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임성 디자이너, NDC에서 ‘듀랑고’ 튜토리얼 시행착오 소개

최근 모바일게임의 튜토리얼은 화살표를 따라다니며 선택권 없이 강제로 사용법을 배우는 구조로 대부분 이루어져 있다. 이는 기존에 게임을 해보지 않았던 초보자들도 게임을 쉽게 익힐 수 있는 방식이지만, 일단 튜토리얼에 진입하면 끝날 때까지 옴싹달싹 못한다는 단점도 갖고 있다.

자유도를 중요시하는 샌드박스 MMORPG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는 개발 초기부터 이러한 방식의 튜토리얼을 지양했다. 유저가 탐험을 통해 자신만의 방식을 찾길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존에 없던 낯선 게임인만큼 알려줘야 할 것도 많았다. 가이드가 너무 없으면 게임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포기하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이다. 몰입감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초반 이탈을 최소화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가. 그렇게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현재의 ‘듀랑고’ 튜토리얼이 완성됐다.

강임성 왓스튜디오 디자이너는 26일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8(NDC 2018)에서 ‘듀랑고’ 초반 플레이 디자인의 변천사를 공개했다. 개발 기간별로 유저가 어떤 문제에 부딪혔는지, 개발팀은 어떻게 문제를 해결했는지, 그 결과로 ‘듀랑고’의 초반 플레이는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짚어보는 시간이었다.

‘듀랑고’의 프로토타입에는 ‘반응형 가이드’와 ‘장기 가이드’만 존재했다. ‘반응형 가이드’는 유저의 움직임에 따라 발생하는 튜토리얼로, 예를 들어 물가에 도착하면 물과 관련된 정보가 나온다. ‘장기 가이드’는 유저가 선택한 장래 희망에 대해 관련 스킬을 제시하는 등의 포괄적인 튜토리얼이다.

그런데 ‘반응형 가이드’만 넣었더니 유저들이 뭘 해야 할지 몰라 헤매는 상황이 발생했다. 결국 게임 시작부터 차근차근 할 수 있는 것들을 단기 가이드로 만들어 넣기로 했다. 예를 들어 NPC ‘K’가 등장해 “밤에는 동물이 많이 출몰하니 모닥불을 만들어보라”고 조언하는 것이 그것이다.

원래 ‘듀랑고’의 특징 중 하나는 무작위 섬을 자동으로 생성한다는 점이다. 하지만 튜토리얼의 장소가 되는 섬은 기존 게임처럼 일일이 손으로 작업해 넣었다. 강 디자이너는 “예를 들어 유저들이 물가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시야를 가리지 않게 나무를 배치했다”며 “기획자의 세밀한 의도까지 만족시키려면 자동 생성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튜토리얼에서 애초 디자인한 것과 다르게 동작한 것은 걷어냈다. 대표적인 사례가 뗏목이다. 원래는 익명의 사람들이 힘을 합쳐 일정량의 재료를 모으면 뗏목이 완성되고, 재료를 조달한 사람들끼리 자동으로 친구가 되는 방식이었다. 익명의 멀티플레이 게임에서도 협동이 발생할 것이라는 개발진의 로망이 담겼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뗏목의 막차를 타기 위해 사람들은 재료의 마지막 조달을 놓고 눈치싸움을 벌였고, 자동으로 친구가 된 사람들은 서로의 사유지를 약탈했다. 결국 공동으로 만드는 뗏목은 게임에서 빠졌다.

강 디자이너는 “게임의 초반 플레이는 흥미를 유발하면서도 필요한 것을 알려줘야 한다”며 “이를 잘 설계하면 초반 플레이는 지루한 설명을 듣는 구간이 아닌 새로운 재미를 익히는 구간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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