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태 시프트업 대표가 18일 부산 벡스코 컨벤션홀에서 열린 ‘지스타 컨퍼런스’에서 ‘일러스트레이터에서 디렉터까지’라는 주제로 기조연설을 진행했다.
김 대표는 1997년 만트라에 입사해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첫 발을 내딛은 순간부터 현재 시프트업에서 개발중인 ‘니케: 승리의 여신’과 ‘프로젝트: 이브’에 이르기까지 자신이 겪은 성장에 대해 이야기했다.
김 대표가 일러스트레이터로 두각을 드러내게 된 것은 소프트맥스부터다. 처음에는 외주계약으로 일러스트를 그리다가 ‘창세기전3’부터 정직원으로 입사한 그는 자기 입맛대로 그리는 게 아닌 클라이언트의 요구에 맞춰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이 프로 일러스트레이터의 본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당시 창세기전의 아버지, 최연규 실장의 컨펌을 받을 때까지 100번 가까이 그림을 계속 다시 그렸다”며 “정확한 이미지, 의상, 자세 등 디테일한 요구를 최대한 구현하려고 노력했다. 지금은 이렇게 하는 게 상식이지만, 그 때는 회사에 소속된 일러스트레이터조차도 없을 때라서 물어볼 사람도 없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클라이언트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신뢰를 얻은 일러스트레이터에게는 자신의 색깔을 낼 기회가 주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는 “신뢰를 견고하게 쌓은 만큼 그림을 그릴 자유가 생겼다”며 “창세기전3 파트2부터는 내 의견을 모두가 받아들였다. 그림을 다시 그려야 할 경우는 내 스스로 만족을 하지 못했을 때였다”고 전했다.
이후 김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에 그치지 않고 게임 개발자의 꿈도 꾸기 시작했다. 그는 일러스트만으로는 게임에 간섭할 수 있는 범위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했고, 실시간 3D야말로 자신이 다뤄야 할 미래라고 판단했다. 언리얼엔진3로 3D를 공부한 그는 2005년 엔씨소프트로 이적해 ‘블레이드앤소울’의 아트디렉터를 맡게 됐다. 그 동안 공부한 것들이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김 대표는 “사실 아트디렉팅을 할 줄 안다고 엔씨소프트에 뻥을 쳤다”며 “하지만 사실 해본적이 없었다. 그래서 블레이드앤소울을 개발한 6~7년은 뻥을 수습하는 기간이기도 했다. 아트디렉터는 단지 일러스트를 그리는 사람이 아니다. 게임 기획과 어떻게 어우러지는지, 유저에게 어떤 이미지를 전달할지,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어떻게 설립할지 등 소화해야 할 것들이 많다. 결국 이 때가 내가 가장 극적으로 성장한 시기였다. 이제 게임 개발자라고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2015년 시프트업을 창업한 이후에는 본업인 일러스트레이터로 회귀한다고 선언했다. 3D 게임인 ‘블레이드앤소울’을 7~8년이나 만들고 서비스하다보니까 3D게임은 쳐다보기도 싫었다는 게 그의 창업 이유다. 하지만 시프트업의 첫 게임인 ‘데스티니 차일드’는 그가 UI/UX를 본격적으로 고민하게 만든 계기가 됐고, 결국 그는 게임의 디렉터로도 활약하게 됐다.
김 대표는 “데스티니 차일드는 첫 도전이었던만큼 부족한 부분도 많았다”며 “이를 보완해서 준비중인 게임이 바로 니케: 승리의 여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니케: 승리의 여신은 내 일러스트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도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게임”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다른 신작인 ‘프로젝트 이브’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그는 “당장 여기서 말씀드리기에는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서도 “하지만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모든 기본기, 3D 지식, 렌더링에 대한 이해, 게임의 본질적인 재미 등 내가 지금까지 익혔던 모든 것들을 녹여내서 도전하는 작품”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번에도 사실 디렉팅을 할 수 있다고 뻥을 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 뻥은 회사 동료들과 함께 수습하겠다. 반드시 이 뻥을 현실로 만들 것”이라고 자신했다.
김 대표는 일러스트레이터로서 자신의 철학에 대해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나는 섹슈얼한 일러스트를 좋아하고, 또 그걸 표현하는 사람”이라며 “모두를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콘텐츠는 재미없다는 게 내 생각이다. 열심히 살고, 나쁜 짓 안하는 이야기만 나오는 영화는 북한 영화나 다름 없다. 사회가 다양성을 포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