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이드 인터뷰] ‘애니팡’ 롱런 속 11월 5일 상장 “앵그리버드처럼”

서로가
소홀했는데

덕분에
소식듣게돼

-하상욱 단편시집 ‘애니팡’ 중에서-

2012년 스마트폰 게임의 가능성을 보여준 게임이 있다. 한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번쯤은 해 본 선데이토즈의 ‘애니팡 for Kakao’이다. 출시할 때 모두 “3개월짜리”로 여겼다. 그런데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랭킹 톱3에 오르며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인기에 힘입어 쑥쑥 자란 선데이토즈는 오는 11월 5일 상장을 앞두고 있다.

가을볕이 따사로웠던 10월 24일, 분당 서현역 선데이토즈 사무실에서 이정웅(33) 선데이토즈 대표를 만났다. 스마트 모바일 벤처 중 최초로 상장하는 만큼 기대와 설렘이 가득했다. 그에서 ‘애니팡’의 롱런 비결부터 상장에 대한 스토리, “앵그리버드처럼” 글로벌 진출 꿈까지 들으며 시간가는 줄 몰랐다. 차분한 톤이지만 달변이었고, 수줍은 듯하면서 재치가 번득였다.

■ 사무실도 없이 창업한 자타공인 ‘캐주얼 게임 전문가’

푸른 체크무늬 남방을 입고 차분한 모습인 이 대표는 “질문과 대답처럼 형식적인 방식이 아닌, 스토리텔링하듯 쭉 이야기해보겠다”며 개발자답지 않은(?) 대담한 면모를 보였다.

2004년 NHN 한게임플래시팀에서 근무하며(‘윈드러너’로 유명한 이길형 대표가 옆자리였다) 캐주얼 게임에 대한 감각을 쌓은 그는 싸이월드에서 게임 ‘아쿠아스토리’ 등을 성공시켰다. 스마트폰 게임으로는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 ‘애니팡 노점왕’을 선보이며 자타공인 ‘캐주얼 게임 전문가’가 되었다.

그는 우선 선데이토즈에 대한 간략한 소개부터 시작했다. “선데이토즈는 창업 당시 사무실이 없어서 3명이 강남대로에 있는 모임공간 ‘토즈’에서 일요일마다 만나 창업 준비를 한데서 탄생한 이름이다. 9월에는 싸이월드 앱스토어에 기반한 ‘애니팡’을 출시하고, 2010년에는 어항에서 물고기를 키우는 소셜 게임인 ‘아쿠아스토리’를 출시했다. ‘아쿠아스토리’는 2년 연속 인기앱스 1위에 선정될 정도로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마치 영화 한 장면처럼 ‘애니팡’이야기를 꺼냈다. “2012년 7월 ‘애니팡’을 안드로이드 버전으로, 9월에는 앱스토어에 출시했다. 초반 서버 문제 등으로 런칭하면서 집에 못갔다. 두 달 만에 버스타고 집에 가는데 버스 속에 사람들이 다 ‘애니팡’을 하고 있었다.”

애니팡은 출시 74일 만에 한국 모든 게임 관련 기록을 경신하며 국민게임으로 자리매김했다. 차기작으로는 ‘애니팡 사천성 for Kakao’, ‘애니팡 노점왕 for Kakao’등이 있다.

■ “철저한 데이터 분석은 롱런 게임의 비결”

모바일 게임 순위 분석 사이트 앱랭커에 따르면 출시한 지 1년이 지난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의 경우 지금까지도 구글플레이 DAU TOP 10위권 안에 꾸준히 들고 있다. 10월 3주차 ‘애니팡’의 경우 2위, ‘애니팡 사천성’은 6위를 기록하고 있다.

이 정도라면 ‘철옹성’이다. 당분간 쉽게 무너질 가능성이 없는 ‘난공불락’이다. 캐주얼 게임에서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이 대표가 전하는 ‘애니팡’의 롱런 비결은 뭘까? 그는 뜻밖에 ‘철저한 데이터 분석’을 꼽았다. 그는 “데이터 분석 작업은 매우 어렵다. 싸이월드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당시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다”며 설명을 이었다.

“우리는 게임의 데이터분석을 아주 다양하고 광범위하면서도 세세하게 한다. DAU를 체크하는 것은 물론이고, 사람들이 어느 시점에서 이탈하는지, 어떤 부분을 어려워하는지 꼼꼼하게 살펴봤다. 이를 통해 UI(사용자 인터페이스)를 개선하고 새로운 기능을 넣기도 한다. 분석을 통해 우리의 생각이 맞는지 확인해 볼 수 있다.”

그는 “꼼꼼한 데이터분석은 롱런의 비결이기도 하지만, 문제를 미리 방지해주는 역할도 한다. 사실 사소한 버그는 처음엔 티가 나지 않는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유저가 몰리면 도미노처럼 와르르 무너진다. 하지만 데이터분석을 철저하게 하면 약간의 빈틈도 찾아낼 수 있다”며 데이터 분석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 “캐주얼 게임은 3개월밖에 못 간다는 편견을 깨 기쁘다”

‘애니팡’, ‘애니팡 사천성’, ‘애니팡 노점왕’ 등 선데이토즈에서 출시한 세 가지 게임의 공통점은? 이 대표는 “편견 부수기”로 설명했다.

그는 “처음 ‘애니팡’이 나왔을 때 사람들은 모두 ‘이 게임은 길어야 3개월이다’라고 말했다. 그 말을 깨고 싶었다. 또한 ‘캐주얼 게임은 돈을 못 번다’는 편견을 뛰어넘고 싶었다. ‘애니팡’은 예상치 못할 만큼 큰 사랑을 받았고, 이 생각들을 모두 깰 수 있었다”고 웃었다.

이어 “‘애니팡 사천성’의 경우도 비슷했다. 주위에서 ‘애니팡보다 못하다. 애니팡을 뛰어넘지 못할 것이다’라고 이야기했다. 이런 생각 역시 깨고 싶었다. 지금 ‘애니팡 사천성’이 ‘애니팡’만큼 큰 신드롬을 일으키지는 못했다. 하지만 DAU 100만을 넘기며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애니팡 사천성’의 경쟁 상대는 ‘애니팡’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가장 최근에 출시된 ‘애니팡 노점왕’은? 이 대표는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에 비해 성적이 저조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새로운 시도’에 의미를 두고 싶다. 선데이토즈의 가능성은 ‘애니팡’과 ‘애니팡 사천성’이 끝이 아니란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의 성과는 부진하지만, 계속해서 올라가고 있다. 길게 보고 서비스할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말을 듣고 보니 그의 방점은 하나로 쏠린다. ‘꾸준히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그는 “선데이토즈가 추구하는 모델은 블록버스터 영화보다 드라마다. 영화는 3년 찍어 개봉 2주 만에 성과가 결정된다. 하지만 드라마는 매회 각본과 시청률과 시청자의 의견에 따라 조율되고 업데이트된다”고 역설했다.

이어 “게임은 개발이 반이다. 그리고 서비스 운영이 반이다. ‘애니팡’을 첫 런칭 초반 때 대규모 학습을 했다. 또한 서버가 100대 이상 계속 필요했는데 주문하고 가져오면 늦었다. 그렇게 똥줄이 타는데 카카오 김범수 의장이 지원했다. 이처럼 게임은 영화보다 드라마다. 사용자들의 이야기를 듣는 한 편의 명품 드라마 같은 게임을 만들고 싶다”며 목표를 전했다.

■ “스마트 모바일 벤처 중 최초...집중투자 시기-인재 필요”

본격적으로 다가올 ‘D-Day’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보았다. 11월 5일 ‘상장’이라는 큰 이슈를 앞두고 있는 이 대표는 어떤 기분일까?

그는 “처음 경험해봐서 아직 어안이 벙벙하다. 상장은 곧 산업과 금융의 만남이다.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아직까지는 보람 있고 뿌듯하다기보다 부담감이 더 크다. 스마트 모바일 벤처 기업 중 최초다. 스펙 방식으로 상장하는 IT 업체는 처음이다. 그래서 어디서 조언을 받기도 어려웠고, 책임감이 무겁다”고 이야기했다.

이어 “처음이라는 타이틀은 항상 영광이면서도 부담이 큰 것 같다. 선데이토즈의 상장으로 다음에까지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걱정도 되지만, 우리가 해야 할 과제 중 하나라고 생각했다”곧 덧붙였다.

그렇다면 그가 이런 무거운 책임감에도 불구하고 상장을 결심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이 대표는 “‘애니팡’ 전후로 사실 M&A(기업의 인수와 합병) 기회도 많이 있었다. 하지만 길게 가고(롱텀으로)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스마트폰 게임 시장은 많은 변화를 겪고 있다. 싸이월드에 서비스했던 시절 1년에 100억 시장이었지만, 지금은 1조원의 가치를 지닌다. 게임도 100배는 더 늘었다. 예전에는 시장에 대한 확신이 없었지만, 이제는 다르다. 이 기회를 바탕삼아 성장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이야기했다.

선데이토즈가 선택한 스펙 제도는 일반적 상장 제도와는 살짝 다르다. 시간을 줄일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일반적인 상장이 약 1년 6개월 정도의 시간이 걸린다. 최소 내년 상반기에야 가능했다. 하지만 스펙 제도를 이용하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이 대표는 “집중 투자의 시기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라고 생각해 시간을 단축할 수 있는 스펙 상장을 선택했다”고 이야기했다. 최근 소프트뱅크의 슈퍼셀 인수 등은 모바일 게임 시장 잠재력이 있고 할 일이 많아지는 기회라는 방증이라고 피력했다.

그는 “특별한 사건이나 계기가 있던 것은 아니지만, 항상 상장에 대한 고민을 해왔다. 거래소에서도 왜 상장을 결심했는지 물어봤다. 답은 ‘좋은 사람을 뽑고 싶어서’였다. 담당자는 이런 대답은 처음이라며 웃으셨지만, 사실이다. 점점 인재를 찾기 힘들어진다. 선데이토즈가 하나의 브랜드를 가지고 공모금을 가질 때 ‘더 좋은 사람을 찾을 확률’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대해본다”고 설명했다.

■ “‘앵그리버드’처럼 ‘애니팡’으로 지구촌 홀리겠다”

그에게는 선데이토즈의 CEO로서 처음 회사를 세울 때 세 가지 목표가 있었다. 하나는 ‘문화를 가진 게임사’가 되길 바랐다. 그리고 하나의 ‘브랜드’를 갖고 싶었다. 마지막으로 ‘글로벌 진출’이었다.

“게임사 1위-글로벌 1위보다 애니메이션사 ‘픽사’처럼 고유문화를 갖고 싶다”는 그는 “‘앵그리버드’의 로비오는 초기에는 게임만 있었지만 지난해는 게임이 비중이 반이다. ‘애니팡’이 1000만 유저를 가진 것은 전 세대를 아우르는 유저를 가지고 있다는 말과 같다. 이벤트 상품을 애니팡 캐릭터로 주니 좋아한다. ‘앵그리버드’처럼 캐릭터 사업이 확장되어 ‘브랜드’ 가치를 가지고 롱런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면 좋겠다. 선데이토즈도 단순한 게임사만으로 기억되는 것보다 장기적으로 글로벌을 아우르는 문화회사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글로벌에 대한 생각은 오래 전부터 확고했다. “처음에 페이스북에서 ‘팜빌(farmville)’같이 부분유료화와 소셜성을 적절하게 이용한 게임을 보면서 캐주얼 게임으로 돈을 벌지 못한다는 생각을 깰 수 있었다. 또한 캐주얼 게임의 글로벌도 충분히 가능성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선데이토즈가 상장을 통해 아직까지 풀지 못한 과제인 글로벌을 바라보고 싶다. 선데이토즈는 이제 시작이다”라며 당찬 포부를 보였다.

선데이토즈가 가장 잘하는 게임은 캐주얼게임이다. 그는 “캐주얼 게임은 내부적으로 더욱 발전시키겠다. 그 외에 다른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투자나 M&A도 고려중이다. 캐주얼을 열심히 만들고, 그 밖에 MMO나 하드코어한 장르의 게임에 대해서는 파트너를 통해 영역을 확장하는 것이 맞는 방향이다”고 말했다.

이정웅 대표는 이제 며칠 뒤이면 60명의 상장사 CEO로 변신한다. 그런데도 그는 “지금까지 계속해 온 일이지만, 계속하고 싶은 일도 ‘게임을 만드는 것’이다. 오히려 밤새 코딩하면서 게임을 만드는 일이 하루종일 외부 미팅을 하는 것보다 덜 힘든 것 같다. 중요한 일을 앞두고 있는 만큼,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며 지금처럼 계속 게임을 만들고 싶다”고 말한다.

‘애니팡’으로 게임을 경험하지 않은 층을 개척했고, 한국 모바일 게임 전체 시장에 좋은 영향을 주면서 ‘파이’를 넓혔다는 평을 받은 이정웅 선데이토즈 대표. 이제 그의 “한국은 좁다”며 대만이나 일본 등 아시아를 필두로 세계를 아우르는 글로벌 회사의 꿈이 영글어가고 있다.

한경닷컴 게임톡 황인선 기자 enutty415@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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