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지의 제왕’ 연상 여행담, 바람둥이 ‘아돌’과 추억의 '몸통 박치기'

게임 이름을 그대로 검색하면 애꿎은 전직 대통령 기사만 잔뜩 나오는 ‘YS’ 시리즈는 ‘영웅전설’ 시리즈와 더불어 명실공히 팔콤(Falcom)의 간판 게임이다. 1986년 일본의 ‘PC-8801’이라 불리는 컴퓨터용 게임으로 처음 등장한 이후 현재까지 많은 유저들에게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명작 게임 중에 하나다. ‘PC-8801’뿐만 아니라 가정용 콘솔 게임기의 대부분에는 ‘YS’가 이식되어 있을 정도로 광범위한 플랫폼에 이식되었고 그만큼의 두터운 팬층과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명작 게임으로 꼽히고 있다.

■ 팔콤의 간판 게임 ‘YS’ 시리즈

‘YS’ 게임을 제작한 팔콤은 8~16비트 콘솔 게임기가 유행하던 시절에 꽤 잘 나가던 게임 업체로 최근까지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시작은 1980년대, 도쿄 도 ‘다치카와’ 시(市)의 PC판매점을 경영하며 PC용 게임소프트를 제작하여 판매하고 있던 영세 업체였다.

당시엔 시뮬레이션 게임을 시작으로, 슈팅 게임, 골프 게임, 서양 점성술 소프트웨어 같은 다양성을 가지고 있었으며, 1984년 롤플레잉 게임 ‘드래곤 슬레이어’가 등장한다. 이때부터 액션 롤플레잉 게임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자사 개발을 하게 되었다. 1985년에 액션 RPG ‘제나두’가 유통 출하 조사로 40만 카피의 판매 수를 기록하게 되고 이 기록은 일본 국내 [PC게임] 판매 소프트로서 경이적인 기록으로 남았다(최근에는 깨졌는지 모르겠다).

팔콤의 대표 게임 중에 하나인 ‘YS’나 ‘영웅전설’ 등은 워낙 다양한 배포 버전이 존재하기 때문에 무턱대고 수집했다가는 그 끝을 알 수 없는 수렁에 빠져 헤어나올 수 없다. 아직도 골수 게이머들 중에는 팔콤 게임 시리즈 수집을 목표로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이 경우에도 나름대로의 기준을 정해서 수집하는 것이 보통이다(‘YS 1’ 하나만 해도 워낙 많은 버전이 있다).

이 외에도 ‘브랜디쉬(Brandish)’나 ‘쯔바이(Zwei)’, ‘밴티지 마스터’ 시리즈 등이 있다. 이 게임들 역시 명작 게임으로 불려도 좋을 만큼 재미있는 게임들이다.

‘YS’ 시리즈는 최초 출시된 이후부터 현재까지 27년(거의 30년)에 가까운 세월 동안 다양한 플랫폼으로 등장하고 게임뿐만 아니라 애니메이션 등 여러 매체로 전파되어 역사의 정통성과 지명도나 유저들의 인기에 있어 Best 게임으로 꼽는데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게임이다(2012년이 ‘YS’시리즈 25주년이었다).

전통적으로 ‘YS’ 시리즈는 붉은색 머리의 ‘아돌 크리스틴’이라 불리는 주인공이 펼치는 모험담을 소재로 하고 있다. 주인공은 16세가 되던 해에 처음으로 모험을 떠나게 되고 50세까지 이어지는 모험을 100여권의 모험일지로 남기게 된다. 68세에 고향 마을로 돌아가 자서전을 완성하고 말년을 보내다가 타계한 것으로 전해지는데(사망이 68세라는 설도 있음), ‘YS’시리즈의 게임 내용은 이 모험을 게임으로 만든 것이다. 유일하게 주인공 ‘아돌’이 등장하지 않는 ‘YS Origin’은 주인공 ‘아돌’이 ‘YS’를 여행하기 700년 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마치 ‘반지의 제왕’의 ‘빌보 베긴스’가 연상되는 대목이다. 아직까지 공식적으로 ‘YS’시리즈는 완결되지 않았으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새로운 버전이 등장할 것 같은데, 항간에는 ‘아돌 크리스틴’이라는 실존 인물이 존재했으며, 그의 모험담을 팔콤에서 각색하여 게임으로 출시했다는 소문도 있긴 했었다.

[‘빌보 베긴스’가 책 쓰는 모습]
노후에 고향으로 돌아가 책을 쓰는 ‘아돌 크리스틴’도 저런 모습이지 않았을까 상상해 본다. 왠지 책을 다 쓰고 다시 모험을 떠났을 것 같은 생각이 든다. ‘빌보 베긴스’는 ‘아돌 크리스틴’과 다르게 여인들의 복은 많이 없었다는 게 조금 안타깝긴 하지만..

■ 수십종 이상 다양 버전...‘YS’ 콜렉터 유혹
앞에서 말한 것처럼 ‘YS’시리즈는 워낙 다양한 배포 버전이 존재한다. 이미 출시되어 있는 ‘YS’ 시리즈만 해도 다음과 같다.
-YS 1 (1986)
-YS 2(1987)
-YS 3 (1989)
-YS 4 (1993)
-YS 5 (1995)
-YS Eternal (1998)
-YS II Eternal (2000)
-YS I, II Complete
-YS 1 & 2 Eternal Story
-YS 6 The Ark of Napishtim(2003)
-YS The Oath in Felghana(2005)
-YS Origin(2006)
-Ys I&II Chronicles(2009)
-YS2 Special – 국내 발매 버전 (국내 개발사 “만트라”에서 개발)

위의 ‘YS’시리즈들은 최초 출시한 ‘YS 1’과 같은 경우 ‘PC-8801’ 출시 이후 ‘PC-9801’, ‘MSX’, ‘Famicom’, ‘IBM-PC’등 거의 현존하는 모든 플랫폼으로 출시가 됐다. 그 이후로도 ‘YS’시리즈들은 꾸준한 인기에 힘입어 ‘MSX2’, ‘Super Famicom’, ‘Mega Drive’, ‘PC-Engine’, ‘PSP’, ‘PS1’, ‘PS2’ 등 게임 구동이 가능한 하드웨어라면 이것저것 안 가리고 출시했다(그래서 각 버전별로 전부 수집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이례적인 것은 ‘YS 4’인데, 이 게임은 제작사 팔콤에서 기본적인 설정만 잡고 나머지는 외주 회사에서 개발했기 때문에 각 버전마다 퀄리티에 차이가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것은 ‘PC-Engine’ 버전을 꼽고 있다.

■ ‘YS’의 영원한 연인, 헤로인 시스템

[‘YS’의 영원한 헤로인 ‘리리아’]
‘YS’ 시리즈만의 특징이라면 게임 안에 여러 명의 헤로인(영웅(히어로)에 비교되는 여성 주인공)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매 시리즈마다 새롭게 등장하는 헤로인을 보는 것도 게임의 재미 중 하나였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많은 지지를 얻고 있는 헤로인은 ‘리리아’가 아닐까 한다.

물론 ‘리리아’ 외에도 많은 헤로인 역할을 하는 캐릭터가 등장하는데, 필자를 포함 가장 많은 지지를 받고 있는 ‘YS’의 양대 헤로인이라면 ‘리리아’와 함께 ‘피나’를 꼽을 수 있다. 그 외에 ‘엘레나’라든가 ‘니나’, ‘오르하’, ‘이샤’, ‘테라’ 등 많은 여인이 등장하지만, 역시 최고의 헤로인은 아무나 될 수 없는 것인가 보다.

매번 여자들에게 목숨을 부여 받는 우리의 주인공 ‘아돌’이 이제와 생각해 보니 너무나 부럽다(주변에 늘 여자들이..). 주인공인 주제에 늘 처음 시작부터 누군가에게 두들겨 맞고 떠내려온다든가 갑자기 어디선가 떨어져 사경을 헤맬 때 헤로인들이 등장하여 그녀들의 보살핌을 받게 된다(아, 이 자식 다시 생각하니 더 부럽네..).

그래서 혹자는 게임의 주인공 ‘아돌’을 세상에 둘도 없는 타락한 ‘바람둥이’라고 묘사하기도 하였으나, 실상은 부러운 마음이 그 반이었을 것이다(사실 ‘희대의 종마’ 정도가 적당할 듯 하다). 아직도 팬들 사이에서는 주인공 ‘아돌’이 마지막까지 가슴에 품었던 여인은 누구인가?에 대해 논란이 이어지고 있는데, 마지막까지 대표 주자로 남은 두 여인은 ‘리리아’와 ‘피나’이다.

[기구한 운명의 여신 ‘피나’]
‘리리아’와 더불어 여신의 신분이지만 인간으로서 ‘아돌’을 사랑하고자 했지만 결국 여신의 의무를 다하기 위해 ‘아돌’과 헤어질 수밖에 없는 피눈물 나는 스토리를 간직한 기구한 운명의 ‘피나’ 역시 많은 사랑을 받았다. ‘피나’와 같은 경우는 초기 버전에서 가녀리고 청순한 아역 배우 같은 이미지였는데, 판이 거듭될수록 점점 더 성숙한 여인으로 바뀌게 되는 것도 특이점이다.

‘피나’의 경우 다음과 같이 설정되어 있다.
연령 : 알 수 없음 (여신이니까?)
신장 : 162cm
체중 : 45kg / B81 W57 H84 (여신치고는 좀..)
생일 : 6월 3일 / 쌍둥이 자리
혈액형 : AB
좋아하는 색 : 흰 색
좋아하는 음식 : 로다의 열매
취미 : 노래
싫어하는 것 : 악한 마음
존경하는 사람 : 아돌, 레아

아직도 많은 팬들의 지지를 받고 있는 양대 헤로인 중에 한 명으로 ‘피나’를 꼽고 있는 이유는 바로 ‘아돌’의 독특한 설정 때문인지도 모른다. 주인공 ‘아돌’은 굉장히 과묵한 타입의 모험가로 게임 내내 사실 별 말을 하지 않는다. 실제로 마을에서 촌장이나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에도 그저 묵묵히 듣고만 있든가, 부탁의 경우에도 들어 줄지 말지만 결정하는 정도이다. 그런데, 게임에서 거의 말을 하지 않는 ‘아돌’이 대사를 한 경우가 몇 번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피나’를 회상하는 장면이다.

마치 ‘FF7’의 ‘클라우드’와 ‘에어리스’, ‘티파’의 관계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이 미묘한 삼각관계가 모태솔로들에게는 그저 눈물나는 남의 얘기였을 뿐이다.

솔직히 게임 개발사 팔콤에서도 그 많은 여인들 중에 누구하고 결말을 내게 해야 할지 만들고 나니 고민이 됐을지도 모를 일이다. 어쩌면, 미리부터 결말을 내지 않고 계속해서 여운을 남겨 두는 것이 속편 제작에도 유리하니까 설정 상으로도 명확하게 어떤 여인과 행복한 노후를 맞이했다 라는 내용을 명시하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속설에는 결국 ‘리리아’의 품으로 돌아갔다고 하는 얘기도 있지만, 이를 두고도 절대 그렇지 않았다라고 반박하며 아직까지 결론이 나질 않고 있다. 정말 ‘아돌’은 누구에게 돌아가고 싶을까? 필자도 상당히 궁금하다. 

■ ‘YS’라면 떠올리는 '몸통 박치기' 공격 열광
사실 ‘YS’시리즈가 여자로만 유명한 게임은 아니다. 전통적으로 ‘YS’시리즈는 다른 게임과 차별화된 요소가 있었는데, 속세에서는 ‘몸통 박치기’라 불리는 특유의 공격 시스템이다.

물론 모든 ‘YS’시리즈가 그런 방식은 아니었지만, 올드 게이머 분들이 기억하는 초기의 ‘YS’ 시리즈라고 하면 무턱대고 달려가서 추돌 사고를 내면 적의 데미지가 닳는 방식이다. 그렇다고 정말 무턱대고 정면으로 달려들면 반대로 주인공의 체력이 닳게 되므로 보통은 옆으로 비스듬히 달려가서 박거나 뒤에서 박치기를 하는 공격이 유효하다.

이런 공격 방식에 대해서도 팬들간의 호불호가 갈리는데, 실제로 그 외 다른 시리즈에서는 직접 키를 입력하며 공격하는 방식을 지원하기도 하였다. 어느 방식이 더 게임에 적당한지에 대해서는 논란거리가 있지만, 유효성이나 효율성을 떠나서 게임의 고유한 특징이라는 부분만 봤을 때는 ‘몸통 박치기’ 하면 ‘YS’를 떠올릴 만큼 유명한 시스템이기 때문에 그런 부분에서 평가가 이루어져야 하지 않을까? (물론 다른 게임들도 비슷한 시스템의 게임이 많이 있다). 생각 없이 박치기만 해서는 게임 진행이 어렵다. 요리조리 잘 피하면서 옆면이나 뒷면을 공략해야 하기 때문에 의외로 빠른 전개와 긴장감을 느낄 수 있는 공격 방식으로 필자도 이런 ‘몸통 박치기’ 공격 방식을 좋아한다.

[부럽다 이 자식! 나도 모험이나 떠나볼까! (그래도 ASKY)]
이런 ‘몸통 박치기’와 같은 공격 방식은 자칫 잘못 구현되면 굉장히 조잡스럽고 밋밋하고 유치한 느낌을 받게 되는데, ‘YS’ 게임에서는 타격-피격 시 밀려나는 모션 등의 처리로 지루할 수 있는 공격 방식에 타격감을 느낄 수 있게 연출 하였다.

■ 필자의 잡소리
과거 수많은 여인을 눈물짓게 했던 우리의 주인공 ‘아돌’을 다시 볼 수 있는 날이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하루빨리 새로운 버전으로 다시 출시되기를 기다리는 팬들이 아직도 많다. 단순히 주위에 여자가 많기 때문에 그가 부러운 것은 아닐 것이다.

지금은 사회에 진출하여 자신뿐만 아니라 자신과 연결되어 있는 가족과 동료, 친지들까지 사람마다 그 무게의 차이는 있어도 누구나 어깨에 짐을 지고 살아가는 이 땅에 중장년층 게이머들에게 언제라도 가고 싶은 곳으로 모험을 떠날 수 있는 우리의 주인공 ‘아돌’이 부러운 것은 비단 필자뿐만이 아닐 것이다.

[‘아돌’이 서양으로 가면..]
수많은 여인을 눈물짓게 한 미소년 캐릭터 ‘아돌 크리스틴’도 서양으로 건너가 햄버거와 피자를 잔뜩 먹으면 저렇게 변하는가 보다. 저 포스터 보고 이건 무슨 게임이지? 했다가 ‘YS III’ 라는 타이틀을 보고 경악했던 기억이 난다.

한경닷컴 게임톡 큐씨보이 기자 gamecus.ce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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