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교수, WHO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 등재에 대해 NDC서 강연

“게임이 중독으로 분류되려면 내성이 있어야 한다. 알코올중독만 봐도 술을 한잔 마시면 다음날은 두잔 또 다음날은 석잔…. 그런데 게임이 어디 그런가? 게임 플레이 시간을 그런 식으로 늘린다면 1년 뒤에는 그 게임 쳐다보기도 싫을 것이다.”

한덕현 중앙대학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WHO(세계보건기구)의 게임 과몰입 질병 코드 등재 시도에 대해 다시 한번 우려를 표했다.

한 교수는 25일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8(NDC 2018)에서 ‘정신과전문의가 알려주는 게임이용장애(Internet Gaming Disorder) A to Z’라는 주제로 강연을 진행했다. 그는 이번 강연에서 게임 과몰입이 장애로 분류되기까지의 역사를 살펴보고, WHO의 이번 시도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했다.

한 교수에 따르면 게임이용장애는 미국정신의학협회가 2013년 개정한 ‘정신질환진단 및 통계편람 제5판(DSM-5)’의 추가 연구 요망 항목에 포함되며 널리 쓰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추가 연구 요망 항목’은 정식 진단 기준이 아니고 지켜보는 단계다. 한 교수는 “게임이용장애가 정식 기준에 오르지 못한 이유는 관련 연구들이 횡적 연구로만 이루어지는 등 단점이 너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렇게 불완전한 항목을 WHO가 가져다가 국제질병분류 제11판(ICO-11) 초안에 넣었다. 게다가 그 과정에서 전통적인 중독 증상의 조건인 갈망, 금단증상, 내성을 빼버렸다. 연구 결과 게임 과몰입은 금단증상과 내성이 없다는 게 드러났는데, 질병으로 등재하기 위해 조건을 바꿨다는 것이다.

한 교수는 “알코올중독처럼 중독물질을 접할 때마다 계속 새로워야 내성이 있는 것”이라며 “하지만 게임은 다르다. 똑같은 게임을 반복하면 뇌가 지루해 한다”고 말했다.

또한 게임 과몰입에는 금단증상이 없으며, 금단증상으로 보이는 행동이 사실은 게임으로 인한 금단증상이 아닐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카오톡이 왔다고 스마트폰이 울렸을 때 5초 이상 견딜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라고 반문하며 “이 행동은 소식에 대한 금단증상인지 스마트폰에 대한 금단증상인지 파악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마찬가지로 게임과몰입으로 발생하는 이상행동도 우울증과 같은 공존 질환 때문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한 교수는 “만일 WHO에서 게임 과몰입을 질병 코드로 등재시키고 진단 기준을 발표한다면, 이 기준을 피하는 게임을 만드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며 “이와 관련해 세계적으로 많은 논쟁이 벌어지고 있는데, 한국에서도 비슷한 분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게임업계 종사자들이 WHO의 게임 과몰입 질병 등재 시도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도록 이 자리에 섰다”며 “게임을 만드는 사람으로서 늘 자부심과 떳떳함을 잃지 않아야 관련 토론에서 대중을 설득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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