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웬 마호니-박지원 대표와 ‘넥슨 10년 새로운 게임 없었다’ 삼색 토크

“넥슨은 10년 동안 새로운 게임이 없었다. 인수 합병으로 그 10년간을 보냈다. 지원씨는 앞으로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할 것이냐?”

넥슨 개발자 컨퍼런스의 첫날 김정주 넥슨 회장이 마치 남의 회사 이야기처럼 질문세례를 했다. 상대는 다름 아닌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와 박지원 넥슨코리아 대표였다.

전길남 박사 ‘인터넷의 과거와 현재, 미래’에서 직접 '스승을 소개하는' 파격한 모습을 보인 김 회장은 이번에는 직접 사회까지 맡았다.  27일 판교 공공지원센터 지하 2층 국제회의실에서 열린 ‘게임회사 CEO의 역할?’에서 김 회장은 두 사람에게 질문하고, 때로는 스스로 대답하는 자유자재 토크쇼를 연출했다.

넥슨의 10년과 앞으로의 10년에 대해 토크쇼 형식이었지만 사실 현재를 반성하고 다짐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파격적인 형식뿐 만이 아니라 대담자들에게 서슴지 않는 돌직구를 던지고, 청중들이 절로 미소짓게 하는 적나라한 '자아비판'이 나와 눈길을 끌었다.  

■ “지원씨는 입사가 언제죠?” “2003년이...” “그때가 황금기였다”
김 회장은 “저도 개발자 출신이다 재밌게 해보겠다”며 “넥슨은 만들고 파는 회사다. 한국에서 거의 모든 게임을 만든다. 넥슨 코리아의 박지원 대표가 있고 일본에도 오웬 마호니 대표가 있다. 매출은 60~70%가 해외에서 발생한다”고 넥슨을 소개했다.

이어진 돌직구. “지원씨는 입사가 언제죠?” “2003년이다.” “그때가 황금기였다. 이후 그동안 새 게임이 없었다. 그리고 인수 합병으로 10년간을 보냈다” 이어 새 한국 대표인 박지원 대표에게 연속 질문.

“넥슨은 훌륭한 회사다. 타이틀 없이 마이너스 성장을 하지 않고, 지난해에도 7% 성장을 했다. 하지만 지름은 어려운 시기다. 신임 한국 대표에게 묻고 싶다. 앞으로 10년은 어떻게 해야 하나?”

이에 박지원 대표는 “위험한 질문이다. 상업적 성공의 기준으로 ‘던파’나 ‘메이플스토리’를 잡는다면, 한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거두었다고 할 수 있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다. 하지만 2003년 이후 밸브와 ‘카운터스트라이크 온라인’을 만들었고, ‘마비노기 영웅전’ ‘버블파이터’도 나왔다”며 “최근에는 모바일게임 ‘영웅의 군단’도 나와 반응이 좋다.‘피파온라인3’ ‘도타2’도 있다. 이런 작은 작품들이 상업적으로 작지만 성공한 프로덕트가 계속 존재해왔다. 이를 통해 성장했다. 최근 10년간 네오플-게임하이-엔도어즈 인수 등 인수합병을 통해 외부적 성장을 이루어냈다.”

김정주 회장도 물러서지 않았다. “들어보면 그럴싸한 것 같다. 앞으로는 인수합병만 하고 개발은 안하나요?”

■ 온라인 6-모바일 20개 개발중 “모바일 놓고 좌왕우왕 맞다”
박 대표는 “외부에서 볼 때 넥슨은 사업 회사다, 돈슨이다, 투자회사다 여러 말이 많은 것을 알고 있다. 외형적 성장이 인수합병을 통해 이루어졌다는 것도 알고 있다”며 “개발을 하지 않는 회사인 것 치고, 신규 프로젝트가 내부에 너무 많다. PC게임만 6개고, 모바일은 20종이 넘는다”고 반박했다.

다만 박 대표는 넥슨이 모바일게임에 대한 대응이 늦은 것은 인정했다. “2012년에 카톡과 모바일 시장이 열렸다. 그 전까지 대부분의 매출을 PC에서 만들다보니 모바일 진입이 상대적으로 늦었다. 그래서 조급했다. 이런 저런 장르를 6개월씩 옮겨다녔다. 트렌드를 쫓다보니 과거 PC온라인 시장에서의 창의력이나 BM(비즈니스 모델), 장르 개척 등이 약화되었다.”

사회자인 김정주 회장은 “실제로 지난 몇 년간 넥슨을 보면 다른 회사가 해오지 못한, 다른 회사와 물건을 만드는 일을 해왔다. 소프트맥스와도 일을 했다. 최근에는 아주 열심히 해서 좋은 성과가 나오고 있다. ‘도타2’를 조금 더 사랑해달라. 동접이 수천명이다(웃음). 견고하게 성장하고 있다. 밸브와 함께 하고 있고, 참 마호니는 EA 출신이다. 브라질 월드컵이 있어 큰 기대가 있는 ‘피파온라인3’도 있다.”

■ “넥슨은 일본 500명-한국 1500명 전세계 개발자 많은 회사”
이번에는 오웬 마호니 넥슨 대표에게 앞으로 넥슨의 해외 소싱 판매, 퍼블리싱 등 “넥슨은 해외에서 어떻게 성장해야 하나’ 묻겠다”고 말머리를 돌렸다.

마호니는 “넥슨에 동참했을 때, 놀라웠던 것은 넥슨이 평판이 아주 좋다는 것이었다. 북미 지역에서 왔지만, 넥슨에 대해 서구 쪽에서 물어봐도 훌륭한 파트너라고 말해주었다. 넥슨의 장점 중 하나다”고 회고했다.

그는 “2000년도에 한국에 왔다. 김정주 대표가 초청해 정상원 부사장과 서민 전 대표님을 만났다. EA는 당시 온라인게임 사업은 근처에도 못 갔다. 넥슨이 선구적인 기업이라고 생각했다. 이제 넥슨과 파트너십을 맺고 싶어하는 회사들이 많다. 온라인, 부분유료화 노하우, 퍼블리싱-공동개발 등을 배우고 싶다. 넥슨처럼 되길 바랐다.”

김정주 회장의 재치있는 질문. “혹시 우리가 해외에서 소싱하는 좋은 타이틀이 있는가? 밝힐 수 있는 게 있다면 이 자리에서 말해달라(사이). 없나 보다. 큰일이다. 다른 사람을 모셔보겠다.” 그러면서 “넥슨은 개발자만 일본 500명, 한국 1500명을 보유한 전세계에서 개발자가 제일 많은 회사”라고 강조했다.

객석에 있는 정상원 개발부사장을 앞으로 불러 “개발을 총괄하는 영원한 캡틴”이라고 소개하며 “환멸을 느끼고 속세를 떠났다가. 넥슨의 황금기에서 망가진 넥슨을 잡아주기 위해 먼길을 돌아온 정상원 대표다. ‘이렇게 해보려고 한다’는 대답을 해주었음 좋겠다”며 돌직구를 던졌다.

■ ‘메이플스토리2’와 ‘듀랑고’가 넥슨 코리아의 신작 야심작
정상원 개발 총괄부사장은 “초기 넥슨에는 얼마나 돈을 벌지 전혀 고려하지 않았다. 게임이 산업이 되며 매출이 커지고, 계획적이 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던파’가 어찌 보면 행운이며 불운이다. 너무 돈을 많이 버니까 ‘게임은 재밌는 아이디어가 아니라 잘될 것 같은 게임’을 따라간 것 같다”고 설명했다.

▲ 정상원 부사장
김 회장이 “개발을 하지 않는 회사라는 인식을 불식하기 위한 질문으로 한국 라인업을 공개할 수는 없나?”라고 질문 2탄을 쏘았다.

“며칠 전에 공개한 ‘메이플스토리2’와 ‘듀랑고’가 있다. 이 두 게임은 넥슨에서 잘 만들지 않았던 시도다. 원래 성공했던 ‘메이플스토리’를 각색을 한다기보다 다양하게 시도하고 있다. 제가 없었는데 잘 만들고 있었다. ‘듀랑고’도 서바이벌 RPG로 가고 있다. 처음 시도하는 장르다. 공룡이 나와서 당황하는 분도 있지만, 독특한 소재다. 향후 넥슨 개발에 있어서 좋은 기운을 불어넣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어지는 토크에서는 “1996년에 처음 만나 16년 구애를 했다”는 오웬 마호니의 영입 과정, 친구랑 술 먹다 넥슨에서 사람을 뽑는다고 지원했다 합격했다는 박지원 대표 범상치 않은 입사 에피소드, “땀이 나는 게임이다. 머리가 아파도 땀이 나고, 손에 땀을 쥐는”를 만들자는 각오와 질의 응답 순서가 이어졌다.

한경닷컴 게임톡 박명기 기자 pnet2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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