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며 체험하는 VR 어트랙션 ‘모탈블리츠 포 워킹 어트랙션’

VR(가상현실) 어트랙션에 대한 부정적인 편견이 있었다. VR이 무엇인가에 대한 연구나 고민 없이, 시류에 편승해 반짝 인기를 끌어보려는 어트랙션이 즐비했기 때문이다.

대기업이 야심차게 선보인 카약 어트랙션은 영상과 어트랙션의 흔들림이 전혀 맞지 않아 극심한 멀미만 유발했다. 360도 실사 영상을 사용한 롤러코스터 어트랙션은 입체감을 전혀 느낄 수 없어서인지 실제 롤러코스터보다 훨씬 못했다. 비용을 지불하면서까지 체험해보겠냐고 묻는다면 확실히 ‘아니오’다. “이 돈이면 진짜 롤러코스터를 두번 이상 탈 수 있는데 왜 굳이?”

생각이 바뀐 건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모탈블리츠 포 워킹 어트랙션’을 체험하고 나서부터였다. 이는 스코넥엔터테인먼트의 대표 IP인 ‘모탈블리츠’를 어트랙션으로 재해석한 것으로, 5m x 7m의 공간 안에서 사용자가 정해진 루트를 직접 걸어다니며 체험하는 방식이다. 호주의 ‘제로레이턴시(Zero Latency)’와 미국의 ‘더보이드(The Void)’에 이어 세번째로 상용화를 앞둔 VR 워킹 어트랙션이다.

이 어트랙션을 체험하려면 사전에 약간의 준비가 필요하다. 오큘러스 리프트가 연결된 PC를 등에 메고, 센서가 부착된 장갑을 끼고, HMD와 헤드셋을 쓰고, 머신건 모양의 콘트롤러를 손에 쥔다. 그리고 바닥에 표시된 시작점에 서면 어트랙션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플레이시간은 약 12분이다.

체험 소감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글로는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환상적이다. 웬만한 VR 어트랙션은 다 한번씩 해봤지만, 이처럼 새롭고 흥미진진했던 경험은 처음이다. 장소를 계속 이동하면서 괴생물체들과 치열한 총격전을 펼치다보면 시간이 가는줄도 모른다. 스코넥 관계자는 “체험한 사람들 대부분이 깜짝 놀란다”며 “어떤 VR콘텐츠와 비교해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모탈블리츠 워킹 어트랙션’이 다른 VR 어트랙션들을 압도하는 가장 큰 이유는 그래픽 퀄리티다. 다른 VR 어트랙션은 대부분 스마트폰을 끼운 모바일 HMD를 사용한다. 비좁은 어트랙션 특성상 하이엔드급 HMD를 연결할 PC를 설치할 공간을 찾기 어렵다. 2미터 상공에서 360도로 빠르게 회전하는 로봇팔 어트랙션에 탑승한 사람에게 커다란 데스크탑PC를 품에 안기며 “앞으로 3분동안 꼭 끌어안고 계세요. 놓치면 배상금 200만원”이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자연스레 모바일 HMD를 선택할 수 밖에 없고, 그래픽 퀄리티는 기대에 못미친다.

반면 ‘모탈블리츠 워킹 어트랙션’은 스코넥이 자체 제작한 백팩형 PC를 사용한다. 인텔 코어 i7 프로세서와 지포스 GTX980을 탑재한 이 PC 시스템은 현존 최고 사양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오큘러스나 바이브가 지원하는 VR콘텐츠를 즐기기에는 충분하다. 이 PC를 등에 메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것. 백팩 무게가 예상보다 훨씬 가벼워 신경쓰이지 않는다. 오히려 중장갑을 차고 임무에 투입된 특수요원 같은 기분이 들어 몰입감이 한층 높아진다.

‘모탈블리츠 워킹 어트랙션’에서 또 하나 흥미로운 부분은 스코넥의 노하우가 남김없이 녹아든 연출이다. 스코넥은 오락실용 레일슈팅게임만 수년간 만들어온 아케이드 강자다. 12분짜리의 짧은 엔터테인먼트에서 어떤 연출을 사용해서 어떤 사용자 경험을 전달해야 사람들이 즐거워하는지 너무 잘 안다. 이 방면에서는 내로라하는 온라인 및 콘솔 FPS게임 개발사들보다 뛰어난 노하우를 자랑한다.

사용자가 레일을 타고 미끄러지듯 질주할 때 지축이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 일어나는 장면에서는 화려한 폭발 이펙트는 물론, 영상 전체를 흔들어 진동을 표현했다. 또 깎아지른 높이에서 좁은 다리를 건너는 장면에서는 바닥에 실제 발판을 마련해두어 공포감을 극대화했다. 덕분에 가상으로 만든 환경임을 인지하면서도 무서워서 다리를 건너지 못하는 사람들도 많았다고 한다.

이런 다양한 연출 덕분에 ‘모탈블리츠 워킹 어트랙션’은 12분간 지루함을 전혀 느낄 수 없는 훌륭한 엔터테인먼트가 됐다. 별다른 연출 없이 360도로 촬영한 영상을 틀어주고, 그 영상을 지켜보는 것 외에는 별다른 상호작용을 할 수 없는 다른 어트랙션과는 차원이 다르다.

하지만 아쉬운 부분도 있다. 사실 아쉽다기보다는 안타까운 부분이다. 안전성과 사업 채산성 때문에 초기 버전에 있던 엔터테인먼트 요소 중 일부를 삭제해야만 했던 것. 예를 들면 사용자가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러야 하는 곳에 진짜 오브젝트를 가져다 놓아서 현실감을 더하게 한 장치는 안전사고의 위험 때문에 제거했다. 또 초기 버전에는 센서를 장착한 신발을 신어서 자신의 발을 볼 수 있었는데, 공포를 느낀 사람들이 다리를 건너지 못하고 시간을 너무 많이 소요하는 탓에 최종 버전에서 빠졌다. 어트랙션을 기획한 사람에게도, VR을 100% 즐기고 싶은 사용자에게도 불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스코넥엔터테인먼트는 한국의 유명 테마파크와 손잡고 빠르면 2017년 상반기에 이 어트랙션을 상용화할 계획이다. 아마 다른 어트랙션과는 달리 큰 반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된다. 입체감 없는 360도 영상을 가만히 앉아서 감상하는, 실제보다도 못한 롤러코스터 어트랙션을 체험하겠는가, 아니면 자유롭게 이동하면서 우주 괴생명체들과 현실감 넘치는 총격전을 벌이는 어트랙션을 체험하겠는가. 답은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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