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만난 선배, 스포츠신문 출신 기자로 게임전문지 창간에 다시 놀라

[창간 5주년 축하칼럼7] 김동욱 헝그리앱 편집국장, 2005년 첫 만남, 게임전문지 창간에 놀라

나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조선일보를 즐겨 읽었다. 그땐 아침마다 집으로 배달되는 신문이 조선일보였고, 세상에 신문은 그것밖에 없는 줄 알았다. 사상이 어떻고, 보수 매체가 뭔지 개념도 없었던 그땐 그저 잉크 냄새 진동하는 신문을 읽으며 한자(漢字)를 알아가는 재미가 쏠쏠했다.

1면에 뭐가 나오든 관심 있을 턱이 없었고, 뒤에서 1장을 넘기면 나오던 ‘이규태 코너’가 나에겐 가장 흥미로운 기사였다.

거기엔 궁금해하던 세상의 모든 것(?)이 있었고, 읽다보면 궁금한 게 많아져 매일매일 읽고 또 읽었던 기억이 새롭다. 지면을 통해 매일 이규태란 사람과 만나면서 그의 박학다식이 부럽기만 했다. 그의 글은 한마디로 맛깔스러웠다. 곱슬머리에 돋보기 안경을 쓴 캐리커처는 처음엔 솔직히 비호감이었지만, 그의 칼럼 속에 빠져들고나선 그마저도 귀엽게 느껴졌다. 나중엔 이규태 코너를 오려내 공책에 스크랩해두고 틈만 나면 읽을 정도로 애독자가 됐다.

이규태 선생은 45년이란 세월동안 조선일보라는 한 직장에서 일했다. 말년까지도 모르는 것은 공부하고, 이를 되새김질해 대중들에게 쉽게 글로 전달해준 뚝심있는 천생 글쟁이였다.

언젠가 이규태 선생과 같은 맛깔나는 글로 읽는 이의 마음을 사로잡고 싶다는 생각을 품고 살았다. 운명의 장난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에 선생과 같은 길을 가게 됐다.

2005년쯤으로 기억된다. CJ인터넷의 어느 행사에서 박명기 선배와 우연히 만났다. 당시 일간스포츠에서 기획레저 분야를 취재하던 그는 게임이라는 분야를 새로 맡게 된 중고신인이었다. 적지 않은 나이에 새파란 게임기자들과 어울리며, 꽤나 낯선 게임이란 분야를 배우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이 존경스러웠다. 여러모로 배울 게 많은 선배였다.

취재처에서 종종 마주친 박 선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 그가 전라북도 장수(長水) 출신이란 것도 그때쯤 알게 됐다. 놀랍게도 언제나 닮고 싶던 이규태 선생과 동향이었다. 산세가 어떻길래 그 동네에선 이렇듯 멋진 글쟁이가 많이 배출되는 걸까. 덕유산과 백운산엔 문필가의 기운이 넘치는가보다 생각했다. 진솔한 사람 냄새 나는 글은 물론이고, 투박하고 구수한 외모도 이규태 선생과 비슷했다.

2010년 어느날 그는 잘 다니던 신문사를 뒤로 하고 홀로서기를 준비한다고 했다. 내심 충격과 걱정이 교차했다. 그리곤 게임전문지 '게임톡' 창간이라는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포츠신문 출신 기자가 나이 들어 게임을 배우겠다고 들어온 것이나, 게임전문지를 창간하겠다고 나선 것이나 대단한 용기였다.

박 선배 특유의 글재주는 기존 전문지와는 다르게 새로운 방식으로 대중에게 게임을 이해시키고 있었다. 주변의 우려가 무색하게도 게임톡은 벌써 창간 5주년을 맞고 있다. 급변하는 산업 트렌드를 발빠르게 캐치하는 예리한 시각과 깊이있는 기사는 게임톡만의 장기다.  

다만, 주체할 수 없는 그의 기사에 대한 열정이 때론 업계인들에게 부담으로 다가오는 모양이다. 名문필가의 고을 장수(長水)의 강한 기운을 받은 '게임톡'이 색깔있고 뚝심있는 매체로 장수(長壽)해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김동욱 (헝그리앱 편집국장)

김동욱은?

1995년 1월 월간잡지 게임챔프 기자로 업계에 입문했고, 월간 브이챔프(1997년)와 위성방송 게임TV(2000년)를 거쳐, 주간신문 경향게임스(2006년) 편집국장을 역임했다. 2002년부터는 일본의 유력 게임미디어 4게이머넷에 한국의 최신 게임뉴스를 기고하고 있으며 현재는 헝그리앱의 편집국장으로 일하고 있다. 올해로 23년째 게임전문 기자로 한 우물을 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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