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드래곤빌리지W’…한장겸 하이브로 게임담당 이사 인터뷰

‘드래곤빌리지’는 짧은 한국 모바일게임 역사에서 손꼽히는 인기 IP다. 중소개발사 하이브로가 2012년 출시한 이 게임은 귀엽고 개성 강한 드래곤들을 수집하고 육성하는 게임으로, 초등학생들을 중심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후속작인 ‘드래곤빌리지2’까지 합치면 누적 다운로드는 1200만 건을 넘길 정도다.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하이브로는 ‘드래곤빌리지’ IP를 활용한 도서, 카드, 인형 등 다양한 분야로 사업 영역을 확장했다. 이 사업도 성공적이어서 도서는 100만권 이상, 카드는 4000만팩 이상 팔렸다. 2016년에는 엔씨소프트로부터 64억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이후 하이브로는 외부 개발사를 통해 ‘드래곤빌리지’ IP 게임을 다수 출시했다. 하지만 직접 개발한 원작만큼의 반향은 일으키지 못했다. 대부분 10대 청소년들로 구성된 유저들의 니즈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게 문제였다. 이들은 학교와 학원을 오가느라 하루 종일 바빴고, 다소 하드코어한 노선을 택했던 파생 게임들까지 즐길 여력이 없었다.

예상치 못한 실패를 연거푸 겪은 하이브로는 전략을 바꿨다. 유저들이 부담 없이 즐길 수 있는 게임 장르로 승부하기로 한 것이다. 바로 하이브로가 직접 개발중인 모바일 SNG ‘드래곤빌리지W’다. 사실 SNG 장르는 현재 모바일게임 메인스트림과는 한참 동떨어진 게 사실이다. 하지만 하이브로는 성공확률이 희박한 RPG를 고집하느니 ‘드래곤빌리지’ 유저들의 플레이패턴과 맞는 SNG가 더 낫다는 결론을 내렸다.

하이브로는 올해 12월 ‘드래곤빌리지W’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고 게임 개발 막바지 작업에 한창이다. “원작과는 다른 편한 게임을 추구한다”는 한장겸 하이브로 게임담당 이사를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한 이사에 따르면 ‘드래곤빌리지W’는 ‘드래곤빌리지’의 정통성을 계승한 게임은 아니다. ‘드래곤빌리지’와 ‘드래곤빌리지2’가 드래곤 육성에 초점을 맞춘 시뮬레이션 RPG라면, ‘드래곤빌리지W’는 육성보다는 수집에 목표를 둔 SNG다. 원작에 나온 450여 마리의 드래곤들 중 100마리 가량이 등장할 예정이다(오픈스펙 기준).

한 이사는 “오리지널 시리즈와는 다른 노선을 택한 게임이라 정식 넘버링이 아닌 W라는 명칭을 택했다”며 “오리지널 드래곤빌리지, 드래곤빌리지2의 정통성은 나중에 드래곤빌리지3와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드래곤빌리지’의 특징 중 하나인 트레이딩카드와의 연동 시스템도 ‘드래곤빌리지W’에서는 채택되지 않았다. 이 시스템은 ‘드래곤빌리지3’에서 다시 등장할 예정이다.

SNG를 택한 만큼 매출에는 큰 신경을 쓰지 않을 생각이다. 대신 리텐션(재접속률)과 DAU(일일사용자수)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이다. 한 이사는 “SNG는 리텐션이 낮으면 굉장히 빨리 죽어버린다”며 “SNG의 BM(비즈니스모델) 특성상 매출은 기존작보다는 좀 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어 “만일 우리가 정통 게임사라면 아무래도 좀더 BM구조가 좋고 트렌드에도 맞는 RPG를 택했겠지만, 우리는 IP 사업이 주목적인 회사”라며 “리텐션이 높은 게임이 IP 사업에는 더 어울린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 이사는 부족한 게임매출은 인형이나 팬시상품 등의 부가수익으로 극복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드래곤빌리지W’가 귀여운 SD캐릭터로 디자인된 것도 이를 염두에 두었기 때문이다. 그는 “전작에 나오는 드래곤들은 성체에 가까워서 귀여운 상품으로 만들기 어려웠다”며 “하지만 드래곤빌리지W는 SD캐릭터로 만든 만큼 다른 IP 사업으로 확장하기 쉬울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인형이야말로 IP의 꽃”이라며 “드래곤빌리지 IP를 모르더라도 구매욕이 일어날 정도로 예쁜 인형을 만들어낼 것”이라고 자신했다.

‘드래곤빌리지W’ 개발에서 염두에 둔 또다른 목표는 글로벌 진출이다. ‘드래곤빌리지’와 ‘드래곤빌리지2’의 경우 출시된지 시일이 많이 흐른만큼 별도로 글로벌 진출을 고려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드래곤빌리지W’는 처음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드래곤빌리지’ IP에 대한 반응이 유독 좋은 브라질이 1순위 시장이다.

한 이사는 “드래곤빌리지 SNS를 운영하고 있는데, 팔로워 1만명 중 대다수가 브라질 사람들”이라며 “회사 규모를 고려하면 여러 국가를 동시에 노리기는 힘들다. 일단은 브라질만 집중 공략해보려고 한다”고 웃었다.

지난해 하이브로는 모바일게임사에서 ‘드래곤빌리지’ IP 회사로 체제를 전환했다. ‘삼국지책략전’ 등 ‘드래곤빌리지’와 무관한 게임들은 다른 회사로 이관했고, 관련 회사 시스템도 대폭 정비했다. 이제부터는 ‘드래곤빌리지’ IP 사업에만 집중할 계획이다.

한 이사는 “사실 하이브로라는 회사명 대신 드래곤빌리지라는 회사명을 써도 될 정도로 드래곤빌리지는 회사 그 자체”라며 “드래곤빌리지만으로 회사 식구들이 먹고 살 수 있도록 한 우물만 계속 파겠다”고 말했다. 또한 “엔씨소프트로부터 투자를 받은 것을 계기로 IP 회사로서의 입지가 더욱 강해졌다”며 “앞으로 다른 생각 하지 않고 IP에만 집중하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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