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셀 직원이 밝힌 게임 접근법…통제 최소화-리스크 최대화

‘클래시오브클랜’, ‘붐비치’, ‘헤이데이’, ‘클래시로얄’ 4개 게임만으로 전세계 모바일게임시장을 쥐락펴락하는 핀란드 개발사 슈퍼셀이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성공 노하우를 공개했다.

티무르 하우실라 슈퍼셀 게임리드 디렉터는 25일 경기도 성남시 넥슨사옥에서 진행된 NDC 2017에서 슈퍼셀 고유의 개발문화와 조직시스템, 개인의 책임감을 중요시하는 게임개발 방법에 대해 강연했다.

하우실라가 밝힌 슈퍼셀의 비전은 “Less is Better(작은 것이 좋다)”이다. 개발 조직이 커지면 예산도 함께 늘어나고, 그만큼 실패를 두려워하게 된다. 반면 조직 규모를 작게 유지하면 민첩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슈퍼셀의 본사인 헬싱키 스튜디오의 총 인원은 160여명으로, 이 중 100여명이 개발자다. 게임 개발은 ‘셀’이라는 조직 단위로 이루어지는데, 셀 하나당 보통 11~14명으로 구성된다. 하우실라는 “월요일마다 직원 모두가 함께 아침을 먹는다”며 “조직이 작은 탓에 서로가 다 알고 지낸다”고 전했다.

그는 개발팀이 의사결정 전권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경영진이 업무를 주도하는 전통적인 방식으로는 평범한 결과물이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주장이다. 그는 “경영진이 주도권을 갖는 구조에서는 창의성보다는 경영진을 설득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경영진이 혁신을 수용하지 못하면 중간 단계에서 타협하게 되고, 혁신적이었던 프로젝트는 평범해진다”고 말했다. 이어 “차별화되는 게임을 만들고자 한다면 이러한 공장 형태의 조직 구조는 유효하지 않다”고 덧붙였다.

슈퍼셀에서는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아티스트 등 실무자들이 게임 개발에 대한 모든 권한을 갖는다. 경영진으로부터 승인받는 과정은 최대한 줄인다. 주인의식을 갖고 스스로 결정해야 좋은 결과물이 나온다는 이야기다. 하우실라는 “경영진은 의사결정에 개입하는 대신, 개발자들에게 최고의 환경을 만들어준다”고 말했다.

그런 슈퍼셀에도 전통적인 방식으로 의사결정을 내릴뻔한 두번의 위기가 있었다. 첫번째는 ‘붐비치’였다. 하우실라는 “클래시오브클랜의 성공 공식과 정반대 길을 택한 탓에 임원들의 의견이 매우 부정적이었다”며 “하지만 게임 개발 조직 대상으로 실시한 투표에서는 한 명 빼고 모두가 가능성이 있다고 답했다. 그래서 결국 붐비치 개발을 속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16년 전세계 게임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둔 ‘클래시로얄’도 마찬가지였다. ‘클래시로얄’의 첫번째 버전이 나왔을 때 슈퍼셀 CEO는 “망했다”고 표현했다. 아무도 모바일에서 실시간 대전(PvP) 콘텐츠를 즐기지 않을 것이라는 게 이유였다. 당시 모두가 프로젝트 백지화를 원했다. 그러나 ‘클래시로얄’ 팀은 계속 개발하려는 의지를 보였고, 문제점을 수정해서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하우실라는 프로젝트가 엎어지더라도 슈퍼셀 개발자들은 절대로 실패에 대한 처벌이나 불이익을 당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실패한 본인이 감정적으로 가장 힘들기 마련”이라며 “회사가 실패 이후에도 계속 지지해주고 지원해 줘야 실패에 대한 두려움이 없어진다”고 말했다. 그는 “슈퍼셀에서 한번에 게임 세 개가 동시에 엎어진 적이 있었지만 고용불안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하우실라는 슈퍼셀에서 4개의 게임이 나오기까지 수많은 게임 프로토타입이 엎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3개월간 20여개 게임을 킬(kill)했다”며 “클래시로얄은 그 과정을 통과해서 출시까지 이르게 됐으며, 고착화된 모바일게임시장에서도 큰 성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어 “재능이 있고, 운이 따르고, 포부가 있으면 얼마든지 시장 상위권에 오를 수 있다”며 “게이머들은 혁신적인 게임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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