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주 대표 NXC 지분 매각설, 게임업계-넥슨 노조 ‘뒤숭숭’

김정주 NXC 대표의 지분 매각설로 인해 새해 벽두부터 한국 게임업계는 뒤숭숭한 분위기다. 지난 3일 넥슨의 창업자이자 지주회사인 NXC를 맡고 있는 김정주 대표가 자신과 가족이 보유한 지분 전량을 매각하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넥슨은 국내 최대 게임사기에, 실제로 매각이 이뤄진다면 게임업계 전반에 미칠 파장이 적지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주 대표는 4일 “넥슨을 세계에서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데 뒷받침이 되는 여러 방안을 놓고 숙고 중에 있다”며 “방안이 구체적으로 정돈되는 대로 알려 드리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매각설에 대해서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모호한 입장을 취했다. 매각을 할 수도, 하지 않을 수도, 또는 협상 중간에 철회할 수도 있다. 모든 가능성을 열어 놨다.

김정주 대표의 생각과 마음은 본인만이 알 것이다. 다만 “넥슨을 더욱 경쟁력 있는 회사로 만드는 방안”을 언급해, 게임업계가 우려하는 최악의 선택은 하지 않겠다며 선을 그은 것으로도 해석된다. 매각을 하더라도 무책임하게 회사를 던지고 엑시트를 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과, 매각 규모가 워낙 크기에 매각 자체가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동시에 나온다. 김 대표가 넥슨의 지주회사인 NXC 지분을 모두 매각할 경우, 10조원이 넘는 규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일각에서는 넥슨이 중국에서 크게 성공한 ‘던전앤파이터’와 ‘메이플스토리’ 외에 경쟁력 있는 타이틀이 없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한다. 출시된 지 10년이 지난 게임이기에, 10조원이라는 거액으로 인수하기에는 넥슨의 매력이 떨어진다는 해석이다. 설사 매각이 된다 하더라도 게임업계에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단순한 투자의 관점일 뿐이다. 게임업계 내부에서 넥슨이 가진 위치와 영향력은 단순히 매출이나 히트작 몇 개로만 가늠하기 어렵다.

넥슨이 수년간 선보인 신작 중 장기 흥행에 성공한 게임이 없는 것은 사실이다. 심지어 몇몇 작품은 크게 실패하거나 욕을 먹고 서비스를 종료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회사의 규모를 유지시키고, 매년 가장 많은 신작 타이틀을 발표하는 회사가 넥슨이다. 불과 3개월 전 열린 지스타만 돌이켜봐도, 넥슨만큼 매년 신작으로 물량 공세를 퍼부을 수 있는 국내 회사는 없다. 해외 업체나 사모펀드로 인수됐을 때 이러한 기조가 유지될 수 없다면, 개발자들의 고용불안은 물론 국내 게임산업 전반의 부정적인 영향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매각 자체도 중요하지만, 매각 이후의 후폭풍에 더욱 게임업계의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만약 매각을 시도하더라도 김정주 대표는 수천명의 넥슨 직원들의 생계는 물론, 게임업계가 인정할 수 있는 합리적 선택을 해야 하는 입장에 놓였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결국 회사에 가장 큰 애정을 가진 사람은 그 회사의 창업자일 것”이라며 “매각을 하더라도 그 이후의 생각을 분명 하고 있지 않겠나”라고 전했다.

한편, 7일 넥슨 노조 스타팅포인트는 입장문을 통해 김정주 대표에게 “국내 게임 산업의 위기를 불러오는 우를 범하지 않아야 한다”며 “직원과 사회에 대해 책임감 있고 분명한 의지를 표현해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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