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진 디자이너, 아프리카 오지 대상 교육게임 ‘킷킷스쿨’ 포스트모템 진행

김형진 전 엔씨소프트 상무가 교육용 앱 개발자로 변신했다. 아동용 소프트웨어 개발사 에누마의 김형진 게임 디자이너는 26일 넥슨개발자컨퍼런스(NDC 2018)에서 아프리카 현지 아이들을 대상으로 모바일게임 테스트를 진행한 경험을 공유했다.

김형진 디자이너는 엔씨소프트에서 20년간 근무하며 ‘리니지’, ‘리니지2’, ‘MXM’ 등의 프로젝트에 참여한 베테랑 개발자다. 지난해 엔씨소프트에서 퇴사하고 스타트업 에누마에 새 둥지를 틀어 화제를 모았다. 에누마는 유치원부터 초등학교 저학년까지의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용 앱을 개발하는 회사다.

그는 이날 강연에서 언어 및 수학 교육 게임 ‘킷킷스쿨(Kitkit School)’ 개발 포트스모템 강연을 진행했다. ‘킷킷스쿨’은 아프리카 오지 아이들을 위한 교육용 앱 개발 경연대회 ‘X프라이즈(Xprize)’에서 최종 결선에 올라 있는 게임이다. 에누마는 ‘킷킷스쿨’의 최종 결과물을 오는 9월까지 제출해야 한다.

이 게임을 실제로 사용할 사람들은 인터넷과 TV 등의 인프라가 거의 갖춰지지 않은 아프리카의 아이들이다. 게임 테스트도 그들을 대상으로 이루어져야 했다. 어릴 때부터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정보를 습득할 수 있는 한국과 북미와는 다른 접근이 필요했다. 결국 김 디자이너는 탄자니아로 직접 날아가 현지 아이들이 게임을 플레이하는 모습을 지켜봤다.

김 디자이너는 직접 부딪쳐보니 예상하지 못한 다양한 문제가 생겼다고 했다. 첫번째 문제는 아이들이 모바일 디바이스 화면을 터치하지 않고 10분, 20분 지켜보고만 있다는 점이었다. 아이들이 집안 물건을 함부로 만지지 못하도록 하는 엄격한 현지 교육이 원인이었다. 그는 “사실 게임 디자인적인 면에서 해결책을 찾지는 못했다”며 “다음 버전에서는 게임을 실행하자마자 현지 선생님이 등장해 게임을 설명해주는 동영상이 나오도록 개선했다”고 말했다.

두번째 문제는 오른손잡이 아이들이 무조건 화면 오른쪽 버튼부터 누른다는 것이었다. 어릴 때부터 왼쪽부터 오른쪽으로 글자를 읽는 교육을 받은 한국과 북미에서는 열명이면 열명 모두 왼쪽 버튼을 누른다. 하지만 교과서 이외의 책을 접한 적이 없고 TV도 본 적 없는 탄자니아 아이들은 오른쪽에 먼저 손이 간다는 설명이다. 심지어 오른쪽 구석에 작게 배치해놓은 설정 버튼을 누르는 경우도 있었다. 결국 그는 설정 버튼을 없애버리는 방법을 택했다.

세번째 문제는 주변 환경이 시끄럽다는 점이었다. 교육용 앱 특성상 사운드가 중요한데, 주변 소음으로 인해 게임 소리가 잘 들리지 않았다. 결국 ‘킷킷스쿨’은 소리와 함께 글자나 그림이 같이 나오는 방식을 택했다.

네번째는 아이들이 사자나 기린 등의 야생동물을 본 적이 없다는 것이었다. 야생동물들은 인간의 마을에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탄자니아의 TV 보유율은 약 6%로, 대부분의 아이들이 사자의 생김새를 모른 채로 평생을 살아간다. 더구나 동물의 특징을 강조해 간소화한 일러스트는 더욱 이해하지 못했다. 그래서 게임에 등장하는 동물과 인물은 풍뎅이처럼 최대한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바꿨으며, 그림 스타일도 실사에 가깝게 표현했다.

김 디자이너는 ‘X프라이즈’ 결선 제출일까지 남은 시간 동안 현지 테스트에서 발견한 문제점을 차차 수정할 생각이다. 최종 우승 작품은 내년 상반기에 발표될 예정이다.

김 디자이너는 탄자니아를 방문하면서 다시 한번 게임의 순기능을 실감했다고 전했다. 그는 “학교도 다니지 못하던 아이들이 킷킷스쿨을 하면서 성취감을 느끼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서 뿌듯했다”며 “게임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긍정적인 부분들이 참 많다는 걸 새삼 느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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