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벤져스2 기념] 아이언맨부터 캡틴아메리카까지…판교 시네마틱 유니버스

 

지난 겨울 판교의 칼바람을 버텨온 것은 ‘벚꽃엔딩’을 들으며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어벤져스2)’을 보러가겠다는 강력한 의지 덕분이었다. 한국 로케이션 이후 숱한 패러디와 가상 시나리오를 양산했던 ‘어벤져스2’는 드디어 23일 개봉을 앞뒀다. 아이언맨부터 캡틴아메리카, 토르에 이르기까지.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arvel Cinematic Universe)를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약간의 예습과 상상력이 필요하다. 게임톡은 게임인들이 마블의 우주를 조금 더 즐겁게 바라볼 수 있게 떡밥을 준비했다. 약 빨고 기획한 판교 시네마틱 유니버스 이야기.

날라리 억만장자 아이언맨 - 넥슨

백만장자 플레이보이 토니 스타크는 전통적인 히어로에서 살짝 비켜선 인물이다. 일단 돈이 많다. 말도 많다. 그렇게 착한 것 같지도 않다. 하지만 인기만큼은 짱짱맨이다. 사실 수년전만 해도 아이언맨은 마블 히어로 중 그리 인기 있는 히어로는 아니었다. 오늘날의 인기는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연기한 ‘아이언맨’ 시리즈의 세계적인 히트 덕분이다.

넥슨 유저 행사에 한번이라도 가봤다면 이 회사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다. ‘서든어택’ ‘던전앤파이터’ ‘메이플스토리’ ‘피파온라인3’ ‘사이퍼즈’ 등 인기 게임들이 모두 넥슨 왕국의 주역들이다. 2014년 매출은 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넥슨은 개발사지만, 가능성 있는 개발사에 과감히 투자하거나 인수합병을 하는 것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래서일까. 김정주 회장을 비롯한 넥슨의 경영진들은 게임 개발자보다는 사업가의 이미지가 더 강하다.

하지만 때로는 돈이 슈퍼히어로를 탄생시키기도 한다. 사실 아이언맨의 진정한 힘은 슈트 자체가 아니라 토니 스타크의 뛰어난 사업 능력에서 나온다. 토니 스타크는 천재 과학자이면서도 훌륭한 사업가다. 그가 놀라운 슈트를 계속 개발할 수 있는 것은 굴지의 기업 스타크 인더스트리의 CEO이기 때문이다.

우주정복을 위한 한방 헐크 - 엔씨소프트

헐크는 ‘어벤져스’ 군단의 끝판왕이라 할 수 있다. 분노를 느끼면 괴력을 발휘하는 녹색괴물. 우주에서 가장 힘이 센 존재로, 화가 나면 신도 내동댕이친다. 헐크를 좋아하는 관객들은 그가 화를 낼 때까지 영화를 보며 초조하게 기다려야만 한다. 하지만 일단 화를 내면, 확실한 재미를 보장한다.

엔씨소프트는 한국 게임사들 중 가장 강력한 한방을 노리는 기업이다. 엔씨가 날린 ‘리니지’라는 메가톤 펀치는 16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여진이 이어지는 중이다. 엔씨의 과거 게임들은 비록 호불호는 갈릴지언정, 동시대 게임들에서 볼 수 없는 혁신적인 퀄리티를 보여온 것만은 사실이다. 이는 완성도 높은 작품이 나올 때까지 분노를 삭혀가며 개발에 몰두하는 엔씨만의 독특한 문화에서 나온다. 때로는 4년, 5년이 걸릴 때도 있다. 가끔은 정신을 잃고 폭주한다. 어떤 이들은 그런 엔씨를 보다 못해 비난하고, 때로는 조롱한다.

하지만 한국의 대중들 앞에 어떤 충격적인 게임이 등장했을 때, 그 게임의 개발사가 엔씨일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엔씨는 지금도 ‘리니지 이터널’ ‘프로젝트 혼’으로 강력한 한방을 준비 중이다. 더군다나 요즘 넥슨과 경영권 분쟁으로 화가 나 있다. 뭔가 보여줄 가능성이 그만큼 높다는 뜻이다.

아스가르드에서 온 천둥의 신 토르 -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

토르는 오딘의 아들로, 인간이 아닌 신이다. 강력한 무기인 묠니르를 사용하며, 성격이 급해 일단 싸우고 보는 스타일이다. 큰 키와 금발, 쩌렁쩌렁한 목소리를 가진 배우 크리스 헴스워스와도 잘 들어맞는다. 어벤져스 군단에서는 헐크와도 힘으로 대적할 수 있을 정도의 불사신인데, 북유럽 신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살짝 이질감이 느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위메이드 엔터테인먼트는 판교에서 신과 하늘을 가장 사랑하는 게임사다. 이 회사는 대표작 타이틀마다 하늘이나 신화, 용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위메이드의 대표작은 ‘창천’, ‘미르의 전설’, ‘이카루스’ 등이다. 심지어 ‘이카루스’는 팰로우를 타고 하늘을 날며 펼치는 공중전이 핵심 콘텐츠다. 중국에서는 ‘천룡기’를 개발 중이고, 지난해 야심차게 선보였던 모바일게임 ‘신무’의 광고 카피는 “신이 허락한 액션”이다. 이쯤 되면 사옥 꼭대기 층에 무녀의 제단이 있지 않나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임 영역 외에서는 ‘신의 창투사’ 이미지를 쌓아가는 중이다. 지난해 당기순이익으로만 무려 2091억원을 벌어들였다. 지분을 보유한 다음카카오의 상장에 따른 금융수익 때문이다. 게임도 그렇지만, 투자의 성공 예측이란 인간의 능력을 벗어나는 부분이다.

 

냉동인간에서 깨어난 캡틴 아메리카 - 소프트맥스

1920년대에 태어나 70년 동안 냉동인간이었다가 최근에야 깨어났다. 불타는 애국심 하나로 똘똘 뭉친 군인. 마지막 로맨스는 무려 1945년. 캡틴 아메리카는 2015년의 관점으로 봤을 때 분명 올드한 이미지다. 슈퍼히어로의 무기가 정직함과 숭고한 정신, 애국심이라니. 하지만 그것이 캡틴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구식은 촌스럽지만, 클래식은 멋있는 법이니까.

소프트맥스는 한국 게임사 중 가장 클래식한 이미지를 가진 개발사다. 이 회사는 1994년 ‘리크니스’를 시작으로 ‘창세기전’, ‘마그나카르타’ 등 명작으로 꼽히는 게임들을 선보여 왔다. 그것도 매우 클래식한 패키지 게임으로 출시된 것들이다. 모두가 온라인게임과 모바일로 달려 나갈 때도 이들은 패키지와 콘솔 게임 개발을 멈추지 않았다. 오랫동안 명작으로 불릴 게임을 만들기가 불가능에 가까워진 요즘, 소프트맥스의 게임들은 더욱 빛을 발한다.

물론 시대에 뒤떨어져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소프트맥스는 유행 따라 기성복을 찍어내 홈쇼핑으로 뿌려대는 회사가 아니다. 당장 매출을 올리자고 게이머들의 소중한 추억까지 덤핑으로 판매했다면 지금의 클래식한 이미지는 없었을 것이다. 올해 소프트맥스는 2000년 이후 무려 15년간 냉동 보관했던 ‘창세기전’의 온라인 버전인 ‘창세기전4’를 선보인다. 캡틴 아메리카처럼 현실 세계에 적응하는 일만 남았다.

어벤져스의 해결사 블랙 위도우 - 넷마블게임즈

슈퍼히어로 영화의 특징 중 하나는 히어로 혼자서는 제대로 된 능력을 발휘할 수 없다는 점이다. 따져보면 어벤져스 군단에는 현실 부적응자인 캡틴아메리카와 토르, 알콜중독 아이언맨, 분노조절장애 헐크 등 온갖 문제아들이 뒤섞여 있다. 그 가운데서 블랙 위도우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그녀는 놀라운 반사 신경과 유연성, 임기응변으로 팀의 능력을 극대화시키고, 때로는 목숨까지 구해준다.

국내 1위 모바일게임사인 넷마블 게임즈는 게임업계의 블랙 위도우 같은 회사다. 넷마블의 특징은 가능성이 있는 개발사들을 발굴하고, 때로는 실패한 게임사들마저 성공의 반열에 올려놓는다는 점이다. 방준혁 넷마블 의장의 결단력과 리더십은 때로 영화 ‘인터스텔라’의 나사로 프로젝트를 연상시킬 정도다. ‘마계촌’ 실패로 죽어가던 씨드나인(넷마블몬스터)에 산소 호흡기(다함께 퐁퐁퐁)을 들이대더니, 끝내 ‘몬스터 길들이기’로 되살려낸 일화는 유명하다.

모든 퍼블리셔에게 거절당하고 정처 없이 떠돌던 ‘레이븐’ 역시 단 한 곳, 넷마블은 받아들였다. 방준혁 의장은 단 5분 만에 퍼블리싱 계약을 결정했다. “10%의 장점을 봤기 때문”이라는 것이 그 이유였다. 나머지 90%는 넷마블이 채워준다는 뜻이다. ‘레이븐’은 그렇게 세상에 나올 수 있게 됐다. 그 결과는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 순위가 말해준다.

최종병기 활 호크아이 - 스마일게이트

어벤져스 군단의 대표적인 원거리 딜러. 호크아이가 처음 등장한 영화는 ‘토르: 천둥의 신’이다. 아직 자신만의 영화는 만들어지지 않았지만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그 존재감을 확장시켜나가는 중이다. 다른 히어로들보다 무게감은 떨어지지만, 제레미 레너가 펼치는 아크로바틱 활쏘기는 관객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한다.

게임업계 원거리 딜러라면 스마일게이트가 떠오를 수 밖에 없다. 스마일게이트가 개발한 FPS 게임 ‘크로스파이어’는 비록 국내에서는 실패했지만 해외에서는 놀라운 성과를 내고 있다. 중국에서 이 게임의 동시 접속자 수는 600만명, 연간 매출은 1조5000억원에 이른다.

스마일게이트의 전체 매출은 국내 게임업계 톱5에 속하며, 영업이익은 국내 게임업계 2위다. 다만 호크아이처럼 한국 게이머들에게 뚜렷하게 각인시킨 타이틀이 없는 점은 아쉬운 부분이다. 스스로도 이를 잘 알기에 차기작 개발에 온 힘을 집중하고 있다. 스마일게이트의 ‘로스트아크’는 한국은 물론 전 세계 게임업계를 긴장시키기에 충분한 최종병기 타이틀이다.

한경닷컴 게임톡 백민재 기자 mynescafe@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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