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식당’ 사장이 된 기분…중고 신인 ‘크리티카 온라인’의 첫 북미 게임쇼 경험

비하인드톡은 게임업계 관계자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로 꾸며집니다. / 게임톡 편집자 주

지난 3월 중순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PAX EAST를 다녀온 지 벌써 한 달이 다 되어간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미국에서의 사흘이 나에게는 정말 꿈만 같았고, 또 어느 때보다 강하게 각인된 시간이었다. 그만큼 많이 긴장했었고, 또 생각이 많았던 시기였던 것 같다.

중고 신인 ‘크리티카 온라인’의 첫 경험

총 개발 기간 4년 6개월, 한국에서 출시된 지 4년. 자동차 연식으로 따지자면 8년이 넘은  ‘크리티카 온라인’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북미/유럽 시장 진출을 준비해 왔다. 한국을 비롯한 중국, 일본, 대만, 동남아시아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국가에 오랜 기간 동안 라이브 서비스를 해오면서 우리 스스로 부족하고 아쉬웠던 점들을 보완해 북미/유럽 시장에서 만큼은 정말 아쉬움 없이, 모든 걸 쏟아내고자 했다.

이를 위해 내부에서는 기획부터 프로그래밍, QA, 사업에 이르기까지 모든 의사 결정과 실행을 빠르게 하기 위한 북미/유럽 서비스만을 위한 TFT조직을 꾸려 의욕적으로 준비를 해오고 있었다.

TFT멤버들과 치열하게 게임의 현지화에 대한 작업을 하던 중, 머릿속을 떠다녔던 큰 과제는 바로 ‘게임 브랜딩’이었다. 현재는 ‘크리티카’의 북미/유럽 TFT를 이끌고 있지만 필자의 게임 업계의 첫 시작은 홍보 분야였다. 올엠에서 출시한 ‘루니아전기’, ‘크리티카’의 홍보, 마케팅을 수년간 해오다 보니 자연스레 이 부분에 대한 중요성을 누구보다 절감하고 있었고, 관심이 클 수밖에 없었다.

‘크리티카’의 인지도가 한국이나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는 어느 정도 형성되어 있었지만, 사실상 북미/유럽에서는 브랜딩이 거의 되어 있지 않다. 그러다보니 초반에 얼마나 관심을 끌고, 이목을 집중시키느냐가 나에겐 큰 과제였다.

그러한 시점에 북미/유럽 서비스를 함께 맡아서 해줄 파트너사인 엔매스와 많은 논의를 거친 결과, 미국 보스턴에서 열리는 PAX 게임쇼를 통해 현지 유저들에게 ‘크리티카’를 처음 알리기로 했다.

북미 게임쇼 참가, 어디서부터 접근할 것인가

막상 게임쇼에 나간다고 결정은 했지만, 솔직히 그 효과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했던 것이 사실이다. 엄청나게 큰 북미 게임 시장과 이미 콘솔 게임과 모바일 게임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시아의 한 작은 개발사의 PC 온라인 게임이 주목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단 게임쇼를 나가기로 결정한 상황에서 최대한 리스크를 줄이고 효과를 극대화해야한다는 생각밖에 없었다. 우리에겐 스스로 자신감을 갖고, 또 두려움을 덜어내는 게 필요했다. 그래서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우리가 ‘크리티카’를 서비스 해오면서 가장 유저들이 환호하고 좋아했던 것이 무엇인지를 되짚어보게 되었다. 그건 바로 ‘액션’이었다. 온라인에서 구현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통쾌하고 시원한 초(超)액션.

우리가 가장 잘 하는 ‘액션’을 게임쇼에서 집중적으로 어필하자는 결론을 내렸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신경 쓰고 심혈을 기울였던 건 유저가 플레이하는 단 10분 동안 어떻게 하면 좋은 경험을 주고, 어떻게 하면 우리 게임의 매력을 어필해서 각인시킬 수 있느냐였다.

처음엔 ‘튜토리얼부터 체험을 시키자’ ‘조작에 익숙하지 않으니 연습장부터 보내야한다’ ‘PVP를 보내야한다’ 등 정말 많은 안들이 나왔고, 수 많은 시뮬레이션과 논의를 진행했다. 수 많은 토의 끝에 우리가 가장 자신있는 전투를 선보이는 것, 공략이 적절하면서도 스테이지 호흡이 적당한 두 곳을 골라서 체험을 시키기로 결정했다.

‘윤식당’ 사장이 된 기분…고객(?)들과의 직접 대면

행사 당일. 첫날 영하 20도로 갑자기 기온이 떨어지면서 한국에서도 겪어보지 못한 추위에 정신을 차리지 못할 정도였다.(솔직히 날씨 때문에 사람들이 적게 올까 걱정됐다. 물론 기우였다)

실제 행사장에 도착했을 때는 엄청난 규모감과 유저 대기열에 다시 번 압도당했다. 우리 부스는 메인 게이트에서는 거리가 다소 거리가 멀리 떨어져 있고, 플레이스테이션, XBOX, 트위치와 같은 대형 부스가 엄청난 눈길을 끌었다.  행사장은 벌써부터 사람들이 북적이기 시작하고, 게임쇼 오픈 전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공던지기(?)를 즐기는 모습을 보면서 설레고 두려웠다.(저 사람들은 우리 부스에 안 오면 어떡하지라는 생각)

정확히 10시를 기점으로 오픈하고, 그때부터 유저들이 우르르 몰려들기 시작했다. PAX는 철저히 유저에 포커싱된 행사다. 정말 가지각색의 다양한 코스튬을 한 유저, 가족단위의 유저들이 몰려왔다.

한 10시 10~15분 정도가 지났을까. 슬슬 우리 부스에도 사람이 몰리기 시작했고, 점점 더 사람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tvn의 ‘윤식당’을 오픈하는 심정이 정확히 나의 심정이었다. ‘파리만 날리면 어떡하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부스에 방문하는 유저들은 게임을 찬찬히 들여다보며 진지하게 접근하기 시작했다. 게임 마케터, 대표이사, 사업 담당자, QA 담당자할 것 없이 모든 직원들이 모두 부스에서 유저들과 커뮤니케이션을 진행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더 부스가 북적였고, 게임쇼 오픈 전까지 꽁꽁 얼었던 마음이 완전히 무장해제 되었다. 개인적으로는 부스에 방문하는 많은 유저들과 직접 소통하는 재미가 상당히 크게 다가왔다.(물론 짧은 영어로 손짓발짓으로 대화했다.) 그 중에는 ‘크리티카’를 이미 알고 있는 유저도 있고, 모바일 버전을 해본 유저, 심지어 ‘루니아전기’를 해본 유저들도 현장에서 만났다.

갓난 아기와 함께온 엄마, 분명 중년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자유롭게 코스프레를 하고 현장을 누비는 모습, 그리고 가족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방문한 이들, 뉴욕에서 차를 끌고 보스턴 게임쇼에 온 많은 한국인 교포 유저들까지. 우리 게임에 대한 솔직하고 따뜻한 평가들이 고마웠고, 조금이나마 북미 시장에 동양의 한 게임이 작게나마 첫발을 내딛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누구나 다 주목받는, 인정받는 게임 문화

PAX EAST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특정 부스에만 사람이 몰려들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잘되는 부스에만 사람이 집중해서 줄을 길게 늘어설 거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물론 인기 부스는 당연히 존재한다) 게임의 플랫폼, 장르, 부스 사이즈와 관계없이 많은 부스들이 골고루 다양하게 관심을 받고 게임을 대하는 접근 방식이 진지하고, 열정적이었다.

그리고 영하 20도를 오르내리던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집에서 즐기는 보드 게임을 갖고 와 유저들끼리 하루 종일 즐기는 모습, 그리고 나이의 적고 많음을 떠나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게임의 캐릭터들을 코스프레한 많은 유저들이 여유있고, 자유로워 보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게임쇼 준비하면서 신경을 많이 쓴 게 유저 기념품이었는데 한국에서 게임쇼를 할 땐 무조건 부스별로 어떤 선물로 유저들을 유도할 지에 대해 포커싱을 많이 했고, 실제로 신경을 썼었다.

실제 PAX EAST에서는 유저들도 기념품에 크게 구애받지 않고, 게임사들도 몇몇 큰 대형 부스를 제외하고는 부스 선물에 의미부여를 하지 않고 있었다. 물론 우리 부스에선 게임에 실제 존재하는 악마뿔을 만들어서 체험하는 사람들에게 나눠주고, 좋은 호응을 얻었다.

북미 게임쇼 첫 신고식, 초심을 돌아보다

두려움과 설레임으로 참가했던 게임쇼 경험은 여러모로 소중하고 뜻 깊은 경험이었다. 그리고 현장에서 유저들이 게임에 대해 준 피드백도 실제 서비스를 준비하는 입장에서는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전체 유저들의 약 10%는 한국 유저들처럼 아주 액션 게임 컨트롤에 익숙해져 있었으나, 나머지 유저들은 여전히 조작하는 게 능숙하지 않아 유저들에게 초반 진입 장벽을 낮춰주는 게 확실히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다. 또한, 고양이를 모티브로 한 체술사 캐릭터에 상당히 뜨거운 반응을 보인 것도 이번 게임쇼에서 얻은 귀중한 경험이다.
 
정말 뜻하지 않게 좋은 소식도 들었다. 게임쇼 이틀 째날 현장에서 엔매스 대표와 홍보 담당자분이 급히 나를 오라고 손짓해서 갔더니, Marooner’s Rock에서 선정한 베스트 멀티플레이어 게임에 노미네이트 됐다며 기쁨을 드러냈다. 사실 기대도 안한 일이었는데, 상당히 고무적이고 감사한 일이었다. 그리고 게임쇼 끝내고 한국으로 돌아와서도 추가로 크리티카가 MassivelyOP.com에서 선정한 Best New MMO Game이 되는 기쁜 소식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깨달은 것은, 초심으로 돌아가 정말 있는 그대로 우리 게임이 가진 본질로 유저들에게 다가가고 소통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 게임 역시 넓은 북미/유럽 시장에서 우리에게 확실히 반응을 보이는 사람이 있다는 점을 깨닫게 되었고, 더욱 치열하게 멤버들과 현지화를 준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올엠 북미/유럽 TFT장 최경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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