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으로 열린 게임쇼, 전사적 재택근무 등 패러다임 변화

올해는 코로나19로 시작해 코로나19로 끝난 한 해였다. 사상 최악의 전염병은 전 세계 경제에 큰 영향을 미쳤고, 특히 게임업계에 거대한 변화의 바람을 불러일으켰다. 코로나19 펜데믹이 바꿔놓은 올해 크고 작은 이슈들을 정리해봤다.

지스타 등 국제게임쇼들 온라인 개최로 선회…관객 없는 게임쇼 눈길

올해 초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여파는 굵직굵직한 게임 행사들의 오프라인 개최를 가로막았다. 타이베이 게임쇼, 도쿄게임쇼, 게임스컴, 블리즈컨 등이 줄줄이 취소되거나 온라인 개최로 방향을 틀었다. 대형 e스포츠 이벤트 또한 관중 없이 열렸다.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게임쇼 지스타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스타는 사상 최초로 오프라인 참관을 받지 않고, 나흘간 온라인으로만 관람객들을 맞았다. 매년 관람객들의 대기줄로 북적였던 벡스코 광장은 텅 비었고, 행사장 한켠의 특설 무대에서 주요 이벤트들이 치러졌다.

지스타를 찾는 관람객은 없었지만, 화제성은 줄지 않았다. 메인스폰서인 위메이드가 내놓은 신작 ‘미르4’는 연일 포털사이트 실시간검색을 오르내리며 관심을 모았다. 지스타 조직위원회가 밝힌 온라인 고유시청자 수는 85만여명에 달한다. 강신철 지스타조직위원회 위원장은 “올해를 경험삼아 다음 해에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극복해 내겠다”고 전했다.

한편 중국의 게임쇼 차이나조이만은 오프라인 개최를 강행해 눈길을 끌었다. 해외 게임업체들이 불참하면서 규모는 다소 줄었지만, 올해 차이나조이에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수백만명의 관람객이 몰려들었다.

펜데믹이 몰고 온 새로운 패러다임, 재택근무

코로나19의 영향은 비단 오프라인 게임 행사에만 미치지 않았다. 게임을 만들고 서비스하는 게임사들의 근무 형태도 바꿔 놓았다. 넥슨, 넷마블, 엔씨소프트 등 국내 주요 게임사들은 코로나19가 확산될 때마다 전사적 재택근무에 돌입했다. 이로 인해 예정됐던 게임 출시 일정이 미뤄지기도 했다. 블리자드, 라이엇게임즈 등 해외 게임사들도 적극적으로 재택근무를 도입했는데, 이들 중 일부는 펜데믹이 끝난 후에도 재택근무제를 유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코로나19로 ‘방콕족’들이 늘어나면서 거의 모든 산업이 경제적 타격을 받았지만, 게임업계는 오히려 수혜를 입기도 했다. 많은 게임사들이 올해 3분기 역대 최고의 매출을 기록하며 고공행진했다. 넥슨의 시가총액은 국내 게임사 최초로 30조원을 넘겼으며, 올해 매출액은 3조원이 넘을 것으로 전망된다. 넷마블 또한 3분기까지 누적 매출 1조8609억원을 기록, 연말까지 매출 2조원을 가뿐히 넘길 것으로 추정된다. 엔씨소프트도 올해 3분기에 전년 동기 대비 47% 증가한 5852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중국 게임 동북공정 논란 시끌…판호 발급 재개는 희소식

올해에는 코로나19 외에도 중국과 관련된 크고 작은 이슈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대표적인 사건이 11월 발생한 ‘샤이닝니키’ 사건이다. 중국 게임사 페이퍼게임즈가 개발한 이 게임은 게임 속 한복 아이템으로 큰 진통을 겪었다. 이 아이템을 본 중국 유저들은 한복이 중국의 전통의상이라고 주장했고, 한국 유저들은 이에 크게 반발하며 양국간 갈등이 커졌다.

첨예한 대립 속에서 개발사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유저들의 손을 들어줬다. 페이퍼게임즈는 “중국 기업으로서 우리의 입장은 조국과 일치한다”며 한국 진출 일주일만에 한국 버전 서비스 종료를 선언했다. 이러한 페이퍼게임즈의 대처는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12월에는 컴투스의 인기 모바일게임 ‘서머너즈 워: 천공의 아레나’는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할 수 있는 권한인 판호를 발급받아 화제를 모았다. 2016년 사드 배치 문제로 한국 게임의 중국 수출길이 막힌 이후 첫 사례다. 이를 계기로 한한령이 점차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 와중에도 잘 만든 중국 게임은 한국 유저들의 이목을 잡아 끌었다. 미호요의 멀티플랫폼 오픈월드 게임 ‘원신’이 주인공이다. 9월 출시된 ‘원신’은 중국,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주요 국가에서 모바일 매출 10위권에 안착하며 높은 인기를 끌었다. 이에 힘입어 한 때 ‘왕자영요’와 ‘배틀그라운드 모바일’을 누르고 전세계 모바일게임 매출 1위를 달성하기도 했다.

MS-소니, 차세대 콘솔 경쟁 맞불

2020년은 콘솔게임기의 양대 산맥인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소니가 각각 차세대 콘솔을 출시한 해이기도 하다. MS는 11월 10일 역대 가장 빠르고 강력한 성능을 갖췄다는 Xbox Series X와 역대 가장 작은 사이즈에서 차세대 스피드와 성능을 탑재한 Xbox Series S를 출시했다. 이틀 뒤인 11월 12일 소니도 차세대 콘솔 플레이스테이션5를 출시했다. 두 콘솔 모두 엄청난 인기를 끌며 매진 행렬을 기록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탓에 아직 차례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은 상황이다.

콘솔 시장이 주목받으면서 한국 게임사들도 잇따라 콘솔로 눈을 돌리고 있다. 넷마블은 11월 ‘세븐나이츠 –Time Wanderer-‘를 닌텐도 스위치로 출시했으며, 같은 달 엔씨소프트도 첫 콘솔 게임 ‘퓨저’를 출시했다. 넥슨의 ‘카트라이더: 드리프트’, 스마일게이트의 ‘크로스파이어X’, 펄어비스의 ‘붉은사막’, 시프트업의 ‘프로젝트: 이브’ 등도 콘솔 플랫폼을 겨냥해 개발중인 게임들이다.

글로벌 기대작들 연이어 출시…호평과 혹평 사이

올해에는 해외 게임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3월에는 닌텐도의 힐링게임 ‘모여봐요 동물의숲’이 큰 인기를 끌었고, 8월에는 미디어토닉의 ‘폴가이즈: 얼티밋 넉아웃’이 ‘출발 드림팀’이라는 별명과 함께 예상치 못한 돌풍을 일으켰다. 세명이서 만든 인디게임 ‘어몽어스’도 인플루언서들의 지원 아래 폭발적인 성장을 이뤘다.

흥행에는 성공했지만 그에 못지 않게 혹평을 들은 게임들도 있다. 너티독의 ‘더 리스트 오브 어스 파트2(이하 라오어2)’와 CDPR의 ‘사이버펑크2077’이다. 6월에 출시된 ‘라오어2’의 반응은 크게 엇갈렸다. 평론가들의 평가는 높았지만, 전작을 좋아했던 팬들은 예상치 못한 스토리에 거세게 항의했다. 일부 팬들은 성우와 개발자들에게 도 넘은 악플을 쏟아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오어2’는 연말에 열린 더 게임 어워드(TGA)에서 7관왕을 기록했다.

연거푸 출시를 연기한 끝에 12월에 출시된 ‘사이버펑크2077’은 각종 버그와 충돌 현상으로 혹평을 들었다. 무리하게 출시일을 맞추려던 개발사의 욕심이 자초했다는 평가다. 또 환불 과정이 매끄럽지 않았던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벌어들인 수익은 기대 이상이었다. CDPR은 ‘사이버펑크2077’의 판매량이 12월 20일 기준 1300만장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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