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조 4150억원대 소셜카지노 시장, 대형 M&A로 급변 ‘성장은 꾸준’

한국 게임 시장에서 소셜카지노가 주목받은 것은 오래되지 않는다. 해외에서 소셜카지노 시장은 2010~2011년을 거치면서 페이스북을 통해 성장하기 시작했고, 스마트폰이 등장하자 급격한 성장세를 나타냈다. 한국에서도 발 빠르게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게임사들이 생겨났다. 하지만 그 수는 많지 않았다. 모바일게임 시장이 태동하던 시기였기에 대부분의 개발사들은 한국 시장에 주력했다.

2015년 처음 소셜카지노에 대한 기획 기사를 썼을 때만해도 게임 업계에서는 이 시장에 대해 설명해줄 전문가가 많지 않았다. 일일이 게임을 플레이 해보고 현직 개발자들을 찾아다니며 자문을 구할 수밖에 없었다. 3년이 지나자, 시장은 또 다시 바뀌었다. 그 동안 한국에서는 더블유게임즈와 미투온이 각각 상장에 성공했다.

전 세계 소셜카지노 시장은 꾸준히 성장을 거듭했다. 2015년 40억 달러(약 4조 3320억 원)에 육박했던 소셜카지노 시장은 2017년에는 50억 달러(약 5조 4150억 원) 수준으로 성장했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소셜카지노 업체는 이스라엘의 플레이티카(Playtika)다. 지난해 4분기 기준 시장 점유율은 27%로, 전체 시장의 1/3을 차지할 정도다. 슬롯게임 ‘슬로토매니아(Slotomania)’와 포커 게임 ‘WSOP’로 유명하다. 플레이티카의 독주 속에 사이언티픽 게임즈(Scientific Games), 더블유게임즈(DoubleU Games), 아리스토크랫(Aristocrat), 징가(Zynga) 등이 그 뒤를 이으며 경쟁 중이다.

몇 번의 대형 M&A도 이뤄졌다. 2016년 8월 플레이티카는 중국의 자이언트 네트워크에 인수됐다. 당시 자이언트는 플레이티카 인수에  약 44억 달러(약 4조 7652억 원)를 쏟아 부었다. 호주의 머신 제조사 아리스토크랫도 북미에서 잘나가던 빅피쉬 게임즈(Big Fish Games)와 프로덕트 매드니스(Product Madness)를 연이어 인수하며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렸다. 한국의 더블유게임즈는 지난해 더블다운인터랙티브(DDI)를 약 1조원에 깜짝 인수하며 글로벌 Top3 회사가 됐다.

2014년 설립된 폴란드의 휴즈게임즈(Huuuge Games)는 점유율 세계 7위 업체로 성장했다. 휴즈게임즈는 다이내믹한 연출과 사운드가 특징인 슬롯머신을 내세운다. 이 회사는 한국투자파트너스 등 한국 벤처캐피탈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유치를 위해 경영진들이 꾸준히 한국을 드나들었다. 연간 900%에 이르는 무시무시한 성장세를 보이며 급성장했다.

한때 소셜카지노 업계에서는 아시아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마카오의 카지노 판돈이 라스베이거스를 뛰어넘었듯이, 소셜카지노 시장도 아시아의 비중이 높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했다. 그런데 예상보다 아시아의 비중은 높지 않다. 시장조사 보고서를 보면 2017년 4분기를 기준 전 세계 소셜카지노 시장에서 아시아가 차지하는 비중은 22%다. 북미 시장이 68%로 여전히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유럽은 약 7~8% 정도다. 즉 여전히 소셜카지노는 북미 시장이 메인이며, 테이블 게임보다는 슬롯머신 게임에서 대부분의 매출이 발생한다.

아시아에서의 매출 대부분은 텐센트, 보야 등 아시아 현지 업체들이 서비스하는 테이블 게임에서 나온다. 선불카드 등 집계되지 않는 매출은 더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예상보다 아시아 시장의 성장이 더딘 것은 분명하다. 글로벌 게임사들도 아시아에서는 압도적인 매출을 내지 못하고 있다. 매출 상위권 게임 개발사는 대부분 중국, 홍콩, 대만, 일본 등 현지 업체들이다.

소셜카지노 관계자들은 “아시아 시장의 장벽이 높은 것은 국가별로 지역색이 매우 강하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한국의 고스톱처럼 일본에서는 파칭코나 파치슬롯, 중국에서는 투지주(斗地主, Fight the Landlord)가 인기다. 투지주는 마작과 함께 중국에서 가장 대중적인 게임이다. 규칙은 마치 훌라와 포커를 섞어 놓은 듯한데, 자신이 가진 패를 보고 전략적인 수 싸움을 해야 한다. 중국에서 텐센트가 이 게임으로 카지노 카테고리 매출 1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다른 국가 유저들은 투지주의 룰조차 잘 모르는게 현실이다(투지주에서는 2가 A보다 높은 패다).

이처럼 국가별로 강한 지역색이 매우 강하기에, 자국 유저들의 성향을 가장 잘 아는 로컬 업체들이 강세를 보인다. 동시에 해외 업체 입장에서는 높은 장벽으로 작용한다. 한국 소셜카지노 업체들도 수년 간 아시아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으나, 좀처럼 폭발적인 매출을 끌어내지는 못하고 있다.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시아에서 ‘풀하우스카지노’로 시장을 선점해 상장까지 한 미투온 정도가 유일하다.

손창욱 미투온 대표는 “아시아는 워낙 지역색이 강한데다, 테이블 게임이 강세이기에 종합 소셜카지노만으로 진입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풀하우스카지노’는 홍콩 등에서 여전히 카지노 매출 상위권을 달리는 중인데, 이는 10년 전부터 마카오 등을 둘러보며 소셜카지노를 분석한 결과라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풀하우스카지노’는 여러 종류의 슬롯머신과 블랙잭, 바카라 등 테이블 게임을 함께 제공한다. 실제 테이블게임과 슬롯머신의 매출 비중은 비슷한 수준이라고 한다.

손창욱 대표는 “아시아 소셜카지노 시장의 성장 속도는 느리지만 가능성은 여전히 크다”며 “북미 소셜카지노 시장의 연간 성장률은 10%이지만, 아시아는 50%에 이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최근 소셜카지노로 주목받는 아시아 국가는 대만이다. 대만은 소셜카지노가 전체 모바일게임 매출 10위 안에 들 정도로 인기가 높은 곳이다. 슬롯머신 게임이 ‘리니지M’, ‘리니지2 레볼루션’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 다양한 테마의 슬롯 수십 종을 제공하는 ‘星城 Online’, 슬롯과 텍사스 홀덤, 마작 등을 함께 즐길 수 있는 ‘老子有錢’ 등이 가장 인기있는 게임이다. 유명 배우 증지위를 내세우는 등 마케팅도 공격적으로 진행한다.

올해 상반기 한국 업체 더블유게임즈가 ‘더블 포춘 카지노(Double Fortune Casino)’로 대만 시장에 도전할 계획이다. 목표는 매출 10위권 내 진입이다. 원용준 더블유게임즈 전무는 “수년 전부터 대만 시장을 관심 있게 지켜보며 대만 현지화를 진행해 왔다”며 “하반기 매출 10위권 진입을 목표로 한다”고 전했다.

‘더블 포춘 카지노'는 테이블게임이 아닌 슬롯머신으로만 이뤄진 게임이다. 순수 슬롯머신으로 승부하겠다는 전략이다. 원 전무는 “실제 마켓 지표를 보면 아시아에서도 슬롯머신 게임의 매출이 상당히 높다”며 “아시아 유저들이 무조건 테이블게임만 좋아한다는 시각도 편견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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