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신후 전북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장 "진흥원은 특급도우미, 샘물 같은 존재”

전라북도에 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이하 전북진흥원)이 생긴 것은 2015년. 3년차를 맞은 올해 전북진흥원은 안팎으로 좋은 일들이 겹쳐 분주하다.

우선 출발 당시보다 3배 성장을 이뤄낸 성과를 바탕으로 4월에는 어엿한 새 청사에 입주한다. 새 청사는 송하진 전북지사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최근 각광받고 있는 전북 혁신도시 인근에 마련했다.

청사 주변은 지방검찰청, 법원 이전에 의한 법조타운과 대단위 금융회사가 집결하는 금융타운이 조성될 예정이다. 이미 이전한 공공기관과 함께 연계형 사업이 활발히 이루어질 전망이다. 전북진흥원을 중심으로 한 ‘전북형 실리콘밸리’시대가 펼쳐질 것으로 기대된다. 

강한 추진력과 온화한 품성으로 연임에 성공한 이신후 원장은 “초대 원장으로 2년 동안 진흥원을 만드는 시기였다. 이제는 그 기초를 바탕으로 완성도를 갖출 시기다. 지역 특화산업의 성장을 견인하는 기관이자 안정적인 조직 운영의 사령탑을 맡은 수장으로 책임감이 점점 커진다”며 연임 소감을 밝혔다.

■ “시스템 구축 끝...새 둥지에서 R&D센터로 다시 발돋움”

먼저 이 원장에게 올 4월 전주 만성동에 연면적 2000평 규모의 5층 건물에 20개사가 입주하는 전북진흥원 새 청사에 대해 물었다. 

“전북진흥원의 첫 출발은 두려움이 없었다. 거침없이 실행했다. 새 청사도 송하진 지사님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오랜 숙원을 풀어냈다. 개인적으로는 연임에 성공해 기쁘다. 하지만 급변하는 산업환경과 시대적 요구를 선도적 위치에서 제시해야 하는 역할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

전북진흥원이 특히 국가 예산을 통해 독자 청사를 갖게 된 것은 ‘IT 불모지’로 불린 지역에서 단기간에 이루어낸 성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IT-게임-콘텐츠 기업의 입주 숫자가 늘어나고 있는 상황도 고무적이다. 그는 "'망거목수(網擧目隨), 주된 일이 잘되면 다른 일도 그에 따라서 이루어진다"며 웃었다.

그가 올해 가장 강조하는 전북진흥원 화두는 ‘고도화’다. 취임 후 ‘무에서 유를 만들어낸’ 초창기를 한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개념이다. 새 둥지를 명실상부 R&D(연구 개발)센터로 도약시키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올해는 전북진흥원에 입주하는 전문기업 숫자가 10개사에서 20개로 늘어났다. 이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싶다. 산업에 필수적인 것이 전문인력이다. 2008년 지방에서 최초 게임아카데미를 만들었던 전북의 도전정신을 이어받아 일자리-청년비전을 위한 인력 양성에 힘을 쓰겠다.”    

하지만 지역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전문인력 양성 및 일자리 창출은 현안 중 현안이다. 지역의 지원을 통해 배출된 인재가 수도권으로 떠나는 악순환도 큰 문제다.

IT-게임 콘텐츠 전문인력 90% 이상이 서울-경기 수도권에 집중해 있는 상황이다. 지역균형발전이라는 정부의 기치를 지역만의 노력으로 해결하는 길은 요원하다. 이 때문에 지역은 인재양성에 대한 부담감을 가질 수밖에 없고 소극적으로 대응하기 마련이다.

이신후 원장의 생각은 조금 달랐다. 지역이 나아가야 할 산업육성 정책의 비전과 전략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수도권으로 가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다. 지역의 지원을 받은 인재가 지속적으로 수도권에 진출하면 역으로 전북 기업 수도권 진출의 문을 열어줄 교두보 역할을 기대할 수 있다. 또한 첨단 기술과 기업이 집약되어 있는 수도권에서 배워 다시 돌아오면 더욱 큰 역할을 할 수 있다.".

이어 "지역경쟁력은 인재 양성에 대한 지속적인 투자와 자신만의 아이디어와 기술을 펼칠 수 있는 환경조성을 준비하는데서 나온다. 지역의 가치는 현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앞으로 이루어질 경쟁력 확보에서 창출된다. 전북진흥원은 전라북도 지역산업의 미래경쟁력을 확보하는 전략허브 역할을 하겠다”고 강조했다.

그의 자신감에는 전북의 특수한 환경이 전제되어 있다. 전북은 게임 콘텐츠를 제작하는 '토종강소기업'뿐만 아니라 이와 관련한 특화기관이 산재해 있는 전국에 몇 안되는 지역이다. 인근에 게임과학고가 있고, 전주대-우석대 등에 게임 및 문화콘텐츠 학과가 있어 산학협력이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여기에다 전북진흥원은 초중생들 대상 융복합아카데미를 개설해 10년 이후 지역 인재를 발굴하는  청사진을 갖고 있다.

이미 ‘전대미문’, ‘ICT발전협의회’ 등 산-학-연-관의 연계와 공동사업 발굴을 촉진하는 전략협의체도 진흥원이 중심이 되어 운영되고 있다. 말 그대로 전북 콘텐츠 산업의 전(全) 주기를 완성코자하는 이 원장의 뚝심과 비전을 짐작케 하는 대목이다.

■ “의료-교육 기능성 게임 전문기업 탄생 후원...스웨덴-아르메니아 공동 프로젝트도”

이신후 원장이 펼쳐놓은 올해 사업은 씨알이 굵다. R&D센터로 키워내는 프로젝트는 구체적이다. 무주 태권도 국제 대회 전후 ‘태권도 VR(가상현실)’이 출시되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는 것처럼 지역 특성을 잘 담아내겠다는 의지가 읽혔다.

우선 기능성 게임 전문기업 발굴에 초점을 맞췄다. 그는 “1999년 지스타보다 1년 앞서 전북 엑스포에서 ‘기능성게임’이라는 개념을 첫 도입했다. 그 강점을 활용해 역점사업으로 의료나 교육 분야의 기능성 게임 전문기업이 나올 수 있도록 씨앗을 뿌릴 생각”이라고 말했다.

문화예술 분야 콘텐츠가 풍부한 지역의 특성도 최대한 반영할 계획이다. 이 원장은 “판소리-한지-부채-서예 등 전국에서 무형문화재가 가장 많은 곳이다. ‘원소스’가 많은 곳이다. 이 같은 예술 감각을 감성 휴머니즘으로 승화시키면 바로 콘텐츠로 쓸 수 있다. 콘텐츠는 스토리텔링과 맥락을 같이 한다”고 강조했다.   
 
전북진흥원은 도내 각 지자체와의 협력 사업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특히 스토리텔링 발굴 프로젝트인 ‘1시군 1콘텐츠’는 돋보이는 기획이다. 가령 남원시는 춘향스토리, 순창은 고추장스토리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다. '사업 다각화’를 하겠다는 이 원장의 생각과도 잘 맞는다. 또 소리의 전당에서 창작체험을 할 수 있는 음악창작소, 올빼미하우스의 애니메이션 창작 등도 눈에 띄는 기획 중 하나다.

한국에만 머무르지 않고 글로벌 시장과의 협력사업 확대도 추진 중이다. 현재 스웨덴, 아르메니아 등과 공동 창업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그는 “한국이 아시아를 맡고, 북유럽은 스웨덴이 맡는 등 마케팅과 서비스를 할 수 있는 분야를 나누어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 “3년 전부터 VR-AR 지원. 스마트잼버리 주역 역할하겠다”

이 원장이 주목하는 또 다른 분야가 VR-AR(증강현실)이다. 그는 “3년 전부터 관심을 가져 VR-AR 기업을 유치했다. VR-AR에도 기능성 게임을 탑재해 교육과 미래 가치를 담을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평창동계올림픽 이후 최대 글로벌 대회인 2023년 열리는 '세계잼버리(jamboree)' 대회를 유치한 전북의 입장에서 전북진흥원의 역할도 주목된다.

그는 “스마트잼버리를 컨셉으로 VR-AR 콘텐츠 발굴·지원을 통해 ‘전북 콘텐츠를 전북만의 스타 상품’으로 만들겠다. 관광으로 떠오르는 전북을 ‘IP(지적재산권) 스토리텔링’으로 연계시키는 것이 목표다”라는 포부를 밝혔다.

세계잼버리 대회를 ‘스마트잼버리’로 열겠다는 송하진 전북지사의 청사진은 전북진흥원에 큰 힘이 되고 있다. 컨셉에 맞는 관련 사업에 진흥원의 주도적 역할이 기대된다. 전북 콘텐츠 기업들도 '기(氣)'가 팍팍 살아났다.

이 원장은 “최근 VR존으로 돌풍을 일으킨 예쉬컴퍼니가 ‘VR체험존’을 진흥원 새 사옥에 전시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내년 전북-광주 게임 콘텐츠 기업들이 참여하는 ‘호남권 페어’도 준비 중이다”고 말했다.

전북진흥원 입주사들은 이 원장에 대해 “기업들에게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준다”고 귀띔했다. 입주사들과의 관계에 대해 물어봤다.

이 원장은 “(전북)진흥원은 홀로 갈 수 없다. 회원사들과 같이 성장하는 조직이다. 언제든지 입주사들에게 조언하고 돕고 힘을 모아 콘텐츠 발전을 꾀하는 특급 도우미다.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정보와 법률, 네트워크 등을 지원하는 ‘목마를 때 찾는 샘물 같은 존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신후 원장은?
전주대학교 상담대학원 상담심리학과 석사
현(재)전라북도문화콘텐츠산업진흥원 원장
전라북도정보화위원회 및 ICT발전협의회 위원
현 전북대학교 의학전문대학원 외래교수
(사)전북디지털산업진흥원 원장
전북인터넷중독대응센터 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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