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은신 인디게임개발자 김대홍 특별기고...오프라인 잡지 폐간 속 주목

[창간 5주년 축하칼럼8] 김대홍 100회 연재 ‘게임별곡’ 필자...오프라인 폐간 속 응원

[열심히 살아남았다. – 살아남는 자가 강한 것이다.]

알고 있는 세상이라고는 한반도 남쪽 대한민국이 전부였다. 그렇게 알고 있는 온 세상이 민주화 운동의 물결이 넘쳐흐르던 1980년대를 지나 1990년대에 이르던 그 시절이었다. 필자는 아직 세상물정 모르는 까까머리 학생이었다. 민주화 운동이라는 주제는 쉽게 와 닿지 않는 어른들의 무거운 얘기였다.

그보다는 친구들과 함께 하는 동네 오락실에 게임이 더 와 닿는 주변 환경이었던 그럭저럭 평화로웠던 시절 그때를 아십니까?

그 시절에는 가정으로 침투한 8비트 게임기가 기술변화의 흐름에 맞춰 본격적인 16비트 시대로 돌입하면서 ‘닌텐도(Nintedo)’와 ‘세가(SEGA)’를 주축으로 치열한 전쟁을 벌이며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게임들이 쏟아져 나오는 시절이었다(지구 종말의 운석충돌 같았던 아타리 쇼크는 지나간 상태).

그 당시에 필자는 게임 팩을 나오는 대로 사들일 수 있는 정도의 재력이 있으면 세상 그 누구도 부럽지 않았을 것만 같았다(사실 그건 지금도 쉽지 않다). 그렇게 출시되는 게임들이 많아지고 수많은 기업들이 경쟁하는 완전경쟁 시장 규모의 법칙대로 당연히 그 많은 게임들 중에는 소위 ‘대작’ 또는 ‘명작’이라 불리는 게임들도 출시되었는데 혼자서 깊은 산중에 틀어 박혀 수행을 하는 수도사의 경건한 마음으로 게임에 임하던 시절을 지나 게임의 엔딩을 보기 위해서는 오롯이 혼자만의 열정과 노력으로는 달성하기에는 쉽지 않게 되기 시작하던 것도 이때쯤이었다.

하드웨어의 성능적인 향상으로(지금 기준에서는 계산기보다 조금 나은 수준이겠지만) 본격적인 RPG와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들이 출시되기 시작했고, 게임 플레이 시간은 그에 비례해서 비약적으로 증가 하게 되었다.

동네 오락실에서 길어봤자 반나절 또는 보통 한두 시간 안에 엔딩을 볼 수 있었던 게임처럼 단순히 버튼 한두 번 눌러보고 대충 이렇게 하는 게임이구나 하고 성급한 배움으로 깨우친 것들이 전부인 게임들과 다르게 경험적 기반에 의한 플레이 기법 수립을 적용하기 힘든 게임들이 출시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더해 언어의 장벽이라는 괴물이 하나 더 게임 초보자의 진입장벽을 이루면서 쏟아져 나오는 수 많은 명작 게임들 중에 상당수는 입맛만 다시는 일도 많았다. 일단 그 시절 콘솔 게임들 중에는 한국어로 출시되는 게임들은 기대할 수도 없었을 뿐만 아니라 그나마 학교에서 강제로라도 배움의 기회를 얻을 수 있었던 영어는 PC게임들 정도나 도움이 될까 했고 콘솔게임기의 거의 대부분 게임들은 한문과 지렁이 꼬부랑이 같은 글자만 잔뜩 있는 일본어 게임이었기 때문에 필자와 같이 필요에 의해(애니메이션 감상, 게임 플레이) 따로 일본어를 공부하던 친구들이 아니라면 게임을 진행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다.    

[뭐, 뭐? 뭐라고 하는 거야 – 나 빼고는 다 적이다. 싸우자!]

주인공이 기절했다 깨어나니 촌장이 뭐라고뭐라고 글자는 뿌려주는데 이게 납치된 딸을 구해오라는 건지 약초를 캐오라는 건지 아니면 옆 마을에 촌장을 찾아가라는 건지 대사 진행부터 막히는 부분이 있어 이건가? 하고 대충 답변을 눌러보고 아닌가 싶어 그냥 무작정 마을 밖을 돌아다니다 갑자기 나타난 몬스터들(알고 보면 얘네도 쪼랩)에게 두들겨 맞고 비명횡사 몇 번 하다 보면 팩 집어 던지고 다시 현업에 충실 하고픈 유저들의 불만사항을 알아채기라도 했는지 언제부턴가 RPG 게임들은 기본 요구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아예 마을 밖(또는 성 밖)을 나가지도 못하게 강력한 문지기 NPC가 제지하게 됐다 (그래도 비명횡사 해도 좋으니 풍경 좋은 마을 밖을 돌아다니기라도 하는 게 낫지..)

이 때쯤부터 등장한 RPG 게임들은 불타는 열정과 영혼을 끌어 모아 팔아도 게임의 끝을 보기가 쉽지 않았다.

다행히 이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여 내가 아닌 그 누군가는 꺼지지 않고 불타오르는 열정으로 새로 출시되는 게임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쭉 한 번 훑어간 자신의 업적을 ‘공략’이라는 이름으로 필자와 같이 일본어 까막눈 게이머들에게 법전과도 같은 귀한 글자(그것도 한글로 된)를 내려주셨다.

그 시절에 필자도 매달 2~3권 정도의 게임잡지를 구독했었고(별책부록 많이 주는 쪽!) 친구들과 서로 다른 잡지를 사서 바꿔 보는 게 유행하기도 했었다. 혼자서 거의 10여 종류나 되는 게임잡지를 다 살 수 있는 경제력이 있는 친구들이 많지도 않았고, 게임 팩을 서로 돌려 하듯이 게임 잡지 역시 그렇게 돌려보고 돌려보고 헤지고 닳도록 보고 또 보고 했던 추억이 있다. 그러다 잡지 중간에 컬러 화보를 누가 칼로 잘라가서 대판 싸움이 벌어지기도 했고..

그러던 것이 2000년대로 접어들면서 년도 숫자 앞 자리가 단순히 ‘1’에서 ‘2’로 바뀐 것뿐이었지만 세상의 많은 것들이 빠르게 변화하기 시작했다. 그 중에서도 게임잡지와 관련 된 일이라면 수익성의 어려움으로 점점 폐간하는 잡지들이 늘어가고 현재는 이렇다 할만한 게임잡지가 몇 종류가(필자가 아는 건 1종류뿐) 안 되는 실정이다.

예전과 같이 난립하다시피 하는 춘추전국시대 같은 양상을 좋아하는 필자로서는 심히 안타까운 일이긴 하지만,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의 시대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의 시대로 변화해 가는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생존의 몸부림이라 생각하면 이해도 가는 부분이지만, 책이란 자고로 때묻은 손으로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전 페이지에 뭐라고 써있었더라?’ 하면서 다시 뒤집어 보고 하는 재미가 있어야 하는데, 너무나 깨끗하고 깔끔해서 때로는 온정마저 느껴지지 않는 것 같은 디지털 시대의 온라인 잡지들을 보고 있노라면 불과 30년 사이에 ‘항목(Title)’은 존재하나 ‘내용’은 완전히 달라진 것들에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그렇게 게임잡지라는 ‘타이틀’은 살아 남았고 대신 ‘내용’은 아직 살아 남은 것만 해도 다행이라 해야 할는지..

그 동안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다가 사라진(폐간)잡지만 해도
•게임매거진(폐간)
•게임라이프(폐간)
•게임라인(폐간)
•게임월드(폐간)
•게임파워(구 게임챔프. 폐간)
•게임타임스(폐간)
•슈퍼게임(폐간)
•게임뉴스(폐간)
•겜통(폐간)
•격월간 게임비평(폐간)
•패미통 PS2(폐간)
•월간 PS(폐간)
•Monthly PlayStation(폐간)
•게임마니아(폐간)
•게임피아(폐간)
•게임피플(폐간)
•컴퓨터 게이밍 월드 한국판 (폐간)
•PC게임매거진(폐간)
•PC파워진(구 PC챔프. 폐간)
•PC Player(폐간)
•V챔프(폐간)
•PC Game → Computer Game (폐간)
•넷게이머즈(폐간)
•넷파워(폐간)
•On Player(폐간)
 [나무위키 참조 - https://namu.wiki/w/%EA%B2%8C%EC%9E%84%EC%9E%A1%EC%A7%80]

수십 종류에 달하는 과거의 종이 인쇄매체로 발행되던 게임잡지에서 이제는 인터넷 시대로 디지털 게임잡지로 변모하게 된 가장 큰 이유 중에 하나는 신속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도 큰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과거에 종이 잡지들은 업데이트(발행) 주기가 한 달 단위인데 반해 디지털 시대에 웹진은 정보 발생 그 즉시 업데이트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초기 웹진을 표방하며 의욕 있는 출발을 했던 인터넷 게임 잡지들도 대부분 폐간한 상태이다.

그렇게 아날로그의 종말을 고하고 디지털 시대로의 본격적인 삶을 내키지 않아도 어쩔 수 없는 시대의 흐름으로 받아들이고 아쉬운 마음을 달래는 나날을 지내던 중 ‘게임톡’ 창간 소식을 들었다.

솔직히 처음에는 우후죽순으로 생기는 디지털 매체에 대해 달가운 시선을 보내기에는 아직 아날로그의 향수가 깊게 아로새겨 쉽지 않았다. ‘뭐 얼마나 가겠어’하는 마음도 있었고 무한경쟁 시대에 또 다른 양상을 보는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안타까운 마음도 들었던 것이 사실이다.

게다가 하필이면 이름도 필자가 친구들과 게임 할 때 사용하는 인터넷 보이스 톡 프로그램인 ‘게임톡’ 하고 같아서 처음에는 ‘그 게임톡이 그 게임톡인가?’하고 의아하게 생각하기도 했었다(아마 필자 말고도 이런 얘기 한 사람들 엄청 많았을 것 같다). 하지만, 현재는 검색엔진에서 ‘게임톡’이라고 검색하면 게임정보 전문 사이트 ‘게임톡’이 제일 먼저 상위에 뜨니까 결국 이긴 셈. (축하 드립니다).

현재와 같은 네트워크 시대에는 예전과 달리 사정 봐가면서 인정으로 두둔해주는 감성은 없고 무명(익명)의 가면을 뒤로 하고 인간 본연의 치졸한 심성 그 밑바닥까지 꺼내놓고 전 세계로 공유하는 데는 불과 몇 분도 걸리지 않는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실수 한 번에 나락으로 떨어지고 잘못 한 번에 지옥을 경험할 수도 있다. 물론 실수하지 않고 잘못하지 않고 사는 것이 정답이라고 한다면 그런 일을 겪을 일 없겠지만, 아날로그적 감성으로 말하자면 아니 어디 사람이 그렇게 살 수가 있나. 사람끼리 부대끼며 살다 보면 실수도 할 수 있는 거고 의도하지 않게 잘못 되기도 하는 것이지 그걸 너무 그렇게.. 라고 하기에는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삶이 너무나도 극명하게 갈리는 것을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보게 되지 않는가?

그렇게 치열하고 조심스러운 네트워크 공간에서의 언론 매체라는 것을 꾸려나가는 일은 첨단의 끝에 하루하루가 살얼음 같았을 것이라 생각 된다. 그리고 아직까지 생존해 있다는 것 하나로도 이미 숱한 역경과 고난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올라왔을 그들의 노고가 보지 않아도 눈앞에 생생하게 그려지는 것은 필자 역시도 네트워크 세대와 함께 경쟁시대에 살아가는 한 사람의 일원으로 깊은 공감을 하기 때문이다.

필자가 처음 ‘게임톡’의 창간 소식을 듣고 얼마 안 있어 인력구성에 대한 정보를 들었을 때 과연 그렇게 적은 인원수로 경쟁자들은 차치하더라도 살림이나 제대로 꾸려 나갈 수 있을까? 하는 걱정스러움과 의아스러움으로 고생만 하다가 소리 없이 사라지는 힘겨움을 겪게 되면 어쩌나 하는 쓸데없는 오지랖을 떨기도 했다. (그건 기우에 불과했다. 쓸데없는 걱정을..)

하지만 지난 몇 년간 편집국장님과 편집국 식구들의 발로 뛰고 땀내 나는 모습을 지켜본 결과 필자의 걱정이 쓸모 없어진 것은 참으로 다행이며, 다시 한 번 다른 걱정은 이제 5년 지났으니 앞으로 5년 더 잘해서 강산이 한 번 변한다는 10주년이 됐을 때 얼마나 많은 것들이 바뀌어 있을지, 그 때에도 여전히 ‘게임톡’은 게임정보 전문 사이트로 남아있을 수 있을지 참 없는 걱정도 사서 하는 피곤한 인생이지만, 필자의 이런 걱정 속에는 내심 오래도록 지금의 모습으로 그리고 지금보다 계속 나아지는 모습으로 남아주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D.H. HOLDINGS라는 새 회사를 만들어 제주의 젊은 친구들과 또다른 개발의 즐거움을 나누고자 한다.]

 

김대홍은?

최근 제주에 ‘㈜디에이치홀딩스’ 라는 부동산 개발 업체를 설립하였다. 게임 개발자임과 동시에 부동산 개발 사업을 하는 것이 의아스럽게 생각하는 분들도 많지만, 사실 이 둘은 많은 부분이 닮아있어서 색다른 재미가 있다. 기획, 설계단계를 거쳐 실제 시공(개발)후 분양(판매, 운영)후 지속적인 운영관리까지 사용하는 용어나 구조도 상당히 닮아 있다. (좌:위상공간 대표 박경목, 중:부동산컨설팅 대표 임효석, 우:게임쿠스 대표 김대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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