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왓스튜디오 AD, ‘야생의땅: 듀랑고’ 아트 포스트모템 진행

‘야생의땅: 듀랑고(이하 듀랑고)’의 아트를 총괄한 최은영 왓스튜디오 AD가 ‘아트 대들보(게임의 핵심 요소를 문서로 정리한 가이드라인)’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녀는 “문서 만들 시간에 개발하는 게 낫지 않냐는 말도 있는데, 저는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말로 전달하면 서로 해석이 다를 수 있고, 매니저가 바뀌었을 때 내용이 변질될 수도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최 AD는 25일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8(NDC 2018)에서 ‘듀랑고’ 아트 제작 포스트모템 강연을 진행했다.

그녀는 “듀랑고가 경쟁 게임 사이에서도 눈으로 확연하게 식별될 수 있도록 차별화된 아트가 필요했다”며 “이를 구현하기 위해 10개의 항목으로 구성된 아트 대들보를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야생, 희망적, 과감한 실루엣, 혼재된 기술, 살아 있는 세계, 로망, 육각형, 부품, 12금, 정치적 올바름이다.

‘야생’은 고단한 야생 생활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의미다. 이를 위해 얼룩, 피, 땀 등의 표현이 아트에 동원됐다. 가죽을 얼기설기 이어 만들거나, 깨져서 형태가 완전치 않은 물품 등도 ‘야생’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면서도 음울한 느낌 대신 ‘희망적’인 느낌을 살려야 했다. 폐허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조심했고, 고단함 속에서도 유머러스함을 유지시켰다. 유쾌한 감정 표현을 넣은 것이 대표적이다.

‘과감한 실루엣’은 작은 모바일 화면에서 잘 보이면서도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너무 사실적인 표현은 모바일 특성상 제대로 표현하기 힘들다는 설명이다. 예를 들어 게임 초반에 지급하는 서바이벌 나이프의 경우, 실제 크기와 비슷하게 제작했더니 커터칼처럼 보여서 크기를 더 키운 사례다.

‘혼재된 기술’은 자연물과 현대물이 자연스럽게 섞여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현대물은 명확한 공산품 느낌을 주되, 스팀펑크 분위기가 나지 않도록 주의했다. 그녀는 “스팀펑크 스타일에 듀랑고의 정체성이 먹혀버릴 우려가 있었다”며 “증기, 태엽 등의 소재는 신중히 다뤄야 한다는 가이드를 마련했다”고 말했다.

‘살아 있는 세계’는 동물이 몬스터가 아닌 살아있는 생명처럼 보여야 한다는 뜻이며, ‘로망’은 자연에 있는 듯한 느낌을 말한다. 또 ‘육각형’은 워프의 상징이고 ‘부품’은 유저들이 조립할 수 있게 아트워크를 부품 형태로 제공한다는 뜻이다. 표현 수위가 ‘12금’인 이유는 iOS와 안드로이드의 기준을 맞추기 위해서이며, 글로벌 출시를 위해 인종, 성별, 나이를 다양하면서도 올바르게 집어넣었다.

[듀랑고 PC 버전 프로토타입]

최 AD는 “이렇게 아트 대들보라는 자체 판단 기준이 있으면 실무자들이 자체 컨펌을 할 수 있다”며 “선택의 기로에서 매니저가 아닌 대들보가 판단 기준이 된다”고 말했다. 또한 “작업자 본인의 의도가 반영될 수 있기 때문에 게임 개발에 참여한다는 보람도 느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최 AD는 ‘듀랑고’의 PC 버전 프로토타입 영상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녀는 “듀랑고는 개발 초창기 모바일 버전과 PC 버전 두 가지 모두를 고려했었다”며 “PC 버전은 고품질 그래픽과 넓은 대지를 달릴 때의 쾌감이 인상적이었지만, 최종 결정에서 탈락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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