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던파’부터 ‘스타크래프트2’까지, 기상천외 독특한 병맛코드 광고로 호평

게임과는 한평생 담 쌓고 살았을법한 미모의 여배우가 스마트폰을 들고 한껏 포즈를 취한다. 카메라는 여배우의 예쁜 얼굴만 클로즈업하기 바쁘고, 정작 게임화면은 보여주지 않는다. 화보인지 게임광고인지 구분이 가지 않아 짜증이 밀려올 때 즈음, 마지막 천편일률 카피 한 줄. “함께 OO 하실래요? 지금 당장 다운받으세요.” 근래 몇 년간 공식처럼 굳어진 한국 게임광고 트렌드다.

올해 론칭한 게임광고들을 살펴봐도 이 트렌드는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모든 광고가 그렇지는 않았다. 올해 게임광고 시장의 또 다른 특징은 연예인 화보 대신 허를 찌르는 반전과 기상천외한 개그 포인트로 소구한 광고들이 새로운 흐름을 주도했다는 점이다.

이 광고들은 유저들 사이에서 ‘약 빤 광고’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다. 2017년 유저들로부터 크게 호평받았던 ‘약 빤 광고’들을 모아봤다. 순서는 론칭일자 순이다.

■ ‘던전앤파이터’ 권혁수&공승연의 여프리스트 

https://www.youtube.com/watch?v=EHL_qhtM3nE

넥슨의 광고 중 개그 광고는 의외로 드문 편이다. 인게임 캐릭터가 심각한 표정을 짓고, 진지한 나레이션이 흐르는 모범생 스타일의 광고들이 주를 이룬다. 하지만 ‘던전앤파이터’만은 다르다. 지난해 ‘다섯개의 심장’ 업데이트를 기념해 파워레인저를 저렴하게(?) 패러디한 광고로 유저들을 혼돈에 빠트렸던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올해 초 배우 공승연과 개그맨 권혁수를 기용해 촬영한 여프리스트 광고는 그야말로 약 한사발 제대로 들이켰다는 평가를 받았다.

사실 공승연 버전이 먼저 공개됐을 때만 해도 반응은 크지 않았다. 제물로 바쳐졌던 여성이 여프리스트들로부터 구출되고, 그 계기로 여프리스트가 된다는 내용을 담은 이 영상은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를 띤다. 중간에 등장하는 여프리스트들의 어설픈 액션장면을 제외하면 웃음 포인트는 없다.

그러나 일주일 뒤 공개된 권혁수 버전은 대박을 터트렸다. 공승연 버전과 권혁수 버전은 동일한 콘티로 진행되는데, 권혁수는 여프리스트를 비롯해 다양한 배역을 혼자 소화하며 개그감을 뽐냈다. 진지한 연기가 오히려 웃음을 유발한다. 영상 하단에는 유저들이 차이점을 비교할 수 있도록 공승연 버전을 함께 보여주는데, 이를 보고 있노라면 공승연 버전은 권혁수 버전을 위한 밑밥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 ‘리니지2 레볼루션’ 웹드라마 세 남자의 반전 

https://www.youtube.com/watch?v=HQZ0pGVCrso&t=5s

넷마블의 ‘리니지2 레볼루션’ 광고는 지난해 가장 화제를 모았던 광고 중 하나다. 톱배우 김명민을 발탁해 사극 콘셉트로 재미있게 풀어낸 ‘혈맹모집편’은 론칭 1년째인 2017년 12월 기준 900만뷰를 넘길 정도로 큰 인기를 끌었다.

‘혈맹모집편’으로 재미를 본 넷마블은 올해 3월 배우 김명민, 김상중, 문정혁(에릭)이 출연하는 또 하나의 웹드라마 ‘세 남자의 반전편’을 론칭했다. 같은 직장에 근무하는 50대 상무, 40대 팀장, 30대 대리가 ‘리니지2 레볼루션’이라는 공통 취미를 찾는다는 내용으로, 현실에서는 막내인 ‘릭대리’가 게임 속에서는 가장 높은 신분인 군주라는 설정이다. 에릭은 실제로도 ‘리니지2 레볼루션’의 열혈 유저로 알려졌다.

사실 ‘세 남자의 반전편’은 근본없이 등장하는 PPAP로 충격과 공포를 선사했던 ‘혈맹모집편’에 비해 약의 강도가 낮은 편이다. 대신 직장인들이라면 공감할 수 있는 진한 페이소스가 느껴진다. 넷마블은 웹드라마 말미에서 “눈치보느라 힘들었을 30대 직장인, 샌드위치 인생이 지긋지긋한 40대 직장인, 젊은이들과 소통을 원하는 50대 직장인을 응원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 ‘반지’ 완전한 판타지 

https://www.youtube.com/watch?v=z4QixlQPQwA

올해 론칭된 광고 중 최고의 ‘약 빤 광고’를 꼽자면 이엔피게임즈의 ‘반지’ 광고를 빼놓을 수 없다. 영화 ‘반지의제왕’의 간달프(이안 맥켈런)를 쏙 빼닮은 배우를 등장시키며 블록버스터 영화로 분위기로 몰아가더니, 난데없이 미쿡식 발음인 “밴쥐”라는 나레이션으로 영상을 마무리한다. 맥락없는 병맛 코드에 실소가 터지면서도 묘한 중독성을 느끼게 된다.

이 광고는 론칭 직후 저작권 도용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반지의제왕’ IP를 활용한 게임처럼 보이게 의도했는데, ‘반지의제왕’ IP 소유권자나 이안 맥켈런과는 어떠한 라이선스 계약도 맺지 않았기 때문이다. 덕분에 노이즈마케팅 효과까지 톡톡히 봤다.

이엔피게임즈는 이후 론칭된 ‘반지’ 광고에서도 맥락없는 드립을 끊임없이 이어간다. 유명 개그맨을 기용한 광고에서도, 인기 아이돌 레드벨벳 아이린을 기용한 광고에서도 ‘밴쥐’ 타령이다. 재미있긴 하지만 처음보다는 덜하다.

■ ‘리니지M’ 스페셜무비 IV 

https://www.youtube.com/watch?v=MjfPc0cT2kM

회사의 대표가 직접 출연한 광고에서는 특유의 진정성이 느껴진다. 탱크주의를 표방했던 D전자의 광고가 그랬고, 남자한테 참 좋다던 C식품의 광고가 그랬고, 별이 다섯개라던 J돌침대 광고가 그랬다. 하지만 연예인을 주로 쓰는 게임광고에서 회사 대표를 보게 될 줄은 미처 상상하지 못했다. 그 대표가 평소에 대중 앞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인물이라면 더욱 그렇다.

그래서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출연한 ‘리니지M’ 스페셜무비에는 유저들의 이목이 대거 쏠렸다.  이 영상에는 ‘리니지M’에서 강화를 시도하는 한 남성이 등장하는데, 강화에 실패하자 “아! 김택진 이 XXX”라고 소리를 지른다. 이때 옆에 앉아 있던 남성이 놀라서 기침을 한다. 바로 김택진 대표다.

김택진 대표가 직접 출연했다는 것만으로도 화제가 될만한데, 재미있고 파격적인 콘티 덕에 더 많은 주목을 받았다. 예상보다 좋은 반응에 고무된 엔씨소프트는 김택진 대표가 출연하는 또다른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 ‘검은사막’ 신규캐릭터 란 

https://www.youtube.com/watch?v=LsDwn06bwjM

연예인 광고의 클리셰를 비튼 광고는 3년전 ‘에오스’에서 시작됐다. 가수 강민경이 출연한 이 광고는 “민경씨 에오스 안한다는 거 우린 다 알아요. 아니라고요? 서버, 직업, 캐릭터명 3초 안에 말해봐요”라는 파격적인 문구로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카카오게임즈의 ‘검은사막’ ‘신규캐릭터 란편’은 이 클리셰 비틀기에 다시 한번 도전한 광고다. 스케일은 더 커지고, 유머는 업그레이드됐다. 이 광고는 배우 오연서가 ‘검은사막’ 광고를 화장품 광고로 착각하는 해프닝을 그렸다. 오연서는 광고 촬영 현장에서 우아하게 화장품 광고 연기를 펼치게 되고, 나중에 배경을 CG로 덧입힌 완성본을 보고 충격을 받는다. 하늘거리는 의상을 입고 아름다운 갈대숲을 거닐 것이라고 상상했지만 포화가 떨어지는 전쟁터를 불꽃이 이글거리는 눈으로 뛰어다니는 모습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반전이 인상적인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실시간 인기 1위를 차지하고 수백만뷰를 기록하는 등 화제의 중심에 섰다. 카카오게임즈는 오연서가 등장하는 ‘검은사막’ 광고 2편을 조만간 공개한다는 계획이다.

■ ‘스타크래프트2’ 무료 플레이: 지친 게임 생활에 날개를 

https://www.youtube.com/watch?v=V-tTea38o6s

블리자드 본사가 11월 공개한 ‘스타크래프트2’ 무료 플레이 광고는 한국 유저들에게는 큰 반향을 일으키지 못했다. 시청자의 폭소를 유도한 광고 같기는 한데, 도무지 미국식 유머 코드를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어디서 웃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하지만 블리자드코리아가 한국 정서에 맞게 새로 만든 버전은 약 빤 광고가 무엇인지 제대로 보여줬다. 이 광고는 서로 어머니 안부를 물으며 상소리를 주고받는 게임에 스트레스를 받는 청년에게 ‘스타크래프트2’의 캠페인 모드를 추천하는 내용을 그리고 있다.

1980년대 광고 콘셉트로 제작된 이 광고는 숨쉴 새 없이 이어지는 병맛코드로 호평을 받았다. 어깨뽕이 잔뜩 들어간 자켓과 청청패션, 과장된 대사와 액션, 간드러지는 성우의 목소리, 배불뚝이 CRT 모니터, 촌스러운 특수 효과 등 1980년대의 감성을 살려주는 풍부한 디테일이 인상적이다. 블리자드코리아는 적어도 광고에서는 본사보다 나은 감각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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