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기향 라이엇 게임즈 홍보-사회환원 사업 총괄 사회공헌 10주년 특별기고

2004년 1월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허미티지박물과 소장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한국 반화성공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라이엇게임즈
2004년 1월 라이엇 게임즈는 미국 허미티지박물과 소장 조선시대 불화 '석가삼존도' 한국 반화성공 기자회견을 가졌다. 사진=라이엇게임즈

2012년과 2022년…그 사이에는 꾸준한 10년이 있었다. 마치 라이엇 게임즈가 이제 막 뜨거운 한국 게임 시장에 도전을 시작했던 그 즈음…역시 도전을 시작했던 게임톡이 그러했듯이. 그 꾸준한 10년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편집자주

“오늘부터 출근이었지, 좋아, 나랑 잠깐 회의합시다.”

2012년 2월, 본인의 라이엇게임즈 첫 출근일. 한국 대표와 마주 앉은 대화부터가 시작이었다. ‘진짜 우리 회사다운 사회환원 활동을 기획했으면 좋겠다’는, ‘우리 플레이어와 라이어터들도 모두 함께 할 수 있는 의미있는 무언가를 찾았으면 좋겠다’는 것이 라이엇 게임즈의 한국 시장에서의 사회환원 활동 기획에 대한 윗선의 기대점이었다.

10년을 꽉 채워 지난 지금 시점에서 돌아봐도 참으로 쉽지 않은 과제였지만, 한편으로 행운과 같은 즐거운 과제였다. 생색내기성 단기 성과를 요구하거나, 타이트하여 부족하기만 한 예산의 잣대를 들이대기보다는 ‘진짜’ 한국 사회와 플레이어들을 위한 사회환원 사업을 찾고 만들 기회가 주어졌었기 때문이다.

경복궁에서 청정활동을 진행 중인 라이어터의 모습. 사진=라이엇게임즈
경복궁에서 청정활동을 진행 중인 라이어터의 모습. 사진=라이엇게임즈

고민은 쉽지 않았다. 수없이 많은 낮과 밤에 인터넷, 서적 뒤적이기, 상념이 이어졌다. 그리고 아름다운 구미호 챔피언 ‘아리’가 단초가 되어 <한국 문화유산 보호 및 지원>을 위한 사회환원 사업이 구상됐다. 

게임도 하나의 즐거운 놀이문화이며, 그 문화의 뿌리인 한국 문화유산을 보호하고 지원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는 논리에 회사도, 미국의 본사도 흔쾌히 지지의사를 보였다. 다양한 대중 특히 젊은 세대에게 가깝고도 큰 대화의 힘을 가진 우리 스스로가 우리 문화유산의 소중함과 세계적인 가치를 이야기하고, 주변의 관심을 환기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도 내 논리의 또 하나의 근거가 됐다.

한국 전통예절교육에 참여 중인 라이어터들의 모습. 사진=라이엇게임즈
한국 전통예절교육에 참여 중인 라이어터들의 모습. 사진=라이엇게임즈

문화재청을 비롯해 국외소재문화재재단, 문화유산 국민신탁, 국립고궁박물관, 문화희망 우인 등 해당 분야의 수 많은 파트너들로부터 도움을 끌어냈다. 우리는 진심은 있을 뿐 이 분야에서는 문외한이었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경복궁 등 4대 고궁에 대한 각종 보수와 지원을 비롯해 서울문묘와 성균관에 대한 안내판 개선사업, 세계문화유산 등재를 앞둔 전국 서원에 대한 3D 정밀 측량 사업 지원부터 조선시대 왕실 유물에 대한 보존처리 등 수 많은 프로젝트가 10년의 세월 간 이뤄졌다. 

2019년  항일의병장 척암선생 문집 책판 유물 국내 귀환 언론공개회 장면. 사진=라이엇 게임즈
2019년  항일의병장 척암선생 문집 책판 유물 국내 귀환 언론공개회 장면. 사진=라이엇 게임즈

서촌의 작가 ‘이상의 집’도, 워싱턴의 대한제국공사관도 새로운 모습을 갖추는 데 라이엇 게임즈의 손이 닿았다. 라이어터들도 고궁, 왕릉 등 문화유적지에서 즐겁게 청정활동을 진행하며 땀을 흘렸다. 플레이어와 청소년들을 위해 마련한 문화유적지 탐방, 역사교실 등에는 10년 간 수 천명이 참여했다.

매년 파트너사들과 머리를 맞대고 지금, 민간 기업이 가장 크게 힘을 보탤 부분은 어디인가… 어떠한 가치를 더할 수 있을 것인가를 논의하고 협상하였으며, 수 억원의 기부금을 확보해 그 하나하나를 이뤄갔다. 그리고 그 모든 과정은 사전 고지와 프로젝트별 완수 알림을 통해 외부에 투명하게 드러냈으며, 자사의 이런 행보 소식이 전해질 때마다 우리 플레이어들은 “내가 라이엇 덕에 애국자가 됐다”며 자부심을 드러냈다.

백자이동궁명 사각호 (2019년 ), 중화궁인 (2019년 라이엇 게임즈 환수 지원). 사진=라이엇 게임즈
백자이동궁명 사각호 (2019년 ), 중화궁인 (2019년 라이엇 게임즈 환수 지원). 사진=라이엇 게임즈

또 자사의 사회환원 사업 중에 무엇보다 많은 분들께 박수와 응원을 받는 것은 역시 ‘국외 문화재 환수’ 사업 지원이다. 

2014년 1월, 처음으로 국외 문화재 환수를 함께 했는데 문화재 업계에서도 민-관이 함께 하여 우리 문화재를 돌려온 전에 없던 사례라 했다. 

당시 미국 버지니아주의 한 박물관 창고에 있던 우리의 대형 불화, <석가삼존도>와 인연이 되었다. 일제 시대 미국으로 건너간 미술 문화재로 파격적인 도상을 갖춘 학술적, 미술적 가치가 높은 작품이었지만 가로 세로 각각 3미터가 넘는 거대불화이다보니 제대로 전시 기회를 얻지 못하고 창고에서 방치되고 있었던 것.

이 소식을 듣고 문화재청, 국외소재문화재재단과 함께 박물관 측에 조심스럽게 반환을 제안했고…자사가 박물관 운영기금을 기부함으로써, 이 소중한 우리 문화재는 고국의 품으로 무상 기증 형태로 돌아올 수 있었다.

효명세자빈 책봉죽책 (2018년 라이엇 게임즈 환수 지원)
효명세자빈 책봉죽책 (2018년 라이엇 게임즈 환수 지원)

그 후 왕실 유물인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을 비롯해 <중화궁인>, <이동구명 사각호>, <척암선생 문집 책판>까지 총 다섯 번의 국외 문화재 환수가 라이엇 게임즈의 지원 사격으로 성사됐다.

사실 국외 소재의 우리 문화재를 환수한다는 일은 정말 쉽지 않은 일이다. 

과거 국외소재문화재재단의 한 이사장께서는 국외 문화재 환수는 사자의 사냥처럼 조용하게 긴밀하게 이뤄져야하는 것이라 표현하신 것을 본 적 있는데…정말 고국의 품에 우리 문화재가 돌아오기 까지는 그렇게, 조용하고 긴밀한 많은 대화가 이뤄진다. 

대화의 끝이 긍정적이라는 기약도 없다. 또 해외 경매에 등장했던 <효명세자빈 책봉 죽책>등과 같이, 수일 만에 그 문화재의 가치를 파악하고 수 천 만원, 수 억 원의 경매자금을 빠르게 움직여야 하는 경우도 많다. 무엇보다 가장 어려운 부분은, 언제 만날지 모를 인연을 목을 빼고 기다리되 늘 준비된 모습으로 기다리고 있어야한다는 것. 

라이엇 게임즈의 글로벌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는 한국인 챔피언 '아리'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라이엇 게임즈의 글로벌 게임 '리그오브레전드'에는 한국인 챔피언 '아리'가 등장해 인기를 끌었다.

문화재 분야의 민관협력, 문화재 지킴이를 함께 하는 다른 기업의 담당자들도 늘 이 부분 때문에 국외 문화재 환수 지원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 말한다. 억 대를 넘는 적지 않은 예산을 미리 마련해두고, 시점이 정해지지 않은 인연을 기다리는 형태이다보니 지속적인 노력의 품은 많이 들고 정해진 기간 내에 성과 보고를 하기는 힘들다는 이야기다.

때문인지 지금 국내에서 우리 문화재의 환수를 돕고 있는 민간 기업은 라이엇 게임즈 한 곳 뿐이다. 정부의 예산으로 진행되기 쉽지 않은 국외 문화재 환수들이 있기에, 때로는 민간의 자금이기에 더 빠르고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경우들이 있기에 자사는 쓸쓸이 홀로 가는 길일지언정 국외 문화재 환수를 위한 지원을 계속할 생각이다. 그런 한편 누군가, 그 어떤 기업인가 라이엇 게임즈의 이야기에 자극을 받아 그 또한 국외 문화재 환수라는 시장에 도전을 하기를 늘 바란다.

2012년과 2022년…그 사이에는 꾸준한 10년이 있었다. 마치 라이엇 게임즈가 이제 막 뜨거운 한국 게임 시장에 도전을 시작했던 그 즈음…역시 도전을 시작했던 게임톡이 그러했듯이. 그 꾸준한 10년이 지금의 모습을 만들었다 생각한다. 

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홍보/ 사회환원 사업 총괄
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홍보/ 사회환원 사업 총괄

조용히, 그리고 준비된 모습으로 새로운 문화재 환수의 인연을 기다리는 그 시간만큼…겉으로는 뚜렷하게 드러나는 것이 없는 시간에도 변치 않고 꾸준하게 무언가를 바라고, 노력한다면 그 시간은 결국 남기는 것이 있다. 

자사의 사회환원 행보 10년은 우리 플레이어들의 마음 속에 자부심을 남겼다. 그리고 한국의 품에 돌아온 5점의 우리 문화재를 남겼고…외국계 게임 회사가 왜? 라는 궁금증 뒤에 아…하고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세월의 스토리를 남겼다.

새해의 다짐을 어느 덧 잊게 되는 3월이다. 새로운 계절에 맞춰 다시 한번 다짐을 돌아보자. 꾸준한 시간은 나에게도 그리고 나의 주변에도 선한 영향력을 남기니 말이다.

글쓴이=라이엇 게임즈 구기향 홍보/ 사회환원 사업 총괄 kkoo@riotga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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