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대표적인 게임사 캡콤이 코로나19 확산 위험에도 불구하고 전 직원들을 강제로 출근시켰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0일 일본 매체 비즈니스 저널은 ‘캡콤, 코로나에도 직원들에게 사실상 출근 강요…노동 환경 개선되지 않는 특수한 사정’이라는 제목으로 캡콤 게임 개발자들의 노동 실태를 고발했다.

보도에 따르면 캡콤은 올해 1월 사내 메일을 통해 “지난해 랜섬웨어에 의한 심각한 피해를 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현 시점까지도 VPN을 비롯한 외부 회선이 안전하지 않다”며 “이 상황을 감안해 재택근무를 중지하고 출근하지 않을 수 없다는 판단에 이르렀다”고 전했다. 캡콤은 지난해 11월 해킹으로 35만건에 달하는 개인정보를 탈취당한 바 있다.

이 메일과 함께 캡콤의 임원은 “일본의 70%는 재택근무중이지만, 30%는 출근해 일본 경제를 지탱하고 있다”며 “우리는 30%로서 일본 경제를 지탱해야 할 사명이 있다”고 연설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전원 출근에 이의를 제기하는 직원들에게는 별도의 면담이 진행됐다. 한 내부 고발자는 “인사 담당자가 명단을 만들어 강제적으로 자택에 대기시키고 취업 제한을 걸었다”며 “마치 퇴직을 재촉하는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캡콤이 재택근무를 허락하지 않는 상황은 해킹 사건 훨씬 이전부터인 지난해 4월부터 계속됐다는 고발도 나왔다. 일본 정부가 코로나19 확산을 막기 위해 7개 현에 긴급사태를 선언했던 시기다. 당시 캡콤 임원은 직원들에게 “여러분들 중에는 이 상황에서 매우 불안해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라며 “집에서 대기해도 된다. 한달이든 두달이든 불안하다면 쉬어도 좋다”고 연설했다.

이어 “하지만 한 가지 중요한 것이 있다”며 “재택 근무 중에 감염되면 어떤 기업도 책임지지 않는다. 여러분 자기 책임이다. 직접 의료 기관에 가서 검사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즈니스 저널은 “재택 근무 중 병에 걸린다면 산업재해로 인정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라며 “또 30%로서 일본 경제를 지탱해야 하는 사명이 있다는 정신론적 이유도 사회적으로 유익한지는 논란”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캡콤 측은 “직원의 건강과 안전을 배려해 근무 체제를 정비하고, 코로나19의 확산을 막기 위해 시차 출근 및 재택 근무를 부분 적용하고 있다”며 “임원의 사내 연설은 직원 모두가 건강하게 근무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담았다. 연설의 전체적인 내용은 적절했다”고 입장을 밝혔다.

한편 일본의 모든 게임사들이 캡콤과 같은 정책을 시행하는 것은 아니다. 닌텐도의 경우 직원들에게 재택근무를 장려하고 있으며, 스퀘어에닉스도 영구적인 재택근무 옵션을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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