A라는 의사와 B라는 의사의 진단 결과가 다를 때도 있다”며 “(게임 과몰입이 질병인지 아닌지는) 학술적으로 충분히 검증해야 할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사안은 게임업계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중요한 문제”라며 “게임이 질병이라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능력있는 인재들도 게임 분야에 오지 않을 것이고, 게임 콘텐츠 수출에도 차질이 생길 것”이라고 전했다.

조승래 의원은 문제의 근원 대책은 게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지난해 국회 여야 의원들이 힘을 합쳐 대한민국 게임포럼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라며 “WHO의 이번 시도로 촉발된 여론이 게임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극복하고 나아가는 전환점이 되기를 기대하며, 포럼에서도 이 문제를 논의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조 의원은 보건복지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해당 이슈에 대해 공동연구를 하는 방안도 검토중이다.

강신철 회장은 게임 과몰입이 질병으로 등재될 경우 게임업계에 미치는 악영향을 걱정하는 한편, 이로 인해 발생하는 부작용과 악용 가능성도 우려했다. 그는 “게임 과몰입이 장애라는 여론은 게임업계에 정말 큰 타격”이라며 “정확하게 진단하고 측정할 수 없는 상황에서 치료가 진행된다면 사회적으로도 혼란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과몰입이 정신질환이 된다면 병역 의무를 수행할 수 없을텐데, 이를 악용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의견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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