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현 넥슨 부사장, NDC 기조연설서 데이터와 AI 중요성 설파

강대현 넥슨 부사장이 데이터 분석과 인공지능(AI)을 통해 그간 게임 전문가들이 발견하지 못했던 게임 재미의 맹점(blind spot)을 찾아낼 수 있다고 말했다.

강 부사장은 24일 판교에서 열린 넥슨개발자컨퍼런스 2018(NDC 2018) 기조연설에서 “게임의 즐거움은 게임 룰, 시나리오, 그래픽, 사운드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라며 “어떤 유저를 만나고, 어떤 경기를 치르고, 게임에서 이기거나 졌을 때의 경험이 유저 만족도에 큰 영향을 준다”고 강조했다.

강 부사장은 넥슨 게임 유저들을 상대로 게임이 끝난 후의 만족도 조사를 실시한 결과, 똑같은 게임을 똑같은 유저가 하더라도 만족도는 매번 변동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고 말했다. 게임 콘텐츠는 그대로더라도 경험이 달라지면 유저가 느끼는 재미도 함께 달라진다는 것이다.

강 부사장은 동계스포츠 컬링을 예로 들었다. 그는 2010년 NDC에서 컬링에 대해 “게임 룰도 모르겠고, 해설도 재미없고, 응원할 팀도 없어서 너무 지루한 스포츠”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지금 생각하면 바보 같은 소리”라며 이번 평창올림픽 컬링이 재미있었던 이유는 응원할 팀이 있었고, 역전을 거듭했고, 지는 것보다 이기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컬링 자체는 큰 변화를 겪지 않았지만 플레이어와 승패 여부 등 외부 요인이 달라지면서 재미를 바꿔놓았다는 것이다.

이어 “마찬가지로 게임의 재미를 만들어내는 영역은 게임 콘텐츠 영역을 훨씬 넘어선다”며 “결국 우리가 시야를 넓게 가지고 새로운 시선으로 게임을 바라보면 우리가 만드는 게임의 재미를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그는 이와 같은 게임의 맹점을 찾아낼 때 데이터와 AI가 유용한 도구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창의성이 이미 존재하는 사물과 현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이라고 해석한다면, 빅데이터를 이용한 AI야말로 가장 창의적인 도구라는 설명이다.

강 부사장은 넥슨의 한 FPS게임에서 유저 이탈율이 높아진 원인을 데이터와 AI로 찾아낸 사례를 소개했다. 기존에는 조작법이 어려웠는지, 인터페이스가 복잡했는지 등 다양한 가설을 세우고 O 또는 X를 표시해가며 원인을 찾는 방식을 사용했다. 하지만 대부분의 경우 가설 자체가 명확하지 않아 O도 아니고 X도 아닌 세모로 결론이 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가설을 세우는 대신 머신러닝으로 분석해보니 신규 유저가 겪는 가장 부정적인 경험은 서버를 자주 옮겨다니게 된 것으로 드러났다”며 “게임 서비스가 오래돼다보니 서버마다 특정 맵이나 특정 무기만 사용하는 등 유저 간 암묵적 규칙이 발생했고, 이를 모르는 신규 유저들은 매번 강제퇴장을 당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 부사장은 “데이터와 AI가 고착화된 게임의 편견을 깨고 게임의 재미를 높여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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