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명기 기자의 e스팟] 게임과 도박 그리고 바다이야기

요즘 어디 가나 바다이야기뿐이다. ‘대통령이 해양수산부 장관 출신이라서 바다가 문제다’라는 반 농담에서부터 성인 오락실의 숫자가 편의점보다 많다. 이용자 43%는 월소득 200만원 이하고 농촌 지역까지 파고 들었지만 부자 동네엔 없다 등등.

기자가 가장 많이 받은 질문도 “당신도 바다에 가봤어?”다. 고백하자면 기자도 바다이야기에 가봤다. 26인치 세로 화면에 대박이 터지기 전에 미리 검정색 고래나 상어가 지나가는 예시 기능을 갖춰 교묘하게 중독으로 몰아넣는 도박기 앞에서 30분도 못돼 되돌아 나왔다.

바다이야기는 게임인가? 게임산업개발원 산하의 영상물등급위원회에서는 온라인·PC·비디오·모바일과 함께 아케이드(대형게임기) 게임인 바다이야기·레이싱 경마·황금성 등을 같이 심의한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게임이라고 해도 할 말이 없다. 하지만 겉보기가 그렇다는 거다. 기자의 판단으로는 바다이야기는 일본의 길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빠징꼬와 같이 엄연한 성인용 도박이다.

게임과 도박의 차이는 뭘까. 이런 의문을 가장 잘 풀어주는 키워드가 경품용 상품권이다. 돈으로 직접 거래하면 도박이니. 상품권을 구입해서 하면 괜찮다는 것이 바다를 게임으로 포장하게 했다. 바다이야기는 기본적으로 슬롯머신과 같은 방식의 그림 맞추기 릴 도박의 일종이다. 성인오락실 근처의 교환소에서 상품권을 돈으로 바꾸는 것 또한 빠찡꼬와 하나도 다를 게 없다.

한마디로 바다이야기는 게임이라기보다는 게임의 가면을 쓴 위장 전입자다. 게임산업개발원 압수수색 당시 현장에 출동한 기자들은 모두 사회부 사건 기자나 법조팀이었다. 이른바 온라인 게임으로 대표되는 ‘진짜’(?) 게임을 21세기 굴뚝없는 미래 콘텐트 산업이라고 추켜 세우던 이들이 게임 담당기자들이었다면. 바다이야기 같은 사행성 오락실의 경우는 2004년 첫 등장부터 애초부터 사회부의 담당이었다.

경마·경륜·경정산업을 반토막 냈다는 레이싱 경마 이후 바다이야기는 전국 방방곡곡을 도박이라는 바다에 빠뜨렸다. 이제는 도박과 게임의 차이를 구별하게 돼 ‘사행성 오락실’로 선을 그어 보도되고 있지만 그 충격파가 서민 가계와 게임산업 전체에 불똥이 튀고 있다.

특히 온라인게임 강국이라고 자부하던 한국의 게임산업은 올들어 히트작의 부재와 월드컵 여파 등으로 주춤하고 있어 업계는 더욱 허탈해 하고 있다. 도박을 근절하는 것은 물러설 수 없는 중요한 과제지만 전체 게임산업을 위축시켜서는 안된다. 상당수 온라인게임 업체들이 마케팅 계획을 접거나 신작 발표까지 미루고 있다는 소식이 들린다. 지금이라도 게임과 도박을 더 분명히 구분해 옥석을 가릴 필요가 있다. 뿔 뽑으려다 소 잡는 그런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일간스포츠 박명기 기자 [mkpark@ilgan.co.kr] 2006.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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