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청소년 2000명 대상으로 4년간 추적조사…의료행위 없이도 치유돼

“게임과몰입에 빠진 청소년 50~60%가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고도 몇 년 후 정상(일반)으로 돌아갔다. 조사 대상 2000명 중 5년 내내 과몰입 증상을 보인 청소년은 단 11명으로, 그마저도 마약중독, 약물중독 같은 병적인 증상은 없는 너무나 정상적인 청소년이었다.”

정의준 건국대학교 문화콘텐츠학과 교수가 25일 경기도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에서 한국의 청소년 2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4년간의 추적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정 교수는 한국콘텐츠진흥원이 게임과몰입의 원인을 장기적으로 검증하기 위해 2014년부터 실시해온 ‘게임이용자 패널 연구’의 연구 책임자다. 그는 서울 및 수도권에 거주하는 초중고 청소년 2000명을 표본으로 삼아 4년간 집단별 추적 연구를 진행해왔다.

연구는 청소년들을 게임과몰입군과 일반군으로 나누어 매년 게임과물입 진단을 받도록 했다. 그 결과 4년간 매년 50~60%의 게임과몰입군 청소년들이 일반군으로 이동했다. 또한 반대로 일반군에서 게임과몰입군으로 이동하기도 했다.

정 교수는 “5년간 일반군을 유지했던 청소년은 66%였으며, 나머지 3분의 1은 양쪽을 변화무쌍하게 오갔다”며 “5년 내내 게임과몰입군에 있던 청소년은 1.4%에 해당하는 11명 뿐이었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게임과몰입군에서 일반군으로 이동한 청소년들에게 별다른 의학적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별한 조치 없이 대부분 이렇게 변한다는 건 특이한 현상”이라며 “게임과몰입 수준은 지속되는 게 결코 아니며, 자연적으로 치유된다. 병리적 중독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게임과몰입의 주된 원인은 게임 자체가 아니라 자기통제력, 부모의 양육태도, 학업 스트레스 등의 사회심리적 환경이라고 설명했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요인은 자기통제력이며, 자기통제력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요소는 학업 스트레스다. 또 학업 스트레스의 주된 영향은 부모의 과잉간섭과 과잉기대였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4년간의 조사 결과 부모의 양육태도가 좋아지면 학업 스트레스가 감소했으며, 게임과몰입 현상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게임과몰입 현상이 한국과 중국에서 유독 많이 등장하는 것도 이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유럽이나 북미에 없는 한국과 중국의 입시 문화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그는 “게임과몰입은 청소년 시기의 특수성과 문화적 환경의 영향으로 발생하는 일시적인 상황일 가능성이 크다”며 “게임을 없앤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또 다시 비슷한 문제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게임톡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