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CBT 진행한 스마일게이트 ‘로스트아크’, 한국산 갓게임 될 수 있을까

스마일게이트의 신작 MMORPG ‘로스트아크’의 첫 인상은 영락없는 ‘디아블로’ 카피캣이었다. 쿼터뷰 시점의 핵앤슬래시 전투, 시원시원한 광역공격과 몰이사냥, 미로처럼 꼬불꼬불 이어지는 맵은 이 장르의 본좌격인 ‘디아블로3’를 쏙 빼닮았다. 오마주인지 표절인지 구분되지 않을 정도로 노골적인 부분도 눈에 들어왔다.

물론 ‘디아블로3’가 보여줬던 것 그 이상을 보여주긴 했다. 몰입감 넘치는 스토리텔링과 화려한 컷신 연출은 2014년 지스타에서 공개됐던 트레일러 영상 그대로였다. 여기에 수준급 타격감과 기대 이상의 그래픽이 가세했다. 당장 OBT를 시작해도 손색없을 정도로 버그가 없다는 점도 인상적이었다. 이정도면 ‘디아블로3’를 넘어섰다. 핵앤슬래시 RPG로는 더할 나위 없는 완성도다.

그러나 ‘디아블로3’는 2012년에 출시된 게임이다. 반면 ‘로스트아크’의 출시일은 한참 남았다. 빨리 잡으면 2017년 하반기 정도다. 출시일이 5년 이상 차이나는데, ‘디아블로3’를 뛰어넘었다는 표현이 칭찬이 될 수 있을까 싶었다. 웰메이드 게임은 분명하지만, 명작이 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로스트아크’를 손에서 놓을 수는 없었다. 분명 재미는 있으니까.

디아블로식 MORPG에 MMORPG 재미 더했다

‘로스트아크’를 과소평가했다는 사실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4레벨을 달성하고 생활콘텐츠가 서서히 드러나면서부터였다. 전장을 누비던 모험가들이 갑자기 태세를 변환해 약초를 채집하고 나무를 베고 낚시를 하기 시작한다. 연금술과 요리도 윤곽을 드러낸다. 선굵은 전투보다 소소한 일거리를 좋아하는 소위 ‘초식유저’들이 슬슬 눈에 띈다. 레벨업과 전투에만 집중됐던 콘텐츠가 수평적으로 계속 불어난다. ‘디아블로’였다면 상상하지 못했을 일이다.

비슷한 시기에 월드 곳곳에서는 필드레이드가 펼쳐졌다. 스마일게이트 알피지 GM들이 첫 CBT를 기념해 레이드몬스터 ‘천둥날개’를 풀어놓은 것이었다. 파티창은 축제 분위기였다. 제보가 들어올 때마다 어디선가 수십명의 유저들이 몰려들어 천둥날개를 다굴(?)한다. 천둥날개가 뭔가를 시전할 때마다 이유도 모르고 죽어나가지만, 그래도 무덤에서 열심히 뛰어와서 전투에 재합류한다. 이 과정을 반복하다보면 옛날에 즐겼던 MMORPG의 추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이 또한 ‘디아블로’에서는 꿈도 꾸지 못했던 콘텐츠다.

본격 PvP가 가능하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로스트아크’에서는 일반 필드에서는 PK가 불가능한 대신 투기장 같은 곳에 진입해 3대3 팀대전을 펼치는 방식으로 PvP가 이뤄진다. 물론 1차 CBT 기준, 특정 클래스가 연속공격을 넣으면 다른 클래스들은 이렇다 할 저항도 못하고 쓰러지는 등 밸런스에 문제가 있긴 했다. 이 부분은 차차 수정될 것으로 보인다.

뭐니뭐니해도 백미는 시네마틱 던전이었다. 후반부에 경험하게 되는 1인 던전 ‘영광의벽’은 개발사 스마일게이트 알피지가 “반드시 체험해보라”며 가장 자신있게 내세우는 콘텐츠이기도 하다. 이 던전을 통해 유저들은 ‘로스트아크’를 이끌어가는 주인공의 한 명으로서 메인스토리를 경험하게 되는데, 몰입감이 상당히 뛰어나다. ‘영광의벽’을 해봤느냐 안해봤느냐에 따라 ‘로스트아크’에 대한 평가가 달라질 정도다.

‘영광의벽’을 체험한 유저들의 평가는 극찬 일색이다. “반지의제왕을 보는줄 알았다” “역대 한국게임 중 최고의 연출” “내가 게임의 주인공이 된 것 같다” “콘솔게임에서나 느끼던 몰입감” 등 CBT 내내 채팅창에는 ‘영광의벽’에 대한 호평이 끊이질 않았다. ‘영광의벽’을 담당했던 개발팀이 이러한 채팅을 봤다면 분명 뿌듯했을 것이다.

물론 ‘디아블로’를 연상하게 하는 게임 초반부도 충분히 매력적이다. 그러나 게임을 진행하다보면 “디아블로와 비슷하다”는 말이 쏙 들어갈 정도로 ‘로스트아크’만의 매력이 잘 드러난다. 초반 한두시간만 플레이해보고 “역시 김치블로”라며 게임을 꺼버렸을 일부 사람들이 가여울 정도다. 대부분의 MMORPG가 그렇듯 ‘로스트아크’도 만레벨부터 시작이다. 그리고 다른 게임과는 달리, 만레벨까지 진행하는 과정도 충분히 재미있다.

딜러만 넘치는 파티플레이 의문… 힐러 존재감 미미해

‘로스트아크’가 ‘디아블로’와 분명하게 다른 점 중 하나는 ‘바드’라는 힐러 클래스가 있다는 점이다. 바드는 이번 CBT에서 특정 조건을 만족해야 선택할 수 있는 히든클래스로 등장하는데, 아름다운 미소녀 외관과 예상 외의 강력한 공격력으로 높은 인기를 끌었다.

다만 바드를 MMORPG에서 전통적인 개념의 힐러로 여겼다면 실망할 가능성이 높다. 바드의 회복스킬인 ‘세레나데’는 세레나데 버블을 쌓아야 사용할 수 있는데, 이 세레나데 버블은 공격스킬을 명중시킬 때마다 조금씩 차오른다. 그런데 정말 조금씩 차올라서 막상 전투에서는 많아야 한두번 쓸 정도다. 사실상 세레나데가 파티플레이에 큰 기여를 하지는 않는다.

따라서 ‘로스트아크’의 파티플레이 패턴은 ‘디아블로’와 크게 다르지 않다. 각자 스킬을 퍼붓다가 체력이 바닥을 치면 알아서 물약을 먹으며 생존한다. MMORPG 특유의 탱커-딜러-힐러 역할플레이는 없다. 모두가 딜러다. 왜 굳이 반쪽힐러 바드를 만들었는지 의문스럽다. 다음 CBT에서는 달라진 모습을 기대한다.

이 외에도 옛날스타일의 유저인터페이스(UI), 답답할 정도로 느린 이동속도, 트레일러 영상보다 다운그레이드된 그래픽 등이 유저들 사이에서 주요 불만요소로 꼽혔다. 그러나 이러한 불만사항들은 1차 CBT라는 점을 감안하면 놀라울 정도로 적은 편이다. 심지어 일반적인 CBT에서 으레 발생하는 서버다운조차 한 번도 없었다. 유저들의 반응이 이렇게 긍정적인 CBT는 참 오랜만에 본다.

그렇다면 ‘로스트아크’는 ‘갓겜’이 될 수 있을까? 이제 1차 CBT를 시작한만큼 앞으로 많은 부분이 변할 것이라는 점과, 오픈 후 운영이 미치는 영향력을 생각하면 확답을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몇 달후 시작될 2차 CBT가 엄청나게 기다려지는 게임이라는 사실은 확실하다. 2차 CBT에도, 3차 CBT에도, 파이널 테스트에도 참가신청을 할 예정이다. 충분히 믿고 기다릴 가치가 있는 게임이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