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하자드’의 일부를 떼 내 개발, 과한 액션으로 차별화

[Devil May Cary]

게임별곡 시즌2 [캡콤 11편] 

지난 편까지 캡콤의 대표 시리즈 중 ‘스트리트파이터’와 ‘록맨’ 시리즈, ‘바이오하자드’ 시리즈, 그리고 ‘몬스터헌터’와 ‘역전재판’ 시리즈까지 캡콤의 대표게임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여기서 하나 빠진 것이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다. 통칭 DMC로 표기되기도 하는 ‘데빌메이크라이’는 ‘스타일리쉬 액션’이라는 또 하나의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게임이다. 지금은 캡콤을 대표하는 장수 게임 중에 하나다. 

이 게임이 만들어지게 된 배경은 ‘바이오하자드’와 관련있다. ‘바이오하자드’를 만들다가 자꾸 추가되고 수정되는 내용이 ‘바이오하자드’만의 본래의 취지에서 자꾸 벗어나는 것을 보고, ‘그럴 거면 아예 그 부분만 떼어내서 전혀 새로운 게임을 만들자!’라고 나온 게임이 ‘데빌메이크라이’다. 그래서 게임의 속사정을 잘 아는 팬들로부터 초기에는 별종 사생아 취급받기도 했지만, 지금은 어엿하게 하나의 시리즈 게임으로 인식되고 있다.
 
시리즈 첫 편이 PS2(플레이 스테이션2)로 출시됐었기 때문에 아무래도 8비트 시절부터 이어오던 다른 게임에 비해 고전치고는 비주얼이 괜찮은 편이다. 보통 고전 게임이라고 하면 1980년대 출시돼 적어도 30년은 된 것을 기본으로 친다. 아직 20년이 안 된 ‘데빌메이크라이’는 비교적 신생 게임인 편이다. 2001년에 출시되어 당시 엄청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그 이전에도 액션 게임은 많이 있었지만, ‘데빌메이크라이’는 지나치게 과한 액션으로 차별화했다. 캡콤에서는 이것을 ‘스타일리쉬 액션’이라 이름 붙였다. 워낙 액션 연출이 뛰어나다 보니 이전의 액션 게임과는 궤를 달리하는 전혀 새로운 장르로 인식되었던 것이다.

[Devil May Cary 2]

그 이후에 출시되는 다른 회사의 액션 게임들은 ‘데빌메이크라이’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실제로 ‘갓오브워’ 시리즈도 처음 발매되었을 때는 ‘데빌메이크라이’의 짝퉁 취급을 당하는 모욕적인 일을 겪기도 했다. 

‘데빌메이크라이’ 액션의 핵심은 공중 띄우기 콤보 공격인데, 공중으로 띄운 적을 쌍권총으로 난사하는 장면에 다들 입을 벌리고 구경했다. 3D 게임에서 그토록 화려하고 세련된 액션은 그때까지 없었던 전혀 새로운 것이었다. 처음에는 그래픽만 신경 쓴 게임이라느니, 액션 빼면 남는 게 없다느니 하던 혹평도 어느새 찬양 일색으로 바뀌었다. 그래서 게임이 출시된 그 해에 각종 게임 등급 매체로부터 만점에 가까운 점수를 받기도 했다.

[Devil May Cary 3 SE]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가 애초에 ‘바이오하자드’의 게임 개발을 하던 중에 튀어 나온 놈이다 보니 게임의 전체적인 배경은 어두컴컴하고 축축한 분위기의 ‘바이오하자드’를 닮아 있다. 하지만 시리즈가 거듭될수록 점점 ‘데빌메이크라이’만의 느낌을 살리기 시작했다. 1999년 ‘바이오하자드4’개발 도중 새로운 게임으로 따로 떼 낸 것이 지금의 ‘데빌메이크라이’인데, 이 때 주도적으로 디자인을 담당했던 디자이너가 ‘바이오하자드’의 메인 디자이너였던 미카미 신지였다.

미카미 신지는 자신이 게임 개발자가 될 것이라는 것을 본인 스스로도 생각지 못했다고 한다. 원래 꿈은 포뮬라 1(F1) 드라이버가 되는 것이었고, 취미로 공포 영화를 즐겨 보던 게임 마니아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캡콤에 입사하면서부터 자신의 취미를 살려 공포 게임의 대표로 꼽히는 ‘바이오하자드’ 개발을 하게 된 인물이다. 그가 기획한 ‘바이오하자드’ 역시 현재는 캡콤의 대표 게임 중에 하나이고, 그가 다시 새로운 게임을 만든 ‘데빌메이크라이’ 역시 캡콤의 대표 게임이 됐다. 경영진과의 마찰로 회사를 퇴사한 이후로 현재는 캡콤과의 사이가 소원해진 상태이기는 하지만, 공포와 액션을 조합한 장르의 게임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실력을 인정받고 있다.

또한 주요 인물 중에 히로유키 코바야시라는 캡콤의 대표적인 프로그래머도 있다. 코바야시는 ‘바이오하자드’ 게임 프로그래머로 캡콤에 입사하여 미카미 신지와의 만남을 갖게 된다. 미카미 신지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게임을 구현해 냈던 그는 미카미 신지의 신임을 얻게 되고, 그 뒤에 2001년 ‘데빌메이크라이’가 시작될 때 신생 개발팀의 메인 프로그래머로 참여했다. 히로유키 코바야시는 그 외에도 캡콤에서 ‘디노크라이시스’ 시리즈와 ‘레지던트이블’ 시리즈, ‘센고쿠바사라’ 시리즈 개발에 참여한 베테랑 프로그래머이자 프로듀서다.

또 한 명의 인물 중에 히데키 카미야가 있다. 히데키 카미야는 1994년 캡콤에 입사하여 ‘바이오하자드’ 개발에 기획자로 참여했다. 그 뒤에 ‘바이오하자드2’ 개발에 디렉터로 참여했고 ‘데빌메이크라이’ 개발에도 참여하게 된다. 이 역시 미카미 신지와의 만남으로 성사된 일이다. 

‘데빌메이크라이’의 주요 개발진은 ‘바이오하자드’의 개발진과 겹친다. 실제로도 ‘바이오하자드’ 개발 당시 ‘데빌메이크라이’의 개발과 인력이 겹치는 바람에 한 사람이 두 팀에서 일하기도 했고 급할 때는 한 쪽 팀으로 인력이 쏠려 다른 쪽 게임 개발 팀의 일정에 차질이 생기기도 했다. 이 때부터 캡콤의 개발자 관리에 대해 많은 개발자가 정식으로 항의하고 제안도 하는 일이 생겼다. 물론 회사에서는 회사 나름대로의 사정이 있어 받아들여지기 힘든 부분이 있었고, 그렇게 회사를 떠나는 핵심 인력들이 부쩍 늘어난 시기이기도 하다. 이를 두고 외부에는 단순히 경영진과의 의견 차이 또는 경영진과의 마찰로 회사를 퇴사하였다는 정도로만 알려져 있다.

[홈페이지]
(이미지 – http://dmc-tv.com/)

히데키 카미야 역시 이런 불편한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고 2006년 캡콤을 퇴사하였다. 캡콤을 퇴사한 이후에는 세가나 닌텐도를 돌며 게임을 개발했다. 또 2012년에 캡콤의 DLC정책을 두고 트위터에 "돈을 어떻게든 더 짜내려고 일부러 게임 내용을 숨기는 DLC는 사기다" 라는 트윗을 올려 캡콤과의 관계가 서먹해지기도 했다. 캡콤에서 ‘데빌메이크라이’를 개발하며 아쉬웠던 점을 회사를 나와 만든 자신의 게임 ‘베요네타’에서 십분 발휘하고 있는 그가 한 말이기에 파장이 컸다.

[DMC 5 (Devil May Cary)]
(이미지 – https://YouTube.com)

하지만, 주요 개발진이 변경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데빌메이크라이’ 시리즈는 역대 최고를 갱신하며 지금도 새롭게 변화하고 있는 중이다. 최근 개최된 2018 TGS(동경 게임쇼)에서도 캡콤이 신규 트레일러 영상을 공개할 만큼 지금은 캡콤에서 간판 대우를 받는 게임이 되었다. 게임 제작 초기에만 해도 ‘그래픽에만 치중한 게임’, ‘겉멋만 잔뜩 든 액션 게임’과 같은 혹평을 받았던 시리즈 초기의 평들이 무색하다. 훌륭한 게임으로 거듭난 ‘데빌메이크라이’를 기다리는 수 많은 팬들 중에 한 명으로 필자 역시 오랜만에 다시 한 번 공중 콤보 필살기를 꿈꾸며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 필자의 잡소리

‘데빌메이크라이’는 인기 성공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특권인 애니메이션화에도 성공했다.

[데빌 메이 크라이 애니메이션]
(이미지 – http://capcom.wikia.com/wiki/File:Lady_%26_Dante_-_Devil_May_Cry_anime_Episode_2.png)

‘데빌메이크라이’ 애니메이션은 2007년 6월 14일부터 9월 6일까지 3개월 동안 총 12회로 방송되었다. 다만, 애니메이션은 원작 게임의 캐릭터와 설정을 사용하긴 했지만 게임 스토리와는 전혀 다른 오리지널 스토리이다. 2001년 ‘데빌메이크라이’ 1편이, 2003년 2편이, 2005년 3편이, 2006년 특별판이 발매됐고 그 다음에 애니메이션이 방영되었다. 첫 시리즈 이후 7년 만에야 애니메이션이 발매되었다는 것은 시리즈 초기부터 애초에 게임과 애니가 기획되어 있었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게임의 인기를 실감하고 나름대로의 시장분석을 통해 애니메이션이 기획되었다는 것을 뜻한다. 비록 게임으로 입지를 넓혔지만 게임 소재만로는 더 많은 TV 시장을 잡기 힘들었다고 생각했는지 애니메이션은 게임과 내용이 다르다.

글쓴이=김대홍 schnaufe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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