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영욱 게임 칼럼니스트가 골라본 게임업계 ‘게임톡 5주년 핫이슈5’

[창간 5주년 축하칼럼6]오영욱 게임 칼럼니스트가 골라본 게임업계 ‘게임톡 5주년 핫이슈5’

4주년 축사를 쓴 것이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났다니 감회가 새롭다.

올해는 5주년을 맞아 게임톡이 시작한 날부터 다섯 가지 뉴스를 골라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1년에 한 꼭지씩이라면 쉬울까 생각했지만 조금 고민해보니 2012년부터 지금까지 한국 게임 업계는 그야말로 격동의 시간이었다. 그 중에서도 게임업계에 큰 영향을 끼친 뉴스들을 골라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가급적 흐름에 큰 영향을 준 뉴스로 골라보았다.

1.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 열어젖힌 스마트폰 게임 시장

[선데이토즈 홈페이지]

2012년 7월 선데이토즈의 ‘애니팡’이 서비스를 시작했다. 2011년 한국에 아이폰이 출시되었지만 게임심의로 인해 앱스토어에 게임 카테고리가 빠진 반쪽자리 서비스였다. 2011년 말이 되서야 오픈마켓의 심의가 허용되면서 아이폰에 게임 카테고리가 생겨났다.

하지만 역시 본격적으로 스마트폰 게임 시장의 존재감을 드러낸 것은 카카오톡과 ‘애니팡’이 아닐까 싶다. 그 전까지 스마트폰 게임 개발사들은 주로 해외 마켓을 노리며 한국은 아직 대박을 노리기 힘든 시장으로 보고 있었던 것 같다.

‘애니팡’이 연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지금은 PC 온라인 게임을 만드는 회사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일반적인 게임 시장이 되어버렸다. 퍼즐로 시작된 게임도 이제 퍼즐뿐만 아니라 RPG, 시뮬레이션 등 시장 성숙기에 등장하는 장르의 게임들이 주를 차지하게 되었다. 한국 모바일 게임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리는 계기라 볼 수 있지 않을까.

2. 한국 게임업계 다양성 무너뜨린 ‘셧다운제 합헌’

2014년 4월 헌법재판소에서 셧다운제가 합헌이라는 결정을 내렸다. 청소년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하는 전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이 법안은 합헌이란 결정으로 지금까지도 계속 한국 게임계를 짓누르고 있다. 덕분에 중국도 셧다운제를 준비하고 있다니 전세계적으로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봐도 될 것이다.  

셧다운제는 청소년들의 자기결정권뿐만 아니라 한국게임계가 모바일로 치우치게 되는 결정적인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규모가 작은 영세 게임업체들은 셧다운제에 대응하는 대신 PC 온라인 게임 개발을 포기하고 모바일 게임 개발을 내쫓기듯이 선택했으며, 경쟁이 심한 모바일 환경에서 많은 게임 회사들이 망하거나 큰 회사에 흡수되었다.

결과적으로 셧다운제는 한국 게임계의 다양성을 망가뜨리는 큰 원인중 하나가 되었다.

3.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 새 수익모델 고민 돌입

2015년 K-IDEA(구 한국게임산업협회)를 중심으로 확률형 아이템 자율규제안이 시작되었다. 경쟁이 심한 모바일 게임 업계에서 수익이 확실한 가차(뽑기) 유료화 모델이 일반화하면서 너무 쉽게 가차에 의지하는 것이 화근이 되었다.

일부 업체에서 확률 등을 조절한 것이 밝혀지면서 유저들의 신뢰가 바닥을 쳤고, 정치권에서 규제 움직임이 보이자 뒤늦게 자율규제의 움직임을 보였다.

논란이 많지만 업체들이 먼저 자율규제의 의지를 보인 것은 환영할 만 일이다. 허나 여전히 게임들은 심각하게 수익모델을 가차에 의존하고 있고, 시간이 지났지만 당시에 비해 특별히 상황이 개선되지도 않은 것 같다.

게임업계는 여전히 힘들지만 좀 더 게임개발사와 게이머들이 서로 행복할 수 있는 수익모델에 대해 고민해야하지 않을까.

4. ‘티셔츠게이트’...한국판 ‘게이머게이트’ BBC 소개

2016년 여름. 게임 ‘클로저스’의 작업에 참여한 성우가 페미니즘 티셔츠를 트위터에 인증하였다가 큰 논란이 일어나고 결국 회사는 해당 성우의 작업물을 게임에서 빼는 결정을 내렸다.

게임 매출을 위해선 최선의 결정이었을지 모르지만 문화계 전반으로서는 최악의 결정이었다. 페미니즘에 대한 마녀사냥이 시작되었고, 일부 게이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해당 작업자의 작업물을 없애라는 요구가 빗발쳤고 몇 개의 게임이 비슷한 결정을 내렸다.

불똥은 만화로도 동인계로도 튀어 말그대로 판을 활활 불태웠다. 코타쿠 등을 비롯한 해외 게임웹진뿐만 아니라 BBC에서까지 한국판 ‘게이머게이트’라며 소개가 되기도 했다.

피해자들은 주로 여성이나 비정규직, 혹은 작업물을 없애도 큰 지장이 없는 외주제작자들이었다. 논란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한 가지 다행이라면 목소리를 내는 여성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이런 목소리가 더 늘어나고 더 귀기울여 들어야 한다.

5. 안팎으로 힘든 시기, 게임업계의 노동문제도 부각

2016년 한 해 동안에만 한 대형개발사에서 3명의 개발자가 죽는 사건이 일어났다. 2017년 2월 정의당 이정미 의원실에서 국회에서 ‘노동자의 돌연사, 우연인가 필연인가?’라는 게임산업 노동환경 실태와 개선과제 토론회를 열었다.

이정미 의원실과 게임개발자연대,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에서 조사한 게임업계의 노동환경은 매우 열악했다. 그동안 성공에만 가려서 그 과실이 일부에게만 돌아가고 있는 현실이 부각되면서 뒤늦게 인센티브나 야근금지 같은 약속들이 나오기 시작했다.

게임개발자들 역시 문제를 조금씩 인식하기 시작했다. 고용노동부에서 대대적인 근로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제대로 법을 준수하고 있는지 감시되어야 할 것이다. 2017년이 사람이 갈려나지 않는, 사람답게 일하는 게임개발의 원년이 되기를 바란다.

사실 요 몇년 게임업계는 힘들다. 양적인 규모는 멈춰있는 상태고, 업계는 허리가 없으며 개발자들이 인디나 스타트업으로 내몰리듯이 가는 경우도 적지 않다. 2015년에는 개발자수가 감소세에 이르렀다. 2017년 역시 쉽지 않은 한 해가 될 것 같다. 올 한 해도 작은 회사들이나 개발자들에게는 생존이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다.

6. 다양한 인터뷰-깊은 칼럼 인상적..게임톡 5주년 ‘참신함’ 재충전 기대
처음 게임톡이 눈에 들어온 것은 인상적인 인터뷰들이었다. 적은 인력이라는 약점을 사람에 집중한 콘텐츠로 풀어내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어느새 한국경제를 통해 서비스되며 5년 동안 하나의 게임언론으로 자리잡았다. 규모는 크지 않지만 반대로 항상 기민하게 게임톡만이 보여줄 수 있는 기사들을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다양한 인터뷰들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여전히 기자들의 칼럼은 깊이 있다. 많이 살펴보고 고민한 흔적이 보인다. 예전보다 무게감은 늘어 안정감을 주지만 참신한 느낌은 조금 부족해진 것 같아 아쉽다. 안타까운 것은 가끔 글의 좋은 느낌을 깎아먹는 제목이 보인다는 것이다. 제목이 조금 더 사람을 끌어모을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글의 첫 인상이 나빠지는 것은 안타깝다.

2017년에는 더 다양한 칼럼들과 5년이란 역사와 한국 게임계에서 게임톡이 가지고 있는 무게에 어울리는 모습을 보여주리라 기대한다.

게임 개발자이자 칼럼니스트

오영욱은?

재믹스와 IBM-PC로 게임인생을 시작해서 지금은 게임프로그래머가 된 게임개발자다.

연세대 화학공학과 01학번으로 2006년 네오플에서 ‘던전 앤 파이터’ 개발에 참여한 후 플래시게임에 매력을 느껴 웹게임 ‘아포칼립스’(플로우게임즈)를 개발하고, 소셜게임 ‘아크로폴리스’(플로우게임즈), 모바일 소셜게임 ‘포니타운’(바닐라브리즈)에서 개발에 참여했다. 노븐(NOVN)에 합류에 ‘던전피드’ 개발에 참여하다, 육아문제로 판교에 있는 회사로 적을 옮겨 두 딸을 돌보며 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최근엔 언리얼엔진에 심취해있다.

10년간 게임개발 외에 게임기획서적 ‘소셜 게임 디자인의 법칙’(비제이퍼블릭)을 공역했고, ‘한국 게임의 역사’(북코리아) 공저로 집필에 참여했다. ‘이후’라는 필명으로 Gamemook.com 에서 게임 개발자를 위한 정보를 제공하는 웹사이트를 운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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