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준수 트리노드 대표, 전세계 4500만 다운로드, 포코 월드의 브랜드화

‘부산’하면 떠오르는 음식은 당연 싱싱한 회와 밀면, 돼지국밥이고, 관광지로는 드넓은 바다와 아름다운 광안대교 등이 있다. 그렇다면 부산하면 떠오르는 게임은 무엇일까? 바로 트리노드의 ‘포코팡’이다.

9월 26일, 부산시 해운대 센텀드림월드 빌딩에 15층에 있는 트리노드에서 김준수 대표를 만났다. 트리노드의 대표 캐릭터 중 하나인 ‘코코’를 연상시키는(!) 게임에서 가장 키와 몸집이 큰 '거인족' 김준수 대표는 친근한 부산 사투리로 기자를 맞이했다.

사방에 어디나 알록달록하고 화사한 ‘포코팡’ 캐릭터들로 꾸며진 회사에서 김 대표와 함께 트리노드가 지금까지 걸어온 발자취와 차기작, 글로벌 등 앞으로 나아갈 방향에 대해서 이야기해보았다.

■ 결혼 두 달 전 퇴사해 아내와 부산행, 무직으로 시작

이제 글로벌 게임시장을 호령하고, '부산의 최고스타 게임사'가 된 트리노드가 설립된 지는 벌써 3년이 넘었다. 하지만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10월 11일 ‘포코팡 for Kakao’가 출시되면서부터다.

대표작인 '포코팡'은 한국에서만 1000만 다운로드를 기록했다. 글로벌에서는 4000만 이상을 달성했다. 하지만 이전에도 이미 트리노드는 ‘파타포코 애니멀(일본명)’을 라인을 통해 일본에 출시한 경험이 있었다.

김 대표는 “20살 때 컴퓨터공학과에 들어가, 부산에 있는 게임업체 드림미디어에서 6년 반을 보냈다. 물론 학교생활과 병행했다. 졸업 후에는 엔씨소프트에 경력 입사했다. 엔씨에 다니면서 앱을 개발해 공모전에 출품해 수상을 여러 번했다. 그러면서 나에게 기회가 찾아올 것이라고 생각했다. 2010년 드디어 모바일 트렌드가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결국 회사를 그만두고 부산으로 다시 내려왔다”고 이야기했다.

재미있는 것은 그가 부산에 내려오기로 결심한 시기다. 결혼을 앞둔 몇 달 전이어서 그의 결심을 들은 주위 사람들을 깜짝 놀랐다. 보는 사람마다 “결혼은 하고 가라. 무직으로 결혼을 할 순 없지 않냐”며 말렸지만 그의 결심을 되돌릴 수 없었다. 김 대표에게는 두 달의 시간을 허비하는 것도 아깝게 느껴졌다. 그는 아내를 설득해 결국 함께 '귀향길'을 강행했다.

“내 남편이었다면 등짝을 후려쳤을 텐데..”라며 혼잣말을 하는 기자에게 김 대표는 웃으며 “아내의 공이 크다. 심지어 ‘포코팡’의 캐릭터 메인 원화는 모두 아내가 만들었다. 지금은 본인도 상당한 프라이드를 가지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말이 틀리지 않은 것 같다.

■ '라인' 타고 일본 국민게임...트리티브 꿈꾸고 서울서 15명 합류 

부산으로 돌아온 이후 착실하게 타이틀을 준비한 김 대표는 T스토어 공모전에서 대상을 수상하며 한게임과 연이 닿았다.  그리고 일본 '라인'에 게임을 올리는 것까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그는 “‘파타포코애니멀’을 런칭했다. 그런데 처음에 다운로드를 포함해 성적이 좋지 않았다. BM(비즈니즈 모델)이나 타겟 설정이 아쉬웠기 때문이다. 하지만 다음으로 만든 게임이 ‘포코팡’이었다. 6개월 뒤에 출시한 ‘포코팡’은 일본의 국민 게임이 되었다”고 회고했다.

한국에서는 카카오톡을 통해 10월 11일 출시되었고, 전국민을 쭉쭉팡팡 한붓그리기 퍼즐의 매력에 빠트렸다. 이전에는 프로젝터도 없이 6명만 옹기종기 있던 좁은 사무실이었다. 하지만 2014년 2월에는 당당하게 센텀시티에 위치한 건물 15층에 새 둥지를 틀었다. 그리고 7층까지 사무실을 확장했다. 직원수도 56명으로 껑충 뛰었다. 인력이 9배이나 늘어났으니 '격세지감'이다.

특히 사무실에서 트리노드의 발전해온 발자취가 물씬 느낄 수 있었다. 웬만한 게임사와 견주어도 독보적일만큼 ‘포코팡’의 분위기로 화사하게 꾸몄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워낙 소비를 아끼는 생활만 하다가, 이사를 하며 아낌없이 썼다”고 웃으며 자랑했다.

휴게실이나 회의실, 운동 시설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를 한 것은 단순히 돈을 많이 벌었기 때문만은 아니다. 바로 더 뛰어난 인재를 뽑기 위한 노력의 일환이다. 그는 “지원자들이 인터뷰를 왔을 때 꼭 다니고 싶다는 생각이 들도록 일부러 예쁘게 만들었다. 아무래도 부산이라 사람을 뽑는데 어려움이 많다. 다행히 이제 ‘포코팡’이라고 하면 모르는 사람이 없고, 인지도가 많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서울에서 부산까지 '트리노드' 일터로 찾아온 이들이 차고 넘친다. 그는 “현재 트리티브(트리노드 직원) 56명 중 15명은 서울서 내려왔다. 처음에는 정말 놀랐다. 부산에 아무런 연고가 없는데도 불구하고 트리노드에 다니기 위해 내려왔다는 이유만으로 점수를 많이 주었다. 그들에게 부산에 온다는 것은 정말 모든 것을 걸고 오는 것이나 마찬가지기 때문이다”고 덧붙였다.

■ 특별한 변태(?) 토끼 ‘보니’, 트리노드 독창적 IP로 우뚝

트리노드 사무실에는 ‘포코팡’ 캐릭터들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포코팡’ 캐릭터라고 말하기 어렵다. 그 이전부터 있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포코의 세계관인 포코월드가 있다.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다. 첫 타이틀부터 지금까지 3개의 게임 모두 계속 같은 캐릭터를 썼다. 차후 나오는 게임 역시 이 캐릭터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다. ‘포코팡’ 때는 새로 그리기 부담스러워서 똑같이 썼는데, 지금 와서 보니 IP로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고 웃으며 말했다.

메인 캐릭터 ‘보니’는 기존의 캐릭터들과 비교해 특이하다. 단순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토끼가 아니라 수염 자국이 그대로 드러나고, 표정도 왠지 변태(?)같은 느낌이 드는 개성 넘치는 캐릭터다.

김준수 대표는 “세상에는 예쁜 사람이 너무 많다. ‘스펀지밥’같이 조금 독특하고 유니크한 방향으로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게임에서는 특히 캐릭터만 보면 어떤 게임인지 알 수 없는 것 같다. 미인이 아닌 고유한 색깔을 가진 캐릭터를 만드는데 중점을 두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독특함은 귀여운 코드를 좋아하는 일본 유저의 마음을 꿰뚫었다. 전체 매출의 75%가 보니를 사랑하는 일본 유저에게서 나온 것도 그 때문이다. 또한 글로벌 모바일메신저 '라인'이 선전하고 있는 태국과 대만, 인도네시아에서도 '포코팡' 캐릭터 반응도 뜨거웠다.

독특한 캐릭터에 익숙지 않은 한국에서는 “사람들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다. 어떻게 좀 예쁘게 바꾸면 안되겠냐”고 이야기했지만, 김 대표의 대답은 단호한 “NO”였다. 결국 그대로 출시된 보니는 지스타에서 엄청난 인기를 자랑했고, 보니와 코코 마스크를 얻기 위해 사람들은 치열하게 경쟁했다. 그는 “포코 IP를 기반으로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시도할 것”이라며 브랜드화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 전세계 4500만 다운로드, 1년 안에 3개의 게임 출시 예정

전 세계 4500만 다운로드를 달성한 ‘포코팡’, 지금까지는 잘 해왔지만 앞으로도 중요하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될까?

김 대표는 “북미와 유럽에 대한 갈증이 있다. 중국은 올해 안에 구체화될 예정이다. 글로벌은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고민하고 있는데, 아직까지 확정된 것은 없다. 9월 3일 출시된 ‘포코포코’ 외에도, 2015년 안에 3개의 게임이 나올 예정이다. 물론 글로벌을 염두에 둔 게임들이다”고 설명했다.

출시될 게임들에 대해서는 “캐주얼 장르지만, 퍼즐뿐만 아니라 다른 장르도 고려하고 있다. 물론 하드코어는 아니다. 보니가 코어한 RPG로 만들어지는 것은 상상하기 어렵다. 9월 3일 한국 외의 지역에서 출시된 ‘포코포코’는 아직까지 특별히 큰 지표 상승은 없다. 처음 2~3달은 밸런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애니팡'의 선데이토즈에 이어 '쿠키런'의 데브시스터즈 등 요즘 잘 나가는 모바일게임사들이 상장을 진행중이다. 혹시 트리노드의 계획을 물었다. 이에 대해서는 그는 "‘아직은 이르다"고 전했다.

김준수 대표는 “지속적으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하는데, 이런 구조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한다. 시기는 자연스럽게 올 것이다. 아직까지 트리노드는 급하지 않다. 우리가 좋은 제품을 만들 수 있다는 사실을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 진흥원에서 공동관으로 지스타 참가, 부산에서 리크루팅 집중

트리노드는 서울에서 멀리 떨어져있을 뿐만 아니라, 부산에서도 몇 안 되는 게임사 중 하나다. 그런 만큼 트리노드만의 특별한 기업 문화가 있는지 물었다. 물론 있었다.

‘포코팡’ 이후 오랜만에 ‘포코포코’가 출시되고, 트리노드에서는 작은 이벤트가 열렸다고 한다. 회사 내에서 직접 출시 행사를 한 것. 김 대표는 “염원을 담아 나무에 소원을 매달고, 수고한 사람들 목에 레이(하와이 꽃 목걸이)를 걸어주었다. 사람들이 정말 좋아했다. 성공과 실패를 떠나 직원들을 위한 런칭 파티가 꼭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전했다.

아침에는 간단한 식사를, 점심에는 라운지에서 전 직원이 함께 먹는 것도 기업문화 중 하나다. 김 대표는 “아침 식사는 출근 시간 이후다. 즉 업무 시간 30분을 할애하는 것. 시간에 쫓겨 아침을 못 먹는 총각들(?)을 배려하고, 서로 얼굴을 보고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팀끼리만 뭉치는 것이 아니라 서로 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더욱 창의적일 수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부산시와 함께 하는 활동은 없는지 묻자, ‘리크루팅’을 먼저 꼽았다. 인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것이 김 대표의 생각이다. 얼마 전에는 동서대학교 학생 29명이 트리노드 사무실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렇게 많은 수가 온 것은 처음. 이전에는 프로그램이 없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틀을 잡아 체계적으로 준비하기도 했다.

“인프라를 만드는 것과 같다. 직원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좋은 동료다. 페이스북이나 구글에서 일하는 사람은 단순히 ‘연봉이 높아서’가 아니다. 직원들에게 물어보면 ‘훌륭한 동료와 함께 일할 수 있어서’ 등의 이야기를 한다. 동료들 사이에서 자극을 받을 수 있는 그런 집단을 만들고 싶다.”

부산의 게임 축제 지스타(G-Star)도 빼놓을 수 없다. 이번에 트리노드는 부산정보산업진흥원 공동관을 통해 지스타에 참가할 예정이다.

김 대표는 “다른 게임회사와는 조금 다른 느낌으로 보여줄 것이다. 포코의 세계관 등 큰 그림으로 우리가 시작하는 브랜드 런칭과 관련된 시작을 알리는 방향으로 설계하고 있다. 보자마자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부스로 꾸미고자 한다”고 살짝 전했다.

마지막으로 김준수 대표는 “트리노드의 게임을 하기 위해 매일 수백만의 유저들이 접속한다.이것은 매우 영광스럽고 의미있는 일이다. 개발사로서 평생 몇 번이나 이렇게 많은 유저들을 만날 수 있을까 생각하며 버그 하나라도 더 잡고 아트웍 하나라도 더 정성으로 작업하며 매일 노력중이다. 포코의 세계관을 단지 게임으로 보는게 아니라 하나의 생명으로 보고 있다. 긴 호흡으로 보고싶다”며 포부를 전했다.

부산=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 김준수 트리노드 대표는

1981.07.23 부산 출생
양정고등학교 졸업(00’)
부산대학교 전자정보컴퓨터공학과 00학번
전 엔씨소프트 근무
전 드림미디어 근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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