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중음식 연구원 이색 경력, 유럽 세르비아서 첫 시작 '대장금 복장' 방송 인기

 

[아프리카TV에서 쿡방을 진행 중인 BJ 승야미]

과거 ‘요리 방송’이라고 불린 ‘쿡방’이 새로운 방송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공중파, 케이블에서는 인기 셰프들의 실력과 맛을 비교하는 프로그램을 편성하는 한편, 개인방송에서도 ‘쿡방’은 인기 콘텐츠로 자리잡았다. 특히 ‘쿡방’은 기존 개인방송에서 인기를 끌은 ‘먹방’과 함께 결합해 고리타분한 ‘요리 방송’ 이미지를 벗어나는데 성공했다.

맛있게 음식을 먹고 후기를 전하는 ‘먹방’은 BJ(개인방송 진행자)가 접근하기 쉬울 뿐만 아니라 수많은 요리의 다양성에 끊이지 않는 콘텐츠를 생산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하지만 직접 요리를 해야 하는 ‘쿡방’은 보다 넓은 공간의 필요성, 식재료 비용, 시간, 소재 등 ‘먹방’보다 훨씬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 이 때문에 ‘쿡방’은 BJ들이 쉽게 접근할 수 없는 영역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개인방송의 사회적 인지도 상승과 더불어 전문적인 BJ들이 대거 유입돼 이런 장벽도 점차 해소되어 가는 추세다. 아프리카TV에서는 짧은 신인 시절을 딛고 베스트 BJ로 올라선 BJ 승야미(본명 유승미)가 ‘쿡방’의 유망주로 떠오르고 있다. 특히 BJ 승야미는 궁중음식 연구원, 세르비아 관저 요리사 등 전문적인 이력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BJ로서 새로운 삶을 선택했다.

■ 머나먼 타국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로 시작한 ‘쿡방’

BJ 승야미가 처음으로 쿡방을 진행한 곳은 한국이 아닌 남동부 유럽의 세르비아다. 발칸반도 중앙에 위치한 세르비아는 국내에서 20세기 말 코소보 사태로 인종 차별 내전이 벌어진 곳으로 익히 알려져 있다. 세르비아 한국 대사관 관저 요리사로 지낸 BJ 승야미는 처음 방송을 진행한 것도 외국에 지내면서 적적한 마음을 달래기 위함이었다. 전문적인 장비도 없이 해외에서 한국인과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만 하나로 BJ에 도전한 것이다.

전문적인 스튜디오를 만든 것도 아니고 저 화질 캠과 마이크만 구입해 도전한 개인방송은 초기에 시청자가 10명 내외에 불과했다. 열악한 환경에 끊기는 현상도 자주 일어났다. 하지만 그런 방송에도 시청자들은 꾸준히 기다렸고, BJ 승야미는 그들에게 각별한 마음을 아직까지도 간직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으로 돌아온 BJ 승야미는 본격적으로 BJ로서 삶을 결심하게 됐다.    

[세르비아에서 시작한 아프리카TV(사진=BJ 승야미)]

“처음에요? 부모님께서는 노파심에 반대도 많이 하셨어요. 안정적인 직장 생활을 하기를 바라셨죠. 하지만 오랫동안 해외에 있다가 돌아왔고, 부모님께서도 2017년 한 해는 쉴 시간이 필요하겠다고 생각하셔서 승낙하신 것 같아요.”

개인방송에 대해 사전지식이 전무한 BJ 승야미는 쿡방을 진행하기 위해 1년간 각고의 노력을 쏟았다. 어렵사리 개설한 쿡방은 매주 화요일부터 일요일까지 오후 7~11시에 4시간씩 생방송으로 진행 중이다. 쿡방은 식재료 손질 및 요리 재료 마련 과정에서 또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일반적인 방송보다 더욱 많은 노력이 동반된다.

그렇게 1년 이상 BJ 승야미로 꾸준히 활동하자 부모님도 손을 놓고 인정했다. 심지어 이번 명절에는 조카들이 BJ 승야미의 유튜브 녹화 영상을 보면서 즐거워한다. BJ 승야미는 “처음에는 이것(개인방송)을 왜하고 있냐고 친구부터 가족까지 주위에서 걱정을 많이 했다. 1년간 꾸준한 방송을 통해 시청자가 늘어나고 수익적인 측면도 조금씩 보탬이 되니까 다들 인정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 대궐 임금님 수라상에 오른 음식을 내 손으로 만든다

BJ 승야미가 쿡방에서 다루는 분야는 ‘궁중 요리’다. 궁중 요리는 과거 대궐 안에서 수라상에 오른 음식들이다. 다소 서민들과는 거리가 먼 음식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BJ 승야미는 조선 말기, 구한말을 거치면서 궁중 요리가 일반 서민 식탁에도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가끔 가정식 반찬으로 오르는 도라지와 시금치 무침이 궁중 요리다.

BJ 승야미는 “궁중 요리를 배울 때 어렵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는 궁중 요리가 색깔이 다채롭기 때문에 그렇게 보이는 것이다. 하지만 오방색을 넣고 생선, 육류 등을 조리하는 것도 단 한 명 ‘임금님’을 위한 배려가 담겨 있다. 막상 다가가면 지금 한식이라고 불리는 일반 가정식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실시간 궁중 요리를 만드는 BJ 승야미]

궁중 요리를 배우기 위해 BJ 승야미는 궁중 음식 연구원으로 3년간 배웠다. 그런 부분을 방송으로 톡톡히 표현하기 위해 BJ 승야미는 방송 복장을 궁녀 콘셉을 가진 한복이다. 인기 드라마 대장금에서 나오는 복장과 흡사하다. 한복 복장은 사소한 것이지만 궁중 요리를 진행한다는 것을 ‘쿡방’으로 내세움과 궁중 요리와 가장 아름다운 조화를 이룬다.

또 BJ 승야미는 ‘쿡방’으로 만든 궁중 요리를 다시 ‘먹방’으로 시청자들에게 보여준다. 하지만 BJ 승야미는 궁중 요리를 만드는 교육을 받았을 뿐, 그 음식을 먹고 감별하는 일종의 ‘소믈리에’로 교육 받지 않았다. 그래서 BJ 승야미의 ‘먹방’에서는 표정이 숨김 없이 드러난다. 이제 시청자들은 BJ 승야미의 시식 표정만 보고도 이번 요리가 성공작인지 실패작인지 알아챈다.

대궐에서 먹은 궁중 요리는 종류가 아무리 많아도 한계가 있다. 하물며 임금님이 먹는 음식이더라도 매일 먹으면 질려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BJ 승야미는 주간 식단표처럼 방송 스케줄을 짠다. 매주 화요일은 궁중 요리, 수요일은 조리사 자격증을 준비하는 수강생을 위한 방송, 목요일은 가정에서 할 수 있는 한식, 토요일은 해외 요리 등 다변화를 꾀하는 중이다.

■ “시청자 요청 빼빼로데이 초코가래떡 만들어... 한식을 널리 알리는 게 목표”

“얌선생님 오늘은 어떤 요리 만드실 건가요”, “얌샘 초코 가래떡 한 번 더 보여주세요” 등 BJ 승야미의 방송은 오늘도 시청자들과 화기애애한 분위기를 만들어가고 있다. 머나먼 타국 땅에서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에 조그맣게 시작한 개인방송이 이제 ‘베스트 BJ’에 선정되고 고정 시청자들도 점차 늘어나고 있다.

BJ 승야미는 꾸준히 ‘쿡방’을 진행하면서 고정 시청자가 늘어나자 짓궂은 장난을 벌이는 시청자들을 만난 사례도 소개했다. 지난해 11월 11일은 젊은 층에게 ‘빼빼로데이’, 정식적인 기념일로는 ‘농업인의 날’이다. 이날 시청자들에게 두 가지 기념일을 동시에 해결할 수 있는 주문 요리를 받았다. 그래서 탄생한 것이 바로 ‘초코 가래떡’이다. 일부 시청자들은 초코 가래떡으로 이글루처럼 쌓아달라거나, 아니면 변기통에 버리는 퍼포먼스를 보여달라는 등 짓궂은 장난을 벌이기도 했다.

[아프리카TV 쿡방 베스트 BJ 승야미]

이런 시청자들에게도 BJ 승야미는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다. 10명 내외의 방송으로 시작해 이제 100여명에 근접한 시청자를 보유한 BJ 승야미는 베스트 BJ 선정 이후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매 방송 때마다 동시 시청자 100명을 유지하는 것이다. 물론 최종 목표는 이보다 크지만, 목표를 향해 천천히 다가가려고 한다는 게 BJ 승야미의 설명이다.

BJ 승야미가 진행하는 ‘쿡방’과 ‘먹방’은 항상 4인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 가정식에서 가장 보편적인 식단이다. 방송을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레시피(요리법)를 보고 따라할 수 있다. 또 전문적인 주방시설을 갖춘 곳이 아닌 집에서 방송을 진행한다. 이는 전문적인 주방시설을 갖추지 않은 대부분의 시청자를 위한 것으로 눈높이에 맞춰 보다 현실성을 갖췄다.

BJ 승야미는 “개인방송을 처음 시작할 때는 직업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했다. 1년간 열심히 BJ 승야미로 살아보니 모든 게 나아지는 것이 보였다”며 “누군가를 가르치는 것은 그것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을 보유하고 있어야 가능하다. 개인적인 목표는 방송을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한식을 알리는 것이다”고 전했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