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 길버트 손닿지 않은 3편과 4편, 논란 불구 게임 퀄리티는 호평

게임별곡 시즌2 [루카스아츠  ‘원숭이섬의 비밀’ 3편, 4편]

‘원숭이섬의 비밀’ 1편과 2편의 개발을 주도한 론 길버트가 루카스아츠에서 퇴사하면서 ‘원숭이섬의 비밀’의 명맥은 끊길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이를 비웃기라도 하듯이 1997년 ‘원숭이섬의 비밀’ 3편이 출시되었다.

[원숭이섬의 비밀 1, 2편 개발의 주역들]
좌에서부터 Carl Mey, Ron Gilbert, David Fox, and Gary Winnick
(이미지 http://www.usgamer.net/articles/use-questions-on-developer-a-ron-gilbert-retrospective/page-2)

 
1편과 2편의 주요 개발진이었던 칼 메이(Carl Mey), 데이비드 폭스(David Fox), 개리 윈닉(Gary Winnick)은 훗날 론 길버트와 함께 다시 뭉쳐 ‘Thimbleweed Park’를 개발했다.

원작의 개발자들이 빠진 후속작이 성공하는 사례는 드문 일이다. 물론 전작을 완전히 새롭게 재구성하여 기존에 진입하지 못했던 층을 흡수하여 성공한 사례도 있다. ‘원숭이섬의 비밀’ 3편은 후자에 해당한다. 1, 2편을 한 게이머들은 뭔지 모를 이질감에 당혹스러워하기도 했지만, 이내 적응해서 새로운 시리즈에 빠져든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필자와 같이 무언가 같은 듯 하면서 다른 것 같은 그 느낌이 끝내 아쉬웠던 사람들도 많았다. 일단 비주얼적인 면에서 보면, 전작들이 레트로한 느낌의 도트 픽셀의 그래픽이었던 반면에 3편은 전혀 다른 방식인 셀 애니메이션 기법의 그래픽이었다. 전작에서 탈피한 시스템을 아쉬워했던 사람도 있었고 전혀 새롭게 시대적인 흐름에 맞춰진 그래픽에 호응했던 사람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국내에서는 한글화가 진행되어 보다 더 낮은 연령층이나 다양한 층에게 어필할 수 있었던 장점이 있었다.

[완전히 새로워진 그래픽 - 시리즈 3편]
(이미지 https://www.pcgamesn.com/the-secret-of-monkey-island-special-edition)

 
주요 개발진이 바뀐 덕분에 게임 자체가 전혀 새로운 게임처럼 만들어졌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원숭이섬의 비밀’ 3편으로 기억하고 있다. 원제는 ‘원숭이섬의 저주’라는 이름이지만, 국내에서 정식 발매하면서 어차피 같은 회사의 게임이고 누가 봐도 원숭이섬의 비밀 게임이니까 별 문제 없겠다 싶었던지 유통사의 재량으로 ‘원숭이섬의 비밀 3’가 됐다. 

실제로도 3편에서는 전작 1편과 2편에 등장했던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등장한다. 철부지 해적지망생이자 전작의 주인공이었던 가이브러쉬 스립우드, 그의 연인 일레인 말리, 주인공 가이브러쉬의 형인 ‘처키(Chucky)’라고 했다가 3편부터는 언제 그런 얘기를 했냐는 듯이 나 몰라라 설정을 맘대로 뒤집은 해적선장 ‘리척’까지 주요 인물들이 그대로 출연한다. 

시리즈 3편을 얘기할 때 자주 등장하는 주제가 ‘도대체 2편의 마지막 장면에서 보여준 반전 같은 연출 장면은 무엇이었는가?’다. 전작의 주요개발진들이 퇴사하는 바람에 그 설정을 그대로 이어가지 못하고 전혀 새로운 이야기가 되어버렸고, 2편의 마지막 장면은 영원한 우주의 미아로 남았다. 론 길버트 역시 시리즈 3편을 정통 시리즈로 인정하지 않고 있고, 언제라도 그의 손으로 정통 3편을 개발하고 싶다고 여기저기서 얼굴 비칠 때 마다 밝힌 적이 있다.

[시리즈 1, 2편의 개발자 ‘론 길버트’]
(이미지 https://www.playstation.com/en-gb/games/monkey-island-2-special-edition-lechucks-revenge-ps3/)

 
‘원숭이섬의 비밀’은 1988년작 소설인 ‘낯선 조류(On Stranger Tides)’에 나온 등장인물들의 특성이나 이야기를 많이 참고했다. ‘낯선 조류’는 ‘캐리비안의 해적’ 4편의 부제이기도 하며 실제로 ‘캐리비안의 해적’ 영화는 소설 ‘낯선 조류’를 참고했던 ‘원숭이섬의 비밀’을 많이 참고했다. 현재는 게임과 영화 모두 저작권이 디즈니에 있으니 별문제는 없지만, 정작 문제는 디즈니에서는 ‘원숭이섬의 비밀’ 저작권에 대해 별 생각이 없어 보인다는 점이다. 

게다가 무려 4조원이 넘는 돈을 지불하고 개발사 루카스아츠를 인수한지 154일만에 회사를 해체하고 ‘스타워즈’ 관련 팀 일부만을 남기고 역사 속으로 사라진 회사로 만들어버렸다. 디즈니는 이 일로 게임 업계에서 비난을 받기도 했지만, 일부에서는 자본주의의 냉엄한 현실에 비추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바라보기도 한다. 디즈니의 자본력을 보았을 때 역시 인정보다는 비난 쪽에 가까운 것 같다.

[완전히 새로워진 그래픽 - 시리즈 3편]
(이미지 http://www.sunstorm.com/ceo/reviews/mk-12a.gif)

 
시리즈 4편에 가서는 이름도 ‘원숭이 섬에서의 탈출(Escape from Monkey Island)’로 바뀌었고, 전작에서 또 한 번 변신을 시도하여 3D 그래픽의 게임으로 거듭났다. 회사 내 주요 개발진들이 투입되어 꽤나 퀄리티있는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데 성공했다. 게임 시스템 역시 자사에서 사용하던 최고의 게임 엔진이었던 ‘GrimE’ 엔진을 활용했다. 새롭게 채용 된 ‘GrimE’ 엔진은 기존까지 사용하던 ‘SCUMM’엔진으로는 더 이상의 시대적 흐름에 맞춘 게임을 개발하기 어렵다는 판단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엔진으로, ‘그림 판당고(Grim Fandango)’를 개발하기 위해 만든 엔진이다. 당시로서는 최신의 엔진이자 최고의 기술력으로 개발된 3D 엔진을 사용할 만큼 ‘원숭이섬의 비밀’ 4편은 회사 내에서도 거는 기대가 컸다고 볼 수 있다.

[더 완전히 새로워진 그래픽 –시리즈 4편]
(이미지 http://www.sunstorm.com/ceo/reviews/mk-12a.gif)

 
하지만, 게임 자체의 완성도를 떠나 문제는 늘 따라다니는 적통 문제였다. 많은 게이머들이 론 길버트에 의한 ‘원숭이섬의 비밀’ 1편과 2편을 적통으로 인정하고 그 이후 3편부터는 진정한 시리즈로 인정하지 않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적통문제를 차치하고 나면 게임 자체는 꽤 잘 만들어진 게임으로, 애초에 시리즈 초기작을 즐기지 못한 게이머 중에는 이 게임을 최고로 꼽기도 할 만큼 잘 만들어진 게임이다.

[굉장히 괜찮은 평가]
(이미지 wikipedia.org%2Fwiki%2FEscape_from_Monkey_Island&anno=2)

 
당시 각종 게임 매거진에 의한 평가 역시 10점 만점에 8.25점에서 9점 전후로 평균 85점 이상의 평가를 받았다. 과히 나쁘지 않은 수치인데, 평가만 좋았던 것이 아니라 출시 그 해에 각종 게임 상을 받기도 하는 등 그 해 최고의 어드벤처 게임으로 꼽히고 ‘Adventure Game of the Year’ 상에 지명되기도 하는 등 세간의 반응은 좋았다(다만, 그 거지 같은 조작성은 욕을 좀 많이 먹었다). 

이렇게 적통 논란에 시달리면서도 꿋꿋하게 자리를 지켰던 3편과 4편은 그나마 같은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이라는 점에서 인정받았지만, 5편의 상황은 더욱 나빴다. 시리즈 5편은 ‘Tales of Monkey Island’라는 제목으로 출시되었는데, 아예 다른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이어서 시리즈에서조차 인정받지 못하는 분위기다.

■ 필자의 잡소리

[Tales of Monkey Island]
(이미지 https://www.sfsite.com/grc/1010/tales_of_monkey_island_1.jpg)

 
시리즈 5편은 비록 시리즈에조차 들지 못하는 비운의 게임으로 보여지지만, 론 길버트와 루카스아츠를 빼고 생각한다면 이 게임 역시 꽤 괜찮은 게임이다. 루카스아츠의 정식 허가를 받아 텔테일 게임즈(Telltale Games)라는 회사에서 개발한 게임인데, 이 회사는 사실 루카스아츠에서 퇴사한 개발자들이 만든 회사이다. 그리고 론 길버트 역시 게임 개발에 직접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았지만, 아이디어 기획 단계에서 많은 의견을 내었을 정도로 오히려 3편이나 4편에 비해 더 적통에 가까운 게임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