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프레스토, ‘슈퍼로봇대전’으로 게임사 한 획 긋다

게임별곡 시즌2 [반프레스토 1편] 

현재는 주식회사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BANDAI NAMCO Entertainment Inc.)라는 다소 긴 이름의 회사에 속해 있는 반프레스토는 특이하게 쾌걸조로가 썼을 것 같은 회사 로고가 인상적인 회사다. 그만큼 다소 특이한 게임들을 많이 출시했다.

창립연도는 1977년으로 40년이 넘었지만, 1989년 일찍이 반다이 그룹에 인수되어 현재까지도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 소속으로 남아 있다. 사람들은 반다이의 자회사 정도로 기억하기보다는 ‘반프레스토’ 자체를 하나의 독립된 회사로 기억한다. 그러나 지난 2005년 9월 30일 반다이와 남코가 합병하여 반다이 남코 홀딩스를 설립하고, 2006년 3월 31일 반다이 남코 엔터테인먼트로 이름을 변경한 이후 2008년 4월 1일 반프레스토를 흡수합병하고 반프레스토의 게임 사업을 통합하는 등 지난 시절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회사 홈페이지에 보면 하단에 회사 소개와 함께 ‘BANDAI NAMCO Group’라는 문구가 보인다. 자신의 현재 소속에 대한 설명과 함께 회사 설립일도 실제 창립된 날이 아니라 반다이 남코 그룹에 합병된 날인 2008년 4월 1일을 회사의 설립일로 표기해놓았다. 다만 뭔가 기원에 대한 아쉬움이 남았는지 별도로 연혁 페이지를 만들었다. 그 곳에는 1977년 4월 업무용 비디오 게임기의 제조, 판매를 목적으로 ‘豊栄 산업(주)’를 설립하였다고 되어 있다.

[반프레스토 홈페이지]
(이미지 – http://www.banpresto.co.jp/)

반프레스토의 기원을 따지자면 연혁 페이지에 나와 있는 것과 같이 1977년 토요사카에 산업이라는 회사 이름으로 시작한 것이 시초다. 창업 초기 게임을 제작하는 회사로 시작해 1982년에 ‘코어랜드’라는 이름으로 변경한 뒤로 세가와 게임을 만들었다. 그 이후 1989년 반다이에 인수되어 회사 이름이 지금의 반프레스토로 변경된 것이다. 

반프레스토라는 이름에서 ‘반’은 반다이의 ‘반’을 뜻하는 것이다. 뒤에 ‘프레스토’는 음악 용어로 ‘빠르게’라는 뜻이다. 항상 시대의 유행과 소비자의 요구를 빠르게 파악해 신속하고 적시에 사업을 전개해 나갈 것이라는 원대한 야망을 담은 의미다.

쾌걸 조로 가면과 같은 로고는 항상 호기심을 가지고 새로운 발견을 찾고 미래를 바라보는 눈을 나타낸다고 한다. 필자도 반프레스토 홈페이지의 회사소개를 보기 전까지는 미처 몰랐던 엄청난 의미가 담겨있었다.

[반프레스토 피규어 제품들]
(이미지 – https://www.google.com/search?q=banpresto)

사실 반프레스토는 본격적인 게임 회사라기보다는 일본의 완구 업체로 더 잘 알려져 있다. 현재도 다양한 피규어 상품 등을 판매한다. 아마 일본에서 인기 있는 가장 유명한 애니메이션 캐릭터는 거의 대부분 반프레스토에서 취급할 정도로 다양한 피규어 상품을 자랑한다. 현재도 회사의 주력 사업 내용은 캐릭터 사업이다. 현재 여러 사업부로 나뉘어 있지만 주요 사업 내용은 히트 캐릭터를 발굴하고 캐릭터의 인기를 기반으로 상품을 전개하고 판매하는 것에 집중돼 있다. 

하지만 반프레스토는 애니메이션 캐릭터 피규어 사업만으로 유명한 회사는 아니다. 출시한 타이틀 개수는 타 업체에 비해 많다고는 할 수 없어도, 게임 역사에 한 획을 긋는 게임을 제작했다. 바로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다.

[슈퍼로봇대전 R]
(이미지 – http://www.forusoku.com/game/srw/srw_kanso/post-1121)

‘슈퍼로봇대전(スーパーロボット大戦)’은 ‘SRW(Super Robot Wars)’라는 영문으로도 잘 알려져 있고 일본뿐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많은 열혈 팬들이 많다. 물론 전 세계적으로 로봇을 좋아하는 남자 어른 아이들이라면 누구나 좋아할만한 특징을 가진 게임이다.

‘슈퍼로봇대전’ 시리즈는 거의 전 기종에 걸쳐 출시가 이루어져,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 정도는 구경이라도 해봤을 게임이다. 속설에 의하면 ‘건담과 마징가Z가 싸운다면 누가 이길까?’라는 어릴 적에 누구나 한 번쯤 품어봤을 법한 궁금증에서 시작했다고 한다. 

여담이지만 비슷한 것으로는 ‘람보와 코만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에일리언과 프레데터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전격 Z작전의 키트와 에어울프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헐크호건과 워리어가 싸우면 누가 이길까?’ 등이 있다. 어린 시절에 우리들은 도대체 누가 세계 최강인지 우주 최강인지 그런 것들이 너무나 궁금했다. 그 중 몇 가지 궁금증은 실제 이루어져 해소가 됐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은 궁금증들은 너무나도 많다.

[슈퍼로봇대전 J]
(이미지 – https://www.suruga-ya.jp/product/detail/175000888001)

어린 시절에는 왜 그토록 우리들이 궁금해 하는 것들이 이루어지지 않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 배경에는 아주 복잡한 어른들의 사정이 있었던 것이다. 바로 저작권이다. 누군가 만들고 싶어도 원래 해당 작품의 권리를 갖고 있는 자(개인 또는 회사)의 허가 없이는 마음대로 만들 수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한참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등장하는 대표 로봇만 해도 수십종에 이르는 ‘슈퍼로봇대전’은 어떻게 만들 수 있었을까? 로봇들을 전부 한 회사에서 제작한 것도 아니고, 방영권 따로 캐릭터 따로 완구 사업 따로 지저분하고 복잡하게 얽혀 있는 저작권을 구해서 ‘슈퍼로봇대전’같은 종합선물세트를 만들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그것은 모회사 반다이의 자금력과 반다이가 원래 완구/캐릭터 회사였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반다이는 일본의 완구, 프라모델, 피규어 등의 분야에서는 일본 내에서도 거의 독보적인 존재다. 건담 관련 사업만 봐도 이미 10년 전인 2008년경 건담 프라모델(건프라)만으로 누적 출하 4억 개를 돌파했고, 2015년에는 한화로 8000억 원이 넘는 수익을 냈다. 반다이는 1983년 건담의 프라모델 상품 관련 권리 회사에서 권리를 매수했고 1994년에는 건담 애니메이션 제작사인 선라이즈가 가지고 있던 모든 권한을 계열사로 편입해서 건담에 관해서는 무적의 상태가 되었다. 

[슈퍼로봇대전]
(이미지 – http://jin115.com/archives/52215182.html)

얼마 전 중국의 한 업체가 누가 봐도 건담을 카피한 제품을 판매하다가 적발당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카피 제품을 판매하던 업체 관련자 9명이 구속됐고, 중국 공안당국이 몰수한 제품은 약 5만6000여개에 이르렀다. 다만, 해당 사건이 발생한 곳이 중국이고 단속 주체가 공안당국인 것을 감안할 때 관련자 9명은 아마도 고생을 엄청 하게 될 것이다. 국내에서도 중국건담, 대륙건담 등으로 알려진 이 제품들은 반다이 정품에 비해 상대적으로 저렴하지만, 그럭저럭 납득할 만하거나 때로는 능가할 정도의 실수(?)를 저지르는 바람에 소리 소문 없이 인기를 얻었다.

하지만 반다이는 적극적으로 저작권을 주장했다. 결국 저작권 무적지대와 같았던 중국에서도 중국의 자국기업 보호원칙에도 불구, 구속 조치가 이루어지는 등 어른들의 ‘저작권’의 무서움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렇게 전 세계적인 건담 저작권자인 반다이를 등에 업은 반프레스토는 복잡한 권리 문제 없이 자유롭게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태생적 환경을 갖췄고, 어린 시절 누구나 동경하고 또 궁금해 하던 것을 결국 게임으로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슈퍼로봇대전]
(이미지 – https://gamestalk.net/post-73395/)

‘슈퍼로봇대전’을 얘기하자면 아마 몇 날 며칠을 밤을 새도 모자랄 정도다. 그만큼 꽤 오랜 역사와 복잡한 설정을 자랑한다. 비교적 최근 작품들은 많이 친절해졌지만, 초기 작품들에서는 게임에 등장하는 로봇과 관련된 사전 정보나 경험이 없으면 대략적인 느낌은 있어도 전체적인 부분은 보이지 않는 마치 안개 낀 숲을 걷는 듯한 답답함이 있었다. 특정 변신 장면이나 이벤트 장면은 그 자체로도 재미가 있겠지만, 해당 내용을 알고 있다면 감동이 몇 배가 되기에 사전 애니메이션 감상은 필수 코스였다.

애초에 ‘슈퍼로봇대전’은 로봇 애니메이션 마니아들을 겨냥해서 만든 게임이다보니 어쩔 수 없이 타깃의 한계가 명확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한 판매량을 유지했다. 수백만 장을 판매하는 초대박 상품은 없었을지 몰라도, 열혈 로봇 마니아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았기에 적자가 난 적은 한 번도 없었다고 한다. 주로 일본에 한정된 일본 로봇 애니메이션 팬들을 위한 게임이지만 어린 시절 여러 가지 루트로 한국에서도 감상이 가능했기에 한국에도 ‘슈퍼로봇대전’의 팬은 상당히 많은 편이다. 

한국에서는 로봇 하면 어린이용 완구나 애들이나 보는 것 정도로 취급하는 분위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은 편협한 시각이 존재한다. 그에 반해 일본에서는 건담이나 마크로스, 에반게리온과 같은 작품만 해도 인간을 중심으로 하는 전쟁 드라마고, 실제로 일본의 정치적 세태나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하는 등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더 깊이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는 내용이다.

마징가부터 건담, 에반게리온, 풀메탈패닉에 이르기까지 일본의 로봇 애니메이션은 한국에서도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 콘텐츠였다. 한국에서 1970~1980년대 방영된 국산 로봇 애니메이션/특촬물들이 죄다 일본산 카피였다는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그래서 여태 한국판 ‘슈퍼로봇대전’을 만들지 못하는 아쉬움은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어린 시절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마케팅으로 여전히 ‘슈퍼로봇대전’이 당당히 시리즈를 이어나가고 있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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